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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4R: 변호사 케이시 키튼, 로키 마이어스 사례를 통해 앨라배마 형사사법제도의 문제점을 밝히다

케이시 키튼

2007년, 미국 앨라배마주 변호사 케이시 키튼Kacey Keeton, 이하 케이시은 로키 마이어스Rocky Myers, 이하 로키의 사건을 수임했습니다. 로키는 30년 가까이 사형수로 복역해 온 흑인 남성입니다.

광범위한 내용을 다룬 이번 질의응답에서 케이시는 그동안 로키가 겪어 온 여러 부당한 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또한, 질소가스를 사용한 사형이 왜 위험한지, 나아가 왜 케이시 자신이 로키의 감형을 위해 싸우기로 결심했는지에 대해서도 말했습니다.

아래는 국제앰네스티와 케이시가 나눈 대화 내용입니다.

 

Q. 어떤 계기로 변호사가 되셨고, 이 직업은 어떤 일인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A. 저는 다섯 살 때부터 변호사가 되고 싶었어요. 어머니께서 일기에 그렇게 적어 두셨더라고요. 물론, 여섯 살 때는 선생님, 그다음에는 서커스 공연자, 기자 등등… 시간이 흐르면서 장래희망도 계속 바뀌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어찌 되었든 대학을 졸업할 즈음에는 다시 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돌아오게 되었죠.

변호사로 살면서 온갖 일에 마주했지만, 운이 좋게도 저는 늘 사람들을 도울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을 돕는 것이야말로 제가 변호사가 된 이유이기도 하죠. 특히, 저는 사형수들과 함께 일해야 한다는 소명을 느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지지와 도움을 논할 때 사형수들은 종종 배제되곤 하거든요. 사형수 중에는 누군가 자기 편에 서준 경험이 전무한 사람이 많은데, 저는 제가 그들을 위해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히 여기고 있습니다.

이 일을 앨라배마에서 한다는 건 최전선, 그야말로 가장 많은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움직인다는 것을 뜻합니다. 사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것은 정말 보람되지만, 동시에 심적으로 힘들고 상처받는 일이기도 합니다. 부당한 형사사법제도 때문에 주 정부에 의해 사람들이 처형되는 것을 보면 낙심이 크죠. 누군가를 돕겠다고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픕니다.

하지만 우리가 변호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이 일은 가치가 있습니다. 그토록 많은 일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희망을 품고, 다른 사람들의 선의를 신뢰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놀라워요. 그분들의 희망과 신념에 날마다 영감을 받습니다.

 

Q. 로키 케이스를 맡기 전에는 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셨나요?

A. 제가 로키 사건을 맡은 것은 2007년 11월이었습니다. 그는 2004년 3월부터 우리 사무실의 의뢰인이었죠. 저는 2008년 2월에 로키를 처음 만났습니다.

우리 사무소가 로키의 변호를 맡게 되었을 때는 주 법원에서 로키에 대한 유죄 판결 후 항소가 진행되는 동안 전 변호인이 그에 대한 변호를 포기한 상태였습니다. 변호인의 포기로 인해 로키는 연방 법원에 항소할 수 있는 기간을 넘기게 되었고 법정 출두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게 되었죠. 여러 절차상의 규칙에 따라, 로키는 연방 법원을 상대로 그의 무죄 및 지적 장애 등 억울함을 호소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의 변호사가 주 차원에서 적절한 항소를 제기했더라면 로키는 연방 법원에서 그의 유죄 판결과 사형 선고가 부당하다는 주장을 펼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런 배경이 있던 터라 로키를 도우려면 그의 법정 출두 의무 불이행에 대해 법원이 용인해 줄 필요가 있다는 점을 알았습니다. 이렇게 저는 로키의 사건을 맡는 과정에서 상황이 그에게 불리하게 조성되어 있었다는 것을 인지했습니다. 일반적인 사형수보다 훨씬 더 불리한 상황이었죠. 관련 기록을 읽어보니, 로키에게 내려진 유죄 판결과 사형 선고가 부당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사형 선고를 받고 수감 중인 로키 마이어스

 

