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민주주의를 외치는 시민의 목소리는 중동과 북아프리카뿐 아니라 전 세계에 울려퍼졌습니다.
2010년 말, 튀니지에서 시작된 혁명의 물결은 공포로 억압된 사람들에게 용기와 힘을 주었고, 순식간에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여러 나라에서 기적처럼 똑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의 수많은 시민은 이들을 응원했고, 이들이 자유를 얻기를 열망했습니다. ‘오늘은 또 어느 곳에서?’ 뉴스를 보며 자유를 박탈당한 모든 곳에 이러한 변화가 있기를 기대했고, 하루하루를 흥분 속에서 지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얻은 ‘자유’가 진정한 자유가 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는 것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알고 있습니다.
‘아랍의 봄’으로 독재자들은 물러났지만, 오랜 세월 독재 체제에서 굳어진 정치적·사회적 모순을 해결하려면 더 많은 노력과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튀니지를 포함한 몇몇 나라에서 부분적으로 자유가 보장되기 시작했고 시민사회의 활동이 자유로와지고는 있지만, 대부분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는 억압당하고, 인권운동가와 정치 활동가들에 대한 탄압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경찰과 군대를 동원하여 시민의 목소리를 폭력적으로 막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습니다. 또한 과거 정권이 저지른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 규명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은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새롭게 권력을 장악한 집단은 혁명이 시작된 원인을 되새기며, 시민이 원하는 바를 실현할 방법을 계속 모색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시민이 또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또한 시민은 원하는 사회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끊임없이 변화를 요구해야 합니다. 바로 변화하지 못한다고 절망하지 말고,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변화를 만들어나가도록 토론하고 한 걸음이라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은 비록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으나, ‘아랍의 봄’은 분명히 아랍 지역의 민주주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고, 전문가들은 판단합니다. 더욱이 아랍에는 종교와 비종교 세력 간의 갈등, 종교 간의 갈등, 인종 간의 갈등 등 다른 지역보다 심각한 갈등이 더 복잡하게 얽혀 있기에 이들이 극복해야 할 어려움은 우리가 역사를 통해 예측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래 지속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라토너가 출발점을 떠나지 않으면 도착점에 닿을 수 없듯이 ‘아랍의 봄’이 없었다면 우리는 오늘날과 같은 변화를 꿈조차 꿀 수 없었을 것입니다.
국제앰네스티와 전 세계 시민은 ‘아랍’에 진정한 ‘봄’이 찾아오기를 희망하고, 투쟁하는 모든 이가 ‘자유’라는 목표 지점에 도달할 때까지 이들을 돕고 지지할 것입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국장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