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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에게 마땅히 노동조합을 허(許)하라

관련 링크 : 이주노동자 탄원, 고용노동부를 만났습니다 (2011.07.13)

2012년 2월 22일, 서울시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이주노조의 합법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이주인권연대,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이 주관한 이날 기자회견에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도 참여했습니다.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이하 이주노조)는 2005년 4월 24일 설립되었습니다. 2005년 6월 서울지방노동청은 “조합원 대부분이 체류자격이 없는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이주노조의 설립 신고를 반려했습니다. 이에 이주노조는 노동조합 설립신고 반려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내 2006년 1심 서울행정법원에서는 패소했지만 2007년 2심 서울고등법원에서는 승소했습니다.

당시 2심 재판부는 “불법체류 외국인이라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현실적인 근로를 제공하면서 임금 등 수입에 의해 생활한다면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근로자”라며 “조합원 체류자격을 확인할 목적으로 아무런 법령상 근거 없이 설립신고를 반려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판결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지방노동청이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고 이 사건은 그 뒤 5년째 대법원에 계류 중입니다. 그리하여 이주노조는 설립 후 7년이 지난 오늘도 법적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아노아르 후세인 이주노조 초대 위원장을 비롯해 까지만, 라쥬, 마숨, 토르너, 소부르 등 이주노조의 역대 지도부가 출입국 단속반과 경찰에 의해 불법적·폭력적 표적 단속과 강제연행, 강제추방의 피해자가 되었습니다. 작년에는 서울출입국관리소가 미셸 카투이라 이주노조 위원장이 사업장 변경을 허위로 했다며 체류허가를 취소시키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미셸 카투이라 위원장이 허위로 사업장 변경을 했다고 볼 수 없고, 노조 활동을 이유로 한 탄압으로 의심된다며 서울출입국관리소의 조치를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노동조합을 결성해 자신의 정당한 노동조건을 확보하는 것은 모든 노동자가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입니다. 노동자의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은 대한민국 헌법은 물론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등 국제인권기준에도 명시되어 있습니다. 국제앰네스티를 포함한 국내외 인권단체들과 국제노총, 국제노동기구(ILO), 유엔 사회권위원회 등 국제기구들은 한국 정부에 이주노조의 법적 지위 인정을 여러 차례 권고한 바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08년 대법원에 이주노조 설립을 인정하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국가인권위는 “비록 외국인근로자가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하여 체류자격이 없다 할지라도 우리 사회에 편입되어 현실적으로 정당한 근로를 제공하는 이상 근로자로서의 신분을 가지며,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최소한의 인간적 생존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 역시 보장받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적과 인종, 미등록·등록 여부는 노동자의 인권을 제한할 수 있는 어떠한 근거도 되지 못합니다. 나아가 저임금과 장기간노동, 산업재해, 임금체불뿐 아니라 뿌리 깊은 차별과 무시, 폭력의 대상이 되고 있는 한국의 이주노동자에게 이러한 권리는 더욱 각별히 보장되어야 합니다. 이주노동자는 노동-자본의 관계와 외국인-내국인의 관계에서 이중의 소수자이기에 이러한 계급-국적의 복합적 문제에 놓인 이주노동자는 한국인 노동자보다 두 배, 세 배의 어려움을 겪곤 합니다. 이주노동자의 필요와 요구를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것은 이주노동자 자신의 목소리이며, 이는 지금과 같은 배경에서 이주노조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입니다.

흔히 노동조합 하면 떠올리는 기업별노조나 산별노조와 다르게 특정한 정체성에 따라 결성된 다양한 노동조합이 이주노조 외에도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여성노조가 있고 세대별 노조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청년유니온이 있습니다. 2010년 2월 창립된 청년유니온은 처음에 이주노조와 마찬가지로 노동조합 설립신고 반려처분을 받았습니다. 이 또한 법정 분쟁으로 이어졌고 서울행정법원은 불과 얼마 전인 2012년 2월 9일 “구직자라도 노조법상 보장 받을 권리가 있다”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서울시 측은 법원 판결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청년유니온은 2년만에 법적 지위를 인정받았는데 이주노조는 7년이 넘도록 그러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것은 법원과 노동부가 이 사건을 보편적 인권의 관점에서 보지 않고 외국인과 내국인, 미등록자와 등록자를 구분하는 차별과 배제의 시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구직자도 노동자로 인정을 받아 노동기본권을 누리는데 이주노동자는 그러지 못하는 상황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대법원이 더 이상 시간을 끌지 말고 고등법원의 판결을 따라 이주노조의 법적 지위를 하루빨리 인정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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