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상 성착취물 삭제 과정에서 또다시 트라우마 겪는 여성과 소녀들
- 신속하고 투명한 답변 제공 못하는 구글의 부적절한 신고 시스템
국제앰네스티는 한국의 온라인 성폭력 생존자들이 구글의 느리고 복잡한 콘텐츠 삭제 요청 시스템으로 인해 더욱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오늘(8일) 밝혔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경험한 한국의 여성 및 소녀들은 구글의 비동의성적촬영물 신고 절차를 찾기가 지나치게 어렵고, 그 결과 성착취 영상이 온라인에서 확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지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은 “한국에서 급증하는 디지털 성범죄로 여성과 소녀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는 상황에서, 구글의 불충분한 비동의성적촬영물 신고 시스템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며, “빅테크 기업들은 한국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나 온라인 젠더기반폭력 확산을 막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 전 세계의 생존자들은 성착취물을 삭제하기 위해 이처럼 문제 있는 시스템을 동일하게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이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오늘(8일)부터 구글에 신고 시스템의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국제적 탄원 캠페인을 론칭한다.

국제앰네스티
“N번방” 사건 이후에도 디지털 성범죄는 증가
2020년 3월, 대학생 취재단 추적단불꽃은 여성과 소녀들의 성착취 영상을 포함해 수 천개의 동의 받지 않은 영상이 8개의 텔레그램 비밀채팅방에서 암호화폐로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경찰은 6만 명 이상이 ‘N번방’ 사건으로 통칭하는 채팅방에 입장해 범죄를 방관하거나 일조했다고 추산했다.
2021년 10월, 이른바 ‘N번방’ 사건의 운영자 한 명에게 징역 42년형이 선고되었다. 그러나 디지털 성범죄는 계속되고 있으며, 반복적인 공유 및 유포가 쉬워 추가 피해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다른 성폭력과 차이가 있다.
최근 형사 사건들을 보면, 가해자들은 기존의 영상을 이용해 생존자들을 지속해서 협박함으로써 성착취물 등을 추가로 촬영하도록 강요했다. 이는 생존자의 비동의 촬영물과 개인정보가 삭제되지 않을 경우 최초 가해자가 처벌받은 이후에도 여성과 소녀들이 추가적인 피해나 범죄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윤지현 사무처장은 “온라인에서 유포되는 비동의 성적 촬영물을 삭제하는 것은 생존자의 일상을 회복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생존자들은 자신이 등장하는 비동의 성적 촬영물을 반복해서 검색하고 수집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야 함에도 테크기업들에 삭제를 요청하는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요청이 신속히 처리되지 않고 성착취물이 언제든지 다시 유포될 수 있는 상황에서 생존자들은 신체적, 정신적 피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구글 신고시스템
구글은 비동의 성적 촬영물은 요청에 따라 삭제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만난 생존자들과 활동가들은 구글의 신고 카테고리와 절차가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시스템은 신고 양식을 찾기 어렵고, 신고 대상 콘텐츠의 유형을 나누는 카테고리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신고가 제대로 접수된 후에도 처리 과정에 대한 소통도 부족하고, 처리가 완료되는데 수개월이 소요되기도 한다.
국제앰네스티는 생존자와 활동가 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구글에 콘텐츠를 신고해 봤다고 답한 11명 모두는 삭제요청이 제대로 처리되는지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답했다. 이는 신고 처리 과정에서 구글의 후속 안내나 통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생존자 현진*은 구글에서 신고접수 확인 메일을 받은 후 1년 이상 기다린 끝에 일련의 삭제요청에 대한 처리결과를 통보 받을 수 있었다.
또한 구글은 삭제 절차를 설계하면서 생존자의 트라우마를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용자는 콘텐츠를 신고할 때 ‘신고내용이 사실이 아닐 경우 처벌을 받을 수 있음을 알고 있다’는 문장에 반드시 체크 표시를 해야 하는데, 구글은 작성이 완료되지 않은 신고는 처리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현진*은 “어렵게 신고를 제출했다. 하지만 콘텐츠가 삭제될 거라는 확신 보다는, 처리가 안된다면 내 책임이란 말인가 싶어 불안감이 커졌다”며, 이러한 가이드라인이 불암감을 키웠다고 국제앰네스티에 전했다.
이후 그는 특정 콘텐츠가 왜 불법인지 설명하는 900자 길이의 ‘모범답안’을 만들었고, 다른 생존자들의 삭제요청을 돕기 위해 이를 공유하기도 했다.
