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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 북한 보건의료의 최근 모습

사진 1. 북한이 확보한 코로나19 방역물자

북한이 확보한 코로나19 방역물자

북한의 코로나19 대응 방식

최근 북한의 코로나19 대응 방식이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고 있다. 북한은 2020년 1월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을 조짐을 보일 때 그 어떤 국가보다 선제적으로 국경을 차단하고 강력한 방역 활동을 펼쳤다. 전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은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심각한 보건의료 위기를 우려하는 모습과 함께 여전히 자국 내 ‘확진자 0명’ 주장을 고수하면서 북한의 보건의료체계가 가진 우월성을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내부의 상황은 당국의 선전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북한의 코로나19 방역이 마냥 순탄치만은 않다는 것이 다양한 자료를 통해 추론해 볼 수 있다. 특히, 북한의 보건의료에 있어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온 의약품 부족은 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도 심각한 장애물이다. 북한은 러시아, 중국, 스위스를 비롯한 일부 국가 및 국제 기구를 통해 방호복, 마스크, 소독 장비 등 기초 방역 물품을 지원받아 왔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지원일 뿐이다. 북한은 방역을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 제안을 거부한 채 자력갱생과 자급자족을 기반으로 한 자신들만의 방식, 즉 ‘우리식’으로 코로나19에 홀로 대응해 오고 있다.


사진 2. 옥류아동병원 의사와 간호사들

옥류아동병원 의사와 간호사들

북한의 보건의료 제도

북한의 보건의료 제도는 기본적으로 ‘무상치료제’, ‘의사담당구역제’(또는 ‘호담당구역제’), ‘예방의학제’를 주요 특징으로 한다. 그 중 핵심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단연 무상치료제이다. 재정적 부담이 큰 의료 체계이지만 1980년대까지는 북한 당국이 의도한 대로 작동했다. 이를 기반으로 북한은 자국의 보건의료 체계를 세계에서 제일가는 ‘사회주의보건제도’로 선전해 올 수 있었다. 각각의 제도가 가진 장점을 놓고 볼 때, 그들의 주장이 허구라고 말하기엔 어폐가 있다. 중요한 점은, 북한 당국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이렇게 훌륭한 제도가 현재 제대로 작동하고 있냐는 것이다. 북한의 보건의료 제도에 관한 내용은 아래의 연재 글(총 5화)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북한 보건의료와 건강권 ①] 보건의료인의 삶을 통해 본 보건의료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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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평양에서 열린 '어린이 건강의 날' 토론회 중 발제하는 북한 관계자

2019년 5월 평양에서 열린 ‘어린이 건강의 날’ 토론회 중 발제하는 북한 관계자

북한 보건의료의 붕괴

하지만 1990년대로 접어들며 북한은 정권 유지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만한 위기를 수 차례 맞이한다. 대표적인 위기로는 1991년 ‘냉전체제의 종식’으로 인한 우방국으로부터의 지원 감소와 1990년대 중반 시작된 ‘고난의 행군’으로 불리는 대기근에 의해 촉발된 경제난을 꼽을 수 있다. 이는 북한이 그 동안 고비용을 감수하면서도 고수해오던 사회주의보건제도를 더 이상 유지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특히, 고난의 행군 기간의 극심한 경제난은 북한의 보건의료에 있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무상치료제가 더 이상 정상적인 방식으로 운영될 수 없게 만들어버렸다. 현재 북한에서 무상치료제는 사실상 사문화된 제도로 환자와 보건의료인 모두에게 잊힌 지 오래이다.

지금 현재 북한이 처한 보건의료 상황은 지난 수십 년간 당국이 자랑해 온 것과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는 모습이다. 최근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탈북인을 통해 근래 알려진 북한 내부의 보건의료 실태는 최근까지 북한이 주장해 온 내용과는 많은 부분에 있어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외부에 알려진 북한 보건의료의 현실은 부족한 의약품, 전기가 없어 작동이 원활하지 않은 의료 장비, 낙후된 의료 시설과 장비, 그리고 사실상 유료화된 치료제도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현대화 공사가 진행중인 묘향산의료기구공장을 시찰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현대화 공사가 진행중인 묘향산의료기구공장을 시찰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보건의료 영역의 변화와 실상

