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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네스티 유스모임 <기후정의와 교차성> 인터뷰 프로젝트 3편: 경림님-기후와 지역, 장애

앰네스티 유스모임에서는 2023년 활동으로 <기후정의와 교차성> 인터뷰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우리는 기후위기를 걱정하면서도 비장애인의, 도시 거주자의, 농산물을 생산하지 않고 소비하는 사람의 관점에서만 기후정의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본 인터뷰 프로젝트에서는 기후위기가 각자 다른 상황의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정부의 기후위기적응정책이 놓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우리가 기후정의를 말할 때 보지 못하는 곳이 있는지 알아보고자 세 분을 인터뷰했습니다.
8월 27일, 지리산 산내면의 카페에서 앰네스티 유스들과 경림님이 모여 ‘기후위기와 교차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지리산 귀촌 16년차이고, 질병과 장애를 가진 큰아이를 9살부터 24살까지 시골에서 키웠어요. 지역에서 언어치료와 심리상담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우린(임상에서는) 비 오면 긴장해요. 우리가 지금까지 온대 기후에서 살아왔잖아요. 이제 실감되는 기후의 변화들이 있을 거란 말이죠. 그것에 대한 실제적인 불편함들은 아마 발달장애인들이 더 힘들게 느끼지 않을까.”

제가 발달장애인 당사자는 아니지만, 제가 만나본 발달장애인 분들은 신체 내부의 항상성과 생활 루틴이 굉장히 중요하셔서 그 항상성이나 루틴이 깨지면 힘들어하시거든요. 루틴이 깨지면 그에 대한 대안들을 즉시 신경학적으로 균형을 맞추는데 시간이 좀 걸리시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소리가 커진다든지, 아니면 되게 습해진다든지 하는 식으로. 임상에서 보면 보호자들도 알 만큼 영향이 뚜렷한 영향이 있어요. “오늘 비가 와서 얘가 틱이 좀 심해요”, “기압이나 습도 때문에 컨디션이 안 좋아요”라고 하기도 하세요. 발달장애인은 신경의 배선이 비장애인이랑 다른 건데, 뇌가 다르다는 건 어떤 감각들을 인식하는 게 비장애인과 다른 거란 거고. 과하게 인식하기도 하는 거죠. 그러니까 당연히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죠. 우린 비 오면 긴장해요.

우리가 지금까지 온대 기후에서 살아왔는데, 발달장애를 장애로 이해하지 않고 ‘신경 다양성’으로 이해하기도 하잖아요. 기후가 변함에 따라 실감할 수 있는 변화들이 있을거고, 발달장애인들이 더 힘들게 느낄 것이라고 생각해요.

“팬데믹 상황 같은 게 생기면 비장애인도 낯선 상황일 거잖아요. 그러니까 비장애인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도 바쁠걸요. 팬데믹 때 복지관 특수학급은 다 셧다운 시켜버려서 장애인들은 갇혀있었잖아요. 갇혀 있다가 그 때 얼마나 많이 죽었게요.”

특히 발달장애인이 마주한 문제들은 거의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라서 기후정의에 관한 논의를 거의 못하고 있을 거예요. 지금은 일상이 재난이 되어버린 상황이니까. 평범한 일상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어서 어디서도 편안함을 찾을 수가 없는 그런 상태예요. 근데 그 상황에서 장애인 혐오관련 사건이 생기면 죽잖아요. 죽고 사는 문제라는 거죠. 발달장애인 같은 경우는 일상이 재난이에요. 당사자는 어디 가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편하지 못하고. 그런 상황에서 기후 정의가 뭔 말이에요.

팬데믹 상황 같은 게 생기면 비장애인도 낯선 상황일 거잖아요. 그러니까 비장애인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도 바쁠걸요. 그래서 이번 팬데믹 때 다 셧다운 시켜버린 거잖아요. 복지관 특수학급은 다 셧다운 시켜버려서 장애인들은 갇혀있었잖아요. 갇혀 있다가 그 때 얼마나 많이 죽었게요.

