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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숨날숨, 인권과 호흡하기 – 7강. 차별과 인사하기

인권입문과정 7번째 시간, 강단 위로 두 남자가 나타났다. 반차별공동행동,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과 함께 연대하고 있는 인권운동사랑방의 박석진, 훈창 활동가가 바로 그 주인공. 그들이 짚어주는 ‘인권의 전반에 걸쳐있는 차별’ 속으로 빠져보자.


강연 중인 인권운동사랑방 박석진 활동가 ⓒAmnesty Internati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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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차별 받아 본 적 있나요?

     amnesty international

우리 게임을 하나 해봅시다. 제가 말하는 것에 끝까지 해당하지 않는 분이 최종 승자가 되는 것입니다.

‘외국인 이주노동자, 새터민, 70대 이상,

미혼모, 전라도 출신, 장애인’

아직도 많이들 살아 남아계신 것 같은데요? 계속 진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자,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서울대 재학생 외 모든 사람, 미혼, 백인이 아닌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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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억지스러운 감이 있는 게임이긴 하지만, 사실 사람들은 누구나 차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차별이 심각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음에도  정작, ‘본인이 차별당하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 인종은 없다. 다만 인종주의만 존재할 뿐.

노예제가 인종차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인종차별이 노예제의 결과다’. 서인도 제도의 저명한 사회학자 에릭 윌리암스가 남긴 말입니다. 이를 곱씹어보며 차별의 메커니즘 4단계를 알아보겠습니다.

차별의 메커니즘 4단계

1) 차이의 발견, 차별의 발명

차이는 항상 존재해왔다.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특정한 차이가 일부 집단에 의해 위계화 되는 순간, 차별이 만들어진다.

2) 발견된 차이의 고정관념화

‘흑인은 게으르다’ ‘아랍인은 위험하다’ ‘여자들은 감정적이다’ ‘HIV감염자들은 성적으로 문란하다’ 와 같은 생각들이 한 세대를 넘어가면 편견으로 굳어지고, 역사적 상황이 극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그러한 차별이 매우 자연적이고 정당한 것으로 보인다.

3) 타자화를 통한 지배의 정당화, 편견의 탄생

배제된 사람들을 ‘타자화’하는 과정에서 집단을 구분하게 된다. ‘차이’에 부정적인 표식을 붙이는 것은 지배를 받아들이게 하는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하다. 주류집단에서 개인은 개별 주체로만 존재하지만, 차별 당하는 집단에 속한 개인은 집단으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4) ‘타자들’ 사이의 경쟁을 통한 지배계급 정치 확립

권력집단의 기준이 ‘정상’, 다른 것은 ‘비정상’으로 여겨진다. 차별은 ‘비정상’을 다르게 대우하는 것이며 쉽게 정당화된다.

 

◎ 복잡한 차별, 어떻게 이해하고 판단할 것인가?

우선 차별을 인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으로 취급되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왜 그런 기준이 생긴 것인가?’ ‘누가 그런 기준을 정할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사실 구체적인 현실은 매우 복잡합니다. 관계에 따라 권력의 양상이 달라지고, 한 사람 안에 내재하고 있는 ‘다양한 정체성’에 의해 다양한 관계에서 다양한 권력의 맥락에 놓이게 됩니다. 예를 들어 비장애인 남성 동성애자는 섹슈얼리티를 기준으로는 소수자, 권력적 약자이지만 남성, 비장애인이므로 권력적 우위에 있습니다.

이러한 권력관계뿐 아니라 그 상황이 발생한 구체적인 맥락(상황적 환경, 전후 관계, 배경, 이전의 역사, 사건의 진행 양상, 결과, 의도)과 같은 맥락적 고려도 필요합니다.

사례를 두고 상황극을 하고 있는 훈창 활동가(사진 오른쪽) ⓒAmnesty Internati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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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은 차별 후진국?

국가인권위원회가 설립된 후, 2002년부터 8년간 차별행위로 인정된 사건은 전체 신고건수의 10.6%(921건)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기각처리 됐습니다. 지방노동위원회 비정규직 차별신청사건 중, 차별이 인정된 사건이 26.9%, 중앙노동위원회에 신고된 차별신청사건 중 인정된 것이 46%임을 보면, 차별에 대한 해석에 사회적 합의 수준이 굉장히 낮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 한국 사회 내에서 가장 심각하다고 인식되는 연도별 차별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김태홍․안상수․박선영․김남주「국격 제고를 위한 차별없는 사회기반 구축」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11

‘장애인’과 ‘출신국가’에 따른 차별이 줄어든 반면, ‘학력/학벌’과 ‘동성애자’, ‘외모’에 대한 차별이 크게 늘었고, ‘인종/피부색’에 따른 차별이 새롭게 등장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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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은 “      ” 에 따른 구별 없이 이 선언에 규정된 모든 권리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

– 세계인권선언 제 2조 –

위의 빈 칸에 들어갈 수 있는 아래 20여개의 단어들.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언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전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학력. 고용형태. 사회적 신분]

이는 2007년 발의했던 ‘차별금지법’에 도입된 차별금지조항 내용입니다. 이처럼 차별금지법에는 사회적 소수자들이 경험하는 차별뿐 아니라, 비가시적인 특성으로 인한 섬세한 직접적인 차별, 차별을 인식하는 주체의 ‘사회적 감정’ 또한 담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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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연분홍치마의 김일란씨가 쓴 ‘타인의 고통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하기’ 의 내용을 덧붙이며, ‘차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에 대해 제고해보길 권합니다.

사람들은 보통 차별과 그로 인해 받은 피해의 경험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서 대중들의 관습화된 연민에 기대어 전달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관습화된 연민이란 다수자의 가치를 위협하지 않으면서 낯선 주체들의 경험에 기꺼이 동참할 수 있는 감정적인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저렇게 힘들고 고통스럽게 살고 있다니. 불쌍하다. 안타깝다…..”

(중략)

그러나 차별에 대해 새롭게 이야기 할 필요가 있다. 한 소수집단의 차별경험과 다수의 삶의 조건이 만나는 지점을 발견하고 확장시켜, 모든 사회적 관계망의 ‘연루’의 지점을 밝히는 것이 바로 그 지점이 될 것이다.

“특권(타인의 고통을 이미지로 보는 것)을 누리는 우리와 고통을 받는 그들이 똑같은 지도사에 존재하고 있으며 우리의 특권이 (우리가 상상하고 싶어하지 않는 식으로, 가령 우리의 부가 타인의 궁핍을 수반하는 식으로) 그들의 고통과 연결되어 이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숙고해 보는 것, 그래서 전쟁과 악랄한 정치에 둘러싸인 채 타인에게 연민만을 베풀기를 그만둔다는 것, 바로 이것이야 말로 우리의 과제이다.” – 수잔 손탁, 「타인의 고통」중에서


‘차별’이라는 이슈에 대해 더 궁금하시다면,

▶ 2011 앰네스티 인권이슈과정 ‘내 안의 차별과 맞짱뜨기!’ 자료집(PDF)다운받기

▶ 지식채널e – ‘차별의 발견’ 시청하기

http://www.youtube.com/watch?v=Jyqt5Fe8dOk

▶ 다음주에는 인권입문과정 마지막 강의,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의 <변화하는 시대에 변화하는 인권> 강의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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