보건의료 영역에서의 변화는 그 누구보다 일반 주민들이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한다. 국가의 재정 악화로 필요한 약과 의료장비가 병원에 제대로 지원되지 못하다 보니 환자는 적시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없게 되었다. 의사, 간호사, 약사 등 보건의료인 역시 국가로부터 노동에 대한 대가를 받지 못하게 되면서 생활고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무상으로 이뤄졌던 의료 서비스는 사실상 이름만 남았다. 가령 환자는 치료를 받기 위해 식량, 담배, 돈과 같은 뇌물을 담당 의사에게 제공해야 한다. 뇌물을 주지 않아도 진료는 가능하다고 하지만 제대로 된 서비스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렇기에 환자는 의료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할 뿐만 아니라 치료 및 입원에 필요한 각종 의약품도 직접 구해와야 한다. 북한이 자랑하는 무상치료제와는 정 반대되는 모습으로 바뀐 것이다. 당국이 주창하는 정책과 현실 사이의 괴리에서 오는 혼란은 결국 북한 주민의 건강권에 악영향을 끼쳤다.

북한의 의약품은 대부분이 중국에서 들어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중 국경지역 세관을 통해 공식적으로 수입하거나 라선(라진·선봉)과 같은 경제무역지대를 통해 들어온 외국산 의약품 외에도, 북-중 국경 연선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밀수꾼에 의해서도 상당량의 의약품이 들어온다. 중국과 접한 국경지역에서 들어오는 의약품은 대부분 중국산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 종류는 다양하다. 감기약, 소염진통제와 같은 상비약은 기본이고 주사기, 붕대 등 의료 소모품과 전문 의약품에 이르기까지 각종 품목이 들어온다.

코로나19로 차단된 국경은 북-중간 거래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필수적으로 필요한 의약품 부족이 심화하면서 일부 의약품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일부 지역에서는 일선에서 근무하는 법 기관 종사자와 국경 경비대에 전보다 많은 양의 뇌물을 건네는 방식으로 밀수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는 증언이 있다. 또한, 당국이 직접 주도하는 대규모의 ‘국가밀수’가 암암리에 진행되기도 하는 등 물밑에서의 비공식 무역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 유엔, 국제원조기구, 원조 공여국 등에서 비정기적으로 지원되는 의약품도 있다. 국제사회에서 지원되는 의약품은 상당량이 공식적인 공급 과정을 벗어나 뒤로 빼돌려 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빼돌려진 의약품은 장마당을 통해서 결국 민간에 풀리게 된다. 다수의 탈북인에 따르면 이렇게 시장에 나온 의약품은 기존 제품보다 품질이 좋고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아 사람들이 선호한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 전적으로 외부에 의약품을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 내에도 수많은 제약 공장 및 회사가 존재하며, 여기에서 다양한 의약품이 생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북한 당국은 제약 공장 신설과 리모델링을 통해 의약품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모습을 보여 왔으나, 연료, 원재료, 장비 부족과 같은 만성적인 물자 부족으로 인해 당국이 설정한 생산 목표치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붕괴된 공공의료 제도 하에서 운영되는 병원을 신뢰하지 못하는 자는 민간 영역에서 비공식적으로 활동하는 보건의료인을 찾아가 진료 및 치료를 받거나 약을 구하기도 한다. 이들 민간 영역에서 활동하는 보건의료인 중 다수는 과거 의료인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자들이나, 그렇지 않은 무자격 비전문인도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군다나 이들은 대부분 개인 집 등 위생상 청결이 보장되지 않은 환경 속에서 의료 행위를 하고 있다. 이는 무분별하고 정상적이지 못한 의료 행위로 인해 부작용 또는 2차 피해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무상치료제로 인해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하는 소외 계층을 비롯한 대다수 주민들은 비법적으로 활동하는 보건의료인으로부터 진료 및 치료를 받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당장의 고통을 경감시키기 위해 의료 효과가 확실하게 증명되지 않은 민간요법에 의지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특히, 강한 중독과 치명적인 부작용을 동반하는 마약성 약물을 별다른 어려움 없이 구할 수 있다. 실제, 북한 내 마약 문제는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확인된다. 북한 당국이 강력한 마약 단속 정책을 펼치고 있음에도, 북한 주민의 마약 사용은 전국적으로 증가, 확산하는 추세이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이하 ‘한국지부’는 최근 북한 내부의 마약 실태와 관련한 탈북인의 증언을 상당량 확보하고 있다. 인권의 측면에서 바라본 북한의 마약 문제가 가지는 심각성에 대해서는 10월에 발행되는 블로그 글에서 보다 자세하게 다룬다.

2021년 10월 블로그 글: 일상이 된 마약 – 북한의 마약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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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의 보건의료 실태와 관련한 탈북인 증언

한국지부는 그동안 정기적으로 실시해 온 탈북인 심층 면접조사를 통해 북한의 최근 보건의료 실태에 관하여 지속적으로 정보를 수집해 왔다. 출신 지역이 각기 다른 탈북인들이 말하는 최근 북한의 보건의료와 관련된 다양한 진술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보았다. 이를 통해 현재 북한 주민이 어떠한 보건의료 환경에 놓여있는지, 그리고 변화된 환경 속 그들이 어떤 생각과 태도를 가지게 되었는지에 관해 짐작해 볼 수 있다.

