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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투 앨라이월드│EP3. 든든한 뒷배가 되어주는 앨라이 엄마입니다

10월 21일, 따돌림과 괴롭힘으로 세상을 떠난 청소년 성소수자를 기리고 지지하는 스피릿 데이Spirit Day를 맞이하여 청소년 성소수자 앨라이* 프로젝트 ‘웰컴투 앨라이월드 For Queer Youth’를 오픈했습니다. 청소년 성소수자 앨라이로서 청소년 성소수자의 편이 되어 일상을 함께 살아가는 앨라이들을 직접 만나보세요. 당신을 청소년 성소수자 앨라이 월드로 초대합니다. Welcome to Ally World!

* 앨라이 Ally란 원래 ‘협력자’라는 의미로 성소수자의 편에 서서 이들을 지지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Q. 청소년 성소수자 앨라이로서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현재 25살 게이 아들을 두고 있는 앨라이 엄마 지인입니다. 아들이 17살 때 게이인지 알게 되었고 이 일을 계기로 여러 활동을 하면서 성소수자 부모모임을 창립했고 현재까지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직업이 상담사라 올해부터 출범한 성소수자와 함께하는 상담사모임 다다름의 운영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Q. 일반적으로 앨라이 ally는 ‘협력자’를 의미하는 익숙하지 않은 단어인데 언제부터 앨라이의 의미를 알고 청소년 성소수자 앨라이가 되셨을까요?

제가 앨라이가 된 것은 아들이 게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경험과 관련이 깊어요. 아들이 저한테 커밍아웃한 게 아니라 제가 아들이 쓴 메시지를 우연히 발견하면서 아웃팅(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성 정체성이 드러나게 되는 것을 이르는 말)을 당한 거였어요. 당시 저는 심리 상담을 하고 있었지만 대학원에서 성소수자에 대해 전혀 가르쳐주지 않아서 완전히 무지한 상태였어요. 처음에 아들이 게이인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네가 아직 성인도 아닌데 어떻게 아냐는 등 이런 무식한 말을 막 했었죠. 엄마 생각에 넌 아닌 것 같다고 계속 상처 주는 말도 하다가 도대체 이게 뭔가 하면서 답답해서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한 거예요. 직접 성소수자 관련 자료를 찾아보면서 제가 너무 많이 잘못 알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부모는 자식이 성소수자라는 것을 알게 되면 처음에는 부정하다가 나중에는 죄책감이 들어요. 처음 1년 정도는 이건 잘못된 거야, 불행할 거야라고 생각을 하다가 이후에는 이게 다 내 탓이고 양육을 잘못했다고 생각하면서 울기도 하고요. 저도 완전히 똑같은 단계를 거쳤는데 심지어 제가 태권도를 오래 안 시켜서 아이가 이렇게 됐나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도 많이 했죠.

그러다 도저히 안 되겠어서 저와 비슷한 상황인 사람을 직접 만나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성소수자 인권단체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와 친구사이에 전화해 성소수자 자식을 둔 부모를 만나게 해달라고 했어요. 실제로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한 부모들을 직접 만나보니 많은 위안이 되었고 저도 다른 부모들한테 위안을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부모모임 설립으로 이어지게 되었어요. 처음부터 인권단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게 아니라 계속 활동을 하다 보니 이것은 결국 사회가 가진 인권 문제이고 내 자녀가 사는 사회를 변화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아이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사회에서 혐오발언을 듣고 차별받는 것을 퀴어문화축제에 가서 직접 보고 겪고 느끼면서 내가 이렇게 해서 안 되겠는 생각이 들면서 더욱 투사가 되더라고요.

Q. 성소수자 앨라이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겠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청소년 성소수자 앨라이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그 이유는?

특히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커밍아웃하지 않으면 힘든 마음을 어디 쉽게 털어놓을 곳이 없어요.

성소수자 부모모임 상담을 통해 만나는 청소년 성소수자분들을 보면 아무래도 학교에서 혐오나 편견을 겪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우연히 농담처럼 혐오표현 하는 것을 듣게 된다거나 교실 안에서 직접적인 따돌림도 심하고요. 저희 아들도 새 학기 마다 인기가 엄청 많아서 초중고 전교 회장, 부회장을 했었는 데 몇 달이 지나면 엄청 괴롭힘을 당해서 자꾸 전학을 갔었어요. 처음에는 화를 잘 안 내고 여린 성격이어서 그런가보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죠.

청소년 성소수자 관련 논문이나 조사에 따르면, 교사나 학생들로부터 받는 혐오표현의 경험이 98%나 되기도 하고 청소년 성소수자 자살 시도율은 47%로 거의 두 명 중 한 명꼴이죠. 이런 상황에 몰린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마지막 믿음을 갖고 부모한테 커밍아웃 했는데 거부당하면 엄청 많이 힘든 거죠. 실제로 이런 경우는 청소년 성소수자 자살 시도율이 8배나 더 높다고 해요. 제가 가족에게 거부당한 성소수자의 정신건강 연구에 대한 논문을 썼는데 어떤 부모는 자식에게 ‘네가 죽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한 사례도 있었어요.

