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인터뷰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산다는 것_미유 회원 인터뷰

아름다울 미(美), 있을 유(有): 존재하는 모든 것은 아름답다

존재하는 모든 것을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뮤지션 미유(본명 김준희)를 2년여 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한국에서 인디뮤지션으로,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들을 위해 펜을 드는 앰네스티 회원으로, ‘자신다움’을 찾아 끊임없이 고민하는 그녀의 이야기에, 뮤지션도 아닌 제가 이렇게 격하게 공감 가는 이유는 뭘까요?

2년의 시간 동안 그녀의 삶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변한건 머리스타일 만이 아니라는 사실!(지난 인터뷰를 클릭하시면 더욱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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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nesty International Korea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인사드리게 되었네요(지난 인터뷰 보기).그간 어떻게 지내셨어요?

작년에는 오랫동안 준비해온 첫 앨범(La fleur de la vie, 삶의 꽃)을 발매하고 공연을 하면서 보냈어요. 그리고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을 통해 진행했던 빅이슈 프로젝트, 집시의테이블 공연, 봄날밴드와 함께 하는 공연, 다큐멘터리 작업 등으로 정말 바쁜 한 해를 보냈던 것 같아요. 올해 제 개인 공연은 하지 않았어요. 지난 가을부터 집시의 테이블 공연만 했는데, 9~10월은 페스티벌 시즌이라 공연만 5개가 붙어 있어서 최근에는 그것 때문에 정신이 없었어요.

정말 바쁜 한 해를 보내셨네요. 혹시 올 연말에 계획된 공연이 있다면 앰네스티 회원님들께 소개해주세요.

올해 스케줄은 10월 24일 지방 공연 하나면 끝나요. 작년에 워낙 에너지를 많이 쏟아서 올해는 사실 안식년처럼 쉬고 싶었어요. 동시에 5개 정도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 작년 12월에 우울증이 오더라고요. 정말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12월에 프로젝트 공연을 마무리하고 거의 한 달 동안 외출하지 않고 집에서 쉬었던 것 같아요. 올해는 공연을 대폭 줄이고 개인적으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들을 위한 연습과 여행, 글 작업 등으로 시간을 보내왔어요. 음악 활동을 시작한 지 7년이 다 되어가고 그 시간 동안 많이 성장했지만, 조용히 저를 돌아보고 다시 호흡을 가다듬어야 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현재는 제가 만든 ‘아카시아 살롱’이라는 개인 레이블을 발판 삼아 저의 예술 활동을 넓혀가려고 준비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어요. 그 활동을 구체화하는데 연말과 내년을 분주히 보내게 될 것 같아요.

오랜 시간 음악 활동을 해오셨군요. 어려서부터 지금 하고 계신 월드뮤직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어렸을 적에는 뮤지컬배우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그래서 발성부터 연기, 노래 전부 열심히 배웠고, 정말 뮤지컬배우가 되었죠. 그렇게 20대에 3~4년 정도 뮤지컬배우로 활동하다가 재즈아카데미에서 공부하고 30대에 들어서면서 음악을 시작했어요. 뮤지컬은 주어진 안무와 동선을 가지고 정확하게 움직여야 하고, 특유의 발성이 있어 일반 노래를 부르면 티가 나는데, 그게 싫어서 나오게 되었어요. 하지만 뮤지컬배우가 되기 위해 배웠던 것들은 대중음악을 하면서도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대중음악 쪽으로 왔지만, 뮤지컬배우로서 활동할 때 배운 걸 잘 쓰되, 그 틀 안에 갇히지 않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어요. 처음 <집시의 테이블> 공연할 때에는 너무 떨리고 조금은 부자연스럽기도 했는데, 공연이 반복되다 보니 지금은 자연스러워지고 여유도 찾은 것 같아요.

올해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면서 여행을 했다고 그러셨는데, 기억에 남는 여행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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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nesty International Korea

사실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데 지금까지 많이 못 다녔어요. 제가 서른 살부터 음악을 시작했는데, 인디 뮤지션으로 대한민국에서 살아간다는 게 녹록지 않아요. 늘 투잡을 할 수밖에 없었죠. 일하고 연습실 가서 연습하고 앨범 만들고 하다 보면 여행 갈 틈이 없는 거예요. 시간적, 재정적 여유가 없어 여행은 늘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것 같아요. 그런 상황에서 어쩌면 <집시의 테이블>은 저한테 선물이었는지도 몰라요. 음악 안에서 여행했기 때문에 대리 만족할 수 있었죠.

