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스토리

앰네스티와 함께한 924기후정의행진 참여 후기

임현경 유스 대표

내가 내심 짜릿하다고 생각하는 일탈이 하나 있다. 한동안 친구들에게 이 일탈의 묘미를 소개하고 다니기도 했는데, 바로 길거리에서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물론 층간 소음으로 온갖 사건사고가 나는 세상에서 공중도덕은 지키긴 해야 하므로 딱 두 번 밖에 못해봤다. 이 행동의 키포인트는 막 화가 치밀어서 욕하고 소리를 지르는 것 보다는 웃으면서, 신나고 시원하게! 노래를 부르듯이 하고 싶은 말을 큰 소리로 내지르는 것이다. 그러면 정말 재미있다.

혼자서 하는 일탈 행동은 이렇게 두 번이었지만, 다른 사람들과 같이 소리를 지른(이하 합창)적은 몇 차례 더 경험이 있다(콘서트 등에서의 환호성은 또 다른 류의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합창을 할 때도 혼자 일탈 행동을 할 때와 다를 바 없이 기분이 참 좋다. 아니 더 좋다. 일단 부끄럽지가 않고, 더 뭔가 세게 지르고 싶고, 지르게 된다.

옆 사람도 나만큼 크게 내지를 것이라는 확신과 믿음이 있으니까!
보통 이런 유형의 합창은 집회나 행진에서 경험할 수 있다. 그래서 외치는 메시지에는 당연히 분노가 담겨있다. 누군가에게는 참 불온하고, 일탈적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흥, 미워해도 소용없어. 이게 얼마나 신나고 재미있는지 몰라서 그런 것 같다. 화가 나기도 하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기후위기에 대해 뭐라도 하려고 하고 있는데 지금껏 바뀐 게 없다는 회의적인 생각이 머리를 맴돌다가도 행진과 외침이 시작되면, 그 혼자보다 든든한 일탈 끝에 뭔가 작은 것이라도 해소되는 느낌이 드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지난 9월 24일, 내가 경험한 가장 최근의 합창이 광화문 일대를 울렸다.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 올해 기후정의 행진의 슬로건이었다. 행진 당일, 이대로 살 수 없어서, 어떻게든 바꿔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무려 3만 5000명 이상 모였다. 그날 나는 이 문구를 비로소 피부로 체감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이었다. 앰네스티의 50주년 기념, 그리고 로고 깃발과 더불어 전국 방방곡곡에서 모여든 다양한 매력의 피켓과 깃발들이 그 파란 하늘 아래서 근사하게 펄럭이던 모습이 아직도 잔상처럼 남아있다. 연대하는 단체와 사람들을 일일이 언급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은 분야에서, 각각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사회 문제와 투쟁하고 있는 사람들이 기후정의를 함께 지키자고 그 자리에 나왔다. (924 기후정의행진의 함께 하는 사람들을 보면 다 나와있다. 정말 다양하다!)

반가운 얼굴들도 보였고, 다들 밝은 얼굴이었다. 우리는 사전행사부터 오픈 마이크, 풍물패와 디제이의 퍼포먼스, 목이 다 쉴 정도로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그 많은 사람들을 이끌어준 온갖 단체의 캠페이너들, 스텝들과의 행진과 합창, 그리고 다이인(die-in) 퍼포먼스까지 함께했다. 어느 한 요소도 빼놓을 수 없이 자유롭고 사랑스러운 광경이었음이 틀림없다. 특히 다이인 퍼포먼스는 남다른 추억거리이다. 내가 언제 또 그 많은 사람들과 함께 세종문화회관 앞 차도에 누워보겠는가!

쏟아지는 훤한 빛과 바람 아래서,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언자들은 어떻게 한 점의 떨림 없이 해야 할 말을 외칠 수 있었을까. 나는 그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내 말로 인해 혹시나 동질감이 무너질까 겁나 미처 하지 못했던 일탈과 저항의 흔적을 이렇게 수기로나마 남겨본다.

기후위기는 인권의, 젠더의, 계층의, 세대의, 노동의, 인종의 위기이며 다른 모든 사회의 차별과 문제들을 악화시키는 일이다. 다들 알면서 바뀌지 않는 이 세상이 답답해서 나는 9월 24일 앰네스티의 사람들과 함께 기후정의행진에 나갔다. 지금 아니면 대체 언제 하냐고, 우리 여기 이렇게 모인 것 좀 보라고! 다같이 이렇게 소리지를 수 있는 기회가 참 소중하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푸른 하늘과 깨끗한 바람이, 건강한 숲과 자유로운 동물들이, 광활한 바다가 단풍 외로 붉게 물드는 게 싫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런 세상에서 사는 게 너무 슬프다. 앰네스티의 기후마음기록모임에서 나왔던 질문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나에게 기후정의란?” 무엇 하나 확신하기 어려운 세상이지만, 기후정의는 지켜야 하는 것, 내가 반드시 지키고 싶은 것이라는 말만큼은 확실히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앰네스티의 기후위기 유스액션 프로젝트의 마지막 날 유스들과 함께 쓴 시를 하나 읊고 끝내고자 한다.

제목: 반항
쓴 사람: 앰네스티에서 만난 유스들

다같이 하는 반항은 이럴 때 필요하다
옆 사람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듣는 귀도 필요하다
무심했던 이의 지지가 필요하다
나의 용기가 필요하다
조그마한 발걸음이
큰 발걸음이 되는 게 필요하다
한 명이라도 동참하면 성공이야
불온한 나의 반항이 언제까지 될 것인가
이제는 반항이 불러일으킬 반향!
우리는 멈추지 않을 거야

한국: 내가 쓰는 핸드폰과 전기자동차가 인권을 침해하지 않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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