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국제앰네스티는2024년 5월 8일 이스라엘 당국이 적절한 협의나 보상도 없이 네게브/나캅 지역의 미승인 팔레스타인인/베두인족 마을에 있는 가옥 47채를 철거한 것은 이스라엘의 아파르트헤이트 체제를 시급히 해체해야 할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2019년 이스라엘 내무부 산하 도시개발 당국은 남쪽으로 향하는 6번 고속도로를 연장할 목적으로 팔레스타인 와디 알-칼릴Wadi al-Khalil 내 아부 아싸Abu Assa 마을에 철거 명령을 내렸다.
이번 철거로 와디 알-칼릴 주민 300여 명이 강제퇴거에 내몰렸는데 이는 2010년 알-아라킵Al-Araqib 마을 철거 이후, 단일 작업으로는 최대치에 달한다. 와디 알-칼릴은 도시 개발이라는 명목 아래 강제퇴거를 당할 위험에 처한 9개 미승인 마을 중 한 곳이다.
헤바 모라예프Heba Morayef 국제앰네스티 중동 북아프리카 국장은 이렇게 말했다. “악명 높은 요아브Yoav 대대 및 국경경비대 등 초군사화된 경찰 대대가 와디 알-칼릴에 몰아닥쳐 불도저로 집을 부수고 주민들의 살림살이를 몰수했다. 이는 이스라엘에 사는 팔레스타인인 시민들, 특히 네게브/나캅에 거주하는 주민들에 대한 이스라엘 당국의 잔혹함과 계속되는 불의와 인권 침해를 또 한번 보여주는 소름 끼치는 모습이다.”
“이스라엘 당국, 특히 베두인족 개발정착 관리 당국은 기획과 기반시설 개발 및 토지 접근성을 놓고 포용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현지 공동체들과 의미 있는 협의를 진행하는 대신, 계속해서 도시 개발을 도구 삼아 베두인족을 추방하고, 이들의 권리를 박탈하고, 이들을 점점 더 작은 땅덩어리 안에 밀어 넣고 있다. 이는 이스라엘의 아파르트헤이트 체제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다.
당국은 모든 강제퇴거를 즉시 멈추고, 피해 주민들에게 효과적인 구제책을 보장하며, 집을 잃은 사람들에게 적절한 주거지를 마련해주어야 한다.”
이번 철거 작업에 참여한 대대 중 하나인 요아브 경찰 대대는 ‘법을 집행’하고 네게브/나캅의 베두인족 지역에서 미승인 건축을 중단시킨다는 목표를 내걸고 2011년에 꾸려진 조직이다.
9일 이른 아침에 집을 철거당한 와디 알-칼릴 주민 자브르 아부 아싸Jabr Abu Assa는 국제앰네스티에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이 계획을 멈출 수 없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저항한다 해도 6번 고속도로는 우리 몸을 밟고 지나갈 테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당국에 공평하고 정당한 대안을 요구했습니다. 우리가 평화롭고 존엄하게 살아갈 만한 곳으로 이주시켜 달라고 했죠. 우리가 제안한 곳은 탈 알-사베 Tall al-Sabe에 있는 음탈라Mtalla 마을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움 알-바틴Um al-Batin 이라는 인근 마을의 한 동네로 가는 것뿐이었어요. 그런데 그곳 주민들은 우리가 있을 만한 여유 공간이 없다면서 우리를 반기지 않다고 이미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이스라엘 당국은) 우리와 그들이 서로 맞서도록 하는 것이죠. 이미 그곳 주민들에게도 충분치 않은 희박한 자원을 놓고 우리와 그들이 다투라고 강요하는 겁니다.”
아부 아싸는 자신을 포함해 집이나 그 외 구조물을 철거당한 주민 중에서 어떤 형태로든 보상을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지난해 12월 31일, 이스라엘 대법원은 움 알-바틴으로의 강제이주에 반대하는 와디 알-칼릴 주민들의 항소를 기각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베두인족 공동체에 대한 지배와 억압을 강화하는 데 기여해온 정부 기관인 ‘베두인족 개발정착 관리 당국’이 주민들의 이주 장소를 정하도록 허락했다.
