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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R과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의 품격

대한민국 정부는 2013년 임기가 시작되는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에 입후보했다. ‘유엔인권이사회’ 이름만 들어도 왠지 인권에 대한 품격있는 실천을 하는 곳일 것 같다. 이런 곳에 한국이 이사국으로 입후보하였다.

유엔인권이사회(United Nations Human Rights Council) ©UN Photo/Jean-Marc Ferre

유엔인권이사회는 예전에는 유엔인권위원회였다. 유엔인권위원회가 강대국들의 취약한 인권상황에 대해서는 눈감고 특정 국가들에 대해서만 인권침해 상황을 문제삼는 등 정치적으로 움직여 강하게 비판받은 후, 2006년 유엔인권이사회가 새롭게 탄생하게 되었다.

유엔인권이사회는 전세계의 인권상황을 국제적 기준에 부합할 수 있도록 각국의 인권침해 상황을 감시하고, 인권의무와 약속을 실행하며, 인권상황에 즉각 반응하고 인권침해를 막기 위하여 공헌한다는 미션을 가지고 있다.

유엔 감시기구인 ‘유엔 워치(UN Watch)’ 힐렐 노이어(Hillel Neuer) 대표는 유엔인권이사회가 가지는 힘을 ‘모욕주기(Power of Shame)’라고 했다. 유엔인권이사회는 결의안을 채택해서 인권을 무시하는 나라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인권 정책을 개선하라고 촉구한다. 중국이나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나라는 인권 이사국이 될 자격이 없다고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 관련 토론회에서 밝힌 바 있다.

관타나모 수용소(Guantánamo) ©US DoD

유엔인권이사회는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몇몇 소수 국가들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대륙별로 할당된 여석에 따라 이사국을 선발한다. 강대국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대륙별로 이사국을 선발하는 것은 긍정적인 취지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알레포 폭격으로 민간인을 무차별 공격한 시리아, 법이 만든 지옥인 관타나모 수용소가 있는 미국, 유럽에서 유일한 사형집행국 벨라루스, 정부가 인터넷을 통제하고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구금하는 중국 등 인권상황이 열악한 국가들도 이사국으로 활동한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하다. 한편으로는 우리나라도 시민사회에서 걱정하는 여러 인권문제들을 해결하지 않고도 인권이사회 이사국이 된 것으로 비춰질까 우려된다.

우리나라가 타국의 모범이 되어 인권상황에 대한 개선여부를 지적할 자격이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2012년 14세션 국가별 정례인권검토(UPR) 중 ©UN WEBCAST

지난 10월 25일에 있었던 제2차 국가별 정례인권검토(UPR)에서 한국 정부는 70여개 국가의 질문세례에 “검토 중이다”,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미 국내에 법제화가 되어 있다” 등등의 말로 한국 내 인권침해 문제들에 대한 질문을 회피하기 급급했던 태도를 보였다.

당시 어떤 논의가 오고 갔는지 보자.

(한국정부의 답변은 UPR 당시 답변과 UPR에 앞서 정부가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출한 국가보고서를 참고하였다)


한국에서 표현 및 집회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 받고 있다

(폴란드, 남아프리카공화국, 스위스, 벨라루스)


우리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면서,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공공질서나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 평화적이고 적법한 방식으로 향유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2012년 국제앰네스티가 제출한 의견서 내 ‘집회시위 및 결사의 자유’를 보면,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에 반대하는 시위기간에 시민 최소 1,258명이 불법집회를 이유로 기소되었고, 대규모 평화시위에서 경찰은 방패와 곤봉으로 시위대를 구타, 근접 거리에서 물대포 발사했다. 또, 제주도 강정마을에서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한 시위가 현재 진행 중에 있으며, 많은 주민 및 활동가가 민형사상 고소, 고발을 겪고 있다.

 

국가보안법이 표현의 자유를 많이 제약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한 국가보안법 개정 및 폐지가 필요하다.
또 국가보안법으로 수감된 이들을 석방해야 한다

(북한, 스페인, 영국, 미국)

우리는 국가보안법을 매우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은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법이며 개정이나 폐지를 위해서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또 국가보안법 찬양고무죄 역시 표현의 자유나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지난 3년간 국가보안법 제7조를 위반한 혐의로 수많은 이들이 압수수색, 체포되었다.

