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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점령지역: 안면 인식 기술을 활용해 아파르트헤이트를 강화하려는 이스라엘 당국

2023년 5월 2일 국제앰네스티는, 이스라엘 당국이 팔레스타인인들을 추적하고 이동의 자유에 대한 가혹한 제한을 자동화할 목적으로 ‘레드 울프Red Wolf’라는 실험적인 안면 인식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로 발표된 보고서 〈자동화된 아파르트헤이트〉에서 국제앰네스티는 레드 울프가 점점 심화하는 감시망의 일부로서,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이스라엘 정부의 통제를 강화하며 이스라엘의 아파르트헤이트 체제를 유지하는 데 일조한다고 설명한다. 레드 울프는 점령된 서안지구West Bank 내 헤브론Hebron 시의 군 검문소 곳곳에 배치되어 팔레스타인인들의 얼굴을 스캔하고, 당사자의 동의 없이 이를 방대한 감시 데이터베이스에 추가한다.

또한 국제앰네스티는 이스라엘이 점령한 동예루살렘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상대로 안면 인식 기술을 사용하는 정도가 늘었고, 특히 시위 직후 그리고 불법 정착지 인근 지역에서 활용도가 높아졌다고 기록했다. 헤브론과 점령된 동예루살렘 지역 모두에서 안면 인식 기술은 고밀도의 폐쇄회로 텔레비전 CCTV 카메라에 지원되고, 이는 팔레스타인인들을 거의 계속해서 관찰하고 있다. 〈자동화된 아파르트헤이트〉는 이러한 감시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적대적이고 강압적인 환경을 조성해 전략 지역에서 그들의 거주를 최소화하려는 이스라엘 당국의 고의적 시도의 일환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과도한 물리력과 자의적 체포에 대한 끊임없는 위협에 더해, 이제 팔레스타인인들은 알고리즘에 의해 추적을 당하거나, 차별적인 감시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정보에 따라 자기가 사는 동네마저 출입이 금지되는 위험과도 싸워야 한다.

아녜스 칼라마르Agnès Callamard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

아녜스 칼라마르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이스라엘 당국은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과도한 분리를 실행하고 아파르트헤이트 자동화를 목적으로 정교한 감시 도구들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는 헤브론의 H2 지역에서 레드 울프라는 새 안면 인식 시스템이 팔레스타인인들의 이동의 자유에 대한 엄격한 제한을 강화하고, 불법으로 획득한 생체 인식 정보를 사용해 도시 인근의 팔레스타인인들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점령된 동예루살렘과 헤브론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은 도처에 존재하는 감시 카메라들이 그들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적극적인 활동을 억압하며, 사회생활을 침해하고, 끊임없이 노출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고 말했다. 과도한 물리력과 자의적 체포에 대한 끊임없는 위협에 더해, 이제 팔레스타인인들은 알고리즘에 의해 추적을 당하거나, 차별적인 감시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정보에 따라 자기가 사는 동네마저 출입할 수 없어지는 위험과도 싸워야 한다. 이는 안면 인식 기술이 감시 목적으로 사용될 때 인권과 양립할 수 없는 이유를 보여주는 최신 사례다.”

국제앰네스티는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대규모 표적 감시를 중단하고, 아파르트헤이트 해체를 위한 필요 조치로서 팔레스타인 점령지역Occupied Palestinian Territory·OPT 전역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의 이동의 자유에 부과한 자의적 제한을 해제할 것을 이스라엘 당국에 촉구한다.

또한 국제앰네스티는 감시 목적으로 안면 인식 기술의 개발, 판매 및 사용하는 것을 국제적으로 금지할 것을 촉구한다. 최근 국제앰네스티는 〈스캔을 금지하라: Ban the Scan〉 캠페인의 일환으로, 안면 인식 기술과 관련해 인도미국에 나타난 인권 위험을 기록한 바 있다다.

