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하던 인턴에 합격했어요. 마케팅 직무로 가는 건데요. 완전히 비전공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본 전공이 마케팅이신 분들보다는 부족한 부분이 있을 것 같아 마케팅적으로 좀 더 공부하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신년 계획들을 세우고 있답니다.
1. 노동권
중학교 1-2학년 때 <4천원인생>이라는 책을 읽었어요. 당시에는 얼마만큼 벌어야 잘 버는 건지 혹은 얼마의 시급을 받아야 잘 받는 건지 전혀 몰랐는데, 거기서 나오는 ‘사천원 인생’이 크게 다가오더라고요. 식당에서 일하시는 여성분들이라든지, 건설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분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었는데, 제 생각보다 되게 많은 노동들이 저평가되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그 전까지 제가 보던 경제 활동을 하는 사람은 부모님이나 학교 선생님들밖에 없었으니까, 모두 그런 삶을 살고 계신 줄 알았거든요.
제 시야 밖에서 일어나는, 자신의 하루가 사천원짜리로 평가되는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아, 이런 분야에서도 인권을 이야기할 수 있구나, 특히 노동에서도 인권을 이야기할 수 있구나’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어요. 제 인생에서 가장 잘 읽은 책이에요. 다른 좋은 책들도 많았지만, <사천원인생>을 읽음으로써 시야가 탁 트였던 것 같아요. 그 이후로도 노동에 관련된 이슈를 접하면 그 책을 제일 먼저 떠올리게 되었구요.
네, 대학에서 기술경영학을 복수전공하고 있는데요. 프로젝트 제안서를 쓸 때 노동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기술을 생각하고 작성하게 돼요. 최근에는 건설 현장에서 돌아가시는 분들의 소식이 많이 들렸잖아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막기 위해서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를 많이 고민했어요. 각자의 관심사가 제안서에 담기기 마련인데, 제 프로젝트 제안서에는 노동권이 많이 묻어 나와요. 기술의 발전을 우리가 능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어서, 항상 사회 문제랑 기술경영을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지 생각하며 수업을 듣고 있어요.
중고등학생 때는 항상 꿈이 사회복지사가 되는 거였어요.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보지 않고 ‘그냥 되고 싶으니까!’라는 마음이 강했어요. 얼마 전에 어머니랑 이야기를 하다 보니, 초등학교 때부터 제가 관심이 많았대요. 어느 날 하교하고 와서는 어떤 친구랑 짝을 하게 되었는데 그 친구가 장애가 있다, 어떻게 도와줘야 되냐 이런 것들을 (어머니께) 여쭤봤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저는 기억이 나질 않아서 특별한 계기라고 떠오르는 건 없지만, 아마 그때부터 조금씩 생각이 많아졌던 게 아닐까 싶어요. 누군가를 ‘돕는다’라고 얘기하기는 좀 그렇지만, 고민을 정말 많이 했거든요. 어머니가 기부 활동을 많이 하시기도 하셔서,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았나 봐요.
네, 제가 도움을 주는 주체가 되기도 하지만, 도움을 받는 경우도 정말 많잖아요. 예전엔 ‘타인을 돕는 가치’에 집중했다면, 요즘엔 더 많이 확장되어서 ‘같이의 가치’, ‘같이 사는 것의 가치’를 생각해요. 사람들은 의식주나 안전에 대한 욕구가 충족되고 나면,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 하잖아요. 저는 그 소속감이라는 걸 누구든지 자신이 속한 사회 안에서 비난받아서도 안 되고 차별받아서도 안 되는 것으로 해석했어요. 누군가가 도움이 필요할 때 망설임 없이 손길을 건네고, 거기서부터 구축되는 소속감이요. 우리는 모두 그렇게 소속하고 싶은 욕구가 있으니까, 요즘은 같이의 가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2. 환경권
환경권은 비교적 최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동안은 인권을 바라볼 때, 환경권은 ‘환경 보호’라는 카테고리라고만 생각했거든요. 과거에는 막연히 “환경 보호 해야지. 기후 변화 심각하니까 해야지.” 이런 식으로 환경 보호 차원에 머무르는 작은 생각만 있다가, 최근에는 경영적 측면에서 얘기를 할 때도 사회공헌이나 ESG 경영은 항상 빠지지 않잖아요. 그렇다 보니 ‘왜 해야될까? 왜 필요할까? 어떻게 하는 거지?’ 등의 의문이 스스로 많이 들었어요.
저는 얼스어스earth_us라는 카페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테이크아웃을 하려면 항상 개인 용기를 가지고 가야 해요. 디저트류 뿐만 아니라, 음료도 텀블러를 지참해야만 포장으로 가지고 나갈 수 있고요. 냅킨도 없고, 필요 시에 요청 드리면 손수건을 주세요. 흔히 접할 수 있는 카페들과는 다소 다른 규칙이 있다 보니, 일회용기에 포장 판매하지 않으셔서 매출액에 손실이 있지 않냐는 질문을 많이 받으신대요. 그렇지만 사장님은 한번도 일회용기에 팔아보신 적도 없고, 일회용기를 제공하며 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왜 사람들이 나한테 이런 걸 질문하지 싶으셨다고 하시더라구요. 눈에 보이는 성과를 쫓기보다는 환경에 관한 본인의 신념을 고수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신대요. 단기간의 매출 이익을 위해 일회용기를 사용하는 것이 장기간으로 봤을 때는 잃는 게 더 많은 쪽이라고요.


