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북한인권 이해 증진 활동 추진
2023년은 유엔의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 설립 1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이하 한국지부)는 북한인권에 관한 논의가 활발해진 최근의 국내외 정세를 활용하기 위해 북한인권 활동을 국내에만 한정 짓지 않고 국제사회를 대상으로도 전개하기로 했습니다.
한국지부는 최근 발간한 북한인권의 실상을 다룬 증언집 ‘60+ Voices’와 북한인권 이슈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인덱스 웹사이트 ‘NK Voices‘를 활용해 해외 앰네스티 회원 및 지지자를 포함한 세계 시민의 북한인권에 대한 이해와 인식 개선을 도모하기 위한 해외 활동 계획을 세웠습니다.
스페인에서의 북한인권 활동
한국지부의 해외 활동 계획을 전해 들은 국제앰네스티 스페인지부(이하 스페인지부)는 ‘60+ Voices’와 북한인권 활동에 관심을 보이고, 스페인 방문을 요청해왔습니다. 이에, 한국지부는 스페인지부와의 사전 논의를 통해 활동 방향을 설정하고 방문을 확정 지었습니다.
한국지부는 2023년 11월 14일부터 16일까지 3일간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 북한인권 권리보유자이자 피해자인 탈북민, 그리고 스페인지부와의 협업을 통해 대중을 대상으로 한 북한인권 인식 증진 활동을 펼쳤습니다. 스페인 일정에는 현지 스페인어-한국어 통역가도 함께 했습니다.
1. 언론사 미팅
한국지부는 일정 간 총 8곳의 스페인 언론사와 미팅을 가졌습니다. 스페인지부와 통역가에 따르면 해당 언론사들은 스페인 및 스페인어 국가에서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곳입니다. TV, 라디오, 신문, 온라인 매체 등 다양한 언론사가 한국지부의 북한인권 활동을 위한 방문에 호기심을 가지고 인터뷰에 임했습니다. 먼저, 한국지부 직원과의 인터뷰에서는 최근 국·영문으로 발행된 ‘60+ Voices’와 이를 기반으로 한 한국지부의 북한인권 활동에 대해 상세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모든 언론사는 한국지부와 동행한 탈북민에게 북한에서의 경험에 대해 끊임없이, 구체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등 최근의 북한인권 상황을 하나라도 더 파악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기자 다수는 탈북민이 진술한 북한의 인권 실태를 접하고 본인들의 상식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라며 놀라움을 표했습니다.
2. 대중 대상 컨퍼런스
한국지부는 스페인지부의 도움을 받아 스페인지부 사무실에서 북한인권 컨퍼런스를 개최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스페인지부 회원 및 지지자, 그리고 직원 등 3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첫 번째 발제는 한국지부의 북한인권 활동에 대한 소개와 함께 최근 북한 내 인권 상황과 변화를 조명하고 국제사회가 북한인권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두 번째 발제에서는 탈북민의 북한인권 경험담과 함께 북한에서 왜 인권 침해가 계속될 수밖에 없는 지에 대해 탈북민의 시각으로 북한 사회 구조가 가진 문제점을 들여다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3. 북한인권 유관 단체 미팅
한국지부는 마드리드에서 활동 중인 휴먼라이츠워치(HRW)의 한국·북한 담당 선임 조사관(Senior Researcher)과의 미팅을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양 단체는 최근 북한인권 활동 내용을 서로 공유하고 향후 국제사회에서 북한인권 활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마드리드라는, 북한과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에서 두 국제 인권 단체의 북한인권 활동가가 만나 북한인권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북한인권은 어느 한 국가, 한 지역의 작은 문제가 아닌, 전 세계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중대한 국제 이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할 수 있었습니다.
4. 스페인 정부(외무부) 미팅
한국지부는 스페인지부의 도움을 받아 스페인 외무부를 방문하여 북한인권 관련 당국자와의 미팅을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한국지부는 2024년 11월 유엔 인권이사회 회기 간 열릴 예정인 북한에 대한 제4차 ‘국가별 정례인권검토(UPR)’에서 스페인 정부가 북한 당국을 대상으로 인권 상황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스페인 정부 당국자는 스페인 정부도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으며, 한국지부가 공유한 주요 북한인권 이슈(표현의 자유 억압, 북송 탈북민에 대한 인권 침해, 공개 처형 등)에 대해 공감하고 이를 비롯해 다양한 북한 내 인권 상황에 대해 관련국에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 확답했습니다.
5. 기타 활동
한국지부는 스페인지부의 주선으로 스페인지부 회원과 만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페인지부 회원은 한국지부를 위해 자원하여 마드리드 시내 곳곳을 안내해 주며 스페인의 정치 및 경제 상황에 대해 설명해 주었습니다. 정치적 이슈로 인해 근래 가장 큰 규모의 집회가 마드리드에서 예정되었던 시기 이곳을 방문한 한국지부는 스페인의 집회 및 시위 문화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소총으로 무장한 수많은 경찰관과 경찰차, 장갑차가 시내 곳곳에 배치되고 사이렌 소리가 이곳 저곳에서 울려 대며 경찰차가 도로를 질주하는 등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지만 정작 마드리드 시민들은 이와 대비되게 마치 일상과 별다를 바 없다는 듯 편하게 돌아다니고 있는 모습이 다소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해외에서의 북한인권 활동이 가지는 의의
북한이라는 나라가 가진 특성상 북한인권 문제는 마냥 북한 당국에만 기대어 해결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지난 수십 년 간 이어져 온 북한인권 활동을 돌아보면 북한인권 이슈는 국제사회가 힘을 합쳐 함께 대응해야 일말의 개선을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인권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데 있어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준 북한 당국을 대상으로 국제사회는 유엔 매커니즘을 바탕으로 북한의 인권 책임자를 압박하고 인권 상황을 개선할 것을 촉구해 왔습니다. 여기서, 스페인을 포함한 유엔의 회원국은 북한 정부가 자국의 인권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오게 끔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행위자입니다. 이들은 유엔 인권이사회의 논의 과정에서 북한인권이 계속 주요하게 다뤄질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스페인은 2023년 하반기(현재) 유럽 연합(EU) 이사회 의장국이기도 합니다. 유럽연합 이사회는 유럽 연합의 주요 정책 결정 기구이자 정부 간 협력체입니다. 여기서 다뤄지는 주제는 외교(Foreign affairs)와 관련된 것도 포함됩니다. 즉, 현재 스페인은 큰 틀에서 유럽 연합의 외교 정책과 활동 방향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지부는 이러한 스페인 당국을 대상으로 북한인권 개선에 대한 협조를 구함으로써 스페인뿐만 아니라 유럽 연합 차원의 공조와 압박을 이끌어 내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일조할 수 있었습니다.
실질적 활동 기간은 3일로 짧은 시간이었지만, 여러가지 유의미한 프로그램으로 꽉 채워진 일정이었습니다. 이번 방문을 통해 국내를 넘어, 북한인권에 대해 막연하게 관심은 있었으나 최근의 실태를 접할 기회가 없어 잘 알 지 못했던 해외의 국제앰네스티 회원 및 지지자들에게 한 발자국 더 다가가 북한인권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