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앰네스티는 시민들에게 인권상황을 알리고 동참을 호소하기 위해 거리에서 회원/지지자 모집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 변호사의 편지쓰기로 시작된 이 운동은 50년이 지난 오늘 전세계 300만 명이 넘는 회원들과 지지자, 활동가들이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300만’이란 숫자는 단순히 숫자가 아닙니다. 그 뒤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모아져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2006년부터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캠페인을 시작했고 이를 통해 인권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높이고 앰네스티를 알리며 회원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곧 창립 40주년을 맞는 한국지부는 한국사회에 인권의 가치가 일상화되기를 희망하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그 노력의 중심에는 거리회원모집캠페인이 있습니다.
세계의 거리들, 캠페이너들이 점령하다!
길을 걷다가 누군가 다가와서 “앰네스티를 아세요?”라고 묻는 광경은 광화문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호주 시드니에서, 미국 뉴욕에서, 페루의 리마에서… 앰네스티의 지부가 있는 지역이라면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거리의 캠페이너들이다. 1997년 호주에서 환경단체인 그린피스(Green Peace)를 시작으로 많은 단체들이 자신들의 미션을 소개하고 지지자를 모으기 위해 거리로 나왔으며 국제앰네스티 역시 이 움직임에 동참하였다. 물건을 파는 상인들로 가득하거나 아니면 사람들만 쌩쌩 지나다니는 차가운 도시의 거리에 캠페이너들의 등장은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들이 열정적으로 사회 이슈를 알리고 동참을 호소하는 것에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이 캠페인을 Face to Face(F2F) 캠페인이라고 부르는데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며 이야기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국제앰네스티는 2002년부터 호주지부와 유럽 지부들이 시작하여 지금은 대부분의 유럽과 미주지역에서 캠페인을 진행중이다. 2001년 150만 명이었던 회원과 지지자의 수가 현재 300만 명이 된 것은 적극적인 거리회원모집캠페인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해외지부의 F2F 캠페인>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매년 발간되는 국제앰네스티 연례보고서를 보면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국가들의 인권상황은 더디게 개선되고 있는 반면 상황의 악화는 너무 쉽게 여러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인권침해가 발견되었을 때 앰네스티는 파악을 위해 조사관을 파견하고 검증된 보고서를 발표하고, 전세계 회원들은 보고서에서 주장하는 권고사항들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진행한다. 전세계에 300만명이 넘는 회원과 지지자들이 있다고 하지만 전세계에 벌어지는 끔찍한 상황들에 다 대응을 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이것이 우리가 더 많은 사람들이 필요한 이유이다. 2010년 말부터 시작된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서의 민주화운동은 경이로울 정도로 신속히 퍼져나갔다. 당시 앰네스티는 평화적인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것에 대한 비판과 함께 새 정부들에 인권을 중요한 가치로 가져갈 것을 요구하였다. 하지만 단 2명의 조사관으로 효과적인 대응을 하기는 어려웠다. 국제사무국은 심지어 통신을 통제했던 국가들의 실제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중동지역에 나가있는 한국기업들을 연결시켜줄 수 있냐는 부탁을 한국지부에 하였다. 만약 한국지부가 더 많은 사람들과 연대하고 있었다면 또 중동지역에 앰네스티 회원들이 많았다면, 조사관이 좀더 많았었다면 상황파악은 좀더 수월했을 것이고 더 효과적으로 활동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런 아쉬움들을 경험하면서 앰네스티는 오늘도 거리에서 더 크게 외치고 있다. “인권활동에 관한 캠페인 중인데 잠시 시간 내주실 수 있나요?”세계인구의 13%를 차지하는 Global North1)에는 2010년 말 기준으로 국제앰네스티 전체 87%의 회원과 지지자가 있으며 전체 스텝의 84%가 활동하고 있다. 즉, 그밖의 국가들, Global South2)에는 국제앰네스티 전체 300만 명의 회원/지지자 중 13%만이 활동하고 있다는 말이다. 지난해 활동에 참여한 180만 명 중 아프리카와 중동, 북아프리카 지역의 회원/지지자들은 3만여 명밖에 되지 않았다.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Global North를 색칠해보라. 얼핏보면 인권침해가 심각한 지역과 아닌 지역을 나누었다고 생각될 것이다. 국제앰네스티에서는 회원과 지지자가 활동의 주체임을 고려할 때 Global South지역에 앰네스티의 활동이 미약할 것이라는 추측은 쉽게 할 수 있다. 인권침해가 심각한 곳, 앰네스티가 더 필요한 곳에 막상 앰네스티는 없다. 이 점을 내부적으로 문제점으로 받아들여 최근 Global South 지역의 인권운동 강화를 목표로 여러가지 사업이 진행중이다. 대부분의 Global South 국가들은 재정적 지원을 통해 인권운동을 하고 있다. 이들 국가중 경제적으로 좀더 나은 상황에 있는 국가들의 지부들은 재정 자립을 해야함과 동시에 다른 지역의 인권운동을 지원하도록 요구받고 있다. 한국은 이러한 요구를 가장 많이 받는 지부 중 하나이다. G20에 속한 한국이 해외원조에 더 적극적이 어야 한다는 주장과 비슷한 주장이다. 앰네스티 한국지부는 한국에서뿐 아니라 아시아에 ‘인권’을 이야기하기조차 어려운 국가들에서 인권활동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역할이 주어진 것이다.