Q. 처음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니 어땠습니까? 사건에 대한 자신감이 들었나요?

A. 처음 만난 날 로키는 매우 조용했어요. 저와 그리 활발하게 소통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를 잘 아는 변호사와 함께 찾아간 터라 저는 뒤에 가만히 앉아 두 사람이 소통하는 모습을 지켜봤죠. 초반에 몇 번 찾아갔을 때는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자제했습니다. 그의 신뢰를 얻으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그래서 그 시간을 쌓는 동안 그저 서로를 알아갈 생각이었습니다. 또한, 저는 로키의 지적 장애에 관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주고받는 모든 이야기를 그가 온전히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기에 더더욱 천천히 진행하려고 애썼습니다.

운 좋게도 저는 그와 이미 신뢰 관계가 있던 유능한 팀과 이번 사건을 맡았습니다. 덕분에 그와 유대감을 쌓는 것이 훨씬 수월했죠.

앨라배마주 애트모어에 있는 홀먼 교도소

 

Q. 로키는 주어진 상황을 어떻게 느끼고 있었습니까? 그와 나눈 대화 중 기억나는 것이 있나요?

A. 유죄 판결 후 로키의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가 항소 도중 변호를 포기했을 때, 로키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그저 모든 것이 잘 진행되고 있으려니 생각했죠. 그러다가 법무부 장관의 서한을 받은 뒤에야 자신의 항소권 유효 기간이 만료되었고, 앨라배마가 처형 날짜를 정하는 쪽으로 일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로키는 독해력이 부족해 서한을 읽지도 못했기에 같은 사형수인 친구 한 명이 그 서한을 읽어주었습니다. 그들은 로키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곳에 연락하여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로키는 변호인에게 버림받았다는 것을 몰랐다며 스스로를 오랫동안 비난해왔습니다.

하지만 로키는 아직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그는 신앙심이 깊고 항상 기도합니다. 또한, 스포츠 팬이기도 하고 음악도 사랑하죠. 형제자매 이야기, 자랄 때 이야기도 많이 들려줍니다.

로키는 우편 받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데요. 사람들이 그때그때 머문 곳에서 아름다운 엽서를 보내주었다며 이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벽에는 그런 사진을 여러 개 붙여놓고 자신이 그곳에 가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곤 하죠. 그는 자주 그 사진들을 보면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문제나 골치 아픈 일에서 잠시 ‘벗어나’ 보기도 합니다. 특히 로키는 국제앰네스티 회원들이 진행한 다양한 활동과 편지쓰기Write for Rights, W4R 캠페인 덕분에 큰 기쁨을 얻었습니다.

로키를 위한 연대 액션(Justice4Rocky)에 사용된 엽서들

 

Q. 최근 처형된 케네스 스미스Kenneth Smith, 이하 케네스 사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앨라배마주가 질소가스를 사용해 저산소증으로 질식시켜 사형하는 방법으로 바꾼 것에 관해 로키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A. 로키는 죽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그는 질소가스와 처형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속이 메스꺼워진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최근 케네스 스미스가 처형되면서 이 새로운 사형 집행 방법이 무서운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케네스는 고통스러워하다가 숨을 거둔 것이 분명합니다. 주 당국의 잘못된 처형 시도[1]로 인해 이미 죽음의 공포를 경험했던 케네스가 결국 처형되었고, 그 역시 로키처럼 배심원들에게 종신형을 선고 받았던 사람이라는 사실은 더더욱 소름 끼치는 일입니다. 우리는 앨라배마주가 케네스의 처형과 함께 불거진 문제들을 살펴보고 한발 물러서서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숙고하길 바랄 뿐입니다.

앨라배마주 디케이터에 있는 모건 카운티 법원 청사

 

Q. 재판에서 판사가 했던 말 중에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었나요? 특히 이 사건에 관련해 부당하다고 생각하신 점은 무엇이었습니까?

A. 로키 사건에는 부당한 점들이 많습니다. 처음부터 로키는 증인들의 말 외에는 별다른 증거 없이 체포되고 기소되었습니다. 목격자들의 증언은 심지어 번복되기도 했습니다. 로키는 가난한 흑인 남성이었기에 지정된 변호인의 변호를 받아야 했습니다. 앨라배마는 주 차원의 국선 변호인 제도가 없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선출된 판사들이 변호인을 배정하는 거죠. 로키의 경우, 과거 주기적으로 백인우월주의 단체 ‘KKKKu Klux Klan’를 변호했던 사람이 변호사로 배정되었습니다.