환경권은 당장의 제 일상과 연결되는 인권 문제
관심 있는 분야니까 자꾸 더 찾아보게 되고, 그러다 보니 주변에 제로웨이스트와 같이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행동하시는 분들이 더 많이 보이게 되었어요. 가까운 곳에 환경을 위해 목소리 내고 활동하시는 분들이 많아지니 더더욱 저도 외면할 수 없어졌고요. 이제는 환경권이 막연한 보호 차원에서의 쓰레기 줍기 등의 모호한 개념이 아니라, 당장 제 일상과 연결되는 인권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3. 여성 인권
젠더 이슈에는 항상 관심이 있었어요. 대학교 1학년 때는 교양 수업으로 관련 강의들을 골라 듣기도 했죠. 이번 학기에 수강한 강의에서는 상징적 상호작용에 대한 차별을 배웠는데, 캔라클에서 노래 ‘상어 가족’을 들으면서 깜짝 놀랐어요. 저는 생각해보지 못했었는데, 듣고 보니 가사에 내재되어 있는 차별들이 마침 배우고 있던 상징적 상호작용과 차별에 딱 맞는 노래더라구요.
상징이나 언어가 보이지 않는 차별을 만들어내고, 보이지 않는 특권을 형성하잖아요. 그렇게 특권이 만들어지면, 이때 전해지는 차별의 강도는 굉장히 심해요. 상징과 언어를 통해 사회 문화 속에서 차별과 특권이 당연시되면, 사람들이 문제를 인지해도 침묵하게 되니까요. 그게 진짜 문제라는 걸 깨달았어요.
더 이상은 어머니가 가사노동을 전담하는 행위가
관행으로 굳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시골에서 친척들과 다같이 모이는 명절에 어머니 혼자 일하시는 건 당연한 게 아니잖아요. 어머니를 도와 함께 일하는 저는 어린데 기특한 게 아니라, 당연한 거구요. 저는 명절마다 남동생과 아버지에게도 이제는 일해야 되는 시기가 왔다고 엄청 이야기하는 편이에요. 시골집에는 저희 가족만 있는 게 아니라 친척들도 모두 계시니 “아빠, 이젠 일해야 돼.”라고 말하는 저를 불편하게 여길 수도 있고, 제가 별나 보일 수도 있죠. 그렇지만 더 이상은 어머니가 가사노동을 전담하는 행위가 관행으로 굳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굳어져 온 상징들이 너무 많잖아요. 또 다른 차별을 만들어내지 않도록, 새로운 상징들을 만들어내지 않고 새로운 특권들을 만들어내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미 존재하는 수많은 상징들을 당장 전부 반차별적인 방향으로 바꿔내는 것은 어렵더라도, 특정 편견에 기인하는 새로운 차별을 만들지 않도록 지금부터 노력해야죠. 저에게는 그게 어머니 혼자 가사나 돌봄노동을 하시는 게 아니라, 모든 가족 구성원이 함께 하는 것부터에요.
기분의 업다운이 심하지 않고, 항상 행복한 편이에요. 저에게 ‘반복되는 일상’이란 부정적이기보단 안정감을 주는 느낌이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졸업과 취업을 가까이 느끼게 된 이번 학기는 유독 지치거나 하기 싫은 것을 해야 할 때가 많았어요. 그렇지만 저는 어디에서든지 행복은 쉽게 쉽게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면 바쁘고 힘든 하루를 보내고 난 귀갓길에 ‘나 이 노래 진짜 좋아해!’ 싶은 노래를 듣는 것 또한 행복감을 주는 요소에요. 흘러나오는 음악이 우연히도 제가 좋아하는 노래라면 예기치 못한 행복을 느끼게 되더라구요. 이 플레이리스트를 통해 다른 분들께도 행복한 감정을 나누고 싶어서 제안했어요. 쉽게 웃음 짓기 어려운 소식들이 많이 들려오는 요즘이지만, 이 플레이리스트를 들으실 여러분이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네, 1000% 충족되었어요. 저는 주로 집에 있는 걸 좋아하고, 많지는 않지만 소수의 친한 친구들과 놀 때 행복해요. 또 가족들과도 잘 지내고 있고, 애인도 있으니 굳이 이 밖의 모르는 사람들과 만나 볼 생각을 못했었거든요. 친구들이 대외활동을 하면서 너무 재밌다고 얘기할 때마다 ‘그게 왜 재미있지?’ 싶어서 잘 이해하지 못했고요.
그런데 캔라클을 해보니 알겠더라구요. 저는 캔라클이 첫 대외활동이었는데, 새로운 사람과 만나서 이야기하는 게 너무 재밌는 거에요. 서로 다른 배경과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인권이라는 하나의 공통 관심사가 있는 사람들이 모여 매주 이야기를 듣고 말하는 게 정말 재밌었어요. 기존의 제가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경험이나 관점을 접할 수도 있고, 각자의 생각이 모여 더 큰 개념이 되기도 하고요. 친구들이 매번 말하던 재미가 이런 거구나 깨달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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