코로나 19가 기후로 인한 재난이었다는 것은 많이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이 기후재난이 사회적 약자에게 더욱 가혹하게 다가왔다는 것도 많은 통계가 말해 주고 있는 사실이다. 경림님이 언급해주신 것처럼, 특히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은 ‘사회적 거리두기’ 실행으로 인해 크게 고통받았다[1]. 모두가 똑같이 ‘격리’를 실행한다고 해도 더 크게 영향받는 사람이 있다. 그것을 고려하지 못한 일괄적인 조치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에게 두 번째 재난이 되었다[2].
“당사자 입장에서는, 먼저 적극적으로 발언권을 주는 정책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사실 기후 위기 적응정책이 탈성장이나 일회용품 덜 쓰고 이런 활동들로 가잖아요. 그런데 우리 큰애 같은 경우는 시각 장애인이라 집에서 요리하기 어려워요. 익었는지 안 익었는지 모르니까 고기를 굽기도 힘들고요. 그래서 라면같이 간단한 음식만 먹거나 배달음식을 많이 먹게 되기도 하고요. 또 예전에 무균 상태를 오랫동안 지속해야 하는 상황에 있었는데, 그때는 정말 일회용품만 사용해야 했어요. 다 한 번 쓰고 버려야 되고, 집에 일회용 빨대 엄청 많고. ‘내가 이 시골에 와서 쓰레기를 정말 양산을 하는구나’ 생각했는데, 얘는 감염이 되면 죽기 때문에 그게 얘를 살리는 일이었단 말이에요.

이곳은 생태주의를 지향하는 마을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동참할 수 없는 부분이 좀 있었어요. 아이는 채식을 하기가 힘들고, 멸균용품을 사용해야 했던 것처럼. 이런 면에서 기후정의를 실천하는 게 어렵기도 해요.

한편으론 장애인 같은 경우는 첨단 기술의 발전 덕에 그나마 삶의 질이 유지되는 경우도 되게 많거든요. 그래서 뭔가 일률적으로 기후적응정책을 하는 게 적절한 것 같진 않아요. 이를테면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 모든 사람들의 삶의 질, 생명과 지속 가능을 보장해 주는 건 아니니까요.

큰 틀에서 봤을 때 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우리가 조금씩 불편하더라도 조금씩 감수하면서 다 함께 오랫동안 잘 살아보자는 얘기인 거 잖아요. 그러니까 이게 공평하니 저게 공평하니 이런 말들 말고, 결국 우리가 뭘 위해 이런 행위를 지속하고 있나를 계속 환기시키면서 정책을 만들면 좀 어떨까 하는 생각이에요. 그런식으로 정책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약자에게 먼저 의도적으로 발언권을 주는 합의, 그런 것들이 정책적으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경림님이 언급해주신 사례처럼, 기후위기 대응이 장애인을 배제하게 되는 사례를 ‘에코 에이블리즘(Eco-ableism, 친환경-장애차별주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2020년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에서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기후위기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3],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대응정책들은 장애인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기후위기완화조치가 장애당사자를 배제하게 되는 사례는 소비와 이용에서뿐만 아니라 생산에서도 나타난다. 중증장애인을 고용하는 산업은 주로 제작 과정이 간단한 일회용품 생산 분야인데, 탄소중립 과정에서 관련 산업분야 매출이 하락하여 장애인 고용 유지가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4].

“우리가 기후 정의를 구현하려면 어떤 종류의 불편을 감수를 해야 되잖아요. 근데 지금 당장 전철 조금 늦게 가는 것이라든지, 조금 시끄러운 것에 대한 불편을 같은 의미로 감수하면”

장애당사자를 핵심적으로 고려하는 게 당연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비장애인에겐 잠깐 배려하면 되는 일인데, 이렇게 장애인을 매번 고려하는 일을 24시간 평생 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조금… 구차하고 싶지 않지만. 부모가 자꾸 뭐 해달라고 하는 것도 싫잖아요. 싫은데…

