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뉴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점령지역: 이스라엘, 집단 학살 위험 속에 가자지구 불법 공격… 대규모 민간인 사상자 초래

  • 국제앰네스티, 라파에서 벌어진 이스라엘의 불법 공격4건의 증거 확보, 민간인 최소 95명(거의 절반이 아동) 숨져
  • 공격이 발생한 곳은 ‘안전하다’고 여겨진 남부 지역
  • 4건의 공격 모두 민간인 및 민간 목표물에 대한 직접 공격 가능성 높아 전쟁 범죄 조사 필요해

국제앰네스티는 지난 2월 12일, 점령된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치명적인 불법 공격에 관해 새롭게 확보한 증거를 밝히며, 이스라엘 점령군이 지속적으로 국제인도법을 무시하며 일가족을 몰살시키면서도 전혀 처벌을 받지 않다고 규탄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스라엘의 공격 4건에 대한 조사를 시행했다. 이 중 3건은 인도주의적 교전 중단이 끝난 후인 2023년 12월에 발생했고, 1건은 2024년 1월에 발생했다. 이 공격들로 최소 95명의 민간인(아동 42명 포함)이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이자 당시 가자지구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여겨지던 라파에서 목숨을 잃었다. 라파는 현재 이스라엘 점령군이 지상 작전을 준비하는 곳이다. 이 작전은 대규모의 피난민이 잇따라 쇄도한 후 63㎢ 안에 빽빽하게 모여 있는 백만여 명에게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4건의 공격 모두에서, 국제앰네스티는 타격을 입은 주택이 합법적인 군사 목표거나 건물에 있던 사람들이 군사적 표적이었다고 볼 만한 정황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이로써 이 공격들은 민간인 및 민간 목표에 대한 직접 공격이므로 전쟁 범죄로 보고 조사해야 할 것이다.

이스라엘 점령군이 인근의 합법적인 군사 목표를 겨냥할 의도였다고 해도, 이 공격들은 군사 목표와 민간 목표를 구분하는 데 명백히 실패했으므로 무차별 공격으로 간주할 수 있다. 민간인을 죽이거나 다치게 하는 무차별 공격은 전쟁 범죄다. 국제앰네스티가 수집한 증거들은 이스라엘 군이 공격 개시 전에 효과적인 혹은 다른 어떠한 방식으로서의 경고―최소한 타격 장소에 살던 사람들에게 보내야 할 경고―도 제공하지 못했다는 것을 드러냈다.

에리카 게바라 로사스Erika Guevara-Rosas 국제앰네스티 조사, 어드보카시, 정책 및 캠페인 선임 디렉터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안전하다고 알려진 지역으로 피신했음에도 이스라엘 당국으로부터 아무런 사전 경고도 없이, 온 가족들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몰살당했다. 이 공격들은 뻔뻔하게 국제법을 무시하고,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인다던 이스라엘 당국의 주장과 상이하게 행동하는 이스라엘 점령군의 지속적인 패턴을 보여준다.”

이들 공격 중 3건은 타지에서 피난 온 가족들을 포함한 주민들이 집 안에서 잠들어 있던  밤 중에 자행되었다.

에리카 게바라 로사스는 “이 불법 공격들로 숨진 사람 중에는 아직 생후 3주가 채 되지 않은 여아, 은퇴한 69세의 저명한 의사, 피난 온 가족들을 자기 집으로 기꺼이 맞아들인 언론인, 스물세 살인 딸과 침대를 같이 쓰던 어머니 등이 있었다. 정의와 양심을 옹호하는 전세계인들은 비탄에 빠진 생존자들이 증언한 가자지구에서 일어난 이 잔혹 범죄를 양심에 치명타를 입히는 신호탄으로서 상기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집단 학살의 위험이 실재하며 임박해 있다는 국제사법재판소의 중대한 임시 판결이 내려진 지금, 이 사건들의 끔찍한 세부 내용들은 모든 국가가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휴전을 시급히 촉구해야 한다는 것을 더더욱 뚜렷이 보여준다. 이것이야말로 국제사법재판소가 명령한 잠정적 조치를 이행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또한, 이 공격들은 분쟁의 모든 당사자에게 포괄적 무기 금수 조치를 부과하는 것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국제앰네스티는 공격 현장 네 곳을 모두 방문해 파괴 상황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을 수집하는 한편, 총 18명(생존자 14명 및 구조 작업에 참여한 친척 4명)을 인터뷰했다. 국제앰네스티의 위기 증거 연구소(Crisis Evidence Lab)는 위성 이미지, 사진, 동영상을 분석해 당시 공격 및 이로 인한 파괴가 발생한 장소의 지리적 위치를 확인하고 입증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스라엘 군의 공식 페이지에 게시된 전쟁 일지도 검토했으나 4건의 공격에 관한 언급은 전혀 찾지 못했다. 국제앰네스티는 2024년 1월 19일과 30일에 해당 공격에 관한 질의서를 이스라엘 당국에 보냈으나 이 글의 게시 시점까지 어떠한 답변도 받지 못했다.

