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뉴스 뉴스

‘벼랑 끝까지 몰린’ 아프간 주민과 인권

얼마 남지 않은 구호물품을 받아 가는 아프간 소년

사진 1. 얼마 남지 않은 구호물품을 받아 가는 아프간 소년

아프가니스탄 국내총생산GDP의 43%를 차지했던 해외 자금지원이 탈레반의 카불 점거 이후 한순간에 동결됐다. 이미 빈곤에 시달리던 아프간 경제는 파탄에 이르렀고 매서운 겨울을 앞둔 아프간 주민 수백만 명이 굶주릴 위기에 놓였다.

카불 점거와 함께 가해진 금융 제재

해외 원조 중단, 정부 자산 동결, 국제적 제재가 겹치며 이미 높은 수준의 빈곤에 시달리던 아프가니스탄 경제가 완전히 파탄에 이르렀다.

탈레반이 카불을 점거한 올해 8월, 미국 바이든 정부는중앙은행인 아프가니스탄 은행Da Afghanistan Bank의 자산 95억 달러를 동결했다. 같은 달 유럽연합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예정되었던 아프간의 의료 서비스, 농업, 법집행 부문에 대한 발전 및 긴급 지원금 14억 달러를 회수했다. IMF는 탈레반의 자금 4억 6천만 달러를 동결했고 세계은행 및 아시아개발은행과 같은 국제기구 역시 아프가니스탄 프로젝트에 대한 지출을 유예했다.

국제적 제재 대상에 탈레반이 여전히 포함되어 있어, 아프가니스탄의 해외 공여자들은 탈레반의 카불 점거 이후 자금 지원을 보류하거나 회수하는 방향으로 태도를 바꿨다. 세계은행 발표에 따르면, 탈레반 점령 이전까지 이러한 지원금은 아프가니스탄 GDP의 43%, 공공 지출의 약 75%를 차지했다.

극심한 식량 불안과 기아에 직면한 아프간 주민

불과 몇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상황은 이미 치명적이다.
사람들은 공적·사적 부문을 막론하고 급료를 받지 못하고, 현금을 사용하지도 못하며, 심지어 생필품조차 구하지 못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은 벼랑 끝까지 몰려 있다

아프간 현지 상황에 대해 야미니 미슈라Yamini Mishra 국제앰네스티 아시아태평양 지역국장

11월 5일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에 따르면, 아프간 인구 약 3,900-4,000만 명 중 2,280만 명이 극심한 식량 불안과 기아에 직면해 있다. 11월 7일 세계식량계획World Food Programme에서는 최소 백만 명의 어린이들이 이미 극심한 영양실조를 겪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앞서 언급된 유럽연합의 기금 회수는 약 3천만 명의 환자를 수용하던 최소 2,000곳 이상의 의료시설이 즉시 폐쇄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또한 아프간 은행 시스템은 붕괴 직전까지 처했다. 은행과 현금인출기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지만, 현금은 지급되지 않고 있다. 물가는 치솟고 화폐 가치는 곤두박질쳤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정부 및 기업에서 급료를 지불하기 위해 기금을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한 가운데, 공공부문 근로자는 몇 달째 급료를 받지 못하고 있고, 120만 명에 이르는 사기업 근로자의 급료 지급은 유예된 상태다. 유엔개발계획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me은 아프가니스탄의 빈곤율이 현재 72%에서 2022년 중반에는 97%에 이를 것으로 올해 9월 전망했다.

4년 연속 극심한 가뭄과 경기 침체, 대규모 국내실향민 발생으로 인한 식량 불안은 탈레반 점령 이전부터 아프가니스탄을 위협하고 있었다. 전국적으로 4백만 명 이상이 국내실향민이 되어 절박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이들 중 57만 명 이상은 지난 1월에 발생한 국내실향민이다.

국제앰네스티, “인권 보호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글로벌 인권 단체 국제앰네스티는, 아프가니스탄의 의료 및 필수 서비스 제공을 가로막고 있는 금융 제재를 시급히 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억 명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는 만큼 인도주의적 지원의 규모를 시급히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슈라 국장은 “국제적인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긴급 계획을 수립하고 아프간 국민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 예산 사용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몇 개월 이내로 인류 재앙이 닥칠 것은 불 보듯 뻔하다”며 급박한 상황을 전했다.

국제사회는 아프간 국민의 희생과 고통을 막고,
이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야미니 이슈라, 국제앰네스티 아시아태평양 지역국장

이어서, 미슈라 국장은 “인도주의적 지원과 필수적 서비스를 위한 공공 기금 사용을 정치적 논쟁거리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는 “공여국들은 즉시 현지의 비정부단체 및 인도주의 기구와 상의하여 재정적 지원 및 인도적 지원을 보급하기 위한 포괄적 행동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여기에는 독립적인 모니터링과 지원이 가장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되도록 보장하는 강화된 정기 보고가 포함되어야 한다”며, “탈레반은 유엔 기구와 인도주의 단체가 활동할 수 있도록 제한 없는 출입을 허용하는 데 협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국제사회에서 인도주의적 지원 공약이 빗발치고 있지만, 약속한 수준의 장비와 현금으로는 현재 아프간이 직면한 위기 규모에 대응하려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 발표에 따르면, 재난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2억 달러 이상의 인도주의적 지원이 매달 필요하다. 특히 겨울에는 접근이 거의 불가능한 수준인 지역이 많으므로, 모든 지원을 신중하게 계획하고 제시간에 전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한국: 내가 쓰는 핸드폰과 전기자동차가 인권을 침해하지 않게 하라!
온라인액션 참여하기
세상의 부당함에 맞서 싸웁니다
후원하기

앰네스티의 다양한 자료를 통해 인권을 쉽게 이해하고 인권활동에 함께해요.

당신의 관심은 우리가 행동할 수 있는 힘입니다.
이름과 이메일 남기고 앰네스티 뉴스레터를 받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