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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살인을 반대하는 인권을 위한 살인피해자 가족모임

2010년 6월 21일(월) 조계사에서 <인권을 위한 살인피해자 가족모임 초청강연>이 있었습니다.

미국에 있는 이 단체는 Murder Victims’ Families for Human Rights (이하 MVFHR) 라는 이름으로 2004년 세계인권선언의 날 창립되었고사형제도에 반대하는 살인피해자 가족들과 사형을 당한 이들의 가족들이 모여 대중을 향해 사형반대를 외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살인피해자 가족들과 사형을 당한 이들의 가족은 다른 맥락에 있고, 당연히 다른 입장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권을 위한 살인피해자 가족모임 버드 웰시 (Bud Welch) 이사장은 그의 경험을 전달하며 그들은 가족을 잃은 슬픔으로 같은 감정을 함께 느끼는 사람이라고 두 부류를 연결지었습니다.

“사람을 인간적으로 죽이는 방법이 있을까요?”- 토시 카자마

 

“과연 사람을 인간적으로 죽이는 방법이 있을까요?”

그는 피해자 가족은 지독한 증오심으로도 직접 가해자에게 총을 겨누어 쏠 수 없다는 것이 사형제도의 현실

이라고 말합니다. 그들조차 행하지 못하는 일을 진정 옳은 일이라 생각하며 다른 살인을 하는 사형집행자들은

얼마나 힘이 들고 피할 수 없는 죄책감에 시달려야 하는지 다시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쌀 한 톨의 무게- 홍순관

 

그리고 이어진 홍순관씨의 무대 “생명을 노래하다”가있었습니다. 그는 <쌀 한 톨의 무게>라는 노래를부르며 쌀 한 톨, 사람, 살인피해자 가족, 집행을 앞둔 사형수 그리고 마음의 무게는 얼마인지를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지구라는 땅에 붙어 있는 이 모든 것들은 결국 우주의 무게, 즉 “하나의 무게”라는 것을 알려 주는 무대였습니다.

 

비 온 뒤 맑게 개인 하늘

 

 

공지영 작가의 사회로 MVFHR 이사장 버드 웰시(Bud Welch), MVFHR 회원 로버트컬리(Robert Curley), 그리고 김기은 할머님과의 대담이 시작되었습니다. 대담에 참여한 세 분은 모두 살해당한 자녀를 가슴에 묻고 솔직한 마음을 저희에게 털어 놓았습니다.

버드 웰시- “Can you cry?”

버드 웰시는 그의 딸을 포함한 167명을 폭탄으로 살해한 남자의 아버지, 빌 맥베일을 만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웰시는 살인피해자의 가족으로서 맥베일은 가해자, 사형수의 가족으로서 만난 것이지만, 그들은 자녀의 아버지였습니다. 죽음을 직면한 자녀들을 함께 가슴에 묻는 같은 아버지임을 안 웰시는 그를 원망 할 수도 없었습니다.

빌 맥베일이 웰시에게 던진 “당신은 울 수 있나요? (Can you cry?)” 라는 질문은 실제로 눈물을 흘릴 수 조차 없었던 사형수의 아버지의 비참함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함께 흐느끼며 그들은 같은 공간을 살아가는 사람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들은 또 다른 살인인 사형은 일어나면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고, 사형을 자초하는 살인도 방지되어야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사형수들은 빈곤해서 좋은 변호사를 구할 수 없는 형편이고,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여 보장받아야 할 인권에 대해 알지 못했습니다.그리고 가장 중요한 그들의 공통점은 애정결핍이었습니다.

주위에서 조금만 그 사람들을 이해해주고 보듬어줬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건들이 있습니다.

보살핌과 사랑을 알지 못해 저지른 그들의 행동은 무심코 그들을 무시한 저의 탓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피해자가족은 많은 세월을 삶을 포기한 사람같이 방황하면서 “용서”라는 것은 가해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가해자가 사형을 당해도 달라진 것은 없었고, 술로든 담배로든 계속해서 무너져만 가는 자신의 몸을 지켜낼 수 있는건 용서를 할 수 있는 용기였습니다.

살인피해자 가족으로서 사형폐지운동을 하는데에 지장이 없었냐는 질문에 두 갈래의 답변이 나왔습니다.