제 아이들의 조그만 몸이 갈기갈기 찢겨 있었습니다”: 하브씨 가족을 덮친 공격

2023년 12월 12일 새벽 3시 2분, 이스라엘의 공격이 라파 내 알-주후르(Al-Zuhour) 동네에 살던 하브(the Harb) 가족의 집 두 채를 직격으로 강타했다. 이로 인해 민간인 25명(아동 10명, 남성 9명, 여성 6명)이 숨졌다. 여성 중 1명은 임신 8개월이었다. 그 외 최소 17명이 다쳤다. 이 공격으로 두 집이 완전히 파괴되었고, 인근 주택 세 곳도 심하게 훼손되었고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슬람 하브(Islam Harb, 30세)는 이 공격으로 4명의 자녀 중 3명―다섯 살 쌍둥이 여아 주드(Jude)와 마리아(Maria), 생후 6개월 된 아들 암마르(Ammar)―을 잃었다. 이슬람은 공격을 당했던 끔찍했던 순간을 다음과 같이 국제앰네스티에 설명했다.

엄청난 폭발 소리가 들렸습니다. 뭔가를 본 기억은 없습니다. 다만 엄청나게 큰 폭발음을 듣고 의식을 잃었습니다. 깨어나보니 병원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기억나는 것은 아이들이 어떻게 됐는지 물어봤던 것입니다. 네 살 된 레엔(Leen)만 살아남았습니다. 우리 가족은 며칠 동안 잔해 속에서 남은 시신을 수습하려 애썼습니다. 폭발의 위력 때문에 (스물다섯 살인) 남동생 칼릴(Khalil)은 200미터나 떨어진 곳에서 산산조각 난 시신으로 발견되었습니다. 제 아이들의 조그만 몸이 갈기갈기 찢겨 있었습니다.”

이슬람은 국제앰네스티에 말하길, 그의 가족들은 왜 자신들의 집이 공격을 당했는지 전혀 모르며, 공격에 대한 사전 경고도 전혀 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의 어머니 이나암(Inaam, 52세), 여동생 아비르(Abir, 23세)와 나즈와(Najwa, 26세), 남동생 모하메드 알-하디(Mohammed Al-Hadi, 22세)와 제인 알-아비딘(Zein Al-Abidine, 15세)도 공격 당시 목숨을 잃었다.

이슬람에 따르면, 그의 가족은 이스라엘 군의 명령에 따라 가자 시를 떠나라는 강요를 받고 피난 온 친척들을 데리고 있었다. 이슬람은 가까운 친척인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잘 알고 있었고, 정치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생존한 누나 아흘람 하브(Ahlam Harb, 34세)는 당시의 타격으로 손가락을 절단해야 했다. 아흘람은 국제앰네스티에 이렇게 말했다.

