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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평화를 이야기하자!

지난 22일, 23일 종로 보신각 앞은 여느 때와 달랐습니다. 사람들은 북적거렸고, 사람들 못지 않게 많은 수의 판넬들과 여러 행사장이 설치되어있었습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종로2가이기에, 지나가는 행인들도 잠시 멈췄습니다. 녹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이 곳,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요?

지난 주말 양일간 보신각 앞에는 ‘평화군축박람회’가 열렸습니다. 여섯 개의 코너로 이루어진 이 행사는 ‘평화’와 ‘군비 축소’라는 주제에 대해 전반적으로 이야기했습니다. 양일간 상시로 열려있는 코너로는 전시마당, 체험마당, 판매마당이 있었습니다. 전시마당에서는 ‘몹쓸무기 나쁜무기 비싼무기 전(展)’ 그리고 ‘한반도 평화와 군축을 위한 시민제안 전(展)’을 진행했습니다. 수십 개의 판넬 앞에 행인들은 멈춰 서서 전시를 관람했습니다. 행사 중 가장 인기 있던 코너는 체험마당이었습니다. 평화책 읽는 모기장 도서관, 평화바람개비 만들기, 드림캐처 만들기를 진행했는데요. 특히 어린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했습니다. 아이들이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바람개비나 드림캐처를 만드는 동안 부모님께서는 전시를 보시곤 했습니다. 전시의 모든 내용을 포함한 자료집, 에코백, 기부자들의 기부물품들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마당에서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첫째 날과 둘째 날의 행사는 비슷한 순서로 진행되었지만, 각각 다른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첫째 날은 ‘원자력과 핵무기’에 관해, 둘째 날은 ‘군비와 제주 강정마을’에 관해 중점을 두고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주제에 따라 이야기마당, 공연마당, 영상마당이 열렸습니다. 공연마당의 첫 날은 ‘왁자지껄’ 음악회가 있었습니다. 가수 시와 등 여러 가수들의 무대로 흥을 돋궜습니다. 둘째 날 역시 판소리 가수들의 ‘너영나영’ 무대가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며 행사장을 더욱 활기차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두 개의 주제를 각각 잘 담고 있는 첫째 날의 영상마당과 둘째 날의 이야기마당을 중심으로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둘째 날 진행된 이야기마당은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한홍구 성공회대교수가 ‘평화,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는 제목으로 진행했었는데요. 그 중에서도 ‘군비축소’에 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강의해주었습니다. 그 동안 전혀 의심해보지 않고 당연한 것으로만 받아들였던 것들이 사실은 평화를 지연시키고 있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군사규모는 70만에 육박합니다. 한국전쟁 시기에 비해 3배가 되는 군사규모입니다. 현재 한반도는 휴전 중이기 때문에 ‘평시’라고 표현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시보다 더 많은 군사규모가 필요한 것일까요? 아무도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현재의 군사규모에 대해서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으세요?

한국전쟁 당시보다 지금 군사규모가 커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시보다 휴전 시에 군사규모가 크다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군사규모가 크면 클수록 우리가 안전한 것일까요?

“살면서 가장 다행이라고 생각한 것은 내가 군대에서 살아 돌아온 것입니다. 왜냐하면 군대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상당수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

6•25전쟁 이후, 1999년과 2002년의 1•2차 연평해전, 2009년 대청해전, 지난해 천암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을 제외하면 실제적 무력충돌 없이 반세기가 흘렀습니다. 하지만 지난 5년간 군에서는 연평균 125명이 사망했습니다. 무력충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군대에 간 젊은이들이 죽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죽음에 아무도 주목하지 않고,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습니다.

“군축을 반대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이에 대한 근거로 안보를 듭니다. 하지만 이제는 안보의 개념을 바꿔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군사의 문제는, 너무 숫자가 많다는 것입니다. 필요이상으로 많기 때문에 병이 병을 통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이릅니다. 이전에 비해 요즘에는 군대 내 구타가 많이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김일병’사건을 기억하시나요? 군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한 김일병이 앙심에 총기난사를 저지른 사건입니다. 김일병은 구타를 당하지 않은 군인 중 하나였습니다. 이 사건이 시사하는 바는, 구타가 없어졌다고 해서 ‘비효율’이라는 군대의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또한 국방비가 늘어날수록 사회적 복지 등 국민이 실질적으로 누릴 수 있을 다른 권리들을 포기해야만 합니다.

