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초등학교에‘인권여행 액션패키지’를 알리러 다녀왔다.
9월, 막 사회 교과서 속 ‘인권’ 단원에 대해 배웠다던 6학년 아이들에게 “만약 가난하다는 이유로 학교에 갈 수 없다면 어떨까?”라고 물었더니 이구동성으로 “완전 좋죠!”를 외쳤다. 뜻밖의 반응에 당황한 내가 “하지만 학교에 가지도 않고, 친구들과 놀 수도 없다면?”이라고 묻자 아이들은 곧바로 “그럼 핸드폰이나 실컷 하죠”라고 대답한다.
아이들에게는 학교에 가는 것도, 즐겁게 놀 시간을 갖는 것도 모두 당연한 권리라는 것이 의아한 모양이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아이들에게 “아샤”의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아샤는 인도에 사는 열 살 소녀이다. 사채 빚에 쪼들리던 아샤의 부모님은 도시의 부잣집으로 아샤를 보내 허드렛일을 하도록 한다. 하지만 아샤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빚은 전혀 사라지지 않았고, 집주인은 새 걸레를 사는 비용까지 월급에서 제했다. 삶에 지쳐 어린 아샤가 극단적인 방법으로 죽음을 택했다가 겨우 살아난 이후 마주한 것은 일하지 못했던 날들과 약값에 대한 청구서였다.
국제아동권리협약이 유엔에서 채택된 지 11월 20일이면 24년이 된다. 하지만 정작 어린이들이 이 권리에 대해 잘 알고 있지 못하다면, 권리를 보장받는 것은 요원한 일일 것이다.
도서출판 ‘책과콩나무’의 신간 『나도 권리가 있어요!』는 아샤를 비롯한 여덟 아이들의 증언을 토대로 만들어진 은유적인 동화이다. 각 이야기의 끝에는 관련 아동권리협약의 조항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어 아이들이 동화의 주인공들을 단순히 불쌍하게만 여기지 않고, 권리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도록 해준다. 프랑스의 일러스트 작가 올리비에 마르뵈프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삽화는 이야기의 재미를 더한다.
아샤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샤는 도망쳐 인도의 비정부단체인 시큐어(Secure)의 도움을 받아 경제적 착취로 위협을 당하는 어린이들에게 무상으로 개방된 학교에 갈 수 있었다. 아동노동이 금지되어 있다는 사실과, 모든 어린이들은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됨으로써 아샤는 곤경에 빠진 순진한 아버지와 자신의 약점을 부당하게 이용하는 고용주들에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소개의 글에도 쓰여있듯이 권리에 대한 교육을 통해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고 상대방도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은 인생에 있어 어쩌면 가장 중요한 깨우침일지 모른다. 수익금의 일부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에 기부되어 인권활동을 위해 쓰여질 예정이니,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인권활동을 시작하는 셈이다.
학교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고,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는 어딘가에 있을 또 다른 ‘아샤’를 위해,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더불어 사는 법을 깨달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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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보『나도 권리가 있어요!』
펴낸이: 책과콩나무(대표-정현문) 지은이: 에드 에 악시옹, 헤이디 그렘 그린이: 올리비에 마르뵈프 옮긴이: 천미나판매처: 인터파크, 예스24※ 도서출판 ‘책과콩나무’는 도서수익금 중 일부를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에 기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