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공익광고가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중계역과 하계역 사이 조금은 한적한 아파트촌에 위치한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 도착하면 가장 큰 제1전시실 입구에서 ‘광고는 메시지’라는 문구가 눈에 띕니다. 20세기 미디어비평계의 초석을 이룬 마샬 맥루한(Marshall McLuhan)의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표현에서 가져온 ‘광고는 메세지’는 바로 이번 전시회의 주제입니다.
늘 지나치는 버스정거장에 나열된 일상적이지 않은 사진들, 가지런히 쌓인 박스에 박제된 인간! 일반광고에서 비춰지는 환상적이지만 억압적인 몸을 뚫고 나오는 옆집 누나, 동네 아저씨, 우리 엄마의 일상적이고 자유스러운 신체사진들. 한 데 모인 국제앰네스티의 광고 속에 담겨있는 우리의 인권을 생각해보는 기회가 마련된 것입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작품은 2006년 국제앰네스티 스위스지부에서 기획하고 워커 광고에이전시(Walker Werbeagentur)에서 제작한 ‘여기서는 아니지만, 지금 일어나는 일(It’s not happening here, but it is happening now)’이라는 작품입니다.
이라크, 중국, 수단 등에서 벌어지는 인권 유린 상황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 안으로 들어와, 직접 보지는 못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지금 현재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좀더 현실감있게 각인시켜주는 작품입니다.
스위스에서 공용어인 독어, 불어, 이탈리아어로 각각 제작되어 200개 지역에 설치되었으며, 2006년 열린 뉴욕페스티벌 국제광고제(New York Festival International Advertising Awards)에서 금상을 수상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잠깐, 스위스 현지 제작물을 감상하고 가실까요?
한편, 전시실 중앙에 넓게 자리한 큰 종이박스들은 또다른 작품 ‘기계인간’입니다. 박스안에 쪼그려앉아 망치질을 하는 노동자의 등에는 검은 플러그가 꼽혀져 있습니다. 노랑색 셀로판테이프, 일명 박스테이프모형으로 보이는 띠에는 “우리는 일을 하러 입국했지, 상품으로 수입된 것이 아닙니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수입품을 뜻하는 빨강색 글씨의 ‘IMPORT’는 그들이 대한민국 국적의 노동자가 아닌 이주노동자임을 알려줍니다.
이 작품은 지난 2010년 12월 18일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세계 이주민의 날’을 맞아 서울 대학로에서 진행한 앰비언트(ambient) 캠페인의 일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주노동자를 ‘기계인간’으로 치부하며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들의 체류자격 및 권리가 고용주에게 귀속되어 있는 제도적 문제점, 차별과 폭력, 임금체불, 과도한 근무시간, 위험한 작업환경에서 기계처럼 이용되고 버려지는 이주노동자들의 인권 현실을 꼬집은 것입니다.
트럭이 동원된 생생한 대학로 캠페인 현장의 모습도 지켜볼까요?
마지막으로 전시된 작품은 ‘나의 몸, 나의 권리(My Body, My Rights)’ 캠페인 사진입니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몸과 관련된 모든 문제에 대해 선택하고 결정할 권리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건강, 관계, 섹슈얼리티, 임신과 출산 그리고 성적 지향이 모두 포함됩니다. 그러나 아직도 전 세계 많은 곳에서 이러한 선택과 결정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사람이 차별과 폭력을 당하고, 처벌을 받기도 합니다.
국제앰네스티는 My Body My Rights 캠페인을 통해 모든 사람이 어떠한 공포나 강압, 차별 혹은 처벌에 대한 두려움 없이 성과 재생산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메세지를 담은 사진작품을 제작했습니다.
공익광고는 당대 사회문제를 날카롭게 통찰하되, 공공성을 반영한 아이디어, 태도, 행동 등을 제시하여 대중의 긍정적인 실천으로 유도합니다. 따라서 가장 친근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더 나은 사회 가치에 생각하게 하는 ‘메세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국제앰네스티 외에도 세계자연기금, 유엔난민기구 등의 NGO 광고작품과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국내에서 전개된 보편적 관심사를 다룬 일반 공익광고까지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전시는 오는 2월 8일까지 계속되며 관람료는 무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