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시리아 난민을 돕기 위해 직접 바자회를 열어 모은 후원금을 앰네스티에 기부한 인천 계양고등학교 인권 동아리 친구들. 교내에서 자체적으로 앰네스티 동아리를 만들어 탄원편지도 쓰고, 토론도 하며 활발하게 인권 활동을 하는 친구들이 궁금해 만나보고 왔습니다. 입만 열면 청산유수~ 유쾌한 세 친구들이 주는 맑고 힘찬 에너지! 함께 느껴보시죠 :)

왼쪽부터 현 동아리 회장 김시현, 2015 회장 김동환, 2015 부회장 최준영 ©Amnesty International
/시현의 이야기/
교내에서 자체적으로 앰네스티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동아리가 생겨난 이유가 궁금하다.
앰네스티 동아리는 6년 정도 됐어요. 그 당시 상황을 자세히는 모르지만 제가 알기론 경제 선생님이신 이옥선 선생님의 제안으로 만들어졌어요. 이옥선 선생님은 사회의 부조리한 문제에 관심도 많으시고 또 그 분야에 전문가세요. 그래서 선생님이 먼저 앰네스티 회원으로 활동하시다가 앰네스티 동아리를 만들어서 활동해보면 어떻겠냐고 하셔서 그때부터 앰네스티 동아리 활동이 시작됐어요. 이제는 동아리 원 대부분이 앰네스티 회원이에요.
동아리에 가입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저는 원래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관련 동아리에 가입하려고 찾아보다가 담임선생님께서 그런 쪽에 관심이 있으면 앰네스티 동아리 면접 보는 게 어떠냐고 하셔서, 면접을 보게 됐는데 잘됐어요
동아리 가입 면접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면접은 선배들이 봐요. 그리고 면접 질문은 매년 바뀌는데, 올해는 그거 물어봤어요. 자기가 생각하는 인권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동아리에 들어오게 되면 어떻게 활동한 건지 각오를 물어봤어요. 아, 그리고 답이 없는 인권문제를 물어보면서 저는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물어봤어요.
모이면 주로 어떤 활동을 하는지 궁금하다.
솔직히 작년까지는 온라인액션을 주로 했거든요? 그런데 온라인액션은 어디서든지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인권과 관련된 책을 읽고 토론하는 식으로 진행하려고 해요. 그리고 온라인 액션을 하면, 그 주제를 두고 토론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그래요.
![토마스 의 [피파 마피아] ⓒ알라딘](http://amnesty.presscat.kr/wp-content/uploads/v1/blog/2016/04/pimg_7624091781056255-300x201.jpg)
토마스 키스트너의 [피파 마피아] ⓒ알라딘
토마스 키스트너의 [피파 마피아]요.
독서토론은 잘 진행되었나?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하하하) 그때가 처음이라 … 좀 그랬어요. 그때… 그냥 같이 고기 먹으러 갔어요. 독서토론은 다 같이하자고 해서 처음에는 책도 열심히 고르고 그랬는데, 막상 고르니까 읽어오는 사람도 별로 없고, 와서 얘기하는 애들도 없고 그랬어요.
이외에 인권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는가?
교내에 ‘주제탐구대회’라고 있어요. 그때 준영이 형이랑 같이 장애 인권을 주제로 조사한 적이 있어요. 조사하기 전에는 ‘장애인을 만나면 무조건 도와주자’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저희랑 다를 게 없잖아요? 몸이 조금 불편한 거 외에는.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장애인을 보면 무조건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단 생각이 들었어요. 본론만 이야기하자면, 장애인을 봤을 때 무조건 도와주는 게 옳은 일은 아니라는 것. 혼자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것. 연민과 동정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안 된다는 걸 느꼈어요.
장애 인권을 알아보기 위해 어떻게 조사를 했나?
책도 읽고 논문도 읽어봤어요. 또 엘리베이터 돌아다니면서 점자가 있나 없나, 공공시설에 장애인 화장실이 있나 없나 확인해봤어요. 한 번은 장애인 야간학교 시설에 방문해 온종일 있으면서 지켜본 적이 있어요. 그리고 교외에서 특정인을 대상으로(엄마 회사 분들) 설문조사도 했는데, 저는 사람들이 그래도 긍정적인 대답을 많이 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되~게 솔직하게 응답을 해주셨더라고요. ‘장애인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드십니까?’라는 질문에 아무렇지 않다, 불편하다 등의 몇 가지 문항이 있었는데 거기서 불편하다는 문항이 가장 많이 표시되어 있더라고요. 그래서 깜짝 놀랐어요.
다양한 조사를 한 것 같다.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나?
저희가…. 예선탈락이라는 엄청난… 흑… 저희는 본선에서 최소 동상은 예상했었는데 …
상심이 컸을 것 같다…
네…

