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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라도 네겐 인권이 없어,넌 게이니까” – 영화 이미테이션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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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전쟁 가상 시나리오. ‘공갈협박’인줄로만 알았던 북한과의 전쟁이 현실화 되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낙후된 무기체계와 현대전 수행능력에서의 국군 우위를 이유로 들며 개전하자마자 초전박살을 장담했다. 겉으로 말이야 어떻게 하든 사실 ‘주한 미군만 있으면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게 정부 당국 및 군 수뇌부의 생각이었다. 이 생각은 무책임하고 방만했지만 그러나 동시에 꽤나 현실적인 것이었다. 실제로 미군은 강력했고 전투를 효율적으로 장악했다. 그러나 미군과 한국군의 절묘한 공조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북한은 쉽게 밀리지 않았다. 밀리는 양상을 보이다가도 결정적인 전투에서는 패하지 않았다. 

북한이 선전하는 결정적인 비결은 바로 북한군의 암호체계에 있었다. 이미 일찍이 금융기관과 한수원 등 남한의 주요한 웹사이트들과 나아가 미국의 SONY까지 해킹한 최첨단 북한의 해커들이 아니었던가? 그들이 고안해 낸 암호체계는 놀라울 만큼 빈틈이 없어서 CIA조차도 해독에 실패했다. 그 암호를 타고 퍼지는 북한군의 통신에는 병력의 배치, 이동, 대응 전략 등 사실상 군의 운용에 대한 모든 것을 담고 있어서 이 암호체계만 부술 수 있다면 승전은 당장에 따놓은 당상이었지만 한-미 양국의 어떤 정보 엘리트들이 다 덤벼도 이 암호체계를 풀지 못했다.

이제 드디어 당신이 등장할 차례다. 십자낱말풀이와 스도쿠 등 퍼즐에 뛰어난 일가견을 보였던 당신이 그 암호를 풀어내고야 말았다! 당신이 북한군의 암호를 해독해낸 덕분에 드디어 ‘북괴 빨갱이들’은 궤멸되었고, 민족의 오랜 염원이었던 한반도 통일이 이루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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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군의 암호를 해독해 전쟁을 승리로 이끈 당신. 당신은 구국의 영웅, 전쟁영웅으로서 추앙받고 명예와 부를 누려야 마땅하지 않을까?

그러나, 당신에게 돌아온 것은 영웅의 칭호나 명예 따위가 아닌 가혹한 화학적 약물 투여.

이유는, 당신이 결혼하지 않았기 때문에, 혹은 편부모 가정의 자녀라서, 혹은 키가 작기 때문에, 시력이 나쁘기 때문에, 왼손잡이라서, 보신탕을 못 먹기 때문에, 혼외 성경험이 있기 때문에, 아니면,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당신은 영웅이 될 수 없었다. 나라를 구했음에도, 나라는 당신을 ‘비정상’으로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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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의 실존 모델이 되는 영국의 과학자 앨런 튜링(Alan Turing)은 세계 2차대전 당시 나치 독일군의 강력한 암호체계였던 ‘에니그마’를 해독해 연합군의 승리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사학자들은 그의 업적 덕분에 종전이 최소 2년은 앞당겨졌으며 최소 1만4000명의 인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가 고안해낸 ‘튜링 기계’와 그의 연구는 컴퓨터공학과 정보공학의 이론적인 토대가 되었다. (앨런 튜링 : 컴퓨터 공학의 아버지이자 야만적 시대에 버림받은 수학 천재 – 네이버캐스트)

앨런 튜링

앨런 튜링

튜링이 고안한 기계(튜링 봄베)

튜링이 고안한 기계(튜링 봄베)

그러나 그는 1950년대 당시의 영국 형법상 불법이었던 동성애의 혐의를 받아 화학적 거세를 당했다. 이 천재 수학자는 우울증에 빠져 청산가리를 바른 ‘독이 든 사과’를 먹고 자살했다. Apple社의 그 유명한 베어 문 사과 로고가 바로 이 앨런 튜링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는 소문이 있다. 스티브 잡스와 Apple은 부인했지만, 사람들은 아직도 그렇게 믿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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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차 대전 기간 중 적군의 암호 해독을 위해 동원된 천재 수학자. <이미테이션 게임>은 여러모로 <뷰티풀 마인드 (A Beautiful Mind, 2001) >를 떠올리게 한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라는 점도 같다. 최고의 엘리트지만, 사람 관계에 서툴고 사회성이 부족하며 괴짜 기질이 있는 점까지 똑닮아있다. 앨런 튜링과 존 내쉬(뷰티풀 마인드의 러셀 크로우)의 가장 주요한 차이점이라면 성적 지향이다. 그러나 이 차이점 하나로, 앨런 튜링은 국가에 지대한 공헌을 해놓고도 인격을 말살 당했으며 존 내쉬는 아내의 따뜻한 보살핌과 배려 속에 (튜링과 달리 실제 정신질환을 앓았음에도) 지금까지도 본인의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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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테이션 게임>에서 암호 해독 업무를 맡기 위해 면접을 보러 간 앨런 튜링에게 묻는 군 장교의 질문은 바로 애국심에 관한 것이었다. “무엇 때문에 나라를 위해 일하고 싶은가?” 그러나 이 엉뚱한 사내는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만약 이 대답 때문에 앨런 튜링이 에니그마 해독에 도전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면, 어쩌면 우리는 지금 영어 대신 독일어를 배우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모든 컴퓨터(비단 데스크탑 PC만이 아닌 스마트폰을 포함한 인공지능 처리프로세서를 가진 포괄적인 의미의 그 모든 컴퓨터)의 혜택은 십여년 정도씩 뒤처져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그토록 혐오해마지 않는 어떤 동성애자가 없었다면 말이다.

THE IMITATION GAME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은 2015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수상했다. 주인공인 그레이엄 무어가 시상대에 올라 밝힌 수상소감이 화제가 되었다.

“저는 열여섯 살 되던 해 우울증으로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살아서 여기 서있네요. 이 사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고 느끼고 있을 세상의 아이들과 함께 이 순간을 나누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이 세상에 속하는 존재들이에요. 이상해도 좋아요. 달라도 좋아요(Stay weird. Stay different). 살다보면 언젠가는 당신의 순간이 올 거고, 이런 연단에 서게 될 겁니다. 그러니 이 메시지를 서로에게 전해주세요.”

https://youtu.be/vGF8bzeRwc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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