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래퍼가 아닌 기후변화와 인권이 궁금한 한 사람으로 여러분과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함께 이야기 나누어주실 분을 소개합니다. 교수님.
사실 저는 앰네스티의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캠페인에 함께 했었는데요.
교수님께서는 무려 80년대부터 앰네스티와 활동하셨다고 들었어요!
여기까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웃음)
저도 미리 책을 읽고 교수님께 드리고 싶은 여러 질문들을 준비해봤어요.
저뿐만 아니라 오늘 참여해주신 분들도 각자 궁금한 내용을 남겨주셨는데요.
그 중에서도 기후변화에 대한 책을 집필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해요.
지금으로부터 벌써 13년 전이네요. 2008년에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중요한 결의안을 발표하면서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인권 문제가 기후변화라고 언급했습니다.
제가 그 발표를 보고 충격을 받았죠. 평생 인권을 공부했는데, 제가 기후변화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인권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충격을 받고 이 문제를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기후변화가 실제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어느 정도로 심각한 위기인지 궁금합니다.
기후변화가 워낙 거대한 문제이다보니 일상 생활에서 ‘약간 더 덥네’, ‘옛날보다 비가 조금 더 자주 오네’, 이 정도로만 느끼실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사람에 따라서 변화에 민감한 분도 계시고 둔감한 분도 계시잖아요.
그런데 올해 8월,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서 중요한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이전보다 지구 기온 상승 속도가 빨라져 2040년, 지금으로부터 19년 뒤면 1.5도 이상이 될 것이라는 굉장히 걱정되는 발표가 있었어요.
물론 옛날에도 기상재난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기후변화가 원래 있던 보통의 기상재난을 훨씬 더 악화시키고 훨씬 더 예측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좋겠어요.
기후변화의 영향은 어떻게 보면 눈으로 명백하게 보이는 현상이고, 우리 모두에게 피해가 돌아오는 것이 아닌가요? 왜 기후변화는 모순적이라고 말씀해주셨는지 궁금합니다.
기후변화의 책임이 적은, 탄소 배출을 적게 한 사람들이 더 큰 피해를 받는 것을 하나의 모순이자 역설로 볼 수 있습니다.
저는 기후위기 문제에서 ‘우리’라는 표현을 조심스럽게 쓰고 싶습니다.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서 하나의 연대로써 기후위기를 극복해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자칫하면 실제로 책임이 있는 측과 피해를 더 많이 받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섞이면서 문제의 본질을 흐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그 말들이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가 모두 힘을 합치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여러 조치들이 필요하겠죠.
‘Same Storm, Different Boats’라는 표현이 있어요. ‘같은 풍랑 속에 들어와 있지만 타고 있는 배가 모두 다르다.’ 저는 이 표현이 지금의 상황을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외에도 기후변화로 인해 더 큰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있을까요?
바로 지난 주에 유니세프에서 기후위기가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권리 위기이고, 아동들이 가장 큰 피해를 받는다고 발표했습니다. 아동 외에도 여성, 장애인, 바깥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실외노동자가 많은 피해를 입게 됩니다.
예를 들어, 택배노동자는 직접 배송 업무도 하시지만 물류센터에서도 작업을 합니다. 그분들이 플래카드를 걸고 시위하시는 장면을 직접 본 적이 있습니다. 39도에 육박하는 더위 속에서 일하고 있는데 환풍기도, 창문도 없습니다. 그 흔한 정수기도 없어서 노동자들이 물을 직접 집에서 가지고 온다고 합니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실내에서 근무할 수 있는 사람들은 에어컨을 돌릴 수 있고 아무리 덥고 날씨가 나빠져도 출퇴근할 때에만 불편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내 근무가 어려운 분들에게는 기후위기가 죽고 사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와 인권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궁금합니다.
여름에 산을 등반하다가 낙뢰 등의 피해를 입으신 분들의 뉴스를 가끔씩 접합니다. 번개를 맞아 피해를 당하신 분들에게는 정말 안타까운 사고이지만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안타깝지만 이 사고를 우리가 불공평한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천재’인 거죠.
그런데 이 사고에 명백한 가해 책임자가 있거나, 사고 당시에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제도나 조치가 미비한 상태였다고 한다면 우리는 분노하게 됩니다. 이 사고를 ‘인재’로 바라보고 책임자를 찾고 책임을 물게 하려고 하죠. 그 다음에는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법 또는 제도적으로 변화를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올 겁니다.