시리아 난민 돕기 바자회 현장 ©계양고등학교
/동환의 이야기/
2015년 11월, 가을날 우리들의 놀이마당(이하 가. 우. 놀) 당시 시리아 난민 돕기 바자회를 열어 마련된 후원금을 앰네스티에 기부했다. 바자회는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시리아 난민을 돕기 위해 항상 뭔가를 하려고 했었어요. 그래도 우리가 인권동아리인데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냐 해서 원래는 모금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냥 모금만 하게 되면 친구들이 덜 참여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럼 친구들이 좋아할 만한 물건으로 바자회를 하면, 관심도 끌고 후원금도 모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하게 됐어요. 그래서 필요 없는 물건이 아닌 애장품을 가지고 나왔어요. 86개 정도의 애장품이 모였고,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모두 다 나갔어요. 그때 교실이 완전 꽉 찼었어요.
난민 이슈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당시 시리아 난민들이 어떠한 인권적 보호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었잖아요? 난민 관련 기사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어요. 그래서 시리아 난민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우리가 뭐라도 하기로 한 거죠.
가장 인기 있는 물품이 뭐였는가?
아이팟이요.
얼마에 경매됐는지 궁금하다.
10만 원이요. 아이팟이 거의 끝쯤에 나왔는데 사람이 많아서 되게 재미있게 진행했어요.
올해의 가. 우. 놀은 어떻게 진행할 예정인가?
작년에는 사실 경매를 하면서 같이 하려고 했던 편지쓰기를 많이 못 했어요. 바자회만 두드러져서 편지쓰기는 집중을 못 받았는데, 이번에는 두 개를 같이해서 원래의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경매할 때 누가 더 가격을 높게 부르나 친구들끼리 엄청 치열했는데, 경매에 쏟았던 열정만큼 편지에 관심이 쏟아질 수 있도록 기획해 보려고 해요.

2015년 12월 17일 ‘시리아 난민 돕기 애장품 기부’ 후원금 전달식 ©Amnesty International
/준영의 이야기/
일상생활 속 인권침해를 받은 경험이 있는가?
저희 학교가 재작년까지만 해도 머리 규정이 빡빡이였어요. 학교 앞에서 자로 쟀을 때 3mm가 넘으면 안 됐어요. 학생들도 인권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건 무시하고, 강제적으로 머리를 자르라고 하고, 걸리면 징계가 내려왔거든요. 지금은 조금 나아졌어요. 그래도 아직 ‘학생은 학생다운 머리를 해야 한다’라고 쓰여 있어요. 이게 어떤 의미일까요?
지금은 나아졌다니 다행이다. 어떤 징계를 받았는가?
두 가지가 있어요. 등교 시간이 8시 40분인데, 8시까지 나와서 한 달이나 두 달 동안 교문 앞에서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라고 캠페인을 하거나 주말마다 나와서 2시간 정도 청소를 해야 해요. 그래서 그땐 머리가 긴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지금은 그냥 ‘학생다운’ 머리만 하면 돼요. 연예인 머리라고 해서 투블럭 안되고, 염색 안 되고, 파마 안 되고. 그것만 빼면 다 돼요
인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사전적 의미로서 사람이 태어나자마자 누릴 수 있는 권리. 요즘에는 소위 말하는 사회의 지배층들이 다수의 인권을 침해하면 이슈가 되잖아요? 그렇게 이슈화되다 보니 분위기가 점점 개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들은 더 발전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자신의 의사를 당당히 표현하기 시작했잖아요. 이전보다 사회가 개인의 소리를 조금 더 들어줄 수 있는 여력이 생긴 것 같아요.

이옥순 선생님과 동아리 친구들 ©Amnesty International
/모두의 이야기/
동아리 활동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무엇인가?
(동환) 작년에 했던 ‘시리아 난민 돕기 애장품 기부’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이슈 중에는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다시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강제송환’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북한 인권은 한국에서도 크게 이슈가 되고 있어요. 북한 주민들이 정부로부터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데 중국 정부가 탈북자들을 다시 되돌려 보내는 건, 탈북자들에게 참 아픈 일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현) 인권이랑 조금 떨어진 이야기일 수 있는데, 작년에 형들이랑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러 간 적이 있었어요. 집에 돌아오기 전, 유가족분들이랑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힘내시라고 한 번씩 안아드렸는데, 하시는 말씀이 너무 고맙다며 눈물을 흘리시는 거에요. 그 기억이 잊히지 않아요.
(준영) 저도 같이 추모집회에 갔었어요. 많은 학생이 있었고, 그중 몇 명이 앞에 나와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거기서 사회구조가 잘못됐다는 등의 이야기들이 나왔어요. 또 한 번 인권의 중요함을 느낀 계기가 됐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동환) 저는 앰네스티 활동을 안 하는 사람들에게 할 말이 있어요. 인권이라고 하는 게 반사회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저희 아버지도 그러시고. 그런데 꼭 그런 측면에서 바라볼 게 아니라 인권은 개인의 삶 자체이기도 하고, 본인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할 수 있으니까 큰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시현) 저는 후배들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가입을 빨리해서 다 같이 활동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면 좋겠어요. 아, 그리고 회원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요. 앰네스티 한국지부 회원이 1만 7천여 명이라고 들었는데, 온라인 액션을 보면 그 기간 안에 잘 지켜지지 않는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다들 바쁘시겠지만, 더 관심을 가져주세요.
(준영) 저는 이 상태에 만족합니다

동아리 내에서 가장 친하다는 세 친구 ©Amnesty International
'공부, 공부, 공부!!!'를 외치는 한국사회의 압박에 지쳐있을 고등학생들이 '왜?'라는 반문을 던지며 인권에 관심을 두고 활동하는 모습이 참 멋졌습니다. 앞으로 친구들이 만들어낼 변화에 격려와 응원을 보내며, 더 많은 청소년이 앰네스티와 함께하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