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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부 50주년 기념 릴레이 기고(7월호) – ‘연대’

한국지부 50주년 기념 릴레이 기고(7월호) Keyword : 연대 김지나 |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이사(전 유스대표)  “쫄보 대학생의 앰네스티 활동기”

회원분들의 연대가 간절히 필요합니다.

“어떤 인권 이슈에 관심이 있으세요?” “어떤 계기로 앰네스티에, 인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앰네스티 회원분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보거나, 물어본 질문일 것 같습니다.

저는 자신을 쫄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부당한 일을 보면 분노하였지만 한 번도 입 밖으로나 문장으로나 표현한 적이 없었습니다. 소수의 용감한 사람들만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이런 저를 광장으로 뛰쳐나가게 한 일이 있었습니다. 단순히 여성이란 이유로 죽임을 당하고, 공중 화장실을 이용한 영상이 온라인상에 유포되고, 수많은 익명의 사람들이 2차 가해를 해도 처벌받지 않는 현실은 페미니즘과 인권에 대해 잘 몰랐고, 관심도 없던 저를 움직이게 하였습니다. 또한, 광장에서 생전 처음으로 익명의 수많은 사람들과 연결됐다고 느꼈습니다. 이후 페미니즘과 인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교내 앰네스티 동아리를 통해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최근 국내에서 이슈화 되고 있는 여성인권에 관한 의제 두 가지에 대해 관심이 큽니다. 먼저, 여성을 향한 거대하고 구조적인 폭력과 백래시, 즉 디지털 성범죄를 포함해 일상에서 직면하는 수많은 차별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트랜스젠더 여성을 향한 혐오가 있습니다.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타인의 존재를 부정하고 폭력을 정당화하는 사람들을 마주하며 저는 교차성에 더욱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트랜스 여성, 여성 청소년, 장애 여성, 성소수자 여성, 노인 여성, 난민 여성 등 여성과 교차하는 여러 소수자성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페미니즘은 저의 소수자성에 대해 인식하게 하는 동시에 제가 가진 수많은 특권을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되어 주었습니다.

2020년 초, 제가 다니는 학교가 언론에 주목받던 일이 있었습니다. 트랜스젠더 학생이 여대에 합격했단 소식이 보도되자마자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는 혐오의 말로 도배되었습니다. 학생의 입학을 반대한다는 대자보가 이곳저곳에 붙여지고, 신입생 오픈 단체채팅방에서는 이미 정해진 학생의 입학에 대해 찬성, 반대하는 투표가 올라왔습니다. 처음으로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으로 의견을 표현하는 것에 대한 공포를 느꼈습니다.

하지만, 오롯이 혼자서 모든 혐오를 감당하고 있을 학생을 생각하며, 제가 할 수 있었던 건 다른 교내 인권동아리와 연대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였습니다. 그러나, 반대하는 글들이 난무하게 올라왔습니다. 연대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결국 그 학생은 입학을 포기했습니다. 이를 마치 승리로 여기는 글이 붙여졌을 때, 큰 무력감이 몰려왔습니다. ‘더욱 적극적으로 싸우고 목소리를 냈으면 학생이 입학을 포기하지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에 한동안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고 생각보다 커다란 혐오 세력을 경험하면서 좌절감에 빠졌습니다.

이러한 생각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은 함께 연대하는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에게는 앰네스티 동아리라는 안전한 공간이 있었고 동료들과 같이 분노하고, 공부하고, 공감하고, 연대하였습니다.

‘기후위기는 인권위기다’ 몇 년 전 앰네스티 레터나잇에서 함께 피켓을 들고 외쳤던 기억이 납니다. 환경 문제는 예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지만, 변화는 미미했습니다. 재해에 가까운 전엔 볼 수 없었던 장마, 전 세계에 퍼진 전염병, 몇 십일 동안 이어지는 대형 화재 등 지구는 끊임없이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1.5도 상승까지의 카운트다운이 더 이상 십 년 단위가 아닌 가까운 미래, 즉 현재가 되었습니다.

사회적 소수자는 기후위기를 가장 앞에서 온몸으로 느낍니다. 매년 급증하는 기후난민 뿐 아니라 장마로 인해 비닐하우스가 무너져 살 집을 잃게 된 외국인 노동자 등, 소수자들은 가장 취약한 위치에서 생존이 위협당하고 있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퍼지지 않고 ‘그들만의 문제’로 규정되고 무시됩니다. 하지만 기후위기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모두의 문제이며 명백한 인권위기입니다. 특히,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기후위기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때, 전복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청소년들은 기후위기를 외치며 학교에 가지 않는 시위를 진행했고 이는 전 세계로 퍼져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기후위기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모두의 문제이며 명백한 인권위기입니다

김지나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이사(전 유스대표)

“HUMAN RIGHTS ARE MY PRIDE”가 적힌 깃발과 빨란 풍선을 든 유스 위원 지나가 Feminist라고 적힌 뱃지를 상의에 달고 서 있다.

이러한 인권 운동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의 원동력은 연대에서 나옵니다. 우린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연대할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멈춰달라는 탄원을 작성할 수도 있고, 이를 알리기 위해 관련 정보를 SNS에 게시하며 연대의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습니다. 탄압받는 성소수자 인권 운동가를 위해 후원을 하거나, 차별금지법을 지지하는 집회에 나갈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의 고통을 막고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탈 육식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인권 주제의 강연을 들으러 가거나 그룹, 모임에서 활동할 수도 있고 저처럼 앰네스티 이사가 되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우리는 인권 운동을 가로막는 큰 장벽에 때때로 혹은 자주 절망하고, 무기력해집니다. “과연 변화할까?” “언제 변화할까?” ‘’우린 할 수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들로 헤어 나오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더딘 변화에, 때론 후퇴에 번아웃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권 운동이, 우리가, 그리고 앰네스티가 계속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서로의 존재 자체에 있었습니다. 저는 쫄보지만 저와 함께 분노하고 먼저 부당함을 이야기하는 친구들, 서울퀴어퍼레이드에서 행진하는 수많은 사람들, 지구의 날을 맞이하여 기후위기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각국 100여 명의 앰네스티 유스들 덕분에 인권에 관심을 가지고 운동을 지속해올 수 있었습니다. 앰네스티 또한 회원 한 분 한 분의 연대의 힘으로 지금까지 활동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50년간 평범한 사람들의 연대의 힘으로 크고 작은 여러 장벽을 특별하게 허물 수 있었던 건 우리가 함께였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또다른 장벽을 계속 허물기 위해 회원분들의 연대가 간절히 필요합니다

김지나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이사(전 유스대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50주년 기념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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