기후위기가 인권의 문제라는 것은,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도 이러한 구도에서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후위기를 인권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은 결국 기후위기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찾는 문제입니다. 단순하게 ‘우리’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보다는, 기후위기의 책임 주체가 누구인지를 찾으려는 시각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권은 기본적으로 보호, 존중, 충족 등에 있어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국가가 직접 탄소를 배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런 문제에 미리 대비했어야 합니다. 탄소 배출을 많이 하는 주체들에게는 ‘배출을 하지 말라’며 억제시켰어야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기후위기는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문제가 됩니다.
국내에서는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들이 정부에 제기한 헌법소원이 진행중입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한국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굉장히 궁금해하고 있고요.
해외에서는 남미 페루에서 진행중인 기후소송이 있습니다. 후아라즈라는 산골 도시가 있는데 높이가 굉장히 높다고 합니다. 산 위에 빙하가 있는 호수가 있고 호수 아래 쪽 후아라즈에서 인구 12만 여명이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기후변화 때문에 호수가 녹으면서 후아라즈가 물에 잠길 위험에 처한 거에요. 그래서 후아라즈의 농민이 독일 법원에 RWE라는 독일 최대 규모의 전력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습니다.
RWE가 지난 몇십년 동안 탄소를 너무 많이 배출했기 때문에 주민들이 위기를 맞게 되었고, 호수가 터지면 도시를 보호해줄 물막이 공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 공사 비용 중 일부를 부담하라는 것이 원고 주장입니다. 이 소송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환은 영어로 ‘transition’이라는 단어를 번역한 용어입니다. 간혹 ‘transformation’의 번역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Transition은 A라는 상태에서 B라는 다른 상태로 건너가는 걸 의미해요. 한편 transformation은 변형이라는 의미에 가까워서, 단순히 옮기는게 아니고 거의 혁명에 가까운 정도의 변화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어요.
예를 들어서, 우리가 탄소중립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지 않습니까? 2050 탄소중립은 분명히 달성해야 하는 목표이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깨끗한 에너지, 재생에너지를 생산하자’,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를 만들자.’ 당연히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인데 그 재생에너지를 사용해서 전기톱을 충전해 아마존의 열대우림을 다 베어내도 될까요?
탄소중립은 분명히 달성해야하는 목표이지만 동시에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폐기와 같은 기존 삶의 방식도 모두 전환해야 합니다.
이전에는 기후변화나 환경 보호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떠올려 보면 재활용을 열심히 하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행동들이 떠올랐는데요. 이런 행동들도 전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요?
됩니다.
‘텀블러 바꾼다고 환경 문제가 해결이 돼?’하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실제 분량으로만 따진다면 큰 효과가 없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 세상의 변화는 단순히 수치적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슬릭님과 오늘 함께해주신 분들은 기후변화와 환경, 인권 문제에 대해 이미 감수성이 높으실 거라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플라스틱이 뭐가 나빠?’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으시거든요. 하지만 그런 분들이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면 안 된다고 하더라’하고 인식하는 것 하나만이라도 행동 변화를 위해 굉장히 중요한 모티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행동변화이론에 따르면 작은 행동 변화가 그 다음 단계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된다고 합니다. 우리가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는 행동을 ‘저비용’ 행동이라고 하고, 희생이 많이 필요한 행동을 ‘고비용’ 행동이라고 합니다. 저비용 행동에서 시작해 행동의 비용을 조금씩 높여가는 것도 하나의 중요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작은 것이라도 실천하라.’ 생각이 다른 분들의 플라스틱 사용 행동 하나라도 바꾸면 그 이후 모든 행동이 바뀔 수 있습니다. 저는 큰 의미가 있다고 봐요.
제 책에도 소개를 한 사례입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어느 중학생이 ‘기후위기 관련 정책을 만들어주세요’하고 글을 올렸습니다. 이 청원에 6천명이 넘는 분들이 서명을 하셨더라고요.
이런 청원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서 ‘일주일 만에 전 국민 500만 명이 참여해서 청와대 사이트가 다운됐다더라’, ‘아직까지도 서버 복구가 안 된다고 하더라’하는 소식이 전해진다면 어떨까요? 이런 식으로 우리가 평화로운 방식으로 대규모의 압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상당히 놀랐는데, 굉장히 영광입니다.
제 살아 생전에 이렇게 유명한 래퍼님과 대화를 하게 될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습니다.
감사드리고 영광스럽습니다.
북토크를 준비하면서 이 책이 굉장히 두꺼운 책이잖아요? 사실은 처음에 책을 펼칠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웃음)
그런데 책을 펼쳐서 읽는 동안에는 정말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었고,
그 지식을 여러분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기회까지 얻어서 정말 영광스럽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리며, 마무리 인사드리겠습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