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죽음의 상인, 무기산업의 속성
무기산업은 다른 산업과 동일한 산업이 아니다. 무기산업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지속적인 수요창출이 필요하고, 군사적 긴장이 필요한 산업이다. 따라서 전쟁의 시기는 그야말로 이익이 가장 많이 창출되는 시기이며, 전쟁으로 인해 사업의 기회가 생기는 무기산업은 수요창출을 위해 전쟁을 부추길 수 밖에 없다.
물론 무기 거래가 분쟁을 일으키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분쟁을 지속시키고 멈출 수 없게 하는 악순환을 고착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무기는 다른 산업과 동일하게 볼 것이 아니라, 개발과정에서부터 사용단계까지 모든 단계에서 “정당성”이 도전을 받아야 하는 산업이다. 무기는 지극히 예외적인 상황 외에는 사용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통제되어야 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전세계에 모든 무기가 사라질 수 없다면, 최소한 수준에서의 통제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그러한 통제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2. 비인도 무기: 착한 무기? 나쁜 무기?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일대에 대한 대대적인 포격 이후, 군 당국은 다연장 로켓포 6문을 실전 배치했다. 이 무기는 로켓탄 1발 안에 자탄 400~600 여개를 가지고 뿌릴 수 있어 축구장 3개 면적을 파괴할만한 위력을 가진 무기이다. 다연장 로켓포의 엄청난 위력을 자랑했던 언론이 다루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면, 이 다연장 로켓포가 이미 국제사회에서 사용이 금지된 대표적인 비인도무기-확산탄(*하나의 폭탄 속에 여러 개의 소형폭탄이 들어 있는 폭탄)이라는 것이다.
사실 모든 무기가 비인도적인데 굳이 비인도무기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무의미할 수 있다. 비인도무기라는 용어는 무기 중에서도 과도한 비인도성을 가진 무기를 분류한 것이다. 특정 재래식 무기에 관한 협약에는 대표적으로는 지뢰, 확산탄, 소이탄(*사람이나 시가지•밀림•군사시설 등을 불태우기 위한 탄환류) 등의 무기를 비인도무기로 통칭한다.
국제인도법의 원칙 중에는 전쟁 중에라도 지켜야 되는 기준이 있는데, 민간인과 적대 행위에 가담하지 않는 사람들의 보호하고, 어떤 과도하게 비인도적인 행위들을 규제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그 기준은 바로
1) 과도한 상해 및 불필요한 고통을 야기하는 무기의 금지.
2) 성질상 무차별적인 살상을 하는 무기의 금지.
이런 맥락에서 확장성 총탄이나 소이탄 등이 국제관습법적으로 금지가 되는 것이다. 무차별적으로 살상하는 무기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민간인에게는 상해를 가할 수 없다’라는 제네바 협약의 원칙을 위반하기 때문이다.
불발탄으로 지속되는 전쟁 피해
확산탄이 공중에서 터지면 수백개의 소폭탄이 수류탄처럼 터지면서 그 일대를 파괴시킨다. 넓은 지역을 한꺼번에 초토화 시킬 수 있는 파괴력을 가진 이 무기는 무차별적인 살상을 한다는 문제뿐만 아니라, 30%의 높은 불발률로 인해 지상에 남아있는 소폭탄 하나하나가 그대로 지뢰가 된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확산탄의 가장 큰 피해국으로 손 꼽히는 나라가 바로 라오스인데, 인도차이나 전쟁 당시 미국에 의해 살포된 소폭탄이 2억 6천만개 정도였다. 그 중에서 30%정도인 8천만개 정도가 라오스 전역에 불발탄으로 남아 있다. 전쟁이 끝난지 4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불발탄의 사고로 매년 라오스 주민들은 고통을 받고 있다. 이게 장난감처럼 생겨서 아이들이 발견하고 만지거나, 밭을 갈다가 터지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지금까지 전쟁이 끝난 이후 불발탄으로 죽은 민간인 수만 5만 명이 넘으며, 현재까지 제거된 불발탄은 전제 양의 0.05%정도밖에 되지 않은 상황이다. 지금도 전쟁의 여파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확산탄금지조약
확산탄 금지는 2006년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대해 대대적인 확산탄을 사용한 이후에 화두가 되었다.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지속적인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확산탄을 금지하는 국제적인 장치를 만들자는 정부들의 움직임들이 본격화 되기 시작했다.
국제적으로는 유엔에서 이 무기를 금지하자고 했었으나, 등록된 모든 국가가 동의 해야 안건이 통과가 되는 상황이라, 주요 확산탄 생산국들의 반대로 결국 부결이 되다.