그 정도로 여행은 늘 저에게 꿈 같은 것이었는데, 올해 정말 귀한 선물을 받았어요. 지인으로부터 프랑스행 비행기 티켓을 선물 받아서 갑자기 여행을 가게 된 거에요. 한 3주 정도 다녀왔는데, 그 시간이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습니다. 작년 말에 우울증이 오고 집에서 쉬면서 머릿속에 고민이 가득했어요. 나이도 들어가는데 과연 인디 뮤지션으로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걱정스러웠어요. 그런 시기에 가게 된 여행이었는데, 많은 것을 보고 배운 것 같아요.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다양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그거 자체가 예술이더라고요. 그 생각이 드니까 나를 억지로 예술이라는 틀 안에 집어넣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작년의 모든 일이 정말 나 다운 게 무엇 인지를 고민하게 하는 기회였고 선물이었던 것 같아요.

평생 잊을 수 없는 여행으로 남을 것 같아요. 회원님께서는 매년 연말에 진행되는 W4R(Write for Rights) 캠페인에 참여하고 계신데요. 혹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사실 후원금을 내는 것 말고는 따로 참여하는 것이 없어서 늘 죄송한 마음이에요. 그래도 W4R 캠페인을 통해 일 년에 한 번이라도 편지쓰기에 직접 참여할 수 있어 매년 꾸준하게 참여하려고 해요. 엽서 패키지를 받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같이 참여하자고 권하는데, 작지만 그런 한 명 한 명의 목소리가 모여서 변화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하면 뿌듯해요. 앰네스티에서 보내주신 책자도 보고 뉴스레터도 읽고 있지만, 그래도 제 삶 속에서 작지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계속해서 하고 싶어요. W4R 캠페인처럼요. 저는 말보다 글에 더 큰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글씨를 쓰면서 그 사람의 상황을 생각하게 되고 안타까운 마음이 보태져서 편지가 되고, 그것에 우표를 붙여서 보내는 모든 행위가 작은 울림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편지가 전 세계적으로 모인다면 무시할 수 없는 큰 힘이 되기도 한다는 걸 앰네스티에서도 이미 보여주셨기 때문에 의미 있는 일이라는 확신이 있어요.

회원님에게 ‘인권’이란 무엇인가요?

모든 사람이 ‘가장 자신 다운 모습으로’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라고 생각해요.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이 한국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에 끝없이 얽매이는 것 같아요. 그 기준에 맞춰져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자라다 보면 결국 ‘나는 뭐지?’ 라는 고민을 하게 되고요. 저도 그런 후유증을 앓고 살아왔기 때문에 자유로운 음악을 함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기준에 나를 억지로 끼워 맞춰서 경쟁하고 쉴 새 없이 달리고 있더라고요. ‘나’다운 삶을 사는 것은 사회의 기준을 인정하면서도 그 가운데 나 답게 살아갈 용기를 갖는 것 같아요. 그러기 위에서는 나를 아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고요.

저는 노숙인과 인연이 많은데, 각각의 인생을 보면서 느끼는 것들이 있었어요. 그 중 ‘이정자’라는 아주머니가 계셨는데, 그분을 보면서 늘 생각했어요. ‘어떤 아픔이 있었길래 저렇게 자신의 삶을 거리에 두고 사는 걸까?’. 연세가 많으셨기 때문에 겨울에는 병원에 모시고, 새로운 거주 공간을 마련해 드리고자 모금 콘서트도 열심히 했는데 아주머니께서는 그 돈도, 공간도 모두 거부하셨어요. 아주머니와 정이 많이 들었고, 정말 최선을 다해 노력했기 때문에 그렇게 모두 거부당하는 것이 사실 저에게도 상처였어요. 혹시 내가 잘못한 건 아닐까 싶기도 했고, 정말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결정적으로 그 일을 계기로 저의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이상하게 들릴진 모르겠지만, 아주머니는 자기 자신을 인정한 거였어요.아주머니는 자신의 상처를 이겨낼 방법으로 노숙을 선택한 거죠. 그걸 인정해드려야 하는 게 아닐까 싶었어요. 우리가 볼 때는 집을 갖고 나라에서 주는 도움을 받는 게 행복한 삶인 것 같지만, 그분에게는 그게 짐인 거에요. 저희 생각 때문에 그분을 어딘가에 가둬버리면 그것 또한 인권유린이 되는 거더라고요. 그걸 받아들이고 보내드리면서 그 삶이 아주머니답게 사는 길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이란 것이 획일화 된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시간이었어요. 그러면서 나도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이 정말 행복일까 라는 생각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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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nesty International Korea

마지막으로 앰네스티 회원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어둠 속에서 한 자루의 촛불을 밝히기 위해 용기를 내는 앰네스티의 모든 분들! 같이 힘냈으면 좋겠어요.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기 쉽지 않은 세상이지만, 고통스러운 삶 속에서도 손 맞잡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희망도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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