증언 1.

북한에서는 모든 병원이 무료다. 하지만 실상은 의사에게 돈을 내야 한다. 돈을 많이 내면 치료를 받을 수는 있다. 국가가 힘들어 병원에 제대로 지원을 해 주지 못하다 보니 병원 입장에서도 국가에서 받는 게 거의 없기 때문에 무료로 할 수가 없다. 의약품의 경우에도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의사가 환자에게 필요한 약을 구해오라고 한다. 환자가 약을 구해오면 의사가 병을 치료해준다. 약은 쉽게 구할 수 있고 그 종류도 많다. 약국도 있고 개인이 판매하는 약도 많다. 약은 보통 중국에서 들어온다. 또 국가에서 만들어 병원에 배급된 약을 의사가 뒤로 빼돌린 뒤 장마당에 풀거나 개인에게 팔기도 한다. 사실 돈만 있으면 약을 구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

탈북인 A

증언 2.

아직 옛날 방식 그대로다. 엑스레이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니까 사용하기도 어렵다. 병원에 갈 때는 웬만한 물품은 환자 본인이 직접 구해가야 한다. 주사기부터 모든 것을 밖에서 사야 한다. 만약 내가 맹장 수술을 해야 한다면 당장 맹장이 터져 죽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의사는 솜, 비누, 헝겊 등 필요한 물품과 약을 불러 주기만 한다. 그것을 구해와야만 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다. 돈 없는 사람은 병원에 가 봤자 수술을 받을 수도 없다. 북한에서는 무상교육, 무상치료라고 말은 하는데 빈 껍데기일 뿐이다. 실질적으로는 돈이 없으면 애들 학교도 못 보내고 치료도 못 받는다.

탈북인 B

증언 3.

무료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병원에서는 주사, 포도당, 약 등등 필요한 물품을 환자 측에 다 가져오라고 요구한다. 수술을 받아야 한다면 수술 날짜까지는 잡아준다. 하지만 수술에 필요한 물품과 약은 개인이 다 구해와야 한다. 진료만 받아도 뇌물을 주는 경우가 흔하다. 뇌물을 주면 의사가 진료를 잘 봐준다. 보통 돈 보다는 담배 한 갑 정도 찔러주곤 한다. 엄연히 병원 시스템이 존재하고 의사도 할 일은 있어야 하니까 공짜로 진료를 봐주긴 한다. 그렇기는 해도 뇌물이 들어가면 병원에서 잘 챙겨준다. 그래서 병원에 가면 뇌물이 일반적이다.

탈북인 C

증언 4.

개인이 자기 집에서 아픈 사람을 진료해 주기도 한다. 그렇게 진료해주는 사람은 의사 자격증이 있지만 병원에 다니지 않는 사람이다. 의사로 일하다가 은퇴한 사람도 있고 아니면 의학대학 졸업했지만 의사를 안하고 그냥 개인적으로 다른 일을 했던 사람도 있고… 그런데 그렇게 집에서 진료해주는 사람들이 오히려 돈을 잘 번다. 병원은 공식적으로 환자들에게 돈을 받지 못한다. 그런데 집에서 개인적으로 진료 일을 하는 사람들은 치료에 따라 대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사람들이 죽을 병이 아니면 병원에 잘 안 가고 개인에게 치료를 받는다.

북한은 약국에서 웬만한 약을 다 살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프면 집에서 주사를 놓곤 한다. 개인이 스스로 주사를 그냥 놓는다. 집안에 누가 아플 때도 본인들이 의학적 지식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냥 주사 놓고 그런다. 물론 전문적인 게 아닌 민간 요법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냥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는 수준이다. 북한에서는 그렇게 집에서 알아서 치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람들은 정말 이상 증상이 있고 아주 세게 아프지 않은 이상은 병원에 잘 가지 않는다.

탈북인 D

증언 5.

병원에 가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한다. 병원에 약이 없기 때문에 약은 환자 자신이 부담해서 산다. 의사가 치료하는 데 어떤 약이 필요하다고 하면 환자가 직접 가서 사 와야 한다. 그래서 많이 아픈 게 아니면 병원에 잘 가지 않는다.