제가 이렇게 살아서 여러분께 말하고 있는 것이 기적입니다. 통증이 멈추질 않아요. 특히 폐가 아파서 지금도 숨쉬기가 힘들어요… 저는 어머니를 잃었습니다. 여동생 나즈와와 그 남편, 그리고 그들의 아이들까지 모두 숨졌습니다. 제일 친했고 제게 가장 소중했던 여동생 아비르도 죽었습니다. 아비르를 잃고 마치 제 허리가 끊어진 것 같았습니다. 남동생 모하메드 알-하디는 머리카락을 보고서야 겨우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남동생 칼릴은 그의 손 말고는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었습니다… 제 아이들은 잔해 밑에서 살아 있는 상태로 구조되었습니다.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 지금도 살아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아흘람의 여동생 아비르는 지난 2022년 8월, 가자지구에서 3일간 이스라엘의 공습이 벌어졌던 당시 이스라엘 폭격으로 약혼자와 그의 어머니가 숨진 뒤, 국제앰네스티와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목격자의 증언과 현장에서 수집한 증거 사진을 종합하면, 하브씨 가족 집 두 채는 한 번 이상 타격을 입었으며, 그 결과 최소 두 곳의 폭탄 구멍이 생겼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 사건에 관해 어떠한 설명도 제공하지 않았다.

국제앰네스티는 두 차례에 걸쳐 공격 현장을 방문해 공격 당시 죽거나 다친 사람들의 목록을 검토했다. 조사 결과, 해당 지역에 군사 목표물은 전혀 없었고, 공격 당시 건물 안에 있었던 사람 중 누구도 합법적인 군사 표적이 아니었다. 이로써 하브씨 가족의 주택 두 채에 대한 공격은 민간인 및 민간 목표에 대한 직접 공격이므로 전쟁 범죄로 보고 조사해야 한다는 심각한 우려가 제기된다.

 

위 위성 이미지는 2023년 12월 6일 라파의 건물을 보여준다(왼쪽). 2023년 12월 24일(오른쪽) 이미지에는 건물이 손상되고 파괴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안전을 찾아 라파에 갔습니다”: 셰하다씨 가족을 덮친 공격

12월 14일 오전 11시 45분경, 라파 내 브라질(Brazil) 동네에서 압달라 셰하다(Abdallah Shehada)가 소유한 3층 주택이 이스라엘의 공습을 맞아 완전히 파괴되었다. 이로 인해 69세의 은퇴한 외과의사이자 아부 유세프 알-나자르 병원의 前 원장이 죽임을 당했고, 민간인 최소 29명(아동 11명, 남성 7명, 여성 11명)이 숨졌다. 그 외 10명이 다쳤다.

이 공격의 최고령 희생자는 피난 와 있던 86세 남성 함디 아부 다프(Hamdi Abu Daff)였으며, 최연소 희생자는 생후 3개월 된 아일라 나스만(Ayla Nasman)이었다.

압달라 셰하다의 아들이자 칸 유니스(Khan Younis)에 있는 유럽 병원(European Hospital)의 외과의사인 유세프(Yousef, 36세)도 IT를 공부하던 남동생 야히아(Yahia, 29세)를 잃었다. 유세프는 공격 한 시간 전에 집을 나섰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곳은 사람들을 돕는 데 한평생을 바친 한 의사의 집이었고, 피난 온 사람들이 피난처 삼아 머물던 집이었습니다… 우리는 며칠 동안 잔해 속에서 시신을 수습하려고 애썼습니다. 그들은 그저 안전하게 머물길 바라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우리는 그 건물에 머물던 사람들이 누구인지 다 압니다.”

외과의사 압달라 셰하다와 그의 아들 야히아 셰하다

건물에 머물던 피난민 중 최소 2명은 이스라엘에서 일할 수 있는 허가증도 가지고 있었다. 다시 말해 이스라엘 당국으로부터 엄격한 심사를 받았던 사람들이었다.

물리치료사인 아흐마드 나스만(Ahmad Nasman, 30세)은 같은 물리치료사인 아내 오울라(Oula, 29세)와 세 자녀 아르와(Arwa, 5세), 카람(Karam, 4세), 아일라(Ayla, 생후 3개월)를 잃었다. 그의 부모님 하싼(Hassan, 63세)과 오마야(Omaya, 58세)도 숨졌고, 여동생 아야(Aya, 28세) 역시 죽임을 당했다.

아흐마드는 국제앰네스티에 전하길, 그의 부모님이 압달라 셰하다의 집으로 거처를 옮긴 한 달 뒤에 자신도 11월 중순에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부모님을 따라갔다고 했다. 그들은 이른바 ‘인도주의 회랑’으로 불리던 경로를 따라 말이 이끄는 카트를 타고 가자 시에서 라파까지 힘든 여정을 떠났다. 아흐마드는 그 회랑을 ‘지옥의 회랑’이라고 표현했다. 이동 중에 겪은 시련은 아이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아이들은 이스라엘 군인들이 알몸 수색을 하는 것도 목격했다.

