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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으로 보는 ‘나의 몸, 나의 권리’

엘사의 몸은 누가 통제하는가? <겨울왕국>의 주인공 엘사는 보통 사람이 가지지 않은, 마법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엘사의 부모는 엘사를 소중히 키우면서도 마법은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 세상의 통념이 엘사가 가진 능력을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충분히 예상하기 때문이다.

엘사의 몸은
누가
통제하는가?

 

 

<겨울왕국>의 주인공 엘사는 보통 사람이 가지지 않은, 마법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엘사의 부모는 엘사를 소중히 키우면서도 마법은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 세상의 통념이 엘사가 가진 능력을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충분히 예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엘사는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다 동생 안나를 다치게 하는데, 이후 부모는 엘사를 방에 가두고 엘사가 자신의 ‘능력(정체성)’을 사회적인 통념에 일치시킬 때까지 격리시키기로 결정한다. 그렇게 엘사는 어린 시절부터 여왕의 자리에 오르기 직전까지 세상과 분리되어 살아야 했다. 자신의 몸을 통제할 권리는 엘사에게는 주어지지 않았다. 오직 세상의 통념에 걸맞는 ‘착한 아이‘가 되어야 했다.

 
 

착한 아이가 되어야 해항상 그래야 해
항상 그래야 해

 
 
믿기 어렵겠지만 엘사의 경우처럼, 여전히 ‘마법’을 사용했다는 혐의로 억울한 상황에 처하는 사람들의 사례는 계속 보고되고 있다. 이들은 심지어 마녀라는 혐의로 돌에 맞아 죽는 투석형을 당하기도 한다. 겉으로 드러난 ‘마녀’의 상황 뿐 아니라, 성소수자의 경우에도 비슷하다.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개선된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는, 사회의 통념은 이들의 다양한 성적 지향을 ‘질병’으로 간주하고 ‘고치려’ 든다. 사회의 통념은 성소수자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를 못하고 박해한다. 많은 소수자들에게는 자신의 정체성이나 본질을 숨긴 채 ‘착한 아이’로 살아가야 한다는 선택지만 주어진다. 이 유일한 선택지를 거부할 경우 물리적인 폭력, 심지어 생명의 위협을 당하기도 한다.
 
 

숨겨야 해느끼지 말아야 해
알게 해서는 안돼

 
 
엘사는 여왕의 자리에 오르는 그 순간까지도, 그리고 처음 만나는 바깥 세상을 보며 기뻐하는 동생 안나를 바라보면서도 자신을 숨겨야 한다는 주문을 되내인다. 엘사라고 해서 숨어 살고 싶겠는가. 그러나 오랜만에 만나는 동생의 손마저 잡지 않는 엘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의 ‘숨겨야 했던’ 능력을 들키고 만다. 사람들은 엘사가 가진 ‘능력’은 혐오스럽고 두려운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괴물’로 낙인찍는다. ‘저주받은 능력’을 가졌다는 이유로 타의에 의해, 또 스스로의 의지로 세상에서 도망쳐 자신 만의 고독한 성을 만든다. 엘사는 사람이 아닌 마법을 사용하는 괴물로 취급되며, 이것이 당연하다는 듯 세상의 멸시와 차별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렇게 엘사는 자신의 몸에 대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하고, 세상과 격리되었다.

엘사는 자신의 몸에 대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권리를 갖지 못했다. 자신의 몸을 위한 어떠한 정보를 얻지도, 교육을 받지도 못했다. 엘사가 알고있던 해결책은 단지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야 한다는 것과, 두꺼운 장갑을 끼며 들키지 않게 조심하는 것 뿐이었다. 엘사는 갇혀지내야만 했으며, 도망쳐야만 했던걸까. 과연 이것 만이 능사일까?
 

 

날 컨트롤하지 못하게 했던 두려운 것들이제 겁나지 않아!
옳고, 그름따윈 없어
나에 대한 규율도 없어!
난 자유로워!

 
 
엘사는 자신만을 위한 고립된 성을 만들고 온전한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찾고 나서야 외로운 해방감을 느낀다. 그러나 머지않아 찾아온 동생 안나에게 머리가 아닌 가슴을 다치게 했다. 진정한 사랑 없이는 절대 치유될 수 없다는 안나의 가슴에 박힌 ‘마법’은, 안나가 몸을 던져 엘사를 구하는 순간 풀린다. 진정한 사랑을 확인한 순간부터, 비로소 엘사는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괜찮은 한 사람이 되었다.

인권은 존재론적으로 자명한 것이 아니다. 세상의 여러 좋은 가치들 중 인권이란 항목은 ‘쟁취’된 것이다. 부당함을 느낀 사람들이 행동해 하나 둘씩 이루어낸 성취물이다. 인권은 ‘보편’의 이름을 달고서도,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지 않고 있다. 나와 다른 사람을 배제하는 사회의 통념은 보편의 인권을 가로막는다. 또다른 엘사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는 일은 여전히 간절하다. <겨울왕국>의 내용을 내형적인 의미에서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것이 맞든, 아니든 엘사는 분명 사회적으로 권리를 강탈당하고 박해받은 사람를 대변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당신은 정말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자신의 몸을 통제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라. ‘너 언제 결혼하니?’라는 질문에서 감지할 수 있는 ‘결혼’을 당연히 해야하는 것으로 여기는 사회, 성적인 부분에서 침묵하는 여성이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단순한 두 가지 경우만 보더라도 우리의 몸이 남성중심적인 보수적 윤리관과 사회의 통념에 의해 통제 당하고 있다는 것은 이 땅에서 유효한 사실이다.

 

 

누가 당신의
몸을
통제하는가?

 

 

당신의 몸을 통제하는 권력을 가진 자들이 만들어 놓은 보수적인 규율과, 부당한 차별을 거부하라.
숨어 살아야 했던 엘사가 아니라, 마침내 ‘나는 자유로워’라고 말하는 순간을, 당신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란다.

 

My Body! My Ri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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