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타고 카불을 다니는 탈레반 전사들
탈레반이 8월 15일 카불을 장악한 이후,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인권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국제앰네스티, 국제인권연맹FIDH, 세계 고문방지기구OMCT는 이번에 관련 조사 결과를 담은 신규 브리핑을 발표하며, 지난 20년간 이룩한 아프가니스탄 인권의 발전이 탈레반에 의해 계속해서 퇴보되고 있다고 밝혔다.
신규 브리핑 <탈레반의 손에 넘어간 아프가니스탄: Afghnaistna’s fall into the hands of the Taliban>은 아프가니스탄 국민의 권리를 존중하겠다고 거듭 주장했던 탈레반이 실제로는 어떤 인권 침해를 일으키고 있는지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보고서에는 탈레반이 민간인과 항복한 군인들을 표적 살인한 것, 판지시르 계곡으로 가는 인도주의 물자 보급망을 끊은 것, 여성, 표현의 자유, 시민 사회에 대한 규제가 다시 도입된 것 등 국제법을 위반한 범죄들이 기록되어 있다.
유엔 인권 이사회는 아프가니스탄 전역에서 자행되고 있는, 국제법에 따른 범죄와 심각한 인권 침해 행위를 기록하고 증거를 수집 및 보존하기 위한 강력한 독립 조사 매거니즘을 구축해야 한다.
디누시카 디싸나야케Dinushika Dissanayake 국제앰네스티 남아시아 부국장
디누시카 디싸나야케Dinushika Dissanayake 국제앰네스티 남아시아 부국장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은 인권을 보호하지 않고 경시한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었다. 보복 공격, 여성 단속부터 시위, 언론, 시민 사회 등을 향한 강력 탄압까지 우리는 이미 수많은 인권 침해 행위를 목도했다.”
“국가 전반에 공포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휴대폰 연결이 불가하고 탈레반이 인터넷도 끊은 상황이다. 이로 미루어 볼 때, 본 보고서에서 밝힌 결과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유엔 인권 이사회는 아프가니스탄 전역에서 자행되고 있는, 국제법에 따른 범죄와 심각한 인권 침해 행위를 기록하고 증거를 수집 및 보존하기 위한 강력한 독립 조사 매거니즘을 구축해야 한다.”
아프가니스탄을 떠나기 위해 공항에 모여 있는 아프가니스탄 시민들
인권 옹호자가 직면한 공포와 위협
탈레반의 재집권 이후 탈레반이 인권 옹호자를 공격하고 있다는 보도가 매일 같이 등장하고 있다. 탈레반은 인권옹호자를 찾기 위해 집집마다 방문해 수색을 진행했고 많은 인권옹호자들이 몸을 숨겼다.
앰네스티 조사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한 아프가니스탄 인권 옹호자 마흐무드Mahmud*는 탈레반이 카불로 진입하기 시작한 날 소속 단체의 법인 차량, 기구, 돈 등을 넘기라는 전화를 받았다. 발신자는 마흐무드의 이름을 알고 있었으며 무조건 협조하라고 경고했다. 그 후 며칠간 마흐무드는 자신의 집 주소를 묻고 지정된 장소에서 만나자고 요청하는 전화와 왓츠앱 메시지를 받았다. 마흐무드가 일하던 비정부기구 동료 두 명은 탈레반에게 폭행당했다. 이 중 한 명이 공유한 사진을 국제앰네스티와 법의학자가 검증한 결과, 피해자의 등에는 ‘채찍질’ 흔적이 역력한 상처가 있었고 왼쪽 팔에는 멍이 확인되었다.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한 인권옹호자들 역시 송두리째 파괴된 삶을 어떻게 재건해야 할 지 모르는 불명확한 상황 속에서 군부대 혹은 인근 국가에서 발이 묶인 상황이다
델핀 레클레우Delphine Reculeau 세계고문방지기구 프로그램 디렉터
델핀 레클레우Delphine Reculeau 세계고문방지기구 프로그램 디렉터는 탈레반의 인권옹호자 억압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아프가니스탄에 갇힌 인권옹호자들은 실질적인 위험에 처해있다. 이들은 탈레반의 적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전방위적인 공격을 당하고 있다. 탈레반은 이들의 사무실과 자택을 습격하고 동료들을 폭행했다. 이들은 완전히 몸을 숨겨야 하는 상황이며 지속적으로 체포, 고문, 그보다 더한 위협 속에 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한 인권옹호자들 역시 하룻밤 사이에 송두리째 파괴된 삶을 어떻게 재건해야 할 지 모르는 불명확한 상황 속에서 군부대 혹은 인근국가에서 발이 묶인 상황이다”
“국제사회는 도덕적, 정치적 약속을 지키고, 자국에서 인권, 양성평등, 법치주의, 민주적 자유 등을 수호하기 위해 인생을 바친 인권옹호자들에 등을 돌려는 안 된다. 이들을 무슨 일이 있어도 보호해야 한다.”
