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청소년 활동가 x 안젤리나 졸리
‘인권’ 이슈에 대한 대담 인터뷰

안젤리나졸리와 청소년 활동가 화상 인터뷰 모습

안젤리나 졸리Angelina Jolie
이 책은 저는 하나의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유엔난민기구와 캄보디아에서 20년 넘게 활동을 해왔고 저 또한 인권 활동가로서,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 이런 책이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을 해서 참여를 하게 됐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동들은 권리를 가지고 있다, 우리 모두가 같은 권리를 가지고 있다”라고 말하지만, 많은 국가에서 청소년의 권리 행사를 방해하는 요소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설명해 주는 사람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책의 읽어보면, 여러 다른 국가에서 활동하는 많은 청소년 활동가들에 대해서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활동가들이 같은 뜻을 가지고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알 수 있는 책입니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전 세계 활동가들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 어떠한 보호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는 여성 청소년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상대적으로 쉽게 낼 수 있는 반면, 아프가니스탄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는 여성 청소년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상대적으로 쉽게 낼 수 있는 반면, 아프가니스탄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죠
안젤리나 졸리Angelina Jolie

유경
한국에서는 2016년경 페미니즘 리부트가 있었습니다. 당시, 2030 여성들의 페미니즘만 중점적으로 다루다 보니 상대적으로 10대 여성들의 페미니즘 목소리가 등한시 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학교 다닐 때 굉장히 기가 센 여학생 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는데 항상 그런 말들이 저한테는 고민이고, 어려움이고, 고쳐야 할 단점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페미니즘과 청소년 인권을 알게 된 이후 그런 말들이 남성 중심적 언어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컨대, 저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남학생에게는 “넌 학생 회장감이다” 라고 표현하는 것이 남성 중심적, 비청소년 중심적이라는 것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페미니즘이나 청소년 인권을 알게 되는 과정이 제 자신을 덜 미워하게 되는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레빗
저는 사실 외로워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저는 학교를 다니면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건 여학생, 청소년이란 이유로 경험하는 불평등, 위계적인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 복장 규율 검사, 그리고 학생은 무조건 공부만 해야 한다는 시선, 이런 것들이 굉장히 부당하다고 생각을 했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그렇게 생각하는 건 저 뿐 만이 아니었어요. 화가 점점 누적이 되는데 풀 데가 없었고 이렇게 외롭게 혼자서 생각만 하지 말고, 다 함께 활동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에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지나
저는 사실 청소년기를 지나서 비청소년기부터 활동을 시작을 했는데요. 저는 일단 청소년 인권 관련해서는 크게 든 생각은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억울한 감정이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하는 후회가 들었어요. 우선 억울했던 이유는 대부분 한국 사회의 초·중·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교과 과정 내에서만 교육을 하고 그 외에 정치적인 일들에 대해서 굉장히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그래서 선생님들이나 학교가 부당한 일을 했을 때 학생들이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수단이 일체 단절되어 있다는 거였고 방법 또한 가르쳐주지 않아서 모든 일에 순종하면서 학교 생활을 했었다는 것이에요. 학교에서는 선생님, 성인들이 부당한 일을 하였을 때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왜 표현을 할 수 없을까, 또는 왜 나는 한 번도 이것이 부당하다고 생각을 해본 적이 없을까, 미리 저의 권리를 인지하지 못하고 주장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억울하고 후회스러워요.

서연
저는 청소년으로서, 제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서 활동을 시작한 것 같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청소년의 목소리나 행동들이 이유 없이 무시를 받게 되고, 비청소년에게 종속되는 상황이 많다는 것에 속상했어요. 제 자신을 알리기 위해서 활동을 시작했었던 것 같습니다.

안젤리나 졸리Angelina Jolie
이번 계기로 한국에선 어떤 이슈들이 있었는지 저도 배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어른들이 아동, 청소년들에게 자주 범하는 실수는 자신들이 아동 청소년들보다 인권 문제와 캠페인 활동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여러분의 활동으로 세상이 조금씩 변하길 바랍니다. SNS와 관련해서 흥미로운 부분은 저 같은 사람의 세대보다 아동 청소년들이 훨씬 더 익숙하다는 것이죠. 어떤 세대보다도 정보와 더 긴밀하게 연결이 되어 있는 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제 딸들도 저한테 SNS를 어떻게 쓰는지 많이 가르쳐주는데요. 그래서 여러분도 SNS를 잘 활용해서 청소년 권리와 관련된 중요한 문서들을 찾아보고 활동에 활용하길 바랍니다. 요즘은 많은 것들이 변해서 기성세대를 두렵게 만들 때도 있습니다.