미국에 있는 로버트 컬리는 사람마다 각자 다른 의견이 있고 서로 그것을 존중해주며 살아간다고 한 반면에 김기은 할머님은 그에 대해 표현도 하지 못했다고 하셨습니다. 여기서 아시안권의 살인피해자 가족은 그들의 이야기를 대중에게 하지 않고 그들의 가슴 속 상처는 더욱더 곪아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MVFHR 대표단은 한국에는 서로 마음을 비울 수 있는 용기와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는 것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비 온 뒤 맑게 개인 하늘이라는 뜻의 한국단체 ‘해밀’은 김기은 할머님과 같은 사람들이 모여 슬픔과 행복을 함께 나누는 곳입니다. 이러한 단체가 늘어나 대중들에게 살인피해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살인인 사형은 필요하지 않다고 외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모든 사람들이 서로를 치유해 가며 마음의 건강을 찾길 간절히 바랍니다.

 

 

인권을 위한 살인피해자 가족모임 소개

Murder Victim’s Families for Human Rights

사형제도에 반대하는 살인피해자의 가족들과 사형을 당한 이들의 가족들이 모여 설립한 단체입니다. 보통 살인피해자의 가족들은 사형제도를 옹호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사형을 반대하는 일은 종종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외면하는 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단체의 회원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통해서 사형제도가 피해자 가족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에도, 피해자의 정의회복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피해자들을 위하는 것은 또 다른 살인인 사형이 아니라 폭력적인 범죄의 예방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인권을 위한 살인피해자 가족모임은 2004년 세계인권선언의 날에 창립되어 강연, 조사 및 연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형반대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은 세계 곳곳을 방문하여 살인피해자 가족들을 만나고, 대중을 향해 한 목소리로 외칩니다.

“또 다른 살인(사형)은 이제 그만!” “No More Killing”

2010년 여름, 이 단체의 대표단은 아직 법률로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대만, 한국, 일본을 돌며 가족을 잃은 슬픔을 딛고 인권의 이름으로 사형제도에 반대하는 활동에 나서게 된 자신들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번 한국 방문기간에는 한국의 살인피해자 가족들과 만남을 가지고 정부 주요 기관을 방문해 피해자 지원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과 사형제도 폐지 등의 주제에 관한 입장을 전달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벌였습니다.

버드 웰시 (Bud Welch) / 인권을 위한 살인피해자 가족모임 이사장

버드 웰시는 1995년 미국 전역을 충격에 휩싸이게 했던 오클라호마 연방청사 폭파 사건으로 딸 줄리 매리

(Julie Marie)를 잃었다. 줄리가 살해된 당시 그는 가해자를 사형시키는 것이 마땅한 처벌이라고 생각했지

만, 몇 달 후 가해자의 사형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후 버드 웰시는 폭파 사

건 주모자의 사형 판결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제까지 미국의 주 의회와 유럽 의회, 대

학교, 종교 단체 등에서 자신의 경험을 증언하며 적극적으로 사형폐지운동을 하고 있다. 버드 웰시는 미국

사형폐지연대와 오클라호마 추모 재단의 이사회에서도 활동한 경험이 있다.

로버트 컬리 (Robert Curley) / 인권을 위한 살인피해자 가족모임 회원

로버트는1997년 메사추세츠에서 당시 10살이었던 아들 제프리 컬리(Jeffrey Curley)를 살인사건으로 잃

었다. 제프리가 살해되었을 때 그는 제프리를 죽인 가해자들이 죽기를 바랬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형제도

의 문제점을 알게 되었고 마음을 바꾸게 되었다. 로버트 컬리는 현재 아동 성범죄 예방을 위해 활발하게 활

동하고 있으며, 2007년에는 사형제도 재도입을 추진하던 메사추세츠 의회에서 이에 반대하는 증언을 하

는 등 사형폐지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토시 카자마 (Toshi Kazama) / 인권을 위한 살인피해자 가족모임 이사

토시 카자마는 사형수로 살고 있는 아동들의 사진을 통해 사형제도 폐지의 시급함을 일깨워주고 있는 사진

가이다. 현재는 인권을 위한 살인피해자 가족모임의 회원들과 함께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아동 사형수들의

사진을 보여주고 사진을 찍었을 때 자신의 경험을 나누어주고 있다. 그가 사형제도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

유는 사형제도가 근본적으로 불평등하게 적용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남재형 /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8기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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