네게브/나캅 출신의 지역사회 활동가인 후세인 알-라바야아Hussein al-Rabaya’a는 국제앰네스티에 이렇게 말했다. “여기서는 선택지가 없습니다. 그들은 우리를 인정하기를 거부하고 쫓아내기로 한 뒤, 우리가 갈 곳을 결정해버리죠. 만약 우리가 항의하고 공정한 대안을 요구하면, 우리에게는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고 말합니다.”
와디 알-칼릴에서 가옥을 철거당한 또 다른 주민은 앰네스티에 이렇게 말했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움 알-바틴에서는 우리를 환영하지 않으니 그리로는 갈 수 없어요. 알-아라킵 주민들이 했던 대로 해야겠죠. 불도저로 부서진 주택 잔해 위에다 텐트를 쳐야 할 거예요. 다른 선택지가 없어요.”
와디 알-칼릴 철거는 이스라엘 지방 법원이 라스 즈라바Ras Jrabah의 미승인 마을을 강제퇴거해 인근의 유대인 도시 디모나Dimona를 확장하기 위한 길을 내도록 승인한 뒤 1년도 채 되지 않아 이루어졌다. 라스 즈라바 주민들은 마을 철거에 맞서 지금도 법적 싸움을 벌이고 있다.
헤바 모라예프는 이렇게 말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이 공동체들이 처한 조직적 차별과 억압을 종식해야 하며, 그 일환으로 강제퇴거와 가옥 철거 정책을 폐지해야 한다. 그러한 정책들을 펴기보다는 그 마을들을 인정하고, 기획 과정에서부터 그 공동체들을 추방하려는 목적을 띤 모든 법과 정책 및 관행을 폐지해야 한다.”
배경
이스라엘 당국은 수년간 네게브/나캅 지역의 베두인족 공동체를 이주, 분리시킬 목적으로 수많은 구실을 내세웠다. 산업지대 구축을 위한 고속도로 확장, 유대 민족 기금Jewish National Fund을 위한 숲 조성, 군사지대 지정 등이 그 예다.
이스라엘의 아파르트헤이트 체제를 다룬 국제앰네스티의 2022년 보고서는, 이스라엘의 차별적인 법률이 유대계 이스라엘인들을 위한 토지와 자원을 극대화하고자 이스라엘 및 팔레스타인 점령지역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을 희생시키는 방향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구역을 지정한 방법들을 폭로한다.
관련 글
- 보도자료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170여 개 시민단체와 “HD현대는 이스라엘 전쟁범죄와의 연결고리를 끊어라” 촉구하는 기자회견 개최 2024.03.28
- 보도자료 [보도자료] 국제앰네스티 외 12개 시민단체, “HD현대건설기계는 이스라엘 전쟁범죄와의 연결고리를 즉각 끊어내라” 기자회견 개최 2023.03.28
- 보도자료 국제앰네스티, 현대건설기계에 이스라엘 점령 지역 팔레스타인 마사페르 야타에서 자행되는 전쟁범죄와의 연결고리를 끊어낼 것 촉구 2023.03.16
- 링크 Israel/OPT: Over 300 Palestinian-Bedouin face forced evictions following mass home demolitions in Negev/Naqab
-
보도자료 |
2024.03.28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170여 개 시민단체와 “HD현대는 이스라엘 전쟁범죄와의 연결고리를 끊어라” 촉구하는 기자회견 개최
-
보도자료 |
2023.03.28
[보도자료] 국제앰네스티 외 12개 시민단체, “HD현대건설기계는 이스라엘 전쟁범죄와의 연결고리를 즉각 끊어내라” 기자회견 개최
-
보도자료 |
2023.03.16
국제앰네스티, 현대건설기계에 이스라엘 점령 지역 팔레스타인 마사페르 야타에서 자행되는 전쟁범죄와의 연결고리를 끊어낼 것 촉구
-
링크 |
Israel/OPT: Over 300 Palestinian-Bedouin face forced evictions following mass home demolitions in Negev/Naq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