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2월이면 펜으로 기적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1961년 포르투갈에서 자유를 외치며 건배하던 대학생들이 수감됐고, 영국의 피터 베넨슨은 이 같은 인권유린에 항의편지를 보내자는 글을 신문에 기고하면서 국제앰네스티의 ‘편지 한 통의 기적’이 처음 시작되었습니다. 2003년 폴란드지부 회원들이 12월10일 세계인권의날에 ‘편지쓰기 마라톤’을 제안했고, 지난 해 140개국 230만 건의 탄원서명과 편지가 모아지는 세계에서 가장 큰 인권운동으로 발전했습니다.
경기도 안양 지역에서 다양한 분들이 ‘편지 한 통의 기적’에 참여하였습니다. 어린이 치과를 운영하는 고범진 원장님과 만안도서관 어린이들과 부모님들이 함께 펜을 들었습니다. 찬 바람이 생생부는 겨울 날이였지만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을 위해 기꺼히 시간과 마음을 내어 준 분들을 소개합니다.
1. 보팔지역의 주민들과 어린이들을 위해 기꺼히 펜을 든 치과 의사
경기 안양에서 어린이치과병원을 운영 중인 고범진 키즈웰치과 원장(30)은 평소에도 장애어린이들의 건강권에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졸업 후 치과를 운영하며 매주 한 번 쉬는 날에 맞추어 장애인시설과 병원을 방문하여 장애어린이치과진료 자원활동을 4년째 해왔습니다. 인권에 대한 관심도 많았으나 인권침해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난 11월 주말 우연히 페이스북 포스팅을 보다 지인의 글에서 ‘편지 한 통의 기적’ 캠페인을 발견하고서는,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창한 것이 아니라 편지 한 통을 쓰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기쁘게 참여했다고 합니다.
“오염된 땅 위에서 뛰어놀 어린이들이 걱정입니다.”
그는 올해 일곱개의 사례 중 특히 유독가스 유출로 30년 동안 고통을 받고 있는 보팔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굉장히 분노했습니다.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의사답게 오염된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건강상태에 대한 염려와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들이 그 오염된 땅 위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뛰어다니고 놀고 있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프다며 정성스레 편지를 써주었습니다. 어린이들의 건강한 치아를 위해 한 손엔 치료기구를 들고, 나머지 한 손엔 지구 반대편 보팔지역의 주민들과 어린이들을 위해 기꺼히 펜을 든 치과의사 고범진 원장님 참 고맙습니다.
2. 억울하게 누명을 쓴 제림코리를 위해 펜을 든 만안도서관 어린이들
지난 12월 10일 눈이 소복히 쌓인 거리를 걸으며, 안양에 있는 만안도서관으로 어린이들을 만나러 갔습니다. 2014 편지쓰기마라톤에 참여하고 싶다고 자발적으로 신청한 어린이들이었습니다.
국제앰네스티에 대해서 모르는 어린이들을 위해 국제앰네스티가 생기게 된 배경과 현재 하고 있는 여러가지 일들을 간략하게 설명했습니다. 또 오늘 함께 할 ‘편지쓰기마라톤’ 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어린이들은 처음엔 전 세계에 있는 위험에 처한 사람들, 부당한 이유로 감옥에 갇혀 있거나, 인종이 같지 않다는 이유로 폭력과 차별을 받는 사람들, 표현의 자유를 빼앗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들의 편지가 정말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졌습니다.
“정말로 그 사람들에게 저의 편지가 가는거에요?”, “한글로 써도 되요?”
하지만 1974년 노조지도자 도미니카 공화국의 홀리오가 전 세계 국제앰네스티 회원들이 보낸 편지로 인해 풀려났다는 영상을 보고 어린이들의 의문이 확신으로 변한 듯 했습니다.
“여기에 이름을 쓰면 되요?”, “우표는 어떻게 해요?” 편지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린이들은 특히 필리핀의 지프니 운전사인 제림코리의 사연에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자유롭게 한 사례를 골라 쓰는 편지에 너나 할 것 없이 제림코리를 선택해 “ 힘내세요!”, “꼭 풀려나시길 바랄게요”와 같은 응원의 메시지를 적었습니다.
어린이들의 바람처럼 전 세계에 위험에 처한 사람들이 위험과 폭력과 차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국제앰네스티가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당신의 편지 한 통이 누군가에게는 큰 힘이자, 기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