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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 반드시 가야 할 길

* 이 글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회원소식지 <Amnesty Magazine> 2013년 001호 칼럼에 실린 글으로서 앰네스티의 입장과는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 Amnesty International

하승수 변호사

2011년 3월 11일에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우리에게도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긴 겨울잠에 빠져 있던 한국의 반핵운동도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전국 곳곳에서 작은 규모이지만, 핵발전에 관한 강연회가 열리고, 집회가 잡히고, 언론과 정치권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작년에는 탈핵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녹색당도 창당을 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상황은 더 안 좋아지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사고가 날 당시에 한국의 원전 개수는 21개였지만, 그 후에 2개가 더 늘어났습니다. 올해에는 3개의 원전이 추가가동을 해서 26개가 될 예정입니다. 게다가 정부는 원전 개수를 42개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원전 밀집도로 보면 한국이 세계 1위인데, 원전 개수를 이렇게 늘린다면 압도적인 세계 1위가 될 것입니다. 또한 설계 당시에 정한 30년의 수명이 이미 끝난 노후원전(고리1호기, 월성1호기)은 수명을 연장해서 가동되고 있거나 가동예정으로 있습니다. 정말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핵발전은 현세대뿐만 아니라 미래세대의 생존권과 환경권을 위협합니다. 사고가 날 경우에 어떤 파멸적 상황이 오는 지는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사고가 충분히 보여줬습니다. 사고지역은 수백 년 동안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됩니다. 유출된 방사능은 대기와 토양과 바다를 오염시킵니다. 방사능은 사람과 동물의 몸에 축적이 되어 암과 백혈병 등을 일으킵니다. 엄청난 사고처리비용은 국가재정을 파탄나게 합니다.

‘우리나라는 지진에서 안전하다’는 식의 얘기를 하지만, 원전사고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사람의 실수, 기계의 노후화 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사고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원전은 부품 개수가 200만개나 되는 거대한 기계입니다. 이 기계의 안전성을 100% 보장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더구나 최근 원전에 위조부품, 중고부품, 짝퉁부품이 공급된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습니다. 작년 2월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낡은 고리1호기에서 전기공급이 끊겨 원자로의 온도가 올라가는 위험천만한 사고도 있었습니다. 원전은 안전하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핵발전 후에 남는 핵폐기물, 특히 사용후 핵연료는 최소 10만년 이상을 보관해야 하는 물질입니다. 이를 처리할 방법은 없습니다. 대책도 없이 핵폐기물만 양산해 온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지금은 원전 안에 ‘사용후 핵연료’를 임시저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것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사용후 핵연료뿐만 아니라 수명이 끝난 핵발전소의 폐쇄문제도 심각합니다. 수명이 끝난 핵발전소는 거대한 방사능 덩어리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해체해 본 경험도 없고, 해체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야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20년 이상의 시간과 1조~2조원 이상의 비용이 들 것이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핵폐기물과 해체해야 할 핵발전소의 수량을 최대한 줄이는 것입니다. 이미 우리나라 원전에 임시저장을 하고 있는 사용후 핵연료만 하더라도 1만 2천톤이 넘습니다. 이 양을 최대한 억제해야 합니다. 해체해야 하는 원전 개수를 줄이려면, 지금 가동중인 23개로 원전은 끝내야 합니다. 더 이상 새로운 원전을 지어서는 안 됩니다. 건설중인 원전도 건설을 중단하고 에너지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합니다.

원전은 원전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원전은 발전과정에서 발생하는 높은 열을 식히기 위해 냉각수를 필요로 합니다. 그 냉각수를 공급받기 쉽도록 우리나라의 원전은 서해안이나 동해안의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기를 주로 많이 소비하는 곳은 대기업이나 대도시이기 때문에 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끌고 오기 위한 송전탑을 지어야 합니다. 그 송전탑들은 시골의 마을을 지나갑니다. 보상도 제대로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선을 그어 송전탑들을 설치하고 전선을 걸려고 합니다. 시골농민들을 돈으로 회유하다가 안 되면, 용역을 동원하여 힘으로 밀어붙입니다. 이 와중에 작년 1월 밀양의 70대 농민이 분신자살을 하는 일까지 일어났습니다. 경북 청도에서도 시골 할머니들이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한전은 공사를 계속 강행하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의 생존권과 인권은 무참히 짓밟히고 있습니다.

핵발전은 단지 환경문제가 아닙니다. 인권문제이기도 합니다. 원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중에서도 위험한 작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이나 일용직이 많습니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피폭비율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피폭비율이 훨씬 높다고 지적되고 있습니다. 핵발전은 사람이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서는 유지될 수 없는 발전방식입니다.

이렇게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핵발전에서 벗어나자는 것이 ‘탈핵’입니다. 그래서 지금 대한문 앞에 만들어져 있는 농성촌에 ‘탈핵마을’이라는 이름으로 녹색당과 환경단체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 강정마을 주민들, 용산참사 유가족들과 함께 농성촌을 꾸리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밀양, 청도 등에 있는 송전탑 반대 주민들의 농성장, 핵발전 반대운동을 하고 있는 원전지역 주민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삶을 원한다면, 그리고 미래에 희망이 있으려면 지금부터 탈핵을 해야 합니다. 지금부터 시작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점점 더 깊이 핵발전의 수렁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핵발전의 진실을 알고 실천하는 시민들이 있으면 탈핵은 가능합니다. 독일에서는 핵발전에 반대하는 수십만의 시민들이 집회를 하고, 전기소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데 참여했습니다. 그래서 ‘탈핵’을 현실로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이미 생활속에서 전기소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는 ‘절전소’ 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역에서부터 재생에너지를 늘리고 전기소비를 줄여 나가겠다는 시도들이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힘들이 모이면 국가의 정책을 바꾸고 탈핵을 가능하게 만들 것입니다. 인터넷(http://www.nonuke.or.kr)에서도 탈핵을 위한 시민서명을 계속 받고 있습니다. 양심과 상식을 가진 시민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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