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회원소식지 <Amnesty Magazine> 2012년 004호 실린 칼럼으로서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 Amnesty Internati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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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를 키운다
박주민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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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가 인간의 본성과 연결되어 있는 중요한 기본권이자 민주주의의 핵심제도라는 점은 이미 충분히 알려져 있다. 물론 권력자들은 항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 하여 왔다. 미국의 연방대법원 판사였던 홈스는 1919년 에이브럼스[Abrams v. United States, 250 U.S. 616(1919)] 판결에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권력자들의 시도에 대해 아래와 같이 판시하였다.
“의견의 표명을 처벌하려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당연하다. 당신이 당신의 기반과 권력에 대해 의심이 없고 어떤 결과를 진심으로 원한다면 당신의 욕구를 법에 반영시켜 모든 반대를 쓸어버리고자 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사람들이 상호 투쟁하던 많은 신념들도 시간이 흐르면서 폐기되었음을 인식할 때 그들은 자신의 행동의 준거가 되는 신념들보다 더욱 강하게, 궁극의 선은 사상의 자유로운 교환으로 더욱 용이하게 달성될 것임을 믿게 될 것이다. 즉 진실의 최선의 시험은 그 주장이 시장경쟁에서 받아들여지는 힘이며 진실이 그들의 욕구를 안전하게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라는 것을, 그리고 또 그것이 우리 헌법의 논리라는 것을. 물론 이 논리도 실험일 뿐이지만 인생은 모두 실험이다. 매년 또는 매일 우리는 불완전한 지식에 근거한 어떤 예언에 우리의 구원을 위탁한다.”
그러나 이러한 홈스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현재도 여전히 권력은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기 여념이 없고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다. 국제언론감시 활동을 펼치는 미국의 프리덤하우스는 최근 우리나라의 인터넷 상 표현의 자유의 수준을 우간다와 같은 수준으로 분류했다. 인터넷이 국민의 표현행위와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생활에서 얻는 만족감이 우간다 수준으로 떨어졌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국민들이 자신들의 의사를 보다 자유롭게 그리고 거침없이 표현할 수 있어야 하는 시기가 오고 있다. 바로 12월에 있을 제18대 대선이다. 유권자인 국민은 대선을 맞아 후보자를 평하고,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좋아하는 후보에 대해 지지의 의사를 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국민들에게 단순히 투표만 하라는 것은 프랑스 철학자인 루쏘가 영국의 대의제민주주의를 비웃었던 “선거 때만 주인이고 나머지 기간은 노예”라는 수준에 국민을 묶어 두는 것이 될 것이다.
다행히 올해 초 인터넷을 통한 선거운동을 자유롭게 허용하는 방향으로 공직선거법이 개정되었다. 이로 인해 국민들은 인터넷이란 편하고 비용도 들지 않는 수단을 사용하여 선거 시기 다양한 문제제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공직선거법에는 최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해 위헌이라고 판단된 인터넷실명제가 그대로 남아 있다. 헌법재판소도 인정한 바와 같이 실명제는 본인확인이라는 방법으로 게시판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사전에 제한하여 의사표현 자체를 위축시키고 그 결과 헌법으로 보호되는 표현을 억제함으로써 자유로운 여론 형성을 방해한다. 헌재가 아래와 같이 인정한 인터넷의 역할과 선거공간에서의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에 비추어 보면 공직선거법에서의 실명제도 없어져야 한다. 아래 헌법재판소의 결정처럼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할 우려’를 이유로도 폐지를 미뤄서도 막아서도 안 될 것이다.
“인터넷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익명표현은 인터넷이 가지는 정보전달의 신속성 및 상호성과 결합하여 현실 공간에서의 경제력이나 권력에 의한 위계구조를 극복하여 계층, 지위, 나이, 성 등으로부터 자유로운 여론을 형성함으로써 다양한 계층의 국민 의사를 평등하게 반영하여 민주주의가 더욱 발전되게 한다. 따라서 비록 인터넷 공간에서의 익명표현이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갖는 헌법적 가치에 비추어 강하게 보호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