앰네스티한국지부, 시민들을 찾아 거리로 나섰다
한국지부는 내년이면 창립 40주년을 맞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국제앰네스티’는 생소한 단체였다. 거기에다 ‘인권’이란 단어는 매우 정치적으로 해석되어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다가가기에 너무나 어려운 조직이 되어 있었다. 앰네스티의 이름이 알려지는 것은 우리의 목표가 아니다. 단, 우리가 요구하는 것을 정부에 주장할 때 앰네스티를 아느냐 모르느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단체를 알리는 것을 쉽게 생각하여 ‘TV광고 한번 내면 안 되나?’라고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앰네스티를 후원하고자 하는 기업은 까다로운 자격심사를 거쳐야하기 때문에 다른 단체들처럼 기업의 스폰서를 받아 광고를 하기 어렵다. 2005년, 1400명의 회원과 4명의 사무국원으로는 우리가 해야하는, 우리가 하고 싶은 활동을 다 할 수 없는 것을 인식하고 2005년 한국지부 총회에서 회원들은 시민들을 찾아 거리로 나서기로 결의하였다. 2005년 7월 25일, 4명의 캠페이너와 사무국원들은 강남역 근처에 배너를 세우고 책상을 펼쳤다. 설레는 마음과 걱정하는 마음으로 거리의 시민들에게 처음으로 말을 건네기 시작한지 5분이 채 안 되어 설명을 듣던 한분이 회원이 되었다. 지난 6년 동안 수십만 명의 시민들이 인권에 관한 소식을 접했고 그중 2만명 이상이 앰네스티의 회원이 되었다. 그때부터 오늘까지 거리의 캠페이너들은 앰네스티와 시민을 연결해주는 창이 되고 있다.
<한국지부의 F2F 캠페인>
우리는 거리의 캠페이너 : 인권에 대한 열정 나누기
F2F(Face to Face) 캠페인은 여러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다. 시민들과 소통하고 특정 캠페인에 대한 정보를 나눈다. 시민들에게 세계의 인권상황과 국제앰네스티를 알리고 국제앰네스티가 어떤 캠페인을 펼치고 있고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등을 홍보하는 것이다. 홍보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인권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나누기도 한다. 평소 인권에 관심이 많았으나 어떻게 활동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분들께는 활동방법들을 소개하고 앰네스티 회원이 되어 함께 활동하기를 권유한다. 캠페이너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세상을 꿈꾸며 스스로 사회 변화의 매개체가 되는 것이다. 앰네스티와 시민을 연결해주는 창 시민단체의 영향력을 가늠하는 척도는 얼마나 큰 목소리가 그로부터 나오느냐 하는 것이다. 어떤 단체가 집회를 한다고 할때, 10명이 하는 것과 100명이 하는 것은 분명 다르다. 인권침해 가해자가 10통의 성난 편지를 받는 것과 100통을 받는 것도 분명 다르다. 따라서 많은 회원 혹은 지지자가 있는 단체들은 그만큼 목소리에 힘이 실려있다. 아직 인권이 사회의 기본가치로 자리잡지 못한 한국에서 시민들이 스스로 인권에 관심을 갖고 활동가가 되어 우리와 함께하기를 기다린다는 것은 우리의 역할을 다하지 않는 것이다. 사람들을 찾아가 적극적으로 만나고 소통하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다. 어떤 사람들은 Face to Face 캠페인에 대해 모금 수단의 하나라고 말하는데 그보다 더 중요한 부분이 있다. 이 캠페인을 통해 단체에 참여하게 된 사람은 재정적인 후원을 하게 되지만 이와 더불어 앰네스티에서 ‘People Power’(사람들의 힘)이라 불리는 힘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한 사람이 내는 목소리는 작고 약하지만 이 목소리들이 모일 때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그 누구도 무시하지 못하는 거대한 파도가 된다. 이 캠페인의 근본적인 목적은 바로 이 힘들을 한군데로 모으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세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나부터 변화해보면 어떨까. 앰네스티 회원 모두가 자신의 일상에서 캠페이너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이 글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소식지 2011년 003호 <표지이야기>에 게재되었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