불편함을 감수하는 게 조금 더 당연했으면 좋겠어요. 기후정의를 위해서도 감수해야 할 불편함이 있을 거고, 장애인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기 위해서도 불편함이 있을 거에요. 그래도 그런 불편함들을 다 같이 감수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은 너무 당사자를 둘러싼 개인의 부담으로 가는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는, 장애인들이 가진 특수한 사정이 있기 때문에 최우선으로 고려되는 것이 당연하고,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 적극적 우대 조치) 같은 것들이 불공평한 것이 아니라는 인식, 그리고 장애와 관련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배려하는 게 당연하다는 인식, 그런 것들을 우리가 어떻게 공유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소감

소언 :

안녕하세요 앰네스티 유스 김소언 입니다 ! 최근 전세계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이슈인 ‘기후위기’에 대해 알아가고 배우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번 유스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기후정의 유스 모임에서 ‘기후위기와 교차성’이 주제로, 해당하는 당사자 분들과 직접적인 소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당사자분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인터뷰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인터뷰 사전 준비를 위해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발달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의 공백과 기후위기 완화조치 등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소수자의 인권 보장이 우선시 되지 않고 배제되고 있는 현 사회의 미흡한 부분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경림님과의 인터뷰를 진행하며 우리가 기후위기를 줄이기 위해 실천하는 행동들이 누군가에게는 삶에 있어서 필수적으로 필요한 부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상호유기적인 문제로서 기후위기가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기후위기에 있어서 장애당사자의 우선적 고려가 당연시되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며,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이슈를 앰네스티 유스로서, 유스 모임 활동 프로젝트로서 풀어볼 수 있어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사안에 있어 개인으로서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은 적극적으로 참여해보려고 합니다. 담담하면서 허를 찌르는 답변으로 속도감 있는 인터뷰를 풀어내주신 경림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함께 인터뷰를 준비하며 핵심적인 포인트를 짚어주신 현영님, 인터뷰이분들을 컨텍해주시고 새로운 친환경 라이프를 알려주신 효주님, 적극적으로 활동에 참여해준 다희님, 유스들을 위해 세심하게 서포트해주신 희수님과 정주님 모두 감사합니다 ! 🙂

현영:

안녕하세요! 유스 멤버 서현영입니다 🙂 이번 유스 활동을 통해 기후위기와 인권에 대해 배울 수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앰네스티를 만나기 전 저는 단순히 기후위기를 늦추거나 막는 기술을 탐구하는데 집중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분들을 만나면서 기후위기가 단순히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 문제임을, 더나아가 어떠한 사람들에게는 생존의 문제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여러 소수자들을 조명하고 ‘기후변화 적응성’이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사고를 확장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경림님을 만나고 단순히 일률적으로 기후위기를 대응하기 위해서 정책을 도입하는 것이 아닌, 약자들을 먼저 고려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최우선적으로 듣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품게 되었습니다. 저또한 그러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이러한 소중한 기회를 누릴 수 있게 해주신 앰네스티 멤버 여러분 감사합니다💕.

효주 :

안녕하세요, 유스모임에 참여한 진효주입니다!

기후정의에 관한 논의는 알아가면 알아갈 수록 복잡하고 어려운 것 같습니다. 세상에는 마땅히 고려되고, 논의되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는 일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깨닫게됩니다.

인터뷰 프로젝트는 이런 다양한 목소리를 전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것이기도 합니다. 어릴 때 부터 지구온난화라는 주제에서 한결같이 들어 온 말들, 북극곰과 해수면 상승. 그런 이야기 말고 다른 목소리들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때문에 이번 인터뷰가 여러분들에게 그간 모르던 사실을 새롭게 알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었길 바랍니다.

경림님과의 인터뷰에서 나눈 말들 중 장애인을 둘러싼 문제들이 생존의 문제라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기후 변화로 인해 위협을 겪게되는 것도 문제지만, 그 이전부터 삶에 숱한 위험이 있어왔다는 말에 여태 너무 무관심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기후정의에 다가가는 과정에서 섬세함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다양한 시선들의 필요성이 인터뷰를 통해 잘 전해졌길 바랍니다. 프로젝트 함께 해주신 분들 너무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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