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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투 앨라이월드│EP1. 나는 17살이고 청소년 성소수자 앨라이입니다

10월 21일, 따돌림과 괴롭힘으로 세상을 떠난 청소년 성소수자를 기리고 지지하는 스피릿 데이Spirit Day를 맞이하여 청소년 성소수자 앨라이* 프로젝트 ‘웰컴투 앨라이월드 For Queer Youth’를 오픈했습니다. 청소년 성소수자 앨라이로서 청소년 성소수자의 편이 되어 일상을 함께 살아가는 앨라이들을 직접 만나보세요. 당신을 청소년 성소수자 앨라이 월드로 초대합니다. Welcome to Ally World!

* 앨라이 Ally란 원래 ‘협력자’라는 의미로 성소수자의 편에 서서 이들을 지지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Q. 청소년 성소수자 앨라이로서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올해 17살 청소년 성소수자 앨라이 도현이라고 합니다.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고등학교 생활을 하고 있어요. 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졸업 후 진로를 미용 쪽으로 준비하고 있어서 현재 미용 학원에서 실무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Q. 일반적으로 앨라이 ally는 ‘협력자’를 의미하는 익숙하지 않은 단어인데 언제부터 앨라이의 의미를 알고 청소년 성소수자 앨라이가 되셨을까요?

앨라이라는 뜻을 알게 된 것은 얼마 안 된 것 같아요. 처음 봤을 때는 굉장히 생소한 단어였어요. 앨라이의 정확한 의미는 몰라도 성소수자 친구들을 본격적으로 지지하기 시작한 것은 올해부터였던 것 같아요. 중학생 때는 주변에 분명 많이 있었겠지만 사실 이렇게 자신의 성 정체성이나 성적 지향을 밝히는 친구들이 없었거든요.

근데 올해 고등학교에 올라가게 되면서 완전히 새로운 공간인 거예요. 자신의 성 정체성이나 성적 지향을 당당하게 공개하는 친구들도 많고 제가 1학년 때 인권 동아리에 들어가게 되면서 앨라이 활동을 더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저희 동아리에서는 학기별로 주제를 하나씩 정해서 활동하는데 학기 초에는 동물권과 비거니즘Veganism (동물을 착취해서 생산되는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거부해야 한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동물권을 옹호하며 종 차별에 반대하는 사상과 철학)을 했었어요. 2학기에는 투표를 통해서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로 정했고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을 초청해 강연을 듣고 관련 영상을 한 편 만들어서 상영했어요.

Q. 고등학교 진학하고 난 후, 직접 성소수자 친구들을 만나면서 좀 더 관심을 갖게 되신 걸까요?

제가 그 전에도 존재는 알지만 주변에 한 명도 없었으니까 낯설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고등학교 진학 후에 친한 친구가 저한테 커밍아웃하게 되어서 점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그 친구랑 자주 어울리다보니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당신에게 커밍아웃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당신 주변에 성소수자가 없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커밍아웃을 할 만한 안전한 사람이 되어주지 못한 것이다. 그때 이후로 관심을 많이 가졌던 것 같고 친구랑 이런 얘기를 자주 나눠요. 제가 청소년 성소수자 앨라이로서 느끼는 거랑 성소수자로서 느끼는 게 또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서 자주 대화를 나누고 있어요.

저희 학교가 혁신 고등학교여서 분위기가 다른 일반 고등학교보다 확실히 편하고 자유로운 게 있지만 이게 특이한 거라는 생각은 안 들어요. 학기 초에 친구가 “나 여자 좋아해” 혹은 “남자 좋아해”라고 커밍아웃하지 않고 그냥 “내 애인이야”라고 아무렇지 않게 소개하는 친구들이 되게 많았어요. 그런 친구들이 있다 보니까 이런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다른 학교에 비해 많이 형성되어 있는 것 같아요.

Q. 청소년 성소수자 앨라이 활동이 무엇이라고 딱 정해진 것은 없지만 일상에서 청소년 성소수자의 편에 서서 하는 모든 일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최근에는 어떤 앨라이 활동을 하고 계시나요?

