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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궁금했음] 기후위기가 왜 인권의 위기인가요?

기후위기의 모습

Q. 기후변화, 기후위기라는 단어를 자주 듣는 요즘이에요. 둘이 비슷한 단어인 것 같은데 무슨 차이가 있는 건가요? 어떤 말을 쓰는 게 맞을까요?

기후변화Climate Change는 자연적 기후의 변화와 더불어, 인간 활동이 직간접적으로 유발한 기후의 변화를 모두 아우르는 표현입니다. 예컨대 인간의 화석 연료 사용으로 온실 가스가 배출되고 그로 인해 대기의 기온이 상승하는 온난화 현상도 우리는 기후변화라고 부릅니다.

기후위기Climate Crisis는 이런 기후변화 현상의 심각성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기후변화 가운데 우리가 체감하는 어려움과 그 심각성이 위기 수준이라는 의미죠. 최근 우리가 겪고 있는 전례 없는 수준의 폭염, 계속되는 산불, 태풍, 가뭄 등을 생각해 보면 위기라는 말이 납득이 갈 겁니다.

Q. 시민 사회 단체들이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기후 정의’를 이야기하는 것을 본 적이 있어요. 기후 정의는 무엇을 의미하나요?

기후위기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하는 표현이라면, 기후 정의는 기후변화가 함축하는 정의와 공정성의 문제를 강조하기 위해 사용하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어요.

기후 정의는 기후변화가 우리의 물리적인 환경의 문제일뿐만 아니라 정치·윤리·사회적인 문제이며, 동시에 불평등의 문제임을 인식하는 가치관을 의미합니다.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공장의 모습

Q.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요?

기후변화의 대표적인 현상 중 하나가 바로 지구 온난화입니다. 그리고 이 온난화는 대부분 인간에 의해 발생했습니다. 실제로 기후 과학자 97%가 동의하고 있는 부분이죠. 지구 온난화를 야기하는 가장 큰 원인은 석탄, 가스, 석유 등 화석 연료의 사용으로 발생한 탄소입니다. 그래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만들어내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Q. 탄소 배출과 관련해 탄소 중립, 탄소 제로를 달성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이런 용어는 어떤 의미인가요?

탄소 중립넷제로 배출Net-zero emission이라고도 부릅니다. 인간이 배출한 탄소만큼, 탄소를 제거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방법입니다. 이것보다 더 적극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여 인간이 하는 활동 가운데 탄소가 아예 배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 즉 인간이 만드는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탄소 제로, 또는 제로 배출Zero emission이라고 합니다.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탄소 중립으로 나아가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탄소 제로를 달성해야 합니다.

기후 유스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

기후 유스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

Q. 그런데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 정부와 기업이 왜 인권 침해를 저지른다고 말하는 걸까요? 기후위기는 환경 문제가 아닌가요?

기후변화는 환경뿐 아니라 인류의 안녕에도 매우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우리가 보장받고 누려야 할 인권들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죠. 모든 국가는 사람들이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인권 침해를 막고 대응할 책임이 있습니다. 기업 역시 인권 의무를 준수할 책임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기후변화의 위협은 불가항력적인 변화가 아닙니다. 국제 기구 중에는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가 있습니다. 이 IPCC는 2018년 보고서에서 각국이 공동으로 노력해 지구 기온 상승 폭을 일정 수준 이하로 억제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면 기후위기를 완화할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이를 알고 있음에도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을 구제하지 않는 것은 결국 인권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의미죠.

이렇게 발생한 인권 침해는 다른 인권 침해 행위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사망, 기아, 질병 등의 피해를 떠올려볼 때 오히려 그 피해의 범위가 더 크다고도 볼 수 있어요. 따라서 이는 명백한 인권 침해입니다.

Q. 기후위기가 사람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을 정부가 인식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동안 국제 사회는 꾸준히 기후위기가 인권의 위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이런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이야기해 왔습니다. 특히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후협약은 무려 195개국이 서명하고 승인 절차를 거쳤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국 국가들이 기후위기의 인권적 의미를 몰랐을리 없습니다.