새 보고서 〈자동화된 아파르트헤이트〉는 팔레스타인 점령지역 내에서도 유일하게 이스라엘 정착지가 존재하는 헤브론과 동예루살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보고서는 2022년 현장 조사 중 수집한 증거들―팔레스타인인 거주자 면담, 오픈 소스 자료 분석, 전⋅현직 이스라엘 군 인사의 증언 등―을 토대로 작성되었다. 군 인사 증언은 이스라엘 단체 ‘브레이킹 더 사일런스Breaking the Silence’에서 제공한 것으로, 이스라엘의 안면 인식 시스템 운용 방식에 관한 국제앰네스티의 조사 결과를 뒷받침 하는 데 사용되었다.

레드 울프

이스라엘 당국과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alestinian Liberation Organization⋅PLO가 맺은 1997년 협정에 따라 헤브론은 H1, H2라고 알려진 두 지역으로 분리되었다. 도시의 80%에 해당하는 H1은 팔레스타인 당국이 관리하는 반면, 올드시티 Old City를 포함하는 H2 지역은 이스라엘이 전면적인 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다. 약 33,000명의 팔레스타인인이 H2 지역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들과 함께 최소 7곳의 정착지에 800명 정도의 이스라엘 정착민이 불법으로 거주하고 있다.

H2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은 가혹한 이동 제한을 받는다. 그들은 이스라엘 정착민들만 다닐 수 있는 특정 도로에 접근할 수 없고, 군 검문소 망을 비롯한 기타 장애물들이 그들의 일상생활을 심각하게 방해한다. 헤브론에 사는 이스라엘 정착민들은 팔레스타인인들과 다른 도로를 이동하며 검문소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자동화된 아파르트헤이트〉는 이전에 보고되지 않았던 이스라엘 군의 안면 인식 시스템인 레드 울프의 존재를 폭로했다. 현재 이 시스템은 헤브론 내 여러 검문소에 배치되어 있다.

레드 울프는 군에서 운용하는 다른 감시 시스템 2종―울프 팩Wolf Pack과 블루 울프Blud Wolf―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강력한 증거가 있다. 울프 팩은 팔레스타인 점령지역에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모든 가용 정보를 포함하는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로서 그들의 거주지, 가족 구성원, 이이스라엘 당국의 심문 대상 여부 등을 담고 있다. 블루 울프는 이스라엘 군이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접속할 수 있는 앱으로, 울프 팩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정보를 즉시 끌어올 수 있다.

팔레스타인인이 레드 울프가 작동하는 검문소를 거칠 경우, 그들의 인지 혹은 동의 없이 얼굴이 스캔되며, 이는 팔레스타인인들에 관한 정보만을 담고 있는 데이터베이스 내의 생체 정보와 대조된다. 레드 울프는 이 데이터를 사용해 해당 개인의 검문소 통과 여부를 결정하며, 새로운 얼굴을 스캔할 경우 자동으로 생체 정보를 등록한다. 정보가 존재하지 않는 개인은 통행이 거부된다. 또한, 레드 울프는 팔레스타인인의 프로파일에 저장된 다른 정보, 이를테면 해당 개인이 심문이나 체포 목적으로 수배 중인지 여부 등을 토대로 통행을 거부할 수도 있다.

레드 울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팔레스타인인들의 안면 데이터베이스를 확대한다. 브레이킹 더 사일런스에 제공된 증언에 따르면, 헤브론에 주둔한 한 이스라엘 사령관은 레드 울프의 안면 인식 알고리즘을 훈련하고 최적화함으로써 사람의 개입 없이 시스템만으로 안면을 인식하는 임무가 군인들에게 주어졌다고 말했다.

국제앰네스티는 군 인사가 제공한 증언을 바탕으로,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감시가 게임화된 양상도 기록했다. 일례로, 2020년 헤브론에 주둔했던 군인 2명은 블루 울프 앱이 등록된 팔레스타인인의 수를 토대로 순위를 산출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사령관들은 최고 점수를 얻은 대대에 포상을 내렸다. 이런 방식으로 이스라엘 군인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을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대가로 인센티브를 받는다.

