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칼럼

언론의날을 맞아, “칼보다 강한 펜이 되게 하려면”

신하영,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회원

들어가며: 5.3 세계 언론자유의 날을 맞이하며

오늘 5월3일은 세계 언론자유의 날이다. 1993년 제정된 이 날은 언론의 독립성과 언론인의 안전,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한 날이다. 23년이 지난 2016년 ‘국경없는 기자회’(RSF)가 발표한 ‘2016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은 전체 조사대상 180개국 중 66위를 기록했다. 지난 2008년과 비교해 열 계단이나 후퇴했다.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Freedom House)[1]의 ‘2016년 언론자유 보고서’에서도 한국은 199개 국가 중에서 66위였다. 한국은 6년째 언론의 자유가 제한된, ‘부분적 언론 자유국’으로 분류된다. 언론의 자유(Freedom of press)는 곧 한 국가의 표현의 자유(Freedom of speech)를 대표한다. 언론이 부분적 자유만 보장받는 나라라면, 국민의 눈과 귀가 가로막히고 입이 봉해지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언론으로 밝혀지는 진실과 인권의 실현

지난 2016년 2월, 제88회 미국 아카데미 영화 시상식에서 <스포트라이트>라는 영화가 각본상과 작품상을 수상했다. 평론가들은 2015-16년 명감독의 수작들 중에서 이 영화가 가지는 의미에 주목하며 작품상 수상을 납득했다. 영화 <스포트라이트>에서는 당연히 말해져야 하는, 그러나 은폐되었던 진실을 밝히는 끈질긴 탐사보도의 ‘과정’을 다룬다. 교구 사제의 아동성추행이 어떤 처벌도 받지 않은 채 거대 종교 권력의 뒤로 숨어 오히려 보호받았다는 사실. 피해자도, 변호인도, 목격자(이러한 가톨릭 사제들의 성도착증을 목격하고, 추적조사를 해 온 심리상담사도 존재했다)가 존재하지만 외압에 의해 묻혔다. 첫 사건이 발생한 80년대 중반부터 2002년까지 30년 동안 묻힌 사건은 지역 신문사 탐사보도팀을 통해 마침내 수면 위로 나오고 변화가 일어났다.

영화 중 기자 마이크가 “우리 아이들 중 누구라도 그들(아동성추행 피해자들)이 될 수 있었어!”라며 울분을 토하는 장면.

영화 <스포트라이트> 중 기자 마이크가 “우리 아이들 중 누구라도 그들(아동성추행 피해자들)이 될 수 있었어!”라며 울분을 토하는 장면.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 언론이 진실을 추구하는 과정을 통해 유린된 인권이 어떻게 회복될 수 있는지가 발견할 수 있다. 인권탄압의 피해자들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이런 ‘들어주는 귀’이며, 상처입고 다양한 경로와 방법을 모르는 이들 대신 ‘말하는 입’이다. 언론인들은 그래서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한 인권의 수호자가 될 수 있고, 또 그 역할을 기대받는다.

국제앰네스티 언론‘상’을 주는 이유

그래서 국제앰네스티는 해마다 ‘앰네스티 언론상’을 수여한다. 국제앰네스티는 언론보도 활동을 인권 침해의 현장을 가장 생생히 담을 수 있는 활동으로 보고, 세계 인권 증진을 위해 가장 중요한 활동 중의 하나라고 규정하고 있다.[2] 1997년 제정된 국제앰네스티 언론상은 인권 의식 정착에 공헌한 언론계 인사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현재까지 18회에 이르는 동안 한국에서는 78개의 언론상이 언론사와 프로그램, 언론인에게 수여되었다. 이들 중에는 군대내 가혹행위, 소년원 내 인권유린, 환경미화원 인권침해 등 일반 대중이 접하기 힘든 사각지대의 인권 상황을 다룬 경우가 많았다(SBS 8시뉴스 – 윤일병 사망사건 주범, 군교도소 내 가혹행위, 김종원 기자[18회], KBS <뉴스9> ‘육군 28사단 윤일병 폭행 사망 사건’ 관련 연속 단독 보도[17회], MBC 시사매거진2580『믿기지 않는 구타』『공포의 집합』『소년원, 그곳의 도가니』[14회]. CBS 『환경미화원 인권보고서: 쥐들과 함께 살고 화장실에서 밥 먹는 그녀들』[13회]). 또한 사형제도, 수사권의 남용, 민간인 불법사찰 등 집권 정부의 탄압과 대중의 비난을 비롯한 다수의 외압을 마주해야만 하는 외로운 싸움들도 있었다(경향신문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특종·기획보도』[13회], KBS <추적60분>『나는 억울하다’ 검찰수사 피해자들의 절규』[15회], [특별상] 영화『집행자』[12회]).

언론이 인권침해의 진실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은 사실 언론의 제일되는 기능을 구현하는 아주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앰네스티 언론상의 수여는 인권침해를 보도하는 언론인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과 동시에 이러한 보도를 탄압하는 권력을 향해 “우리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가며: 칼보다 강한 펜이 되게 하려면

“펜은 칼보다 강하다”(The pen is mightier than the sword)는 에드워드 리턴의 말은 언론의 영향력을 체감하게 한다. 영화 속에서 스포트라이트팀이 마주하는 외압은 펜을 꺾으려 드는 다양한 칼의 모습을 보여준다. 가톨릭 주교의 부드럽지만 섬뜩할 만큼 강력한 압박은 강력한 종교계의 외압을 대표하고, 팀장인 월터가 지역의 유지들에게서 지역의 명성을 명분으로 취재를 멈출 것을 강요받는 것은 기득권의 압력을 나타내고 나아가 피해자들의 소극적이거나 회피적인 태도는 취재원을 확보하기 힘든 현실을 드러낸다. 칼은 외부에만 있지 않다. 팀원인 샤샤는 가톨릭 가풍에서 자랐기 때문에, 가톨릭의 추문을 고발하면서 가족에게 상처를 주는 데서 고통을 느낀다. 보스턴 토박이인 팀장 마이클은 자신이 사랑하는 커뮤니티로부터 고독과 소외감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인이 해야할 일을 할 수 있을 때 더욱 날카로운 펜이 되고 칼을 이기는 힘을 가진다.

[1] 출처: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 보도자료, “정당 10대 핵심공약 분석”프리덤 하우스(Freedom House)는 워싱턴 D.C.에 위치한 비정부 기구로, 민주주의, 정치적 자유, 인권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1980년부터 세계 각국의 언론자유도를 수치화하여 발표하고 있다. 친공화당 단체로 알려져 있다, (출처: http://freedomhouse.org/ 단체소개글 번역)

[2] 출처: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홈페이지. (http://amnesty.presscat.kr/ai-media/media-awa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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