2012년 1월 북한의 공식 트위터 계정에 있는 “김정일 만세”등의 메시지를 리트윗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정근씨 사건 이후로 국가보안법에 대한 우려와 관심이 있다. 평소 박정근씨가 북한을 비판하는 활동을 해왔던 증거들이 있었지만, 북한을 ‘찬양’ 했다는 이유로 구속된 것은 국가보안법이 얼마나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느냐를 명백히 보여준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문명진씨 ©Sung-min KIM / World Without War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게 대체복무제를 도입해야 한다

(헝가리, 폴란드, 슬로바키아, 스페인, 미국, 호주, 독일)

“우리나라의 특성상 국방 인원 확보는 국가 존립의 문제이기 때문에 대체복무제 도입이 어렵다. 또 병역의 형평성 문제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Human Rights Committee)는 2006년 11월 3일 대한민국 정부에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을 중지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또, 분단 상황을 이유로 해서 권리 제한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제한’은 인권을 훼손시켜서는 안되며, 병역거부권은 인권이라고 분명하게 말했다.즉, 개인은 법을 지킴으로써 자신의 행동에 제한을 둘 수 있지만, 그 법이 사람들이 가지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어서는 안되고, 병역거부권은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양심의 자유 권리를 지켜주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한반도의 특수한 상황을 이유로 개인의 양심보다는 국민의 의무를 중요시 하는 사회적 풍토가 대체복무제 법안 마련을 돕지 못하고, 너무 쉽게 병역거부권이라는 인권을 유보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인권이란 그러한 조건에서도 지켜져야 하기 때문에 인권인 것이다.

 

사형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르완다, 슬로바키아, 스페인, 스위스, 터키, 영국, 호주, 벨기에, 우즈베키스탄)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의 제2선택의정서(사형폐지의정서) 비준 해야한다

(호주, 슬로베니아)

사실상 사형폐지국임을 인정하지만, 사형제가 존재하는 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의 제2선택의정서(사형폐지의정서) 비준은 어렵다”

※국제협약을 비준하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사형폐지의정서에 비준하면 사형폐지국가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2010년 2월 25일 헌법재판소는 사형제도가 생명권 제한에 있어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해 헌법에 어긋나지 않으며, 범죄자의 생명권 박탈을 내용으로 한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규정한 헌법 제10조에 위배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하여 합헌 결정을 내렸다.

 

2010년 12월 18일 세계이주민의 날 거리 캠페인 현장

고용주들이 이주노동자들의 거주이전 및 직장선택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타이)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에 대한 차별 철폐와 이주민 권리 보장해야 한다

(인도네시아, 모로코, 필리핀)

이주노동자 사업장 이동 제한을 본인의 책임이 없는 사유일 경우 제한 없이 변경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주노동자권리보호협약의 가입해야 한다

(알제리, 르완다)

이주노동자권리협약의 비준에 관하여 한국 노동시장의 특수성, 국민적 공감대 형성, 출입국 관리법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 장기적으로 신중하게 판단할 예정이다.

이주노동자 사업장 이동 제한을 본인의 책임이 없는 사유일 경우 제한 없이 변경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의 이주노동자들은 이주노동자라는 지위 때문에 임금체불, 차별, 사업장내 폭력 등 많은 위험을 겪고있다. 그 중에서도 인권침해 상황에서 사업장을 변경하려면 인권침해 사실을 입증해야 하고, 그것이 어렵기 때문에 사업장을 변경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2009년 10월 법 개정을 통해 부당한 처우, 임금체불 등 외국인 근로자의 책임이 없는 사유일 경우, 사업장 변경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장 변경에 있어 조건이 있다는 점, 근본적인 문제인 고용주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점, 직업선택의 자유는 여전히 제약을 받고 있다는 점은 해결되지 않았다.


국제사회 및 유엔인권이사회의 권고를 한국정부는 계속 무시하며, 국내 인권상황을 국제적 기준으로 이끌려는 노력 없이 유엔인권이사회의 이사국으로 입후보 한 것은 이사국으로서 품격 없이 ‘이사국’이라는 감투만 가져가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국내의 인권상황 및 노력이 국제사회 기준에 부합하고, 본받을만한 것 일때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서의 정당성이 생겨날 것이다. 또, 대한민국 정부는 국제사회와 국제앰네스티를 포함한 여러 NGO, 시민사회의 권고사항들을 충분히 받아들이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이다.

국제앰네스티가 보내온 한국정부의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 입후보에 대한 공식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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