이후 2008년 46개국의 정부가 오슬로에서 ‘확산탄금지협약’를 제정하고 2012년 8월말까지 111개의 국가가 이 협약에 가입을 했다. 확산탄금지협약은 확산탄의 사용금지뿐 아니라 생산, 비축, 수출입 등 이 모든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국제관습법이 아니라서 가입하고 비준하지 않은 국가에는 적용되지는 않는 약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확산탄을 생산하고 수출하는 주요국가 중 하나이며, 안보상의 필요를 이후로 아직까지 확산탄금지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이다.
3. 무기 거래 통제를 향하여
전세계 무기 및 거래량
전 세계에 존재하는 소형무기의 수는 약 8억 7천 5백만개 정도이다. 매년 70~90만정의 화기가 새롭게 생산되고 있으며, 이 수치는 미사일과 전차, 전투기와 다른 재래식무기를 제외한 수치이다. 지금 전세계는 과도하게 무장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무기는 계속해서 생산되고, 거래가 되고 있다.
2011년 기준으로 재래식무기의 국제거래액은 약 442억 달러. 이 수치는 공식적인 거래액이라 실제수치는 훨씬 많을 것이다. 전체 거래액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36.51%, 그 다음은 러시아(19.66%), 영국(6.78%), 프랑스∙이탈리아(3.84%), 독일(3.62%), 중국(2.94) 순이다. 유엔안전보장 이사회 5개국이 모두 수출국 6위안에 들어간다.
인권침해 도구로 사용되는 무기들
무기라는 것은 사용되는 순간 인권을 침해하는 속성을 가진다. 먼저 무기는 생명권을 침해한다. 매년 무력 분쟁으로 25만 명이 목숨을 잃고 있고, 무장 폭력으로 30만명 이상이 사망하고 있다. 두 번째로, 무력 분쟁으로 강제 이주, 국내실향민이 발생하게 된다. 2008년 말 기준으로 전 세계에 2,600만 명의 국내실향민이 존재하고 있다. 더불어 경제∙사회∙문화적 권리들이 침해되며, 무력으로 인해 표현, 집회, 결사의 자유가 탄압이 되기도 한다.
무책임한 무기거래가 문제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무기는 많은 경우 중대한 인권침해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이전되는 무기가 수입국 정부에 의해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의 도구로 사용될 것을 알면서도 그러한 무기 이전을 허가하는 것은 “무책임한 거래”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무기들을 통제하기 위한 어떤 국제규범들이 존재하고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현재까지는 국제기준으로 전체 국가에 적용되는 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지역적•국제적 차원의 무기 통제 체제는 존재하지만, 이러한 법망을 피해가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예를 들어 수단 남부는 무기 수입•수출이 안되는 지역인데, 수단 남부 바로 위에 있는 국가로 무기를 옮긴 다음에 수단으로 옮기는 것은 합법이다. 어느 나라에서는 완성된 무기를 직수입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부품만 수입해 자국에서 조립을 하는 것은 합법이다. 이런 식으로 법망을 피해서 무기들이 거래되고 있다. 무기거래 자체가 굉장히 복잡한 과정이기 때문에, 복잡한 통제과정이 필요하다.
무기거래조약 제정을 위한 과정
전 세계 모든 무기들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심각하고 중대한 인권침해에 사용되는 재래식무기의 무책임한 거래를 규제하는 국제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시급하다.
이를 위해 2003년부터 무기거래규제 논의가 시작되었다. 국제앰네스티와 옥스팜 등 세계 곳곳의 활동가들은 무책임한 무기거래를 규제할 수 있는 국제조약 제정의 필요성에 힘을 모으고 각국 정부에 무기거래조약의 제정을 촉구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 중에 100만인 얼굴 서명 등의 대중 캠페인이 이어졌다. 이후, 2006년 유엔총회에서 153개국의 찬성으로 무기거래조약에 대한 결의가 채택되면서 조약의 제정에 대한 공식적인 논의가 본격화 되었다.
이후 2008년 유엔 총회에서 실제적인 준비위원회가 결의되고, 준비위원회를 통해 2010~2012년까지 구체적인 논의들이 이어졌으나 2012년 무기거래조약은 ‘더 만족할 수 있는 조약’의 채택을 위해 협상을 연기해야 한다는 미국 측과 이와 비슷한 입장인 러시아의 지지부진으로 유엔 무기거래조약회의는 조약문 채택 없이 종료가 되었다.
미국의 지지가 없이 무기거래조약이 탄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지만, 앞으로 지속적인 협상과정을 통해 이 협약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다.
‘재래식무기 판매 세계 5위의 자랑스런 대한민국’이라는 무기산업 성장에 대해 긍지를 느끼는 시각이 바뀌어지기를 바란다. 지금도 분쟁으로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무기의 본질을 다시 한번 재조명해야 한다.
쉽지만은 않은 과정이다. 그러나 ‘희망이 있기 때문에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걸어가고 있기에 희망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루쉰의 말처럼, 무기거래조약을 위해 함께 걸어가는 시민들이 계속해서 이 희망을 이어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