블로그 리뷰

‘쌈바’처럼 뜨거웠던 무기와 인권 콜로키움

비행기 시간만 해도 꼬박 25시간. 계절의 시간도 달라 ‘가을’을 준비하고 있는 브라질 상파울로에서 제14회 국제 인권 콜로키움(14th International Human Rights Colloquium)이 열렸습니다. 지난 5월 24일부터 29일까지 약 1주일 동안 진행된 콜로키움에 참여해 지난해 앰네스티 한국지부와 평화단체, 바레인워치(Bahrain Watch)와 함께 했던 ‘최루탄 수출 중단 캠페인’을 알렸습니다. 150여 명이 참여한 콜로키움은 ‘쌈바’만큼이나 뜨거운 열기가 가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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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인권단체 코넥타스(Conectas)에서 주최하는 국제 인권 콜로키움(International Human Rights Colloquium)은 2001년부터 시작됐으며,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열리는 인권 논의의 장입니다. 2년에 한번씩 인권단체들과 주로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지역의 활동가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나누고 그것을 토대로 배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14번째 콜로키움의 주제는 ‘Rights to the Street(거리 위에서 권리를)’이었습니다. 시위와 행진이 벌어지는 거리가 시민들의 공간임에도 수많은 국가에서는 이를 제지하고 심지어는 폭력을 일삼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부터 저 멀리 튀니지까지, 문제는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브라질 상파울로에 모였습니다! 할말 많은 활동가들이 저마다 자신들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함께 싸울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를 하며 일주일을 꽉 채웠습니다.

Conectas

콜로키움 첫번째 세션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 Conectas

최루탄, 치명적이지 않다고? 댓츠노노 – They can kill

저는 ‘덜 치명적인 무기(Less lethal weapons)’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에 참여했습니다. 시민들을 보호하고자 만들어진 시위진압장비를 포함한 덜 치명적인 무기는 목적과는 다르게 치명적인 부상과 심각하게는 사망까지 이르게 하는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관련 캠페인에 대한 발표를 하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첫번째로 ‘인권을 위한 의사회(Physicians for Human Rights)’에서 소위 덜 치명적이라고 하는 무기들이 잘못 사용되면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에 대해 발표했고, 바레인워치 멤버이자 인권을 위한 걸프 센터(Gulf Centre for Human Rights)에서 온 마리암은 바레인에서 최루탄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동영상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 주었습니다. 마리암에 따르면, 바레인에 살고 있는 대부분은 최루탄에 맞은 경험이 있으며,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전해 주었습니다. 콜로키움에 참석한 사람들이 덜 치명적인 무기의 ‘치명’적인 결과에 대해서 놀라고 있을 때 즈음, 저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와 바레인 워치 그리고 한국의 평화단체들이 진행했던 “최루탄 수출 중단 캠페인(stop the shipment)”을 소개했습니다.

콜로키움에 모인 많은 사람들이 활동가들이었기 때문에 캠페인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에도 흥미로워했지만, 캠페인 로비활동과 언론대응 그리고 국제연대 등에 더욱 관심을 보였습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캠페인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낸 가장 큰 요인 중에 하나는 바로 신속하고 탄탄했던 국제 연대가 아닐까 싶은데요. 그래서 참석한 활동가들을 만나고 서로의 문제를 공유한 것이 무엇보다 흥미진진했습니다.

특히, 브라질과 한국이 많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는데, 두 나라 모두 떠오르는 무기수출국입니다. 또한 바레인에 최루탄을 수출했으며 관련 활동 및 정부 대응 등에서 공유할 부분이 많았습니다. 앞으로 상황이 비슷한 국가와의 연대 캠페인을 진행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Stop the Shipment(수송을 중단하라) 캠페인을 통해 희망을 봤어!” 세션이 마치고 다른 참가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입니다. 사실 수많은 캠페인 중 하나이긴 하지만, 활동가들은 한국과 바레인에서 함께 캠페인을 진행했고 그것이 실제로 긍정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낸 것에 놀라워했습니다. 인권침해문제는 매일 발생하지만,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기란 쉽지 않다는 걸 모두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내용을 좀 더 알고 싶다면 여기를 클릭)

아이디어 장터에서 단연 최고였던, “인권이 숨 쉬는 마을”

콜로키움 이틀째에 열린 아이디어 장터(Ideas Marketplace)에서 참가자들이 단체를 소개하는 브로셔나 보고서, 혹은 캠페인 물품 등을 가지고 와서 아이디어들을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좀 더 재미있는 물품을 생각하다, ‘인귄이 숨 쉬는 마을’을 소개하기로 했습니다. ‘인권이 숨 쉬는 마을’은 인권친화교실 프로젝트를 위해 제작된 교육자료로, 병원, 학교, 소방서 등 다양한 공공건물로 구성된 마을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좀 더 쉽고 친근하게 인권을 접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한국지부 담당 활동가가 열심히 제작한 ‘인권이 숨 쉬는 마을’을 다른 나라 활동가들에게 소개하고 싶기도 했고, 자랑하고 싶기도 했거든요 :-)