동네에서 약을 살 수 있으니까 자기가 그냥 자가진단으로 약을 사서 먹곤 한다. 북한 사람들은 워낙 자기가 알아서 약을 사는 습관이 되어 있기 때문에 어지간히 아픈 것은 자기가 무슨 병에 걸렸는지 알고 있다. 의학적으로 아는 게 많다고 할까? 그런 게 있다. 물론 과학적인 지식이라고 하기 보다는 민간에서 도는 그런 것들을 잘 안다.
약은 장마당보다는 개인집에서 더 많이 산다. 장마당에서도 살 수 있기는 한데 파는 곳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따로 장사하는 개인집이 있는데 약은 그런 민간에서 산다. 그냥 일반 집이다. 운영하는 사람은 아마… 약사가 아닌 것 같았다.

탈북인 E

증언 6.

무상치료제라고 하는 것은 내가 병원에 진료비만 내지 않을 뿐이다. 병원에 가면 의사 선생에게 진료를 잘 받기위해 담배 한 갑이라도 줘야 한다. 안 주면 성의껏 봐주지 않는다. 약은 받지 못해도 처방은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그렇다. 정부가 전처럼 약을 대주지 못한다. 그래도 의사가 왜 병원을 지키고 있냐 하면, 그래도 남자 의사들 같은 경우는 출근하면 진료해 줄 때 담배 한 갑이라도 받으면 하루에 두, 세 갑만 받아도 입쌀 1kg은 살 수 있다. 그러면 이것은 가정에 대단한 도움이 된다. 북한 사람들 자체가 ‘내가 오늘 쌀을 몇 kg 벌었어’라고 항상 생각한다. 먹는 것이 목전에 다 이르렀기 때문에 모든 것을 쌀로 바꿔서 계산한다.

탈북인 F

증언 7.

병원은 말이 무료이지… 고난의 행군 시작 전까지는 병원에 가면 환자가 주사도 맞고 약도 받고 그랬다.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병원에 가면 진찰과 침을 맞는 것 까지는 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병이 있어서 갔으면 거기에 대한 진단을 내리지 않나? 이 병을 치료하는데 필요한 약을 처방해 준다. 처방을 떼 주기는 하는데 그러면 환자 본인이 직접 가서 그 약을 사와야 한다. 돈이 없으면 그 약을 사 오지 못한다. 그러면 환자는 그냥 죽는 것이다.

병원 주변에 전부 약을 파는 장사꾼들이 있는데 약은 보통 거기서 구한다. 병원에는 약국이 있지만 가도 약이 없다. 밖에서 약을 파는 사람들이라고 다 약학을 전공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그런데 약에 대한 설명은 확실하게 하더라. 약을 팔기 위해 자체적으로 공부하는 것 같았다. 그 약에 대한 내용을 잘 알더라.

한국에서는 배가 아프면 거기에 맞는 약을 먹지 않나? 하지만 북한에서는 돈이 없다 보니 그냥 근처 어디 가서 침을 맞곤 한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웬만한 사람은 다 침대(침)를 꽂는다. 침 맞으러 가면 머리 하얀 할아버지, 할머니가 침대를 꽂고 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의학적으로 자격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냥 집에서 앉아 놀면서 침대를 꽂는 사람이다. 꽂고 나서 배를 문지르고 그렇게 해준다. 그런 식으로 치료한다.

탈북인 G

증언 8.

어머니가 병에 걸려 아팠는데 높은 자리에 있는 친척의 도움으로 평양에 있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병원에서는 칼을 대 봤자 안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희망이 없는 상황이었다. 어머니의 병이 위중하다 보니 시간을 끌 수 없었다. 당시 평양에서 진료받은 내용을 한국에 먼저 와 있던 친지에게 어렵게 전달했다. 친지에게 전해들은 말로는 한국의 의사가 이 정도 병은 충분히 수술 가능한데 수술 안 한다는 것은 사람을 그냥 죽으라고 놔두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하더라. 나는 이 말을 듣고 북한에 있어 봤자 희망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어머니가 안 계시면 나도 행복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머니와 같이 탈북하다가 붙잡혀도 죽고, 북한에 있어도 죽는 것이라면 일단 어머니가 살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더 있는 쪽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붙잡히면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만, 한국에 가기만 한다면 어머니는 살릴 수 있으니까 한국을 가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어머니와 탈북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간염을 대수롭지 않은 병으로 보겠지만 북한에서는 중병으로 본다. 이 정도 차이니까 병에 걸리면 좌절할 수밖에 없다. 물론 북한도 이런 병을 치료는 할 수는 있겠으나 완치할 수 있는 확률은 적다고 생각한다. 죽을 확률이 높다는 말이다. 북한에서는 간염 걸리면 치료해도 많이 죽는다.

탈북인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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