퀴어문화축제 성소수자 부모모임 부스 행사에서 부모에게 커밍아웃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물어본 적이 있는데 ‘자살’, ‘투쟁’, ‘너무나 힘든 여정’, ‘죄인 취급 받는다’, ‘마지막 믿음’, ‘천국이 되거나 지옥이 되거나’ 등 부정적인 경험을 알 수 있는 응답이 많았어요. 그리고 부모 혹은 가족에게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괜찮아’, ‘알고 있었어’, ‘여전히 널 사랑해’ 등이 있었어요. 부모에게 하는 커밍아웃이 자기 삶에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부모와의 관계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었죠.

사실 이런 상황을 반복적으로 겪다 보면 정신건강에 좋지 않고 특히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커밍아웃하지 않으면 힘든 마음을 어디 쉽게 털어놓을 곳이 없어요. 만약에 반 친구한테 커밍아웃했던 경험이 성공적이었으면 굉장한 지지가 되어서 자긍심과 힘이 생기거든요. 내 편이 생겼으니까 다음 커밍아웃도 잘하게 되고요.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친구랑 점점 멀어지면서 좌절하게 되죠. 그래서 청소년 성소수자 앨라이는 정말 더 필요한 것 같아요.

Q. 아직 독립하지 못한 청소년 성소수자들한테 부모는 참 많은 영향을 미치고 그만큼 부모와의 관계라던가 역할이 매우 중요할 것 같아요. 자식이 성소수자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된 부모는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좋을까요?

저는 처음 오시는 부모님들한테 항상 말해요. 아직 마음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부정하는 말이나 혐오하는 표현은 절대 하지 마시라고요. 부모가 자식한테 하는 말이 너무 상처 되고 오래 간다는 것을 알리고 시작해요. 처음에는 부모들이 (커밍아웃) 얘기를 듣자마자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하면서 본인이 힘들어하고 나를 왜 이렇게 힘들게 하냐고 해요. 저도 당시에는 제가 힘들다고만 생각하고 사실 당사자들이 10배는 더 힘든 것을 몰랐던 거죠. 부모들은 너무 충격을 받고 힘들어서 자기중심적으로 변하는데 자식들은 부모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는 것조차도 상처거든요. 그런 자식들에게 혐오하는 말, 정말 심한 말들 많이 하고요. 그래서 부모님들이 그렇게 했을 때 당사자들 마음이 얼마나 힘든지 알려주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말씀드려요. 구체적으로 부모님들이 하면 안 되는 것과 하면 도움이 되는 것 리스트도 전달해 드리고요.

자식은 부모에 따라 불행하게 사는지 행복하게 사는지 많이 달라져요. 미국에 있는 성소수자 부모모임에서는 부모들에게 자식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음을 믿기 등 자식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을 많이 알려줘요. 사회에 나가서 상처받고 많이 힘들더라도 가정 안에 내 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큰 힘이 되니까 그 역할만 해주셔도 좋다고,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라고 말해요.

Q. 청소년 성소수자 앨라이 활동이 무엇이라고 딱 정해진 것은 없지만 일상에서 청소년 성소수자의 편에 서서 하는 모든 일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최근에는 어떤 앨라이 활동을 하고 계시나요?

성소수자 부모모임에서 정기 모임이랑 커밍아웃 워크숍을 해요. 정기 모임은 매달 둘째 주 토요일이고 사람들이 많이 오면 60~70명 정도 왔어요.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20~30명 정도 모이고 모임 참가자 중 2/3는 당사자분들이고 청소년분들도 많이 오세요. 다들 부모님께 커밍아웃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아니면 이미 알게 되어 너무 힘들고 갈등이 심한데 어떻게 풀 수 있을지, 부모님의 마음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 지 등 다양한 고민을 나눠요. 커밍아웃 워크숍에서는 실제로 커밍아웃할 때 어떻게 해야 할 지 같이 부모님과 얘기해보고 로드맵과 상황극을 짜봐요.

매년 퀴어문화축제 부스에서는 부모들과 당사자들을 상담했고 작년에는 코로나19로 대면활동이 어려워 ‘청소년 성소수자를 위한 무지개 길잡이’라는 온라인 토크쇼를 진행했어요. 많은 청소년 성소수자가 자신의 미래는 어두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롤모델을 보여주기 위해 성소수자 당사자들의 직장, 사회생활 이야기를 전했어요. 그 외에도 여러 대안학교, 중고등학교 동아리에 초청되어 강의하기도 하고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과 간담회를 열기도 했어요. 재작년에는 부모모임에 오는 많은 26명의 이야기를 담은 책 <커밍아웃 스토리>를 출판했어요. 최근에는 지난 4년 동안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너에게 가는 길>이 오는 11월에 개봉될 예정이예요. 영화에 게이와 트렌스젠더 자식을 둔 두 가족이 나오는데 정말 재미있고 지금까지 영화제에서 상도 많이 받았어요. 커밍아웃할 때 부모님과 함께 보러가면 좋을 것 같아요.

