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탈주민과 증언
북한이탈주민은 북한 출신으로 북한의 인권 상황을 직접 경험한 사람입니다. 이들의 증언은 북한과 북한인권의 실상을 파악하는 데 있어 그 무엇보다 소중한 자료입니다.
증언의 특성상 개인의 주관적인 생각이 반영될 수밖에 없고, 개인마다 겪어 온 경험에서의 차이도 있을 것이며, 특히 현장 검증이 어려운 북한 관련 증언이 가진 성격을 고려할 때 그 신빙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힘들다는 한계도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북한 내부로의 정보 접근이 심각히 제한된 현실을 감안할 때, 북한이탈주민이 직접 경험하고 목격한 내용을 담은 증언은 북한 내 인권 상황 전반을 유추할 수 있는 자료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닙니다.
최근 강력한 국경 봉쇄로 인해 탈북을 시도하는 사람의 숫자가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한국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의 수도 급감했습니다. 2001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1천 명 이상을 유지하던 한국 입국 북한이탈주민의 수는 2020년 229명, 2021년 63명, 그리고 2022년 6월 기준 19명이라는 급격한 감소 추세를 보였습니다. 자연히 북한인권에 관한 정보를 얻고 그 실태를 조사하는 데 있어서도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인식과 경향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북한인권 하면 떠올리는 것은 다음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봅니다. 만성적인 식량난으로 갈비뼈가 훤히 드러난 어린이, 고문과 구타에 시달리는 피구금자, 수많은 인파 앞에서 공개 처형되는 사형수, 정치범수용소에서 노예처럼 평생을 살아가는 정치범, 인신매매로 중국에 팔려갔다 붙잡혀 강제 북송되는 여성, 병에 걸렸으나 치료받지 못한 채 죽어가는 환자, 먼지를 뒤집어쓴 채 구걸하며 살아가는 꽃제비 등… 이는 모두 지난 수십 년간 크게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계속 회자되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종종 북한인권 문제가 언급될 때마다 항상 똑같은,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로 치부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1990년대, 2000년대, 2010년대, 그리고 2020년대 초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인권 상황을 각각 비교해 볼 때, 북한의 인권 상황은 분명 느리지만 계속 변화해 왔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과거 북한에서 보기 힘들었던 새로운 인권 이슈가 등장하거나 기존의 인권 침해 양상이 다른 형태로 바뀌어 발생하는 것이 관찰되기도 합니다.
심층 면접 조사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이하 한국지부는 2018년부터 한국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과의 심층 면접을 매월 가져왔습니다. 특히, 2019년 중순부터는 탈북한 지 수 개월에서 몇 년이 채 되지 않은, 말 그대로 근래 탈북한 북한이탈주민을 집중적으로 만나 가장 최근의 북한인권 실태를 파악하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이후 한국으로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의 수가 급감했음에도, 한국지부는 새로운 북한이탈주민과 만남을 계속 이어가며 면접을 진행했습니다. 덕분에 한국지부는 코로나19 전후 약 2년 9개월 간 70명이 넘는 북한이탈주민을 만나면서 북한 주민의 인권 실태와 그들이 마주한 어려움을 유추해 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지부는 북한이탈주민 증언이 그 어떤 것보다 북한의 실상을 그 무엇보다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정보로서의 가치가 있는 자료라고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공식 기록으로 남김과 동시에 한국지부 회원들이 접할 수 있도록 책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증언집은 다양한 증언이 문자로 표현되어 일정한 형식으로 정리해 엮인 무난하고 일반적인 형태의 전달 매체입니다. 여기에, 시각적으로 흥미를 끌 수 있는 독특한 요소가 들어간다면 문자 일색인 책의 내용에 활기와 흥미를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특히, 북한과 북한인권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거리감을 없애기 위한 디자인적 고려가 곳곳에 배치되면 대중의 접근 문턱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러한 점들을 잘 고려해 한국지부는 기존의 북한인권 증언집과 차별화된 책자가 만들어 질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북한인권 문헌 자료
사회 구조적 측면에서 볼 때, 북한에서 국가에 의한 인권 침해는 필연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북한인권을 다룬 많은 문헌에서는 개별 인권 주제와 관련된 인권 침해 사례 열거를 통해 열악한 인권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데 집중해 왔습니다. 이와 같은 자료는 북한인권 실태를 상세히 보여주는 데에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증언자의 진술이 분절화되어 필요한 내용만 단편적으로만 다뤄지는 경향이 있다 보니 독자들은 그들의 삶과 그들이 경험하는 인권 문제 사이에 연결되는 지점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들의 삶을 모른다면 그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거나 공감하기도 힘듭니다. 특히, 북한 내 인권 침해 발생의 근본 원인은 체제의 특성, 사회구조, 그리고 문화와 유기적으로 연결해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한국지부가 이번에 기획한 책은 다른 증언집과 차별점을 가집니다. 우리는 독자가 이 책을 읽으며 ‘왜 지난 수십 년간 북한에서 인권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가?’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보다 근본적으로,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독자가 북한 사람들이 현실에서 마주하는 어려움에 대해 공감할 수 있도록 그들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일상 속 인권 문제를 자연스럽게 조명하고자 합니다.
『50+ Voices』 – 북한에서의 일상을 돌아보다
2022년 10월, 새로운 변화가 감지되고 있음에도 많은 이들이 과거의 모습으로만 북한인권 문제를 인지하는 간극을 좁히고자 하는 시도에서 탄생하게 된 결과물이 바로 북한이탈주민의 인터뷰를 모은 『50+ Voices』 입니다. 책의 제목에 숫자 ‘50’과 그 이상이라는 의미인 ‘+’가 들어간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먼저, 위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이 책은 50명이 넘는 북한이탈주민의 삶과 그들이 가지고 있는 북한인권에 관한 생각이 독백체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말 그대로 ‘50명 이상의 북한이탈주민의 목소리’를 담은 책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이 책이 발간되는 2022년은 한국지부가 설립된 지 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5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인 ‘50’에 여기서 멈추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활발한 인권활동을 펼칠 것이라는 의미인 ‘+’가 더해져 ‘50+’라는 문구로 표현되었습니다. 즉, 『50+ Voices』는 50명이 넘는 북한이탈주민의 목소리와 함께 더 나은 인권을 위해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우리의 움직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손을 흔드는 북한 주민
북한, 북한 주민, 북한인권 이야기
이 책에는 북한인권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여기에는 그동안 우리에게 잘 알려진, 전통적인 이슈와 관련된 내용뿐만 아니라 기존에 존재했지만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그리고 최근 새로 등장한 이슈에 관한 내용도 있습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북한인권과 관련된 내용 외에 최근의 북한 사회 속 주민의 삶과 일상, 그리고 사회구조와 문화는 물론 북한에서 드러내지 못했던 생각까지 증언을 통해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즉, 북한이탈주민의 증언을 통해 그들이 북한에서의 삶 속에서 마주했던 인권 문제를 북한 주민의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습니다.
한국지부는 『50+ Voices』가 대중과 북한, 그리고 북한인권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길 바랍니다. 『50+ Voices』를 통해 북한과 북한 사람들의 삶에 관한 최신 정보가 널리 알려지고, 사람들이 북한인권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이는 결과적으로 북한인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소중한 밑거름이 될 수 있습니다.
북한에는 지금도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채 외부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제 『50+ Voices』를 통해 여러분들이 직접 그들이 우리에게 전한 이야기를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이 책이 북한의 인권 변화를 위한 여러분의 관심이 피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