“기후변화 해결을 위해 행동할 때, 당사국들은 인권과 건강권, 선주민, 지역사회, 이주민, 어린이, 장애인, 취약한 상태에 있는 사람들의 권리, 개발권뿐만 아니라 성평등, 여성 임파워링 및 세대간 평등을 존중, 증진하고 이에 대한 각자의 의무를 고려해야 한다.”
파리 기후협약 서문, 2015
“국가는 자국 영토 내부 및 외부에서 본 협약이 전적으로 이행되도록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여기에는 재난 위험 감소, 기후변화 경감 및 적응 등의 영역도 포함된다. 화석연료 사용 제한, 월경성 환경오염 및 온실가스 배출 감소, 재생에너지 전환 장려와 같은 조치들은 전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및 재앙이 인권에 미치는 영향을 경감하기 위해 필수적인 조치로 간주된다.”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 권고사항 37, 2018
“생명권, 특히 존엄한 삶에 대한 권리를 존중하고 보장해야 할 의무의 이행은 환경을 보전하고 공적 및 사적 행위자에 의해 발생한 피해와 오염, 기후변화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당사국이 취하는 조치에 달려 있다.”
유엔 인권위원회, 총평 36, 2018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는 인권 피해를 막기 위해 조치를 취하거나, 이러한 피해에 기여하는 활동을 규제하기 위해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당사국의 인권 의무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유엔 5개 조약기구의 인권 및 기후변화에 관한 성명, 2019년 9월 16일

가뭄으로 마른 땅을 걷고 있는 아이들

Q. 기후위기에 대응할 역량이 없는 국가들은 어떻게 하죠?

기후변화의 문제는 국경을 초월한 문제입니다. 때문에 모든 국가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국가가 기후위기에 동일한 수준의 책임을 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G20 국가들은 현재 전 세계 연간 탄소 배출량의 78%를 배출하고 있습니다. 산업화 초기부터 배출한 양을 생각해본다면 그보다 훨씬 많은 책임을 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때문에 우선 부유한 산업 국가들이 탈탄소를 추진하고 기후변화 완화 노력을 선도해야 합니다. 또 국제법상 의무에 따라 부유한 국가들은 개발도상국이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재정적, 기술적 지원을 다해야 합니다.

Q. 기후위기 극복 과정에서 우리가 특별히 고려해야 할 문제가 있을까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화석 연료 사용을 줄여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때문에 각국 정부와 기업은 화석 연료 사용을 빠른 시일 내에 중단해야 합니다. 화석 연료 사용을 줄여 탈탄소화를 도모하고 재생에너지로 산업을 전환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인권 침해가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예를 들어 탄소 배출 시설이나 산업체를 폐쇄하는데 노동자들의 고용 전환 문제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는다면 이것은 인권 침해겠죠. 전기차를 위해 배터리 자원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환경 피해나 인권 침해가 발생하면 안 되겠죠. 각국 정부는 기후변화와 탈탄소화 과정에서 영향을 받는 모든 노동자와 공동체가 인권을 침해 받지 않고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부담을 홀로 떠안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대응을 촉구하는 시위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앰네스티 지지자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대응을 촉구하는 시위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앰네스티 지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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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앰네스티는 각국 정부와 기업에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To 각국 정부

  • 온실 가스 배출을 긴급히, 단계적으로 감축하라
  • 사람들이 기후변화의 영향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라
  • 기후 행동이 인권에 부합하도록 하라
  • 기후위기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에게 구제책을 제공하라
  • 국제 협력과 지원을 강화하라
  • 관련 기업을 규제하라

To 부유한 산업 국가

  • 2030년 또는 그 이후 가장 빠른 시일 내에 탄소 제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감축 목표를 채택하고 이행하라
  • 2030년까지 화석 연료 사용을 점진적으로 줄이고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라
  • 2030년까지 화석 연료의 생산을 중단하라
  • 화석 연료 사용을 확대하는 추가 투자를 금지하고 관련 보조금을 즉시 철폐하라
  • 영향을 받는 개발 도상국 국미을 지원하기 위한 자금 지원을 강화하라

To 기업

  • 모든 글로벌 활동과 공급망에 걸쳐 국제 환경 및 인권 기준을 존중하라
  • 온실 가스 배출량을 급격히 축소하기 위한 계획을 채택하고 이행하라
  • 은행 및 금융 기관은 화석 연료 산업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라
  • 기업의 탄소 배출 완화 노력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라
  • 기업 활동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과 인권 침해에 책임을 다하라

기후위기는 어떤 인권을 침해할까?