아프간 여성들의 권리를 요구하는 시민들과 그 시민들을 제지하려 하는 탈레반 전사
언론인 박해
탈레반은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고, 특히 시위를 취재하는 언론인들을 자의적으로 체포, 구금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와 이야기를 나눈 두 명의 카불 여성 기자는 탈레반 점령 이후 자신들이 경험한 위협과 협박을 공유했다. 기자 아이샤Ayesha*는 자신의 생명이 위험하다는 고용주의 경고를 받은 후 아프가니스탄 수도인 카불을 떠났다. 탈레반은 아이샤의 집을 찾아갔다가 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가족을 협박했다고 한다.
기자 아아딜라Aadila*는 탈레반 점령 첫 2주를 불확실한 현실과 공포의 시기라고 묘사했다. 기존에는 아프가니스탄에 머물면서 일을 계속 할 계획이었지만 어는 날 탈레반이 집에 찾아와 아아딜라를 찾았다고 한다. 그 이후 그는 아프가니스탄을 떠나는 것이 좋겠다는 친척들의 강경한 제안을 듣고 아프가니스탄을 떠났다고 한다.
남성 기자인 압둘Abdul*은 편집자, 기자, 언론 종사자 모두 샤리아법, 이슬람 율법 및 규범 등을 따르는 조건으로 일을 계속할 수 있다는 탈레반의 발표를 들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항복한 이후 출근을 안 했다. 탈레반이 몇 차례 집에 찾아왔지만 숨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무너진 시점부터 사무실 문도 닫았다”고 전했다.
여성과 소녀, 시위의 자유
탈레반 점령 이후 공포의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아프가니스탄 여성은 부르카를 쓰고 남성 보호자와 동행하지 않는 이상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 또한 폭력과 보복을 피하기 위해 다른 활동도 멈추고 있다. 이런 수많은 위험 요소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여성 시위는 이어지고 있다.
일부 평화시위는 탈레반이 용인했지만 대부분은 폭력적으로 진압되었다. 실제로 9월 4일 탈레반 특수부대는 공기 중으로 실탄을 쏴 1백여 명의 여성을 해산시켰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루탄도 발포됐다.
인권옹호자 나지르Nazir*에 따르면 그의 남성 친구 파위즈Parwiz*가 9월 8일 여성 인권 시위에 참여한 이유로 심하게 폭행당했다고 한다.
“파위즈는 9월 8일 여성 시위에 참여하던 중 구금당해 심각한 고문을 받았다. 팔은 부러졌으며 경찰 관할 지구지구 번호 밝히지 않음 안으로 끌려갔다. 탈레반이 파위즈를 석방했을 때 입고 있던 옷이 피로 흠뻑 젖어 새 옷을 입어야만 했다.”
현재 9월 8일 기준 탈레반이 통제하는 내무부는 “시위 관련 법을 성문화하기 전까지” 아프가니스탄 내 시위 및 집회 전면금지령을 내렸다.
국제 사회는 탈레반의 인권 침해 행위를 눈 감아 주어서는 안 된다.
줄리엣 러셀럿Juliette Rousselot 국제인권연맹 남아시아 프로그램 담당자
줄리엣 러셀럿Juliette Rousselot 국제인권연맹 남아시아 프로그램 담당자는 “국제 사회는 탈레반의 인권 침해 행위를 눈 감아 주어서는 안 된다. 유엔 인권 이사회에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면 불처벌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가 될 뿐만 아니라 보다 광범위하게 인권 침해를 방지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동시에 현재 진행 중인 국제형사재판소 조사를 지원하여 반인도 범죄와 전쟁 범죄를 저지를 모든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 증언자의 안전을 위해 모든 이름은 가명으로 처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