안젤리나 졸리 <너의 권리를 주장해> 책을 들고 있는 모습

안젤리나 졸리Angelina Jolie
이 책의 목적 중에 하나가 다른 여러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연결, 연대를 더 강화하는 것입니다. 인권 활동을 하고 있는 여러분들과 콩고나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서로 국가에서 하는 활동을 소개하고 연결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 책의 목적 중에 하나가 다른 여러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연결, 연대를 더 강화하는 것입니다
안젤리나 졸리Angelina Jolie

유경
앞서 청소년 활동가들의 이야기로 한국의 학교가 얼마나 불평등하고 폭력적인 공간인지에 대해서는 좀 짐작하시리라 생각하는데요. 한국에서는 2018년부터 트위터 해시태그를 통해서 ‘스쿨 미투’ 라는 운동이 시작이 되었습니다. 위티는 스쿨 미투 운동을 계기로 창립한 단체이기도 한 만큼 청소년 당사자의 목소리를 함께 이야기하는 역할로서 운동을 함께 해왔는데요. 사실 스쿨 미투 운동을 하면서 제가 느낀 어려움은 이 문제가 굉장히 폭력적인 학교 구조에서부터 발생하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자극적인 피해에만 집중하면서 가해자에 대한 엄벌만을 촉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 청소년들이 굉장히 용기 있는 목소리를 내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그저 가해자에 대한 엄벌만을 촉구하거나 혹은 피해자 학생을 불쌍하게만 여기는 것은 스쿨 미투 운동에서 늘 고민이었습니다. 가해자에 대한 엄벌주의만을 해결책으로 내놓는 현실과 청소년들을 권리 주체로 인식하지 않고 피해자로만 인식하는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안젤리나 졸리Angelina Jolie
네, 이 문제는 한국만의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미국도 아동 권리 협약을 아직 비준하지 않고 있어요. 아동의 목소리가 제대로 존중을 받지 못하고, 아동에게 권리가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 누리지 못하는 경우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어떤 가해가 발생을 했을 때 책임지게 만드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또 그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실제 목소리를 내는 당사자들을 우리가 지지하고 낙인 찍히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났고, 누구에게 어떤 피해를 주었는지에 대해서 우리가 더욱 넓은 범위에서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치유의 중요성, 그리고 모든 것을 공개하고 새로운 균형을 찾는 것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여성이 권리를 원하고 싸우고 강해지기를 원한다고 말합니다. 우리 여성들은 균형을 원합니다. 우리는 관대하고 안전하기를 원하지만 지금은 싸워야 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여성이 공격적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옳지 않습니다. 여성은 충분히 안전하지 않습니다. 여성이 싸우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여성의 안전을 지원하고 여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레빗
저는 한국에서는 약자를 약자로 보지 않는 것 그리고 아동 청소년을 한 명의 인간으로 보지 않는 경향이 큰 것 같아요. 아동, 청소년을 ‘미래세대’ 라고 표현합니다. 너희는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들이라고 말하면서도 동시에 현재의 아동 청소년이 가지고 있는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도 말하고 있다시피 아동 청소년은 미래 세대뿐만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하나의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아동 청소년은 미완성된 존재, 비청소년은 완성된 존재이고 아동 청소년기는 그저 지나갈 시기이기 때문에 아동 청소년의 인권은 나중으로 미뤄집니다. 한국에서는 학교에서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너희는 1년만 죽었다고 생각하고 공부만 해라’ 이런 말을 합니다. 그 시기를 단순히 지나갈 시기로만 치부하고 권리를 제대로 부여하지 않으려는 한국 사회와 많은 사람들에게 뭔가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부탁드립니다.

안젤리나 졸리Angelina Jolie
“너희는 1년만 죽었다고 생각하고 공부만 해라” 참 이상한 이야기네요.. 미국에서 경험을 바탕으로 말씀드리겠는데요. 미국에서도 많은 어른들이 자기 아이들까지 포함해서 아동들과 자신들의 통제력이나 권력을 나누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는 선택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동에게 더 많은 힘을 부여 할 것인지, 아니면 힘으로 아동들을 누를 것인지에 대해서요. 우리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다음 세대가 자립하고 강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아동, 청소년들이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 알아야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궁극적으로 이전 세대보다 더 나은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억압과 통제가 있다면, 당신은 다음 세대가 해야 할 모든 일을 준비하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국가에서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규칙을 지키면서 여전히 강인한 성인이 될 수 있습니다. 모든 부모들이 동등한 인간으로 자녀를 존중하고 자녀의 말을 듣고 권한을 부여하기를 바랍니다.