공습을 받은 당일, 아흐마드는 근처 시장에 있다가 폭발음을 듣고 서둘러 집으로 향했으나 집은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그는 “모든 것이 완전히 파괴되어 있었습니다… 잔해와 연기, 돌덩어리뿐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잔해 속에서 딸아이 아일라의 시신을 수습하는 데는 나흘이 걸렸다. 옷을 보고 겨우 아일라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섯 살 된 딸 아르와는 폭발로 인해 목이 베이고 말았다. 아흐마드는 “전쟁이 시작되자 저는 제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을 제 삶의 유일한 사명으로 여겼습니다. 집이 타격당했을 때 아이들과 함께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제 몸은 살아남았지만 제 영혼은 아이들과 함께 죽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잔해 밑에서 부서졌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생존자는 한쪽 다리가 부러진 채 잔해 밑에 깔려 한쪽 팔만 움직일 수 있는 상태로 근 여덟 시간을 버텼던 경험을 말해주었다. 그의 아내와 어린 아들은 공격 당시 목숨을 잃었다. 그는 국제앰네스티에 말하길, 장작에 빵을 구우려고 밖으로 나서 문 주변에 서 있던 중 갑자기 공중으로 튕겨올랐다가 벽에 부딪힌 뒤 의식을 잃었다고 했다.

저는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고 사람들에게 도와달라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저는 잔해 밑에 깔려 있었습니다… 매우, 매우 좁은 지하실 같은 곳에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저를 구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두 시간 동안 소리를 질렀는데 주변이 너무 시끄러웠습니다. 불도저가 내는 소음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타에르 알-하다드(Thaer al-Haddad, 27세)는 잔해 밑에서 즉시 구조되었지만, 그의 부모님 살라마(Salama, 48세)와 마이사라(Maysara, 47세), 아내 아야(Aya, 28세)는 공습 당시 목숨을 잃었다. 그는 국제앰네스티에 이렇게 말했다. 압달라 의사 선생님은 매우 신중한 분입니다. 그 건물에 있던 모든 사람이 그의 가족이거나 가까운 친구들이었죠… 우리는 안전한 곳을 찾아 라파로 간 겁니다. 남쪽이 더 안전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나스만씨네 아이들. 이중 다섯명의 아이는 살해되었다.

국제앰네스티의 조사 결과, 건물 내부나 주변에 군사적 표적이 있었다거나 그 건물이 군사 목표였다는 징후는 전혀 없었다. 따라서 이 공격 역시 민간인과 민간 목표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었다는 심각한 우려가 제기된다. 이스라엘군은 아직 이에 관련해 아무런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우리 모두 자고 있었습니다”: 주룹씨 가족

2023년 12월 19일 새벽 1시 30분경, 이스라엘의 공습이 라파 서부에 있던 오마르 주룹(Omar Zu’rub)의 2층짜리 집을 강타해 민간인 22명(아동 11명, 남성 7명, 여성 4명)이 숨졌다. 이 공격의 최고령 희생자는 오마르 주룹(75세)이었고, 최연소 희생자는 그의 종손녀인 알-아미라 아이샤(Al-Amira Aisha)로 당시 생후 3주가 채 되지 않아 출생 신고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집은 완전히 파괴되었고, 인근 주택 최소 3곳도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국제앰네스티는 부상자 최소 16명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목격자들에 따르면 그 외 수십 명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심각하게 훼손된 주택 중 한 곳에 최대 70명의 사람이 피신해 있었기 때문이다.

완전히 파괴된 주택 1층에 자고 있던 사람은 모두 숨졌다. 그들은 오마르 주룹(75세), 그의 아내 로와이다(Rowaida, 70세), 그들의 아들 마흐무드(Mahmoud, 36세)이다. 마흐무드의 아내 메르밧(Mervat, 35세)도 부부의 네 자녀 파라(Farah, 16세), 오마르(Omar, 14세), 모하메드(Mohammed, 13세), 디마(Dima, 1세)와 함께 목숨을 잃었다.