한 사람이 물이 범람한 땅에 서 있다. 몸이 반 이상 잠겨 있다.

생명권과 건강권

인간은 누구나 자유롭고 안전하게,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누리며 살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기후위기는 이런 기본적인 권리를 위협합니다. 기후위기가 만들어낸 태풍, 폭염과 같은 이상 기후로 많은 수의 사람들이 사망하고 있고, 폭염으로 인한 화재나 질병은 사람들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30년과 2050년 사이 말라리아, 영양실조, 설사, 온열 스트레스 등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인해 매년 25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식수와 주거 공간이 없는 시민. 부족한 물로 그릇을 닦고 있다.

적절한 식수, 식량권과 주거권

우리는 누구나 안전한 물과 식량, 적절한 수준의 주거 환경을 영위할 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기후위기로 인해 저소득 지역의 경우 식량 생산량이 감소해 식량을 구하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기온 상승, 해빙, 해수면 상승 등이 물의 질과 양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식품과 물을 통해 질병이 퍼지게 될 위험도 증가합니다. 한편 홍수나 산불, 가뭄, 산사태 등으로 인해 집이 파괴되어 이재민이 되는 사례들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저지대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경우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터전을 완전히 잃게 되기도 합니다.

기후 문제로 난민이 된 사람들. 좁은 공간 한 중간에 누워 있다.

노동권 및 적절한 수준의 삶을 영위할 권리

기후위기는 사람들이 노동할 권리와 양질의 삶을 영위할 권리도 제한할 수 있습니다. 2014년 국제노동기구ILO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용의 40%에 해당하는 12억 개의 직장이 자연의 영향을 매우 크게 받고 있다고 합니다.[1] 이는 단순히 일자리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닙니다. 노동 환경의 문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폭염 속에서 일해야 하는 택배 노동자, 건설 노동자 등은 부적절한 노동 환경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기후위기 문제와 관련해 방독 마스크를 쓰고 시위를 하는 시위자

기타 시민, 정치적 권리

우리에게는 신체적 자기결정권, 사생활권, 표현의 자유, 집회시위의 자유 등의 권리도 가지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의 영향이 생명권과 직결되기에 이러한 권리가 상대적으로 간과되어 오기는 했지만, 기후위기가 심화되면 우리의 시민적, 정치적 권리들 역시 영향을 받고 제한될 수 있습니다. 이는 빈곤과 인권에 대한 유엔 특별보고관이 2019년 6월 보고서에서 지적한 부분이기도 합니다.[2]

가뭄의 상황에서 땅을 파는 사람들

가뭄의 상황에서 땅을 파는 사람들

기후위기의 영향은 차별적이다

기후위기는 모두의 문제이지만, 모두가 그 영향을 똑같은 수준으로 받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젠더, 계층, 계급 제도, 인종 및 소수자, 장애, 연령, 이주 신분 등의 차이에 따라 기후위기의 영향을 더 크게 받고, 더 취약한 상황에 놓이는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면, 이미 사회경제적으로 불평등한 환경에 놓여 있는 여성들은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재정적, 기술적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자연 환경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선주민들은 기후변화나 관련 재난에 취약한 지역에 거주하기 때문에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더 크게 입습니다.

이런 차별적 영향은 국가간에도 발생합니다. 개발도상국 중에서도 저지대 군소도서국, 최빈개발도상국 등은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에 더 많이 노출될 뿐만 아니라 식민지 시대의 유산과 같은 정치적 및 사회경제적 요인들이 이러한 재난의 영향을 증폭해 기후변화의 영향을 특히 크게 받습니다.


1. ILO, The Future of Work in a Changing Environment: Climate Change, Degradation and Sustainability, 2018

2. UN Special Rapporteur on extreme poverty and human rights, Report, 25 June 2019, UN Doc. A/HRC/41/39, para. 65.

 

국제앰네스티 ‘이상한’재판 캠페인의 타이포그래피 로고와 법정 배경의 대표 이미지

정부를 법정에 세워 기후 위기의 책임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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