Q. 본인이 생각하는 청소년 성소수자 앨라이의 정의는 무엇인가요?

앨라이 부모는 든든한 뒷배, 울타리가 되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청소년 성소수자와 함께 하는 사람, 든든한 뒷배가 되어주는 사람, 울타리가 되어주는 사람, 따뜻한 곁을 내어주는 사람 전부 다 앨라이의 역할일 것 같아요. 특히 앨라이 부모는 든든한 뒷배, 울타리가 되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간혹 저희가 부모라는 얘기하면 너무 가족주의로 간다고 하는데 사실 부모모임에 계시는 많은 부모님이 자기 자식만 위해서 이렇게 활동을 하는 게 아니거든요. 어떤 부모님은 자식이 모임 활동을 추천해서 하기도 하고, 활동 자체를 굉장히 즐기고 자랑스러워하는 당사자분들도 있고요. 이제 다들 청소년 성소수자분들을 위한 든든한 울타리인 거죠.

물론 부모모임에 자주 나오시기보다 단톡방에서 소극적으로 활동하시는 분도 계세요. 근데 퀴어문화축제에는 갑자기 많이 나오시거든요. 이때는 소극적이었던 분들도 축제에 가면 축제 장소 밖에 혐오 세력들이 자식을 욕하는 것을 보고 적극적으로 항의하고 화내면서 저절로 앨라이가 되기도 해요. 내 자식이 혐오와 차별을 겪는다는 것을 그냥 말로만 듣는 것보다 실제로 보고 경험하는 게 크게 와 닿는 거죠. 성소수자 당사자가 불편한, 뭔가 잘못된 사회를 앞장서서 바꿔야겠다는 마음이 저절로 생기는 거예요.

Q. 청소년 성소수자 앨라이 프로젝트 <웰컴투 앨라이월드 For Queer Youth> 웹툰은 일상에서 혐오와 차별을 겪는 청소년 성소수자 냥이와 다양한 앨라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본인은 어떤 앨라이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는지 혹은 어떤 앨라이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저는 행동하는 앨라이인 것 같아요. 행동으로 변화를 이끌어내는 앨라이가 되고 싶어요. 연대하는 앨라이에도 해당되는 것 같아요. 성소수자 단체 뿐만 아니라 다른 소수자 단체나 여러 인권 단체와 연대하기도 하거든요. 아무래도 자식은 얼굴을 드러내면서 행동하기 어려우니까 부모라도 방패가 되어서 행동하고 연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Q. 청소년 성소수자 앨라이가 되고 싶은 분들, 특히 성소수자 자식을 둔 부모님들께 한 말씀 부탁드려요.

많은 부모님이 일단 전화로 상담을 많이 하거든요. 그러면 본인 자식의 정체성과 비슷하거나 종교가 비슷한 부모님이 상담해줘요. 비슷한 상황을 경험한 사람을 만나면 더 이해받고 공감받는 기분이 드니까요. 전화로 상담하면서 직접 부모 모임에 오셔서 궁금한 거 더 많이 알아 가시고 자식한테 물어보지 못하는 것 물어보라고 말씀드려요. 그러면 오셨을 때 당사자들의 솔직한 마음을 듣게 되는 거죠. 부모는 자식이 성소수자라서 불행할 거라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되는 데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모임에서 다른 성소수자 분들을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돼요.

부모의 역할은 자식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믿는 거예요. 우리 자식들은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으니까 불행하게 살 거라는 눈빛으로 보지 말자고요. 가족 안에 내 편이 있는 것만으로도 바깥에서 힘든 일을 겪어도 회복이 되니까요. 자식도 부모가 자신을 너무 심하게 거부하고 혐오표현을 하면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든데 부모가 처음에는 무지했기 때문에 그랬지만 이렇게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모임에 와서 알게 되죠. 지금 부모의 모습이 평생 가는 것이 아니고 부모도 달라지고 자식을 언젠가 이해하게 되니 포기하지 말라고 전하고 싶어요.

Q. 웹툰의 냥이와 같은 주인공 청소년 성소수자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부탁드려요.

혐오가 가득한 세상에 살게 한 건 어른들의 잘못이고 너희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거예요.

일단은 정말 보자마자 힘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청소년 성소수자 분들이 힘들어도 견뎌내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에 고마움을 느끼고 있어요. 세상에는 다양한 성 정체성이 있고 이게 정말 이상하거나 틀린 것이 아니라 단지 다른 것이라는 것을 계속 말해주고 싶어요. 잘못된 것은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고 혐오가 가득한 세상에 살게 한 건 어른들의 잘못이고 너희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거예요. 우리가 모두 힘을 합쳐서 사회를 바꿀 거니까 믿고 조금만 견뎌달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저희 성소소수자 부모모임에서 외치는 구호가 있어요. “나는 성소수자 부모입니다. 나는 내 자식이 자랑스럽습니다. 성소수자가 행복할 권리, 당신이 행복할 권리와 같습니다.” 꼭 기억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청소년 성소수자 앨라이가 되어 일상에서 연대하고 지지해주세요!

Welcome To Ally World For Queer Youth - Title Graph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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