오마르 주룹의 또 다른 아들이자 공무원이었던 맘두흐(Mamdouh, 39세)는 그의 가족들과 함께 꼭대기 층에 머물고 있었다. 맘두흐는 얼마 전 16살이 된 딸 로우아(Roua)와 함께 숨졌다.

맘두흐의 아내 말락 알-샤에르(Malak Al-Shaer)는 가족들이 모두 자고 있었다고 국제앰네스티에 말했다. 말락은 잠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이 잔해 속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눈에 유리 조각, 유산탄 파편, 모래가 가득해서 눈을 뜰 수가 없었습니다. 전신이 잔해 밑에 깔려 있었고, 한쪽 발만 눈에 보였습니다. 구조대원들이 저를 꺼내기까지 20분 정도가 걸렸던 것 같습니다.”

말락은 얼굴을 포함해 몸에 심한 화상을 입고 유산탄 파편이 눈에 박혀 시력이 손상되었음에도 2주 뒤에 병원에서 퇴원 조치되었다. 가자의 보건 체계가 붕괴되어 남부 지역의 병원들은 버거운 상태였고, 장비도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피해를 입은 인근 주택 중 한 곳은 언론인 아델 주룹(Adel Zu’rub)이 소유한 2층 건물로, 알-라다아(Al-Lada’a) 가족 70여 명이 머물고 있었다. 그들은 작전 2주 차에 가자 시의 탈 알-하와(Tal Al-Hawa)를 탈출한 사람들이었다. 이날 공격으로 아델과 함께 알-라다아의 가족 중 9명이 목숨을 잃었다.

생존자 아레프 알-라다아(Aref Al-Lada’a, 52세)는 국제앰네스티에 이렇게 말했다. “벽, 돌덩이, 시멘트, 유리가 우리 위로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폭발의 위력 때문에 벽과 기둥이 마구 무너져 내렸습니다.”

폭격으로 집이 훼손된 모하메드 주룹은 가족들로 가득한 주거 지역에 폭격이 강타했다고 국제앰네스티에 말했다. 그는 “지금도 가끔 이 일이 진짜였는지 악몽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조카에게 딸이 있었는데 채 3주도 되지 않은 아기였고, 아들 역시 아직 2살도 안 된 아이였습니다… 이런 아이들의 몸이 잔해 밑에서 부서졌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겠습니까?” 라고 말했다.

국제앰네스티의 조사 결과, 직접 타격을 받은 집 안에 머물러 있던 사람 중 누구도 무장 세력과 연루되어 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또한, 집 내부나 인근에 군사적 목표가 있었다는 징후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로써 해당 공격은 민간인과 민간 목표에 대한 직접 공격이므로 전쟁 범죄로 보고 조사해야 한다는 심각한 우려가 제기된다. 이 공격에 대해 이스라엘은 아직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들은 모두 민간인입니다”: 노팔씨 가족에게 덮친 공격

2024년 1월 9일 밤 11시 직전, 이스라엘의 공격이 탈 알-술탄(Tal Al-Sultan)에 있는 노팔 가족의 5층 건물 최상층 2곳을 강타했다. 이 지역은 이스라엘 군이 피난민들에게 반복적으로 피신을 명령했던 피난처였다.

이 공격으로 민간인 18명(아동 10명, 남성 4명, 여성 4명)이 숨졌고, 최소 8명이 부상을 당했다. 사망자 중 16명은 노팔 가족 주택의 4층과 5층에 있었다. 다른 2명(남성 1명과 아동 1명)은 인근에 살던 아와달라(Awadallah) 가족이었고, 아연으로 지은 그들의 집은 노팔 가족의 집 잔해 아래서 무너져 내렸다.

1층에 사는 간호사 니달 노팔(Nidal Nofal, 47세)은 칸 유니스에 살던 친척들이 라파로 떠나라는 이스라엘 군의 지시에 따라 이곳으로 와 자신들과 함께 지내고 있었다고 국제앰네스티에 말했다.

“[이스라엘 점령군이] 보낸 지도는 탈 알-술탄이 안전한 동네에 속한다고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었습니다. 밤 11시가 되기 몇 분 전, 제 아들이 폭발 소리가 났다고 소리쳤습니다…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유리 파편이 사방으로 날아다니는 것이 보였습니다. 

