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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에게도 ‘집다운 집’을 주거권으로서 주장할 수 있게 하는 힘

<너의 권리를 주장해> 릴레이 서평 시리즈 (6)
김시연 |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활동가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5월 전체모임 사진

“네가 결정해. 낙태하지 않을 거면, 당장 내 집에서 나가”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임신한 청소년 영주에게 아빠가 소리치며 하는 말이다.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 영주는 원가정을 나와 모텔에서 임시적 주거를 꾸리며 그다음 대안으로 미혼모 시설을 검색한다. ‘말 안 들으면 내 집에서 나가’라는 부모의 호통 혹은 ‘규칙을 따르지 않으면 쉼터에서 퇴소야’라는 시설 실무자의 협박은 청소년으로 하여금 보호자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 곧 주거권의 박탈로 이어지게 된다. 이는 우리 사회가 청소년을 주체적인 개인이 아닌 부모나 보호자에게 의탁된 존재로서 대하고 있다는 지점과 쉽게 연결된다. 그러나 주거권은 모든 인간 개개인의 권리이다. “여러분이 어린이 또는 청소년이라면, 여러분은 고유한 인권을 지닙니다.” (p.16) 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너의 권리를 주장해』라는 책을 이 사회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불평등한 사회에서 드러나게 되는 청소년에 대한 차별적 인식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는 청소년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과 혐오에 반대하며, 청소년이 안전하고 존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청소년 주거권’을 보장하고, 시설화된 삶을 강요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권리의 주체인 청소년과 함께 활동하고 있다. 청소년에게 ‘집’이 필요하다고 말할 때 사람들은 자연스레 ‘부모와 같은 보호자가 있는 곳에서 보호와 통제를 받으며 살아가는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대게는 원가정을 생각하겠지만, 더러는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 알게 된 보육원·쉼터와 같은 시설에서의 삶을 상상하기도 한다. 한국 사회에서 흔히 ‘가출청소년’, ‘위기 청소년’, ‘비행 청소년’ 등으로 불리는 이들의 삶은 손쉽게 청소년 개인의 일탈로 간주된다. 그렇게 낙인되는 사이에 집을 나올 수밖에 없었던 개별적인 서사는 주목되지 못하고 개인의 잘못된 선택으로 퉁쳐지며 때로는 ‘시설’에 수용되는 삶조차 감사해야 한다고 강요받는 차별적 인식이 덧씌워지게 된다.

차별은 정당화될 수 없고, 인권에 반합니다. 하지만 차별은 집요하게 지속됩니다. 차별은 다른 사람들을 희생하여 일부 사람에게 혜택을 줍니다. 차별은 불평등과 불의를 낳습니다. 차별로 인해 사람들은 가난에서 벗어나기 더 어렵고, 쉽게 권리를 침해받습니다.

– 『너의 권리를 주장해』(p.60)

탈가정한 청소년들은 수많은 다차원적인 불평등을 경험하며 사회적 약자의 자리에 쉽게 내몰려지게 된다. 이들이 결코 미성숙하거나 무능력해서가 아니라 사회가 이들을 배제하며 왔기 때문이다. 좋은 선택지가 하나도 없었지만, 청소년들은 삶을 지속하기 위해, 이런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없이 많은 선택들을 해왔다. 하지만 숱한 폭력과 피해를 마주할 때 사회는 늘 무책임하게 개인의 책임과 몫으로 돌리는 방식을 택했다.

왜 청소년은 각종 폭력으로부터 너무도 쉽게 노출되어질 수 있는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 내가 나 다울 수 없는 곳인 시설에서 꾹 참고 지내는 것밖에는 정말 대안이 없는 건지, 하루하루 살아가야 할 곳을 그저 운에 맡길 수밖에 없는 건지, 도대체 청소년은 왜 이렇게까지 불안과 위험을 감수하는 삶을 견뎌야 하는 건지 물어야 한다. 그 물음은 청소년이 ‘집다운 집에서 살 권리’를 가진 존재로서 여겨질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것이다. 그리하여 청소년 주거권을 보장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 주체들이 마땅한 의무를 다하지 않았음이 명확해지고 구조적 해결로 연결 지어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차별금지법 즉각 제정 촉구 동조단식에 참여한 활동가들, 피켓에 "국회는 차별금지법 제정하라!"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당연한 권리로서 요구할 수 있는 ‘청소년에게도 집다운 집’

이 책은 여러분이 여러분의 권리를 알고, 이해하고, 주장할 수 있도록 이끄는 안내서입니다.

– 『너의 권리를 주장해』(p.18)

『너의 권리를 주장해』는 각각의 권리가 침해되고 있는 현실을 설명하고, 권리를 요구하기 위해 어떻게 행동하고 투쟁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이는 존중받지 못했던 나의 삶이 부당한 것이었음을 인지하게 하고,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맞설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목소리를 내게 해주며, 나아가 서로의 권리들이 연결되어 있음에 연대할 수 있는 힘을 내게 한다.

집은 우리가 누려야 할 권리입니다. 그러므로 누구나, 언제든 집다운 집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그에 맞는 사회적 지원과 도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기회는 당연히 청소년들에게도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청소년 주거권 : “청소년에게 집다운 집을!”> 청소년 말하기 강연 중

이 책의 3부에서는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어떤 것들을 고려해야 하고 고민해야 하는지 자세하게 설명한다. 당연하고도 마땅히 보장되어야 하는 청소년 주거권을 권리로써 요구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을 수 있다. 가령 많은 사람들은, ‘나이 어린 청소년들에게 집을 준다고?’라는 의문을 품으며 ‘청소년들에게 개별 주거를 제공하는 것보다는 건강한 가정이 되어 안정적인 보금자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가족 지원을 충분히 해주는 게 우선이다.’, ‘시설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지.’와 같은 반박을 던질 수 있다. 이 책에서도 그런 상황을 염려하며 권리를 주장할 때 부딪히게 되는 통념들에 대응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집다운 집이란'이란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청소년의 ‘주거권’을 주장해

원가정에서 살 수 없고, 살고 싶지 않은 청소년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구체적인 탈시설 계획을 통해 단계적으로 시설보호를 폐지하기 위한 적절한 인적, 재정적, 기술적 자원을 할당하라” 는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요구를 더 이상 무시해서는 안 된다. 청소년에게 ‘집다운 집’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원가정 복귀나 시설수용의 방식이 아닌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너의 권리를 주장해』를 끝까지 따라 읽으면서 우리는 어떻게 청소년의 주거가 권리로서 인식되고, 이해되며, 주장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도 청소년과 함께 청소년 주거권을 당사자의 언어와 인권적 관점으로 해석하고 재구성하며 스스로를 주거권의 주체로 인식하고 함께 변화를 만들어가는 데 앞장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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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 책 입체 버전, 회색 바탕에 노락색 포인트 박스가 있고 박스 안에 너의 권리를 주장해라는 타이틀이 써져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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