아이디어 장터

아이디어 장터 ©Conectas

앰네스티 부스

한국지부 캠페인 물품 <인권이 숨 쉬는 마을>, 에코백, 보틀 등 © 국제앰네스티

짜잔, 점심시간 동안 열심히 자르고 붙여서 만든 마을은 단연 최고였습니다. 마을을 만들기 시작할 때부터 부스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본 한 스태프는 “You are cheating!(이건 사기야)”라며 웃더군요. 두꺼운 보고서와 리플렛 사이에 아기자기한 마을은 단연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 수 밖에 없었거든요! 많은 활동가들과 스태프들이 앰네스티 부스에 머물며 사진을 찍기도 하고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곤 왜 한국어만으로 만들었냐며 장난섞인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앰네스티 인권마을만큼이나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마치 갑옷을 형상하는 옷으로 ‘무장’한 활동가들이 응급 처치(First Aid)른 연상케 하는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요. 바로 ‘GAPP(Popular Protests Support Group)’이란 브라질 단체로 시위가 일어났을 때 경찰 모니터링을 주로 하는 곳입니다. 브라질 일부 경찰들이 시민들을 향해서 폭력을 가하거나 최루탄 또는 고무탄을 직격으로 발사하는 등의 무차별적인 공격을 가해서 부상자가 발생하게 되면 이 때 GAPP은 사람들을 그 자리에서 바로 치료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인권침해 감시단’이 있는데, 이들은 ‘인권침해 감시단 + 응급처치’까지 하는 거죠.

GAPP 활동가들. 사진기자는 오른쪽에 서 있다. © 국제앰네스티

GAPP 활동가들. 사진기자는 오른쪽에 서 있다.

사실 갑옷처럼 된 옷을 입고 있었던 활동가는 사진기자였습니다. 브라질에서 시위가 일어나면 사진기자들은 경찰의 주요 타겟이 된다고 해요. 그래서 ‘갑옷’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함이고, 앞에 나열된 모든 것들이 시위를 하기 위해서 필요한 ‘물품’이었습니다. 마스크는 기본이고, 헬멧, 방독면 등을 들고 시위를 참석합니다.

아이디어 장터 이후, GAPP 활동가 알렉상드르가 단체 활동을 알리는 발표를 했었는데 그가 보여준 영상에는 시민의 안전을 ‘보호’해야 할 경찰들이 마치 시민들을 ‘공격’하기 위해 미리 자세를 잡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고, 브라질 월드컵 때에는 심지어 경찰들이 말을 타고 긴 칼을 찬 상태에서 시위대와 맞닥뜨린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활동을 설명하고 있는 알렉상드르 활동가

활동을 설명하고 있는 알렉상드르 활동가 © Conectas

그의 발표가 끝나고 우렁찬 박수 소리가 콜로키움을 가득 메웠습니다. 사실 한국에서도 경찰력 사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있지만, 목숨의 위협을 매번 느끼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이곳 브라질에서는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고 긴장하지 않으면 큰 위험해 빠질 수 있다는 각오를 해야하는 암울한 현실을 보면서, 도대체 시민들의 시위가 그렇게 위협적일까 하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습니다. GAPP 의 발표를 보면서 시민들이 거리를 되찾을 수 있도록 지금도 매일같이 싸우는 활동가들 그리고 함께하는 시민들이 무척 멋져 보였습니다.

“가능성(Possibility)”을 확인했어요!

콜로키움이 마무리될 즈음에, 참가자들에게 콜로키움이 어떤 의미를 주었는지 물어보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저는 주저하지 않고, 가능성을 보았다고 얘기했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다른 국가 인권 문제에 대해 캠페인을 하면, 내가 하고 있는 인권활동이 얼마나 도움이 될까 그리고 혹은 영향력이 있을까 하는 고민이 들 때가 있습니다. 당사자들을 만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할 텐데요. 콜로키움을 통해, 우리 캠페인을 함께 했던 바레인 활동가를 만나 그 영향력과 변화를 확인했고, 앰네스티가 진행한 캠페인에 많은 활동가들이 변화의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했을 때 저는 이 콜로키움을 통해서 저뿐만이 아니라 다른 참가자들 역시 가능성을 보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너무 뻔하고 이상적인 답변이라구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정말 그랬습니다 :-) 한국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대응하고 있는 활동가들을 만나고 있노라면, 더욱 그런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어 집니다.

보사노바로 시작하고 쌈바로 마무리 된 콜로키움

콜로키움의 내용만큼은 무엇보다 치열하고 뜨거웠지만 재미있게도 그 처음과 끝은 ‘음악’이 함께 했습니다. 서로를 알아가던 첫째 날은 말없이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였고 마지막 모든 세션이 끝나고 나서는 몇 시간 동안 쌈바 음악에 취해 있다 결국 ‘우르르’ 몰려 다니며 브라질 버전 ‘동/동/동대문을 열어라~ 남/남/남대문을 열어라~'(두 사람이 손을 위로 잡고 문을 만들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 문을 통과해서 다시 문을 만드는 동작)를 추기도 했습니다. 콜로키움 기간에도 쉬는 시간마다 회의장을 가득 메운 ‘보사노바’ 덕분에 빡빡한 일정이 그리 힘들지만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같은 주제를 함께 고민하고 다양한 활동을 시도하는 활동가들을 만나서 무척 힘이 나기도 하고 그만큼 국제연대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더 느끼게 되는 콜로키움이었습니다. 또한 앰네스티가 진행했던 캠페인이 다른 활동가들에게 힘이 되었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이런 캠페인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는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모든게 가능했던 건 우리의 활동을 지지해주고 함께해 준 시민들이 있었다는 것도 잊지 않았지요.

♦ 콜로키움의 생생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영상

콜로키움 마지막 세션에서 활동가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던 쿠미 나이두, (Kumi Naidoo, 현 그린피스 사무총장)의 메시지 중 앰네스티와 꼭 맞는 말이 있었습니다.

Change becomes possible when ordinary people believe that change is possible”
평범한 사람들이 변화가 가능하다고 믿을 때 비로소 변화는 가능해 집니다

쿠미 나이두, (Kumi Naidoo, 현 그린피스 사무총장)

♦ 슬라이드에 담긴 사진 저작권은 모두 코넥타스(Conecta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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