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광화문 사거리에서 청와대까지는 사실상 ‘절대’ 집회 금지구역이 되어가고 있다. 경찰은 <6.10 청와대 만인대회> 경우 청와대 인근 61곳의 집회신고에 대해 모두 금지 통고했다. 행진의 경우에도 행진의 종착지가 경복궁역이나 청운동 등 청와대 인근인 경우 예외 없이 금지 통고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흡사 불복종이라도 감행하듯 줄줄이 집회를 금지당하고도 포기하지 않고 청와대 주변으로 몰려들어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을 요구했다. 그러면 경찰은 우선 이들을 ‘채증’한 후, ‘미신고 집회’기 때문에 “불법”이라고 낙인 찍고, 그리하여 “범죄행위”를 했다고 고착한 후 연행·해산했다. 5월 17일 이후 지금까지 미신고 집회에서 연행된 사람은 300명이 넘는다.
1인 시위도 청와대 앞에서 하면 “해산명령”?
경찰은 집회신고가 필요 없는 1인 시위마저 방해한다. 장소가 문제였을까? 경찰은 6월 28일 이 00씨가 1인 시위를 하기 위해 경복궁역 4번 출구 입구에서 1인 시위를 시작하자 마자 고착하고 해산명령을 내렸다. 7월 5일에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려고 하자 경비대가 우산을 이용해 피켓을 가리고 이동을 하면서 따라다니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청와대에 직접 책임을 묻고 싶은 대학생들이 청와대 인근 시위가 모두 가로막히자 6월 10일 삼청동 등 청와대 인근에서 “차라리 잡아가라”며 불복종 직접행동을 감행하기도 했다.
청와대에게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묻고 싶은 이들은 집회·시위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도 생각해냈다. 세월호 참사 100일을 앞둔 18일(토) “세월호 몰살 진상규명과 표현의 자유를 위한” 따로 신고가 필요 없는 1인 시위를 125명이 동시에 시도한 것이다.
같은 피켓 하나 없었고, 같은 현수막 하나 없었다. 모두들 자신들만의 목소리로 1인 시위를 준비해 청와대로 향했다. 경찰은 이것 역시 “불법”집회라며, 혹여 청와대로 갈세라 10미터 간격으로 경찰이 저지선을 쳤다. 그리고 1인 시위하는 한 명 한 명을 둘러싸고 길을 지나 다니는 사람들이 보지 못하도록 막거나, 심한 경우 혼자서 1인 시위를 하는 사람에게 해산 명령을 내렸다. 그래도 꿋꿋하게 그 자리를 지켰다.
예술가들도 행동에 참여했다. 한 화가는 경찰이 자기를 둘러싸건 말건 꿋꿋하게 그림을 그렸다. 친구로 보이는 2명은 피켓을 내려 놓고 길거리에서 막걸리 한잔에 전을 먹기 시작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진상규명을 하라고 외치던 이들이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인 집회·시위의 자유조차 보장되지 않으니 다시 표현의 자유를 얻기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더해지고 행동이 감행된다.
직접행동은 민주주의 결여에 대한 반응
에이프릴 카터는 <직접행동>이라는 책에서 “직접행동은 민주주의의 결여에 대한 반응”이라고 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정부가 정당성을 갖추고 있고 의회나 정부를 통한 반대 의견 전달이 가능할 때에는 이런 식의 시도는 드문 일이 되기 때문이다.
국가는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하며, 그것을 촉진하고 충족할 의무를 져야 한다. ‘생명과 안전에 대한 권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청와대의 책임을 요구하는 표현과 집회·시위의 자유 그 어느 것도 묵살되어서는 안 된다. 인간의 존엄과 인권이 보장되어야 형식적 민주주의가 비로소 온전한 민주주의로 기능할 수 있다. 그럼 경찰에게 한번 물어 보자. 최근 세월호 집회와 행진에서 경찰이 보호하고 싶었던 “절대” 존엄은 과연 누구인가?
*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변정필 캠페인팀장의 허핑턴포스트코리아 기고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