서연
정치적 차원에서도 만 18세 선거권이 보장되어 있지만, 청소년 중 극히 일부에게만 (만 18세만) 보장되고 있는 정책이고 어린이 청소년을 배제하는 정치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대학을 가기 위해서 약 6년 정도 정해진 교과 과목을 공부해야 됩니다. 일부는 더 장기간 공부를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한국은 시험으로 순위를 매겨서 대학을 가게 하는 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입시 경쟁’ 이라고 부릅니다. 한국에서는 입시 경쟁이 점점 심해지고 있어서 이제는 ‘입시 전쟁’이라 부를 정도로 심각한 상태입니다.
이렇게 입시전쟁으로 진학한 대학도 자연스럽게 서열화 되어 대학진학이나 대학의 서열에 따라 인생의 성공의 여부를 판단하려는 문화도 존재합니다. 지난 대선 2022년 3월, 어린이 청소년 관련 정책에서 어린이 청소년을 더욱 규제하고 가두어 놓는 입시 경쟁을 더욱 조장하는 정책을 내놓았던 후보도 있었고, 어린이 청소년 참정권을 보장하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들이 있었습니다.
결국에는 나이주의에서 비롯된 정책과 모습들이라고 생각했어요. 정치인들이 어린이와 청소년을 배제하고 비하하는 모습들이 많이 보여집니다. 어린이 청소년의 직접 정치 실현을 위해서는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그리고 어린이 청소년을 미성숙한 존재라고 바라보는 사회 문화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안젤리나 졸리Angelina Jolie
여러분이 정치를 시작을 하시면 됩니다. (전원 웃음)
여러분들이 정치를 직접 하시면 된다는 이야기는 진지하게 드리는 말씀이에요. 우리가 싸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고 그 중 하나로 정치 참여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50년 전이나 또 100년 전의 상황과 지금을 비교하면 우리 사회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세상은 계속 변할 것이고 당신은 그 변화의 일부입니다. 당신은 지금과 다른 선택을 하는 정치인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명확하고 명료하게 말함으로써 어린이 청소년에 대한 고정 관념을 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더욱 명료하고 지식이 많을수록 많은 어린이 청소년을 대표하고 성인의 사고방식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이것은 매우 어려울 수 있지만, 변화를 가져옵니다.

지나
저는 학교 내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서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최근에 학교에서 한 성소수자 학생이 아웃팅을 당했는데 그 사실을 학교에서 알고 오히려 아웃팅을 당한 학생에게 반성문을 쓰라고 징계를 내린 사건이 있었어요. 사실 이런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과 방송에서는 큰 이슈로 알려지지 않고 있고 이로 인해 청소년 성소수자 자살율도 굉장히 높다고 하니 굉장히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다른 국가에도 이런 문제가 있다고 알고 있지만, 한국 사회가 특히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심한 상황입니다. 한국 청소년 성소수자들에게 지지의 말씀이나 혹은 사회가 어떻게 변화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젤리나 졸리Angelina Jolie
젠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동성애 혐오와 트랜스 혐오에 반대하며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대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들의 존재가 주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닌데 그들에게 피해를 주고, 처벌하려고 하는 것은 잔인할 뿐만 아니라 어쩌면 무지해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단지 인간으로 존재합니다. 이 것은 전 세계적인 문제이며 매우 속상합니다. 여러분, 이미 하고 있는 일을 하십시오. 함께 서서 목소리를 높이고 커뮤니티를 찾으십시오. LGBTI 청소년들과 친구가 되고, 그들을 지원하고, 함께 모여 지원과 사랑이 넘치는 안전한 공간, 한 집이나 지역 사회, 심지어 한 국가를 넘어선 네트워크를 만드십시오.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박해를 받고 있는 전 세계 청소년들을 위한 앨라이(지지자)가 되어야 하며 서로를 지원하고 보호하기 위해 싸워야 합니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박해를 받고 있는 전 세계 청소년들을 위한 앨라이(지지자)가 되어야 하며 서로를 지원하고 보호하기 위해 싸워야 합니다.
안젤리나 졸리Angelina Jolie

한국지부와 청소년 활동가가 회의하는 모습

대담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는 청소년 활동가

안젤리나 졸리Angelina Jolie
이 책엔 많은 메시지들이 담겨 있습니다.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이미 하고 있는 일을 지원하기 위해 이 책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 책에서 배운 것을 통해 아동 청소년이 안전하게 싸울 수 있기를 바라고 그 과정에서 이 책이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도구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한국의 청소년 활동가들과 너무 유익하고 즐거운 대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국제앰네스티 가족의 한 명으로서, 계속해서 여러분의 활동을 지원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여러분과 많은 청소년 활동가들에게 다시 한 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용기를 내세요! 힘내세요!
국제앰네스티 가족의 한 명으로 계속해서 여러분의 활동을 지원하겠습니다.
용기를 내세요! 힘내세요!
Keep your spirits up! Stay strong!안젤리나 졸리Angelina Jolie

청소년 활동가 4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