저는 청소년 성소수자 앨라이가 ‘안전요원’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학교가 모두에게 안전한 곳은 아닌데 앨라이로 인해서 최대한 안전한 공간이 되면 좋겠어요.

비교적 열린 문화를 가지고 있는 저희 학교뿐만 아니라 학교 안팎의 다른 공간에서 자신의 성 정체성이나 성적 지향을 밝히는 것은 되게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그들이 나한테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으니까 언제든 나한테 말할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되자는 생각을 했어요. 평소에 내가 성소수자에 대해 무지한 사람이 아니고 그걸로 차별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남친’, ‘여친’이라는 말보다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애인’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어요. 굳이 성소수자 친구들이 아니어도 관련 기사가 있으면 직접 읽어주거나 SNS에 공유하기도 해요. 그렇지만 저는 그 친구가 성소수자인지 아닌지 정확하게 모르니까 제가 더욱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주변에 알리려고 해요.

그들이 나한테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으니까 언제든 나한테 말할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되자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주변에 혐오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이렇게 하기 힘든 경우도 있어요. 제가 오늘 이런 얘기하고 있었는데 어떤 남자애가 저한테 약간 ‘게이 같다’라는 식으로 얘기했거든요. 남자애들끼리 장난처럼 많이 하는 말인데 저희 학교가 열린 문화를 가지긴 했지만 그런 인식을 가진 학생이 훨씬 더 많아서 씁쓸하기도 해요. 저는 평소에 놀림을 당하거나 이런 말을 들으면 싫다고 하는 편인데 직접적으로 ‘게이 같다’라는 표현은 처음 들어서 정말 당황스러웠어요. 인권 공부하면서 익히 들어왔던 혐오표현이지만 막상 직접 들으니까 아무 말도 못 했어요. 많은 남자애들이 장난칠 때 ‘너 게이 같아’라고 하면 엄청 기분 나빠하면서 막 싫어하고 욕하는데 이게 기분이 나쁘고 좋고를 떠나서 다른 사람의 성 정체성이잖아요. 애초에 놀림거리조차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그런 게 약간 학생들 사이에서 놀리거나 조롱의 의미로 쓰인다는 게 좀 슬퍼요.

Q. 학교를 성소수자에게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나 공식적으로 제공해줬으면 하는 것이 있을까요?

사실 학교에서 성소수자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기보다 성소수자들이 학교에서 문제를 겪는 이유는 주변 사람들의 생각이나 시선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 주변에 성소수자 친구들과 얘기해봤을 때도 그렇고 인식을 바꾸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학교에 인권 동아리는 하나인데 얘기해야 할 주제는 되게 많잖아요. 사실 성소수자 관련 주제는 따로 뺐으면 좋겠어요. 1년 내내 그 얘기만 할 수 있는 부서도 따로 있었으면 좋겠고요. 이런 게 더 많아지면 성소수자한테 좀 더 안전한 공간이 형성될 것 같고 안 좋은 인식들이 변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사실 그런 인식들은 성소수자가 내 주변에 없다고 생각해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관심이 없어서 본인만 모르는 건데 “설마 내 주변에 있겠어”라고 말하기도 해요. 가장 많은 들은 얘기는 “나는 존중은 하는데 이해는 못 해”예요. 사실 그냥 이해할 필요가 없는 거잖아요. 그냥 존중만 하면 되는 건데 겉으로는 약간 ‘나 존중하는 사람이야’ 이런 것에 빠져서 자기도 모르게 혐오표현을 하는 그런 인식들이 없어지는 방법이 필요한 것 같아요.

Q. 성소수자 앨라이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겠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청소년 성소수자 앨라이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그 이유는?

청소년 성소수자들도 학교 안팎에서 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성소수자 앨라이가 좀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전체적으로 앨라이가 많아지면 좋겠지만 특히 청소년 성소수자 앨라이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주변 친구들한테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사람들에 대해 얘기를 하면 고개는 끄덕이지만 잘 모르고 자신과 먼 존재로 치부하고 낯설게 생각하는 경향이 많더라고요.