배심원단은 로키와 지역 사회의 ‘동료’인 이들이어야 했는데, 백인 11명과 흑인 1명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로키의 변호인은 처음에 모두 진술을 할 때부터 그에 관해 편견을 가지고 발언했습니다. 로키를 변호하는 사람이면서 그가 사는 지역을 가리켜 ‘지옥 구덩이’라고 했죠. 그 변호인은 재판에서 사건에 관해 이의 제기를 온전히 하지 못했고, 처음부터 이런 식의 진술을 펼침으로써 배심원단과 로키 사이를 갈라놓았습니다.

결국, 11명의 백인 배심원은 로키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지만,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권고하며 그의 목숨은 보전하기로 투표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앨라배마주의 법에 따라, 선출된 단독 판사가 이를 뒤집고 로키에게 사형을 선고할 수 있었습니다. 배심원단의 판단을 뒤엎는 것은 현재 앨라배마에서 불법이지만, 새 법안을 소급 적용하지는 못하는 탓에 로키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사형수로 남게 된 것입니다.

로키의 사례에서 이게 유독 심각하다고 느껴지는 까닭은, 배심원 중 한 사람의 발언을 통해 배심원 사이에 의견 차이가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배심원 중에는 로키에게 죄가 없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로키에게 종신형을 선고하는 것에 대해 동의할 경우 유죄 판결 쪽으로 표를 던지기로 다른 배심원들과 합의했다고 합니다.

로키의 경우 지적 장애가 있는 흑인 남성이 가난, 그리고 무너진 사법제도 때문에 처음부터 불이익을 받은 사례입니다.

– 케이시 키튼, 로키 마이어스의 변호사

로키의 경우 지적 장애가 있는 흑인 남성이 가난, 그리고 무너진 사법제도 때문에 처음부터 불이익을 받은 사례입니다. 그의 변호인은 그의 지적 장애를 고려 사항으로 제기하지 못했고, 이것이 소송에서 여러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인종, 빈곤, 불평등이 모두 작용해 로키, 그리고 수많은 사람의 소송에서 갖가지 부당한 상황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Q.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시나요?

A. 지난 항소심에서 패소했을 때, 로키는 제게 사면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지쳤다고, 누구에게도 목숨을 구걸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죠. 저는 구걸하는 일은 제가 맡을 테니 그것 때문에 괴로울 일은 없을 거라고 로키에게 말해주었습니다. 뒤이어 더 진지한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저는 로키에게 앨라배마에서 사면은 대개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며, 사면이 허용된 적이 딱 한 번 있으나, 주지사 임기 마지막 날 백인 여성이 그 대상이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물론, 저는 로키가 사면되기를 희망하고 기도하지만, 거짓말로 희망을 주지는 않을 거라고도 말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만약 그를 위해 우리가 사면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로키가 허락해준다면, 가능한 한 모든 사람에게 그의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소송에서 잘못 진행된 모든 것에 관해 사람들에게 말하겠다고요. 실제로 우리는 로키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습니다. 로키, 그리고 우리 법무팀에 속한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그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이 미국 앨라배마의 사법제도가 지닌 문제점을 이해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나아가 로키와 같은 사례가 또 생겨나는 것을 멈추는 데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의 계획은 로키를 지키기 위해 계속해서 싸우는 것입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도 이 싸움에 동참하도록 계속 독려할 것입니다. 그리고 로키의 사례뿐만 아니라 앨라배마에서 진행되는 숱한 소송의 부당한 점들에 관해서도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로키를 위해 편지를 써 주세요. 앨라배마 주지사에게 로키의 사면을 요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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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약 1년 전인 2022년 11월 앨라배마주 당국은 독극물 주입 방법으로 케네스를 처형하려 했으나 정맥 부위를 찾지 못해 시간이 지체되었고, 결국 사형 집행이 취소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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