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로 쳐 죽여 마땅한 비루한 그 이름, 女子.
– 영화 <더 스토닝>의 여성성, 사형에 대해.
여성을 대상으로 한 남성의 착취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동일한 길이를 가졌다 할 수 있을 만큼 뿌리깊고 오래된 것이다. 전쟁과 폭력으로 영토와 사유재산을 강탈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던 근대 이전까지, 여성은 그 ‘사유재산’의 하나였다. 집과 가축처럼,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에 지나지 않았다. 다른 남자의 여자를 강간하고 빼앗는 것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남성성의 상징이었으며, 남편이 죽으면 그 아내와 첩들은 따라 죽을 것을 강요 받거나 심지어는 산 채로 같이 묻히기도 했다. 여자는 남자에게, 섹스와 따뜻한 요리, 그리고 육아를 제공해야 하는 객체(objet)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여자는 너(汝)고, 여자는 간사(姦)하다. 인류(man-kind)의 역사(his-tory)에 여자의 자리 따위는 없는 것이다.
‘죽을 죄를 지은 자를 죽여라’ 고 말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도대체 ‘죽을 죄’라는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일까. 노르웨이에서 77명을 죽인 살인범은 ‘죽을 죄’를 받지 않지만 소말리아에서 강간 ‘당한’ 13세 소녀는 ‘죽을 죄’가 성립된다. 소녀는 강간을 당했다는 죄목으로 얼굴만 내놓고 구덩이에 파묻힌 채 1,000여명의 군중 앞에서 50명의 남자가 던진 돌에 의해 사형 당했다.
정말 ‘죽을 죄’를 지어서 사형 당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결백한데도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사형을 당하는 사람들은 영화나 음모론에만 등장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1973년 이후 미국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결백이 밝혀진 사람만 140명에 이른다. 밝혀지지 않은 이들까지 합하면 얼마나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억울한 죽임을 당해야만 했을까.
영화 <더 스토닝>은 20년 동안 같이 산 남편이 14살짜리 여자아이에게 새 장가를 들기 위해 간통혐의를 뒤집어 쓴 한 여자의 이야기이다. 이 영화를 이야기 할 때 씬(Scene)과 씬이 만나서 이루는 시퀀스(Sequence)라든지 영상미학이나 미장센과 같은 영화적인 장치와 구성은 무의미해 보인다. 영화에 대한 리뷰를 쓸 때 마다 고민하게 되는 스포일러라고 할 만한 요소도 희박하다.
<더 스토닝>은 현대에도 여전히 자행되고 있는 여성에 대한 소유와 폭력, 착취에 대한 통렬하고 적나라한 고발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정면으로 묻고 있는 이 영화는 갖은 양념과 향신료, 불을 걷어낸 생식처럼, 먹기 힘들고 소화하기 힘들지만 그걸 감수할만한 가치가 있다.
왜 여성은 남성보다 더 가혹한 처벌을 받아야 하는지, 죄를 짓는 자와 처벌하는 자의 관계와 입장이 얼마나 얄팍한지, 국가와 신의 이름을 빌려 타인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이 어떻게 스스로를 정당화하는지, 이 일이 지구 반대편 ‘저 먼곳’에서 일어나는 일들로만 치부하고 있어도 좋은 것인지. 이런저런 돌멩이들이 마구 날아온다. 피가 터지는 대신 마음에 파문이 터진다.
몇 가지 사족들
0. 투석형에 사용되는 돌멩이는 너무 커서도, 너무 작아서도 안되는, 한 손에 딱 쥐기 좋은 크기여야한다. 너무 쉽게 죽이면 안되기 때문이다.
1. 女자로 부정적인 의미를 만드는 한자는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여자는 더럽고(妛) 음탕하며(婬) 간음하기 쉬우니(姧) 마땅히 수절해야(奺)하며 업신여겨지며(娨) 남편을 따라죽어야하며(孎) 등.
2. 자막 번역에 ‘알라신’이라고 되어있으나 이는 ‘역전 앞’처럼 동어의 반복으로 잘못된 표현이다. 알라Allah는 영어의 The God과 같은 표현으로서 그냥 ‘신’이다. 이슬람권이 배경인 영화로서 이 정도의 배려가 없는 자막작업은 다소 아쉽다.
