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칼럼

왜 파업은 항상 불법인가

* 이 글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회원소식지 2014년 001호 Opinion ‘시론’에 실린 글입니다.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Amnesty International

유상철 노무사

유상철 노무사

사용자는 노동조합이 파업에 돌입하면 주요 집행부에 대하여 업무방해로 고소한다.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라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 조치’하겠다며 검경을 동원하여 노동조합을 압박한다. 곧이어 사용자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다. 언론은 앞다투어 “○○노동조합 상대로 ○○○억 원 손해배상 소송”이라는 보도를 쏟아낸다. 이미 오래전부터 노동조합의 단체행동을 제약하는데 공식처럼 된 매뉴얼이다. 2002년 7월 「신종 노동탄압 손배소송, 가압류로 인한 노동기본권 제약의 문제점」이라는 주제로 공청회가 진행되었던 것을 기억한다. 그때만 해도 ‘신종 노동탄압’이라 칭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용자들은 노동조합에 대한 업무방해, 손해배상, 가압류 등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감히 집단으로 저항하여 금전적 손실을 야기했다면 고스란히 노동자들이 책임져야 하고, 파업을 금기시하는 공안적 사회 분위기에 혼란을 불러일으켰으니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태를 노사관계가 안정화되었다고 보는 것 같다. 아마도 집단적 저항을 두려워하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의 사례를 보면, 지난 1월 23일 서울남부지법은 2012년 언론노조 MBC 본부가 벌인 파업이 ‘위법’하다며 MBC가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195억 원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법원은 “MBC의 이런 행위는 단체협약을 어겨 근로조건을 악화시키고 방송사가 갖는 공정방송 의무와 법질서를 위반한 것”이라며, “위법 상태를 시정하고 공정방송을 확보하려는 노조의 파업은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을 목적으로 한 쟁의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노동조합이 파업한다는 것은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집단적으로 저해하는 것이다. 노동조합이 사용자를 상대로 집단적으로 노동력 제공을 거부하며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집단 행동이 ‘파업’이다. 필연적으로 업무방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때문에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의 구체적 실현을 위하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은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해 민형사상 면책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노조법은 정당한 쟁의행위의 요건으로 주체, 목적, 수단과 방법, 절차적 정당성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정당한 쟁의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제반 요건을 갖추어야만 한다. 노동조합은 조합원들과 민주적 의사결정을 통해 쟁의행위를 준비하고 진행한다. 그렇지 않았을 경우 노동조합의 단결력은 저하되며 쟁의행위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조합의 민주적 운영 원칙상 근본적으로 쟁의행위 정당성을 확보하도록 되어 있다.

ⓒohmynews

헌법에서 보장된 노동기본권은 단순한 문구가 아니라 ‘노동자’들이 자주적으로 단결하고, 투쟁하고, 교섭하면서 만들어 온 처절한 투쟁의 역사의 산물이다. ⓒ ohmynews

지난해 12월 9일 철도노조가 파업에 돌입했다. 정부와 철도공사는 파업 전부터 이미 ‘목적’의 정당성이 결여된 ‘불법파업’으로 단정 짓고 파업을 차단하려는 조치부터 취하기 바빴다. 어김없이 철도공사는 업무방해, 손해배상, 조합비 가압류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철도노조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조합사무실 압수수색, 체포영장 집행이라는 미명하에 언론사에 소재한 민주노총 사무실에 경찰력이 진입하는 폭력적 상황까지 발생했다.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형사처벌의 경우 그 대상이 노조 지도부와 주요 간부에 한정되는 반면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의 경우 사용자가 마음만 먹으면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손쉽게 확대할 수 있다. 조합원에 대한 심리적, 물질적 압박을 통해 노동조합 활동을 심각하게 제약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손해배상 소송은 개별 조합원에게까지 책임을 부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악용의 가치가 충분하므로 사용자들이 선호하는 수단이 된 것이다. 거칠게 표현하면 일단 소송부터 제기하고 보는 것이다. 만약 사용자가 ‘패소’하더라도 상관없다. 파업 등 쟁의행위가 집중되는 시점에 효과적으로 노동조합 활동을 제약하면 되기 때문이다. 소송의 결과는 몇 년 후에 확인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철도노조는 파업에 앞서 단체협약 체결을 목적으로 단체교섭을 수 차례 진행했으나 의견 불일치로 인해 조정절차,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쳤다. 그리고 쟁의행위 기간이라도 반드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필수유지업무 결정에 따라 필수유지인원을 제외하고 12월 9일 파업에 돌입할 것을 공지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노사 간 의견 불일치로 인해 철도노조는 파업에 돌입했다. 정부와 철도공사는 ‘목적’의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수서발 KTX 설립은 철도노조 조합원들의 근로조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업무방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1. 3. 17. 선고 2007도482)은 “근로자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임을 이유로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고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 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 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비로소 그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위력에 해당한다”고 ‘위력’에 대하여 보다 엄격한 요건을 갖추도록 판결했다. 지극히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지난 철도노조의 파업이 대법원 판례에 비추어 볼 때, 업무방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은 손쉽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철도노조 주요 간부 5명이 구속되어 있다. 파업을 했다고 구속되는 경우가 너무도 많았던 터라 도리어 놀랍지도 않다. 노동자들은 파업이라는 단체행동을 남발하지 않는다. 헌법에서 보장된 노동기본권은 단순한 문구가 아니라 ‘노동자’들이 자주적으로 단결하고, 투쟁하고, 교섭하면서 만들어 온 처절한 투쟁의 역사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행사에 무분별한 업무방해죄, 무차별적인 손해배상 소송이 더이상 남발되어서는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사관계에 대한 법 집행에서 공안적인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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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정당한 권리행사에 무분별한 업무방해죄, 무차별적인 손해배상 소송이 더이상 남발되어서는 안된다. ⓒ 민중의소리

글 : 유상철 회원 · 노무법인 필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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