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앰네스티 활동에 관심있으신 분들이라면 어딘가에서 들어봤을 그 이름, 라이프 바다위.
정부와 사회, 종교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블로그를 만들고 글을 썼다는 이유로 실형 10년, 채찍질 1,000대, 출국금지 10년, 벌금 약 3억원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리고 2015년 1월 9일 채찍찔 1,000대 중 50대가 집행되자, 전 세계에서 반발했습니다.
이후 알수 없는 이유로 채찍질 형 집행은 연기되고 있지만, 언제든 형 집행이 다시 시작될 수 있는 우려가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영국과 노르웨이에서는 앰네스티 회원과 지지자 수 십명이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 앞에 모여 석방을 요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에 따라 국회의사당, 헌법재판소, 국내 주재 외교기관 등 건물 앞 100m 내에서는 집회나 시위가 불가능합니다. 집회시위는 2인 이상을 말하기 때문에 우리는 ‘시위를 하겠다’는 신고가 필요 없는 1인시위를 떠올렸습니다.
한국에서도 사우디 블로거 라이프 바다위 석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꾸준한 활동으로 1인시위 만한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매주 목요일 정오 이태원동에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 앞에 피켓을 들고 찾아갔습니다.

2015년 5월 7일 @광화문 북측광장 ⓒ국제앰네스티
봄
2015년 5월 7일, 오전 10시 광화문 북측광장에서 단출한 기자회견을 마치고 사우디 대사관으로 이동했습니다. 우리는 ‘사우디 현판 앞에서 하겠다’, 대사관 측은 ‘절대 안된다. 길건너에서 해라.’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용산경찰서에서 나오신 경찰분의 중재 아래 보초소와 사우디 대사관 사이 ‘사우디대사관’ 주차금지 팻말이 있는 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 현판 앞에서 하고 싶다 그렇게 첫 주는 2명으로 시작했습니다.

‘주차금지’ ‘사우디대사관’ 잘 보이죠? ⓒ국제앰네스티
2주차에는 ‘사우디대사관’ 주차금지 팻말이 있던 곳에 웬 상자가 있었습니다.
“윗분들이 여기서 시위하는 걸 안좋아 하신다.”
갖가지 대답이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그 중에서 가장 차분한 말로 대답했습니다.
“1인 시위는 사실 어디서 하든 상관없는 것인데, 한발 양보해서 현판이 아니라 여기서 하기로 한 것이다. 여기서 못하면 현판 앞으로 가겠다.” ..대사관측은 상자를 치웠습니다.

한국이나 사우디나 위에 있다는 사람들은 왜 이렇게 속이 좁은 걸까요. ⓒ국제앰네스티
라이프 바다위 1인시위가 시작된 즈음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한 고등학교 선생님이셨는데 ‘앎과 삶을 통합시키는 교육’이라는 주제로 통합 기행을 준비하고 있는데 학생들과 1인시위에 참여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무려 13명!
3주차 목요시위를 앞둔 아침, 13명의 학생이 손수 1인시위 피켓을 만들기 위해 사무처로 왔습니다. 한 시간 만에 뚝딱 만든 피켓에는 깨알 정보와 아이디어가 듬뿍 담겨있었습니다.
학생 13명과 선생님께서 참여해주셔서 1시간이 금새 지나갔습니다.

학생들이 3조로 나눠 함께 만든 피켓. 아이디어 대봑 ⓒ국제앰네스티
여름
그 사이 계절은 봄에서 여름이 되었고, 담당자는 다리를 다쳐 4주간 깁스를 했지만, 사무처 내 온정의 손길(!)로 목요1인시위는 계속 진행되었습니다.
한 주 한 주가 진행될수록 우리를 아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 같았습니다. “오우! 롸이프 바돠위 알아여” 라는 외국인, “에이그 쯧쯧, 아직도 안 풀려났어?” 라며 혀끝을 차던 어르신도 계셨습니다.
한 번은 시위 중에 다음 로드뷰 촬영차가 지나갔습니다. 이태원동 36-37번지 검색하면 로드뷰에 우리 시위 하는 거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방금 확인해보니 없었습니다..
라이프 바다위 공식 사이트라고 할 수 있는 raifbadawi.org 달력에 한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목요1인시위도 실어줄 것을 요청하고자 웹 마스터에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답장이 왔는데, 그것은 라이프 바다위의 아내 엔사프에게서 온 메일이었습니다.
엔사프는 한국에서도 라이프 바다위를 위해 액션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에 놀랍고 힘이 된다고 전했습니다. 사진을 보내달라던 그는 사진을 보내주자 연락이 없었습니다…

20주차 목요1인시위에 참여하신 분들과 함께 (위), 온라인 서명과 오프라인 서명(하) ⓒ국제앰네스티
가을
9월 17일 마지막 목요1인시위를 마치고, 지금껏 온라인으로 모은 탄원 서명 2,159건과 22그룹 회원들이 9월 12일 광화문 교보문고 앞 거리에서 시민들을 만나 받은 서명 479건, 목요1인시위에 참여해주신 분들의 얼굴 서명을 함께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에 전달했습니다.

참여해주신 분들의 얼굴이 빼곡히 들어있으니 잘 찾아보세요.:) ⓒ국제앰네스티
THANKS TO
최연소 참가자인 3주차에 왔었던 고등학생들, 최고령 참가자는 6주차에 오신 약 40년간 앰네스티 활동을 해오신 어르신, 담당자를 제외한 최다 참여자 윤주님, 그 뒤를 잇는 선원님, 지연님 감사합니다!
첫 시작을 열어주신 상진님과 종옥님, 평일 정오에 이태원동까지 와주신 삼문님, 딸과 함께 일산에서 오셨던 혜숙님, 새내기모임에서 라이프 바다위를 알게 되어 참여해주신 석용님, 말이 필요 없는 앰네스티 지지자 용필님과 경원님, 회원이지만 활동은 처음이라던 우진님, 그리고 목요일 점심 ‘외근’을 함께 해주신 사무처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그리고 참여하겠다고 신청만 하고 오지 않으신 분들도 감사합니다. 사정이 있었겠지요.. 민망해 마시고 앞으로도 앰네스티 활동에 참여해주세요!
스페샬 땡스투-
따뜻한 커피와 물, 화장실을 제공해주신 사우디 대사관 맞은편 빈티지 가게 사장님, 뙤약볕에 지친 심신을 곰탕과 메밀전병, 에어컨으로 달래고 가끔 찐만두를 써비쓰로 주셨으며 마지막 날에는 아쉽다고 음료수도 주신 사우디 대사관 맞은편 나주곰탕 사장님, 그리고 거의 매주 목요일 함께 해주신 용산경찰서 정보과&외사과, 목요1인시위에 관심가져주시고 질문해주신 시민분들
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쭉 함께해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캠페인/인권교육팀 안정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