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인터뷰

그 집은 내 삶이었다: 삶의 터전을 빼앗긴 농부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시<성북동비둘기> 중

이 시는 60년대 우리나라에 대대적인 산업화 바람이 불 때 발표됐습니다.

비둘기처럼 정든 집을 두고 떠나야 했던 성북동 주민들과 애써 가꿔온 논을 뺏기고,

집마저 불도저로 밀린 힙(heap)의 마음은 같을 겁니다.

국제앰네스티를 만난 힙은 그간의 설움을 하나하나 들려주었습니다.

강제퇴거 이전의 삶은 어땠나요?

ⓒAmnesty International

캄보디아 시엠 립 지역의 치 크렝(chi Kreng)마을에서 남편과 수 년간 농사를 지으며 살아왔죠. 부족한 형편이었지만 그래도 늘 성실한 태도로 어려움을 극복해냈어요.남편은 교육열이 높은 사람이라 4명의 자녀를 모두 먹이고 교육도 시켰죠. 힘든 나날들이었지만 그래도 만족하며 살던 시절이었죠.

강제퇴거의 이유는 뭐였나요?

공장이 들어선다고 했어요. 그런데 퇴거이전에 뭐하나 제대로 논의 된 바가 없었어요. 이렇게 하루 아침에 정말 모든걸 빼앗기게 될 줄은 몰랐어요.

저항해보지 그러셨어요.

물론 했죠. 논이 곧 우리의 삶의 터전이니까요. 추수를 앞 둔 농부가 어떻게 논을 두고 떠날 수 있겠어요. 그래서 그날도 논에 갔는데, 경찰과 군인 100여명이 논을 둘러싸고 농부 80명과 대치하고 있었어요. ‘탕탕탕’ 몇 발의 총성이 울렸고 4명이 다리에 총상을 입었죠. 그리고 달려든 군인과 경찰들에 대다수가 구타를 당했어요.

그리고는 어떻게 됐나요?

43명의 마을 사람들이 구금되었는데, 그들 중 대부분은 토지소유 포기각서에 서명을 하고 풀려났어요. 당시 9명의 마을 사람이 서명을 거부했죠. 이들은 100km 떨어진 시엠립 감옥에 수감됐는데, 그들 중에 제 남편도 있었어요.

남편은 감옥으로 가고, 혼자서 힘들지 않으셨나요?

남편이 잡혀간 뒤, 전 마치 ‘둥지 잃은 새’같았어요. 면회를 가려면 먼 길을 걸어야 했고, 한번 방문 당 25달러(한화 약3만원)를 내야 했죠. 저에겐 너무 부담스러운 금액이었어요. 아이들도 길러야 하는데 말이죠. 무엇보다 땅과 남편을 한번에 잃어버린 상실감은 말로 할 수 없었어요.

생활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었나요?

우리 마을엔 강제퇴거로 어려움을 겪게 된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서 그들과 함께 도우며 생활했죠. 사람들에게 쌀을 나눠주기도 하고, 동네 아이가 아프면 오토바이로 병원에 데려다 주기도 했어요. 모두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들도 나처럼 남편이 감옥에 가서 아이들을 혼자 키우고, 외로운 사람들이라는 걸 알아요.

ⓒAmnesty international

강제퇴거 후 2년이 지났네요. 요즘은 어떠세요?

남편은 토지에 대한 모든 권리를 포기하고, 논에 접근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홀로 아이들을 키워야 했던 고되고 긴 시간이 끝났다고 생각했죠. 그렇지만 지금 남편과는 이혼했어요. 강제퇴거는 저에게서 모든 생계수단과 가족을 빼앗아 갔어요.

정부는 계속해서 강제퇴거를 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네, 맞아요. 정부처럼 나도 캄보디아가 발전하길 바라요.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발전은 정의(Justice)에요. 그러니 치 크렝 마을 사람들을 향해 총을 쏜 사람들은 유죄판결을 받고 무고한 사람들은 풀려나야 하죠.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그들이 하는 일은 모두 옳다고 해요. 정부는 국민들이 부유해지도록 돕지 않아요. 단지 부자가 가난한 사람들을 억압하도록 도울 뿐이죠.

정부가 제발 눈을 똑바로 뜨고 가난한 사람들을 봤으면 합니다. 그들의 권력과 돈만 돌보지 말고 가난한 사람들도 돌봤으면 해요.

ⓒNightstallion

발전이란 이름으로 힙은 집을, 논을, 가정을, 삶을 희생당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국가로부터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했죠.

캄보디아 정부는 계속해서 강제퇴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힙의 분노가 분노로만 끝나지 않고 변화로 이어지는 데는 여러분의 응원이 필요합니다. 강제퇴거가 중단되도록 캄보디아 정부에 요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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