이 날, 이야기마당은 우리에게 ‘해답’을 주는 강의가 아니었습니다. 다만 우리가 생각해보지 못한 의문점을 던져주고 문제제기를 해주었습니다. 몇 가지 우리가 지나치고 있던 사실들을 인지하게 해주었고 이에 대해 한번쯤 다시 생각해볼 수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날이 저물어 갈 때 즈음, 영상마당을 시작했습니다. 첫째 날은 다큐멘터리 <아들의 이름으로>를 상영한 후 박일헌 감독과의 대화가 이어졌고, 둘째 날은 다큐멘터리 <잼다큐 강정>을 상영한 후 경순감독과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그 중 첫째 날 진행한 영상마당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아들의 이름으로>는 원폭피해자 2세 환우 김형률씨의 이야기입니다. 1945년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졌을 때, 한국인 7만여 명이 피폭되었고, 그 중 2만3천여 명이 한국으로 돌아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김형률씨의 어머니도 그들 중 한 명이었고 원폭의 피해는 김형률씨에게 고스란히 대물림 되었습니다. 김형률씨는 생후 일주일부터 병원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몸이 아파 통학하거나 회사에 출퇴근하는 것이 불가능해, 병원과 집을 오가는 생활을 반복했습니다. 처음에그는 자신이 단순 허약체질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병원을 다니는 과정에서 원자폭탄 피해자들에 관한 논문을 알게 되었고, 자신이 원폭 피해자 2세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 김형률씨와 그의 아버지 김봉대씨는 한국 사회에 원폭 피해자들에 관한 특별법 제정과 사회의 관심을 위해 수많은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김형률씨는 허약한 몸을 이끌고 아버지와 함께 일본 히로시마와 한국을 오가며 원폭피해자들을 알렸으며, 역사선생님들에게 교육의 소재로서 자신의 이야기해달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2005년, 병세가 악하되 35세의 이른 나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이후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들의 뜻을 이어나가 아들 김형률씨가 활동했던 길을 그대로 걷고 계십니다.

일본정부는 원폭피해자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또한 원폭피해자들의 2세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조차 없습니다. 사실 원폭피해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후세에게도 치명적입니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2세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원폭 피해자 2세들의 피해사실조차 모르는 실정입니다.

원폭은 과거의 문제가 아닙니다. 여전히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이 존재하는 한, 이는 끝나지 않은 문제입니다, 또한 피폭 피해자가 더는 발생하지 않길 원한다면 일본정부는 원폭 피해자 2세, 3세들의 피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과거의 아픔을 책임지지도, 반성하지도 않으면서 피폭으로 인한 피해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는 것은 모순일 뿐입니다. 한국정부 역시도 일본정부에 한국 피폭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원폭피해자들이 그들의 정의를 찾을 수 있도록 더욱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주목해야 합니다.

행사를 마치고 느낀 점이 있습니다. 우리는 ‘작은 것’에는 주목하지 않고 ‘큰 것’에만 주목하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소수들이 느끼는 고통보다는 다수들이 느끼는 고통에 관심을 쏟고 있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그 숫자가 어떻게 되었든, 그들이 느끼는 고통의 경중을 가릴 수는 없습니다. 꽃다운 나이에 군대에서 사망한 젊은이들, 원폭피해자 2세Ÿ3세들, 해군기지건설에 반대하는 제주강정마을 주민들… 비록 그들의 수는 적을지라도, 그들의 존엄성은 우리의 존엄성과 다를 바 없이 존중되어야 합니다.

‘평화’라는 거시적인 개념에 있어서, 우리는 너무 방관했던 것은 아닐까요? 소수들의 아픔에 있어서, 우리는 너무 몰랐던 것은 아닐까요? 이번 평화군축박람회는 사람들로 하여금 평화에 대해 ‘지각’할 수 있게, 그리고 ‘고찰’할 수 있게 해주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박람회처럼 우리 사회도 녹색과 흰색이 어우러질 수 있도록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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