국제앰네스티의 무기 전문가들은 잔해 속에서 수집한 무기 파편의 사진들을 조사한 후, 이 무기가 GBU-39 소구경 직격탄(Small Diameter Bomb, SDB)임을 식별해냈다. GBU-39 SDB는 작은 탄두를 가진 정밀 유도 무기로서, 건물의 최상층만을 겨냥해 훼손시켰다는 점을 잘 설명해준다. 이 무기는 미국 보잉사에서 제조된다.

다른 공격들과 마찬가지로, 이스라엘 당국은 이 공격을 단행한 이유를 제시하지 않았다. 국제앰네스티는 공격 목표였던 건물 최상층에 머물렀던 모든 사람의 명단 및 공격이 초래한 사망자와 부상자를 검토하는 등 조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건물에 있던 사람 중 그 누구도 합법적인 군사적 표적이었다는 징후를 찾지 못했다. 이는 당시 공격이 민간인과 민간 목표에 대한 직접 공격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한, 민간인 사상을 피하고자 모든 가능한 예방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데서 초래된 무차별 공격의 가능성도 보여준다.

에리카 게바라 로사스는 이렇게 말했다. “국제앰네스티의 조사는 이스라엘의 무자비하고 불법적인 가자 공격이 끔찍한 피해를 일으켰다는 명백한 증거를 제공한다. 이스라엘의 작전이 시작된 이후로 4개월 동안, 전례 없는 인도적 재앙 속에서 팔레스타인인 2만 8천여 명이 숨지고 6만여 명이 다쳤다. 끔찍한 수준의 사망과 파괴 수준을 고려할 때, 모든 국가는 집단 학살을 방지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할 명백한 의무가 있다. 그러나 몇몇 주요국은 분명하게 휴전을 요구하는 데 실패해 왔고, 오히려 이스라엘에 무기를 공급함으로써 전쟁 범죄를 계속 부채질하고 있다.”

“일부 희생자 가족들은 이러한 상실감 속에서도 정의로운 조치를 위한 분투만이 꿋꿋하게 버틸 힘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이스라엘 점령군이 저지른 국제법상의 전쟁 범죄 및 기타 범죄에 대한 오래된 불처벌을 해결하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국제형사재판소 검찰국이 모든  당사자들이 저지른 국제법상의 전쟁 범죄와 기타 범죄를 입증하는 증거에 대한 현행 조사를 시급히 진척시키는 것도 그러한 일 중 하나일 것이다.”


배경

위의 공격 4건 외에, 국제앰네스티는 2023년 10월 7일 이후로 이스라엘 점령군이 불법 공격을 자행해 민간인 사상자를 낸 다른 몇몇 예들을 기록했다. 무자비한 폭격이 일어나는 지금 가자지구는 전면봉쇄 되어 있고, 물과 식량에 대한 접근이 의도적으로 박탈되어 심각한 굶주림이 나타나고 기아의 위험이 급증하고 있으며, 다른 필수 기반 시설과 더불어 보건, 교육 시설들도 파괴된 상태다.

대규모 피난민이 잇따라 쇄도하면서 라파는 가자지구에서 가장 과밀한 지역이 되고 말았다. 현재 이곳에는 100만여 명(절대다수가 피난민)이 임시 천막과 학교 등 열악한 환경 속에 지내고 있다. 이 지역 인구는 공습 이전에 비해 5배로 늘었다. 이스라엘의 지상 작전은 갈 곳이 없는 피난민들, 그리고 이미 한계에 다다른 구호 체계 전체에 재앙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와 그 외 무장 단체들은 무차별 로켓을 발포하고, 이스라엘 남부로 전투원들을 보내 민간인 집단 살인과 인질 억류 등의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 이스라엘 당국에 따르면, 최소 1139명이 숨졌고, 200여 명(아동 33명 등 대다수가 민간인)이 하마스와 가자지구의 무장 단체들에 인질로 붙잡혔다. 12월 1일까지 하마스와 가자지구의 무장 단체들에 붙잡혀 있던 인질 113명이 석방되었고,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되어 있던 팔레스타인 억류자 및 수감자 240명이 석방되었다. 이는 11월 24일에 시작되어 12월 1일에 종료된 ‘인도주의적 교전 중단’ 기간에 이루어진 합의 내용의 일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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