도처에 존재하는 카메라들

국제앰네스티는 방대한 감시 하드웨어로 구성된 물리적 기반시설이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한 이스라엘의 안면 인식 시스템들을 지원한다는 것도 기록했다.

이스라엘군은 헤브론을 ‘스마트 시티smart city’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거리에는 감시 카메라가 가득하다. 건물 측면, 가로등, 감시탑과 옥상 등에 설치된 이 카메라들은 이미 헤브론에 존재하는 극단적인 분리 양상을 심화시킨다. 팔레스타인인들에게만 편재하는 이러한 감시는 H2 내 몇몇 지역심지어 팔레스타인인들의 집에서 고작 몇 미터 거리에 있는 지역은 그들에게 출입 금지 지역이라는 느낌을 더욱 심화시킨다.

그들이스라엘 군인은 데이터베이스에 이름이 없다는 식으로 아주 간단하게 말할 수 있어요.

그러면 집으로 돌아갈 수가 없습니다.

에야드Eyad, 텔 루메이다 주민

텔 루메이다Tel Rumeida 마을은 강력한 각종 장비를 갖춘 56번 검문소에서 가까운 곳이다. 이 검문소에는 최소 24개의 시청각 감시 장비와 기타 센서가 장착되어 있다. 텔 루메이다의 주민인 에야드는 한때 번성했던 슈하다Shuhada 거리에 56번 검문소가 설치된 데다, 군이 대거 주둔하고 근 30년간 이동이 제한되며 팔레스타인인들의 사업장들마저 강제 폐쇄된 탓에 ‘모든 형태의 사회생활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또한 에야드는 이스라엘 군인들이 안면 인식 시스템―국제앰네스티가 레드 울프라고 확인한 장비―에 의존해 주민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는 것 같다고도 했다.

“그들이스라엘 군인은 데이터베이스에 이름이 없다는 식으로 간단히 말할 수 있어요. 그러면 집으로 돌아갈 수가 없습니다.”

옛 도시, 최신 기술

이스라엘은 점령지 동예루살렘 내 올드시티 전역에서 ‘마밧 2000Mabat 2000’이라고 알려진 수천 대의 CCTV 카메라 망을 사용하고 있다. 2017년 이후로 이스라엘 당국은 이 카메라 망의 안면 인식 역량을 강화해 전례 없는 감시력을 갖추고자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 왔다.

국제앰네스티는 점령된 동예루살렘 내에서 10㎢ 면적올드시티와 셰이크 자라Sheikh Jarrah 포함에 해당하는 지역에 설치된 CCTV 카메라를 지도화한 결과, 5m마다 CCTV 카메라 한두 대가 설치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다.

카메라를 볼 때마다 불안해요. 항상 표적 취급을 받는 것 같아서요.

네다Neda, 팔레스타인인 거주민

이스라엘 당국은 새 감시 도구들을 활용해 올드시티로 이어지는 다마스쿠스 문Damascus Gate 입구―오랫동안 팔레스타인인들이 서로 모이고 시위를 벌여온 장소―와 같이 문화적, 정치적으로 중요한 장소를 표적으로 삼아왔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수많은 카메라의 영향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거주민 네다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저는 계속 감시당하고 있어요∙∙∙그래서 어느 거리에 있든지 기분이 정말 나빠요. 카메라를 볼 때마다 불안해요. 항상 표적 취급을 받는 것 같아서요.”

이러한 대규모 감시는 사생활권, 평등권, 비차별권을 침해한다. 또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시위를 단념시키고 공포와 억압의 분위기를 심화함으로써 표현의 자유 및 평화로운 집회의 자유에 관한 권리의 정당한 행사를 위축시킨다.

한 팔레스타인인 기자는 국제앰네스티에 이렇게 말했다.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현장에서 잡히지 않더라도 자기 얼굴이 카메라에 찍혀서 나중에 체포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셰이크 자라와 실완Silwan 마을에서는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자리를 마련하고자 팔레스타인 가족들을 강제로 퇴거시킨 일에 반대해 시위가 벌어진 이후로 CCTV 카메라 숫자가 크게 증가했다.

