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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유스액션 프로젝트 후기 ②

연일 폭염과 폭우가 이어지던 올 여름, 기후위기가 어떻게 불평등을 야기하는지 알아보고,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연대하고 함께 기후위기에 대항할 수 있는지를 논의하기 위해 15명의 유스가 모였습니다.

총 5회의 전일 워크숍을 통해 서로의 생각과 비전을 공유하고 앞으로의 연대와 캠페인 활동을 도모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진 참여자들의 생생한 후기를 확인하세요!

진효주 (19세)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

캠페인 소개:

어느 주말, 버스 정류장을 지나오면서 크레파스로 문구를 적어놓은 종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는 아이를 보았습니다. 마을의 초등학생이었어요. 다음날 학교에서는 ‘일반 쓰레기’에 마구잡이로 버려져있는 플라스틱과 캔, 병을 보았고요. 세상엔 모순이 가득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곳에서는 초등학생이 미래를 두고 투쟁하며 멀지 않은 곳에서 어떤 고등학생들은 자신의 미래를 파괴해요. 그들이 망가뜨리고 있는 것이 먼 미래의 것이라 믿으면서. 그럴 때마다 견딜 수 없는 기분이 들어서 충동적인 선택을 하곤 합니다. 친구와 함께 피켓을 들고, 교실의 쓰레기통을 뒤엎어 분리수거를 다시 하고, 갑작스럽게 급식의 육고기를 배식 받지 않는. 사명감이라기보단 신경질적인 마음에서 비롯된 선택들을요. 이번 앰네스티 유스액션 프로젝트도 그런 마음으로 신청 하게 되었습니다. 수능이 백일 남짓 남은 고등학교 3학년의 여름방학에 왕복 5시간이 넘는 서울을 다섯 번 오가겠다는 일종의 반항은 이런 일이라도 하지 않으면 자신이 싫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호기롭게 참가 신청을 했고, 함께 할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안타깝게도 첫 번째 날에는 참가할 수 없었습니다. 방학을 하기 전이었고, 학교를 온당한 방법으로 쨀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한참 고민했지만 겁이 많아서 마침 비 오는 날에 엎어지고 발목을 삐었다는 거짓말을 치는 시나리오는 결국 실행에 옮기지 못했어요.

두 번째 날의 오전에는 하바라 강사님이 ‘기후위기와 교차성’에 대한 강의를 해주셨습니다. 기후위기의 위험에 더 취약하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가시화되지 않은 문제들을 발견하고, 함께 연대하기 위한 장치인 ‘교차성’ 이란 개념을 처음 알게 되었고, 그 필요 또한 느낄 수 있었어요. 기후위기가 혜성 충돌처럼 한순간에 끝나는 재난이 아닌 밑에서부터 천천히 무너지는 지난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맴돌았습니다.

오후에는 소란 강사님이 전환마을에 대해 설명해주시는 시간을 가졌어요. 기후위기의 문제에 대해 논하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탈탄소 사회를 준비하고, 공동체의 회복탄력성을 형성하는.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었기에 활동이 끝난 후 좋은 마음으로 집에 돌아갈 수 있었어요.

세 번째 날은 총 세 가지 강의를 들었어요. 청소년 기후행동, 청년기후긴급행동의 활동가 분과 마다가스카르의 유스 활동가 분이 활동을 하며 있었던 저마다의 경험을 나누어 주셨어요. 활동가로서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 정책 결정자들과 만나면서 부디치는 벽 등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행동들을 하며 마주하는 고민들과 어려움, 성과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오후에 있었던 마다가스카르의 유스 활동가 분이 개발도상국에서 직접적으로 기후 위기를 겪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시는 것을 들으면서는 국내의 불평등 문제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불평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긴 시간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되어 머릿속에 정보들이 넘치는 기분이었습니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 날은 지금까지 들었던 강연들을 밑거름 삼아 직접 캠페인을 기획하는 활동을 해보았어요. 혼자 처음부터 하려면 너무 어려운 일이었을 테지만 함께 강의를 듣고 이야기를 나누었던 분들이 있었고, 어려울 때마다 옆에서 방향을 이끌어주시는 분이 계셔서 직접 실행에 옮길 캠페인을 기획해낼 수 있었어요. 너무 감사한 경험 중 하나입니다. 마다가스카르의 기후위기에 연대해달라는 포스터를 주변의 카페에 직접 붙이고, 탄원 동의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후기:

열아홉은 계속해서 미래를 생각해야 하는 나이입니다. 주변에서는 십 년 후의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해요. 그때에 발전할 기술들과 사라지는 직업, 생겨날 직업과 전망. 추상적인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는 오 년 후의 미래를 생각하며 반문했습니다. 그때쯤이면 더 많은 나무가 사라질 거예요. 바다는 더 더러워질 것이고, 더 많은 동물들이 점점 사라지겠죠. 이 구체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존재 여부조차 불확실한 미래인데, 어떻게 더 나아간 미래를 상상할 수 있을까요? 저의 고등학교 생활의 한편에는 늘 이런 복잡한 질문들이 있었습니다. 열아홉에게 해결해야 할 일은 보통 기후위기가 아닌 생활기록부 기재와 성적 관리이기에 그런 일들을 해냈고, 거대한 문제를 알면서도 바라만 보는. 방 안의 코끼리가 아니라 철장 안의 코끼리는 보는 기분이었어요. 그렇게 저에게는 너무나 큰 문제인 기후 위기를, 입시에 시달리는 주변 사람들에게 선뜻 이야기를 꺼내기 힘든 분위기 속에서 지내다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분들을 만나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어요.

 

전국 각지에서 모인 분들이 기후위기에 대한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생활기록부에 들어가서 하는 활동이 아니라 옳다고 믿는 가치를 위해서 하는 활동이었고, 그런 활동을 하면서 격려의 말을 들을 수 있었어요. 누군가는 시간낭비라고 말하는 활동들을 하면서도 존중과 지지를 받을 수 있어서 고된 일정에도 불구하고 충만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연대의 힘을 오롯이 느낀다면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프로젝트를 함께 했던 경험이 많은 힘이 되었어요. 제가 많은 도움을 받았 듯 다른 사람에게도 힘을 줄 수 있었길 바라며 프로젝트를 마무리했습니다.

기후위기 유스액션 참가자들이 각각 작성한 릴레이 시를 들고 웃는 얼굴로 기념 사진을 촬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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