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지난 9월 24일부터 28일까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도시 ‘광주광역시’에서 방방곡곡(((나는 존엄하다))) 캠페인을 펼쳤습니다. 그 동안 서울에 집중되는 캠페인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하고 많은 시민들을 만나보자는 것이 이번 캠페인의 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준비하는 내내 ‘민주화의 역사를 간직한 도시이니 사람들도 인권에 관심 많을거야’라는 기대감과 ‘한국문제도 복잡한데… 과연 국제문제에 관심 있을까?’라는 걱정의 감정이 뒤섞여 광주로 출발하기 직전까지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습니다. 과연 광주 시민들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세르비아는 잘 모르지만 집이 중요한지는 알제~!
이번 방방곡곡(((나는 존엄하다))) 캠페인의 주제는 “집도 인권입니다” 였습니다. 세르비아에 살고 있는 로마족이 아무런 보호조치나 보상도 없이 집에서 강제퇴거되면서 인권을 침해당하고 있으니 서명으로 이들의 인권을 보장해 달라는 내용이 캠페인의 주요 골자였습니다.
지구 반대편의 유럽의 작은 국가 ‘세르비아?’
우리가 흔히 집시(Gypsi)라고 만 알려져 있는 유럽의 소수민족 ‘로마족??’
집에서 쫓겨난다는 의미는 알지만 일상생활에서 잘 쓰지 않는 ‘강제퇴거???’
캠페인의 핵심단어부터 너무나 생소한 내용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 끝에 세르비아 사람들의 현 상황을 보여주는 사진전을 준비했습니다.
8장의 사진 속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사회에서 소외되고 차별에 시달리는 우리(로마족)가 주로 거주하는 곳은 외진 숲이나 쓰레기장입니다.
별볼일 없는 천막에 불과하지만 손수 지은 소중한 집이죠.. 우리는 그 집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났습니다. 아파트가 들어선다는데 정확한 이유는 아직도 모릅니다. 정부가 마을을 떠나라며 우리에게 준 시간은 고작 24시간 이었습니다. 시간이 다되자 짐을 쌀 틈도 없이 불도저로 마을을 밀어버립디다.. 불도저가 지나간 자리에 어른들은 건질 수 있는 물건을 찾아 짐을 싸고, 아이들은 두려움에 떨며 하루 종일 밖에서 발을 동동거렸습니다. 허름한 천막 하나 무너졌을 뿐일지 모르지만 나는 내 삶의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당신에게 묻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계속 이 아픔을 겪어야 하나요? 단지 가난한 로마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실 사진 속 사람들은 피부색만 달랐지 사실 70~80년대 각종 도시개발 과정에서 외곽으로, 외곽으로 밀려난 우리나라 도시 서민이 겪었던 철거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무자비한 폭력, 협의 없는 철거 등, 너무나 같은 행태가 놀라울 뿐입니다.
갈 길이 바쁜 터미널에서도, 젊음의 활력으로 가득한 거리, 충장로에서도 시민들은 사진 앞에 가던길을 잠시 멈춰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캠페이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흔쾌히 서명에 동참해 주셨습니다.
캠페인이 한창이던 25일 오후 서명부스로 한 중년여성이 중학생 딸과 함께 말없이 다가와 서명용지를 찾았습니다. 캠페인 설명을 드리려는데 그 여성분은 조용히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사진을 보니까 알겠더라구요. 내가 무슨 일에 서명을 해야 하는지…… 어디다 서명하면 되죠?”
순간 오랜시간 설명하느라 지쳐있던 우리 모두는 ‘우리의 메시지가 통했다!’라는 생각에 마음이 뭉클해졌습니다. 이래서 계속 지치지 않고 캠페인 해야 하는 것이겠죠?
회원들의 활약상 : 광주거리를 누비다
이틀간 이어진 서명캠페인은 서울부터 광주까지 함께한 정은주 회원님과 광주 회원이신 김은회원님의 활약이 돋보였습니다. 이번에 앰네스티 캠페인에 처음 참여한다는 정은주 회원님은 다정다감한 목소리로 거리에서 사람들과 대화하며 서명을 받았고, 김은 회원님은 이전 36그룹의 활동을 해왔던 베테랑 회원으로 구수한 광주 사투리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앰네스티를 소개했습니다.
<김은 회원님(왼)과 정은주 회원님(오)의 활약! >
김은 회원님은 교사로서 충장로를 지나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이런 것을 젊은 사람들이 안하면 누가 한다냐~”라며 젊은 분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했고, 특히 근처 충장서림에 저자사인회를 왔던 정몽준 국회의원에게까지 세르비아의 상황을 설명하며 서명을 받아내는 열정을 보여주셨습니다. 또한 이 날 세르비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강제퇴거를 중단하기 위한 서명과 함께 한국의 강제퇴거 금지법 제정을위한 1만인 서명을 함께 받았습니다.(noeviction.net 확인하기) 캠페인 기간에만 모인 서명의 숫자가 세르비아건 1143건, 한국의 법제정 서명 767건을 받는 성과가 있었답니다.
오늘 세르비아로 서명을 발송했습니다. 세르비아의 강제퇴거가 멈췄다는 소식을 받을 일만 남았습니다!
노란풍선 휘날리며~
이날 캠페인의 마스코트는 노란 풍선이었습니다. 서명한 분들에게 (((나는 존엄하다)))라고 쓰여진 노란 풍선을 나눠드렸는데 사람들이 삼삼오오 거리에서 들고 다니는 노란 풍선이 이날 광주의 파란하늘과 대비되며 도드라졌습니다. 풍선을 들고 다니는 것 만으로도 (((나는 존엄하다)))라는 캠페인을 널리 알리는 심오한 뜻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그분들이 더 뿌듯하시겠죠?사진전과, 서명, 풍선이 한데 어우러졌던 광주 캠페인, 따가운 가을 햇볕에 얼굴은 검게 그을리고, 몸은 피곤했지만 지만, 광주시민들의 따뜻한 지지를 받으며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Again in Gwanju! 더 좋은 캠페인으로 다시 한번 찾아가고 싶은 도시, 바로 광주였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분들의 응원을 잊지 않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