학교에서 성소수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사회적으로 어느 지점에서 소수자였던 경험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저도 인문계를 다니는데 다들 대학을 가려고 공부하지만 저만 미용을 하니까 학교에서 제가 할 게 없는 느낌을 받는데 사실 그럴 때 제일 슬펐던 게 되게 외롭다는 거예요. 청소년 성소수자들도 학교 안팎에서 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성소수자 앨라이가 좀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학교에 다니지만 미용을 하는 사람이어서 뿐만 아니라 자주 그런 일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좀 아팠는데 다수 옆에 있는 소수다 보니까 외로운 일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인권을 공부하기 전부터 소수는 굉장히 외롭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거 같아요.

Q. 청소년 성소수자 앨라이 프로젝트 <웰컴투 앨라이월드 For Queer Youth> 웹툰은 일상에서 혐오와 차별을 겪는 청소년 성소수자 냥이와 다양한 앨라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본인은 어떤 앨라이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는지 혹은 어떤 앨라이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저는 연대하는 앨라이, 용기있는 앨라이, 지적인(존중하는) 앨라이에 가깝다고 생각하는데 그 중에서도 연대하는 앨라이와 가장 비슷한 것 같아요. 연대는 제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이기도 하고 학교에서 성소수자 친구들과 얘기하면 뭔지 모를 쓸쓸함 같은 게 느껴질 때도 있어서 연대가 더 중요하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리고 혐오표현에 맞서 자기 목소리를 표현하고 싶지만 용기가 없어서 못 하는 친구들이 있다고 생각해서 용기있는 앨라이가 더 필요한 것 같아요. 지적인(존중하는) 앨라이는 성소수자에 대해 무지하지 않다는 점에서 저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예전에 어떤 사안에 관심이 없어서 무지했던 게 다른 사람에게 큰 상처로 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었어요. 다른 사람들도 성소수자에 대해 잘 모르고 뱉었던 말들이 당사자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몰랐던 거죠. 저는 그런 면에서 많이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학교 밖에 있는 청소년 성소수자한테 필요한 앨라이는 연대하는 앨라이, 사랑하는 앨라이 인 것 같고 특히 가족이 중요할 것 같아요. 웹툰처럼 행동하는 부모님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사랑하면 되잖아요. 그 사람이 성소수자든 아니든 그냥 같은 사람이니까요.

Q. 청소년 성소수자 앨라이가 되고 싶은 청소년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려요.

우선 굉장히 환영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청소년 성소수자의 편에 서서 목소리를 내고 싶지만 아직 용기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처음부터 너무 대단한 일을 할 필요는 없다고 전하고 싶어요. 당사자가 성소수자라는 것을 밝히지 않으면 우리는 알 수가 없으니까 주변에 청소년 성소수자가 있다고 생각하고 모두에게 편안한 존재가 되라고 말하고 싶어요.

제 친구들이 저를 인권에 관심이 많아서 활동하는 대단한 사람이라기보다 내가 무슨 얘기를 해도 편견이나 차별 없이 들어줄 것 같은 사람, 뭐든지 잘 들어줄 것 같은 친구로 봐주었으면 좋겠거든요. 앨라이가 되고 싶은 분들도 그런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다들 멋져요!! ㅎㅎ

Q. 웹툰의 냥이와 같은 주인공 청소년 성소수자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부탁드려요.

혐오와 차별이 많은 사회에 살기 때문에 힘든 일들이 많을 거 같지만 힘내라는 말은 별로 하고 싶지 않아요. 사실 그게 힘을 낼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사회가 만든 시선 때문에 뭔가 힘내라고 말해줘야만 할 것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거죠. 아직 많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저처럼 청소년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앨라이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고 너무 외로워하지 말고 혼자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청소년 성소수자 앨라이가 되어 일상에서 연대하고 지지해주세요!

Welcome To Ally World For Queer Youth - Title Graph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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