3. 서방세계 기자(프랑스계 이란인)가 자유세계에 이슬람의 치부를 폭로해 진실을 세상에 알리는 구조는, 비록 실화에 근거했을지라도 관객에게 이분법적인 편견을 갖게 할 우려가 있다. 알라의 이름으로 서슴없이 투석형을 행하는 남자들의 모습은 마치 광신도의 그것과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세상 어느 종교고 사람을 죽이고 미워하라는 종교는 없으며 이슬람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슬람(Al Islam)을 영어로 한다면 평화(The Peace)이다. 투석형의 비판이 이슬람에 대한 비판이 되면 곤란하다. 영화의 인트로에 등장하는 이란 시인 하페즈의 말, “큰 소리로 코란을 인용하면 자신의 흉계가 감춰지는 줄 착각한다.”
4. 이란에서는 2009년 이후 투석형 집행이 중단된 상태이며 이란 사법부에서는 투석형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아직 공식적인 법 개정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으며 이에 대한 국제앰네스티의 캠페인은 계속 되고 있다.
– 앰네스티 보고서「2011 사형선고와 사형집행」 에서.
최소 14명의 여성과 남성이 “결혼 상태에서 간통을 저지른 죄”로 투석형을 선고 받았다. 2009년 이후 실제 투석형이 집행된 적은 없다. 사키네 모하마디 아슈티아니는 연중 내내 처형당할 위기에 처해 있었다. 아슈티아니는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2006년에 징역형 및 투석형을 선고 받았는데, 이란 당국은 2011년 12월 아슈티아니의 형을 교수형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5. 투석형의 집행 과정에서도 성차별이 존재한다. 땅 속에서 빠져나오면 형 집행이 중단된다는 규정이 있지만 남자는 허리까지, 여자는 가슴까지 묻는다. 여자가 땅 속에서 빠져 나오기란 불가능하다.
– 앰네스티 보고서 「Iran: End executions by stoning」 에서.
Article 102 of the Penal Code states that, during stoning, the man shall be buried in a ditch up to near his waist and the woman up to near her chest. Article 103 states that if the condemned person manages to escape from the pit, they will not be stoned again if they had been sentenced after confession, but clearly it would be harder for a woman to escape than a man, since she would have been buried more deeply
6. 남자의 성적인 소유물로서 여성이 객체화 되는 사례는 우리의 역사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성적으로 행실이 문란한 여자를 욕하는 말로 ‘화냥년’이라는 표현이 있다. 이는 환향녀(還鄕女)에서 온 말로, 정묘호란(1627년)과 병자호란(1636)때 청나라로 끌려갔다 돌아온 여자들에게 치욕을 주는 말이었다. 국가가 지켜주지 못해서 성적 노리개로 끌려 갔다 온 것임에도 불구하고 환향녀들은 남편이나 시부모로부터 이혼을 요구 받았다. 절개를 잃었다는 것이 그 이유다.
7. <더 스토닝>의 투석형 장면에 대한 개인적인 토로.
나는 아무리 끔찍하고 무서운 장면이라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볼 수 있다. (가령 미드 <덱스터>처럼 ‘피와 뼈’가 난무하더라도) 이것이 극영화, 가짜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사고 현장에서 치명적인 부상을 당하거나 심하게 훼손 당한 시신을 본 경험이 있기에 가짜들은 대수롭게 여기지 않기도 한다. 그것이 정말 볼거리로서의 스펙타클을 제공하는 오락물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가령 영화 <300>이나 미드 <스파르타쿠스>처럼) 그러나 영화로서 재현된 ‘가짜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더 스토닝>의 투석형 장면은 보기 괴로운 것이었다. 장면 자체의 끔찍함도 있지만, 다수의 강자(남성)가 단 한 명의 약자(여성)에게 극대화 된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은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끔찍함이다.
8. 투석형에 더 볼 수 있는 Link
이란, 투석형 여성 TV 출연 ‘자백’으로 비난 받아 (2010/08/12) : 앰네스티 국제인권뉴스
이란투석형에 처해진 여성, 아들과 변호사 또한 위기(2010/11/03) : 앰네스티 국제인권뉴스
앰네스티 보고서(영문) 「 Iran: End executions by stoning 」
http://www.amnesty.org/en/library/info/MDE13/001/2008
투석형에 대한 그래픽 기사를 다룬 블로그
http://morningventi.com/130097796008
간통죄 혐의로 투석형을 받고 5년째 수감중인 이란여성에 대해 다룬 <김혜수의 W>
http://media.daum.net/entertain/enews/view?cateid=1032&newsid=201010021109104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