국제앰네스티는 불법으로 합병된 도시인 동예루살렘 점령지지에서 지속적으로 확장된 감시가 디지털 측면에서 이스라엘의 통제권을 강화하고, 불법 정착민들의 불법적 치안 목적을 진척시키는 데 일조한 양상도 기록했다. 정착지 확대에 반대하는 시위를 저지시키는 것은 비단 감시만이 아니다. 이스라엘 당국과 정착민들도 불법 정착지 인근 지역에 감시 기반시설을 추가로 설치했다.

감시 장비 공급업체들

국제앰네스티는 이스라엘 당국에 안면 인식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것이 어느 기업인지 확실히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조사관들은 점령된 동예루살렘에서 찾아낸 몇몇 카메라의 공급업체를 확인했다. 그들은 중국 기업 하이크비전Hikvision에서 생산한 고해상 CCTV 카메라들이 거주 지역과 군 기반시설에 배치되었다고 기록했다. 하이크비전의 홍보 내용에 따르면 이 모델 중 일부는 외부 안면 인식 소프트웨어에 연결될 수 있다고 한다. 국제앰네스티는 TKH 시큐리티TKH Security라는 네덜란드 회사에서 생산한 카메라들이 공공장소와 경찰 기반시설에 배치되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하이크비전과 TKH 시큐리티는 그들의 기술이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을 유지하거나 심화하는 데 사용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아녜스 칼라마르

국제앰네스티는 두 회사에 서한을 보내, 그들의 제품이 마밧 2000 시스템에 사용되어 팔레스타인인들을 상대로 안면 인식을 실시하고 인권 침해에 연루될 위험이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또한, 국제앰네스티는 두 기업의 실사 절차에 관한 정보를 요청하기도 했다. 두 기업 모두 이러한 고위험 제품을 판매하면서 과거와 현재에 인권 관련 책임사항을 어떤 방식으로 이행했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TKH 시큐리티의 웹사이트 정보에 따르면, 2017년 이스라엘 시장에서 이 기업의 공식 배급업체가 된 회사는 말-테크 테크놀로지컬 솔루션스Mal-Tech Technological Solutions·Mal-Tech라는 이스라엘 기업이었다. TKH 시큐리티는 국제앰네스티에 대한 답변으로, “지난 몇 년간 말-테크와 진행한 사업이 없다”고 말했고, 현재 이스라엘 보안군과 직접적인 비즈니스 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고 했다. TKH 시큐리티는 국제앰네스티의 추가 해명 요청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한편, 하이크비전은 국제앰네스티의 어떤 질문에도 답변하지 않았다.

아녜스 칼라마르는 “하이크비전과 TKH 시큐리티는 그들의 기술이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을 유지하거나 심화하는 데 사용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이스라엘 당국이 국제법상 전쟁범죄에 해당하는 불법 정착지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술을 공급하는 것을 멈추고, 인권을 준수하는 고객에게만 제품을 판매하도록 해야한다.”

배경

2022년 국제앰네스티는 이스라엘이 국제법상 아파르트헤이트에 해당하는 제도화된 시스템을 통해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억압과 지배 시스템을 어떻게 자행하고 있는지를 기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시스템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의 권리를 통제하는 모든 곳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겨냥해 시행되고 있으며, 로마 규정 및 아파르트헤이트 협약의 정의상 반인도적 범죄인 아파르트헤이트에 해당하는 각종 침해 행위를 통해 유지된다.

국제인권법에 따르면, 사생활권에 대한 국가의 간섭은 합법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명백히 필요하고 적절한 수단이어야 한다.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감시는 이러한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또한, 이는 점령 연장, 불법 정착 및 합병의 맥락에서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의 분리와 분열을 심화하며, 궁극적으로 이스라엘의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을 유지하는 데 일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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