구글의 신고양식 중에는 신고 제출 시 ‘사진을 포함한 신분증’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특히나 유포 피해를 입은 생존자가 자신의 사진을 온라인에 올리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추적단불꽃 활동가 ‘단’은 “이미 피해 영상이 유포되고 있는 온라인에 생존자의 사진을 포함한 신분증을 올리라는 요구는 그 자체로 트라우마를 일으킨다” 고 지적했다.

국제앰네스티
구글은 ‘최악의 2차 가해 웹사이트’
국제앰네스티는 온라인 젠더기반폭력 생존자 4명과 이들을 지원해온 활동가 6명을 인터뷰했다. 모든 생존자들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피해가 발생했으며, 낙인을 피하고자 사회로부터 스스로 고립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었다고 말했다.
성적 학대와 그 촬영물이 온라인으로 확산되는 것만으로도 생존자들은 큰 피해를 보지만, 인터넷에서 촬영물을 삭제하는 과정이 너무나 느리고 복잡해 피해는 더욱 악화된다.
생존자 현진*은 “[가해자가] 영상을 올리는 것은 너무 쉽지만, 그 영상을 삭제하는 데는 몇 달이 걸렸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비동의 성적 영상이 온라인에 유포된 이후 경찰을 찾아갔다. 영상이 곧 삭제되리라 기대한 것은 잘못이었다.
현진*은 “이런 식으로 피해를 당하면 뭘 해야 할지 모른다. 온종일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구글에서 제 이름을 검색했다. 계속 검색하느라 하루에 1시간도 채 자지 못했고, 계속 악몽을 꿨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 자체가 더 악몽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구글에 검색되는 키워드, 영상, 이미지 등을 삭제하기 위해 수백 번씩 반복해 화면을 캡쳐하여 신고했다. 신고 시 피해 자료를 첨부해야 하므로 누구에게도 이런 일을 대신 해달라고 부탁할 수 없었다. 모든 걸 혼자 감당해야 했다” 고 말했다.
“구글에는 여러 장점이 있다. 원하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피해자들에게 구글은 거대한 유포 웹사이트에 불과하다. 그런 면에서 구글은 최악의 2차 가해 웹사이트다. 한 번은 유포된 영상의 URL을 검색했는데, [검색 결과가] 30페이지가 넘게 나왔다. 요청을 해도 쉽게 삭제되지 않았다. [하지만] 계속 삭제요청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국제앰네스티
테크 기업들, 자사 서비스로 인한 피해 방지할 책임 있어
구글의 신고시스템은 지나치게 복잡하고, 일관성이 없으며, 처리 과정을 파악하기도 어렵다. 이로 인해 생존자들은 신속하고 투명한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다.
모든 기업이 인권을 존중할 책임은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UN Guiding Principles on Business and Human Rights)’에 잘 설명되어 있다. 이에 따르면 모든 기업은 자신의 활동이 인권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거나 이에 기여하지 않도록 하며,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경우 이에 대처할 책임이 있다.
구글의 자체 인권 정책은 구글이 “유엔 기업과 인권 지도 원칙에 의해 확립된 기준을 준수”한다고 밝히고 있다.
윤지현 사무처장은 “구글은 디지털 성범죄 생존자들의 삭제요청에 느리고 일관성 없이 대응함으로써 인권 존중에 실패하고 있다. 구글은 접근하기 쉽고, 절차가 간단하며, 처리 과정을 파악하기 쉬운, 생존자 중심 신고시스템을 도입해 또 다른 트라우마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구글은 디지털 성범죄를 포함한 온라인 젠더기반폭력이 자사 서비스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디지털 성범죄 생존자에게 필요한 것은 구글의 신고체계로부터 불필요한 고통을 계속 받는 게 아니라 도움을 받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제앰네스티는 지난 11월 11일, 관련 내용에 대한 질의서를 구글에 보냈다. 구글은 공식적으로 답변하지 않았으나, 국제앰네스티와의 개별 미팅에서 이 사안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향후 대응에 있어서 개선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생존자들의 요청에 따라 실명은 사용하지 않음
수신 | 각 언론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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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신 | 국제앰네스티 |
제목 | 한국: 확산하는 디지털 성착취물 – 구글의 실패를 지적하는 생존자들 |
날짜 | 2022-12-08 |
문서번호 | 2022-보도-041 |
담당 | 김신혜 언론홍보 담당자 (press@amnesty.presscat.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