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를 한글 자판으로 치면 ‘눈’이 된다. 내 눈을 가리지 마라.”
12월 1일, 소설가 이외수 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입니다. 이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sns 규제를 위한 ‘뉴미디어 정보심의팀’을 신설한 것에 항의하는 트윗이었습니다. 이에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외신들은 한국 정부의 sns 규제가 표현의 자유를 위축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외수 작가의 말처럼, sns는 어느덧 시민의 ‘눈’이 되었습니다. 언론 보도가 가장 먼저 확산되는 곳은 sns 공간이며, 잘못된 소문뿐 아니라 오류를 바로잡는 정정 보도가 가장 빨리 전달되는 통로도 sns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sns 규제는 곧 언론 규제이며 표현의 자유권 제한인 셈입니다. 우리의 ‘눈’을 규제하는 새로운 개념(?)의 법이 신설됨과 동시에 12월을 맞이했습니다.
법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몹시 추웠던 12월 어느 날,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시민의 ‘눈’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던 사람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12월 8일,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는 제14회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언론상 시상식에서였습니다.
앰네스티 한국지부가 매년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일에 맞춰 언론상 시상식을 열어온 지 어느덧 14년이 되었습니다. 이날 축사와 개회사, 심사평을 통해 공통적으로 들려왔던 말이 있었는데요, ‘지금 우리 사회는 표현의 자유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위기의식이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에 대한 공감이 있어서인지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로 시상식을 시작했지만, 이내 차분한 열기가 느껴졌습니다. 수상소감을 듣는 동안, 기사와 작품에 깃든 수상자들의 노력, 진심 같은 것들이 전달되었기 때문입니다. 현장을 직접 뛰어다녔던 사람과 인권 침해 당사자들 사이의 공명이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축사를 맡은 이강택 언론노조위원장(좌), 심사를 맡은 허의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언론인위원장(우)>
앰네스티 언론상 시상식의 꽃은 바로 수상자들의 수상소감! 저도 상 받는 사람들의 수상소감이 이렇게 재미있고 솔깃한(?) 것인지 이번에 알았습니다. 다음 번엔 수상소감이 더 길었으면 좋겠다는 후문도 있었습니다. 긴 말보다 수상자들의 수상 소감을 직접 듣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추운 날 참석해 주신 수상자 여러분과 관계자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경향신문 ‘은마아파트 청소노동자 감전사’ – 류인하 기자
“어제도 제가 보도했던 김정자 씨의 가족들로부터 전화가 왔었습니다. 제가 은마아파트 청소노동자 감전사 사건을 보도한 이후 검찰로 사건이 송치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검찰은 판례를 조사해야 한다는 핑계를 내세워 여전히 사건을 묶어놓을 뿐입니다. 검찰에 한 가지 부탁을 드린다면, 제발 그 사건을 캐비닛 안에 묵혀두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겨레21 ‘생명 OTL: 빈곤과 죽음의 이중나선’- 김기태 기자
“작년 11월부터 취재를 했고, 빈곤은 곧 죽음이라는 부조리한 사회현실에 대해 취재를 진행하는 중에도 많은 분들께서 돌아가셨습니다. 대부분 빈곤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는 사람들은 가난하신 분들입니다. 빈곤한 사람들을 위한 의료센터는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아주대 한 곳밖에 없었습니다.
그분들을 살리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신 분도 있었습니다. 기자로서 상을 받는 것보다는, 돌아가신 분들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신 많은 분께 감사드리며 이 상의 영광을 그분들께 돌리겠습니다.”
MBC 시사매거진2580: ‘믿기지 않는 구타’ 외 2건 – 김재용 기자
“몽둥이로 흥한 자, 몽둥이로 망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구타’라는 화두에 계속 관심을 두고 취재를 하다가 폭력이 개입된 문제를 다루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는 이유는 그만큼 우리 사회가 억압되어 있고 경직되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폭력을 당하는 사람조차 폭력이 이렇게 큰 문제이며 인권침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런 문제들이 빨리 없어져서 좋은 내용의 작품으로 언론상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KBS 시사기획10: 평양-소피아-서울, 그들은 아직도 망명중 – 최서희 기자
“처음에 기획회의에서 반대의 의견도 있었습니다. 1960년대에 망명했던 이야기이고 이미 다 지나간 이야기인데 왜 기자가 시사프로그램의 타이틀을 걸고 이 문제를 다루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분들의 연세가 70, 80세에 달합니다. 하지만 그 분들은 통일을 바라고, 고향 땅을 밟기를 아주 간절히 바라고 계십니다. 지금도 여전히 탈북 행렬은 이어지고 있고, 얼마 전에는 북한에서 탈북을 하다가 총살을 당했다는 기사를 접하기도 했습니다. 현재까지도 진행되고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사건 자체를 바라보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사람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오래된 아이템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사건을 취재한 이유입니다.”
특별상: 영화 ‘도가니’
“이 영화가 묻히진 않을까 우려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많은 주목을 받았고, 후에 장애인 관련법도 개정되었으며 광주인화학교도 폐지되었습니다. 여러분의 관심으로 세상은 변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객들이 영화의 폭력 장면 묘사가 너무 잔인했다고들 하셨지만, 사건의 피해자들은 실제사건보다 낮은 수위로 표현했다고 항의가 있을 정도로 실제사건은 끔찍했습니다. 여러분의 관심에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도가니’는 올해 최고의 흥행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개최된 주요 영화제들에서 음악상 하나만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인권상인 앰네스티 언론상을 받게 돼 그 어느 상보다 기쁘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