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쿠데타를 선언하다
프라윳 찬 오차 태국 육군참모총장은 22일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군과 경찰이 국가 통제권을 장악했다며 쿠데타를 선언했다. 군부가 쿠데타를 선언하기 직전 군인들은 태국 수도 방콕의 거리를 봉쇄했다. 태국 군부가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행동”이며 “쿠데타가 아니다”라고 밝혔던 계엄령을 선포한 지 이틀만이었다. 국가평화질서회의(NCPO)라는 이름의 군정기관이 구성됐다.
왕정에 대한 조항을 제외한 모든 헌법은 정지되었다. 언론은 통제되었고 오후 10시에서 새벽 5시까지 통행금지가 선언 되었다. 5명 이상 모이는 모든 집회가 금지되었다. 국가평화질서회의는 어떠한 영장 없이 일주일간 사람들을 구금하고, 법원의 명령 없이 재산을 압수하거나 수색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갖게 됐다. 아울러 군부에게는 이러한 행동에 대해서 면책할 수 있는 권한도 주어졌다.
“일부 정치 지도자들은 체포 위협 속에 침묵”
2013년 11월부터 태국 거리에서는 갈등과 폭력 충돌이 이어졌다. 군부와 왕정을 지지하는 국민민주개혁위원회(PDRC)를 비롯한 반정부 시위대는 총선을 거부하고 내각이 총사퇴 할 것을 요구하면서 격렬하게 저항해왔고, 친정부 세력이었던 탁신 치나왓 전 태국 총리를 지지하는 독재저항민주연합전선(UDD) 역시 총리가 헌법재판소의 결과에 따라 해임되자 행동에 나서면서 충돌이 격렬해 질 것으로 예상되었다. 언론 집계로 반정부 시위사태가 발생한 지난 11월 이후 28명이 사망했다. 빠린냐 사무국장은 “양쪽 모두 극단적으로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어서 타협을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군부는 국민을 위한다며 법질서 유지’ ‘평화와 안정 유지’ 등을 내세우며 계엄령과 쿠데타를 선언했다.
계엄령이 선언된 후 친-반 정부 세력간의 충돌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빠린야 사무국장은 친-반 정부 세력의 지도자들은 “침묵”하고 있다고 전했다. “체포의 위협 때문에 친-반 정부 세력 모두 체포의 위협 때문에 침묵을 지켜야만 하는 상황”이며 “일부 정치 지도자들은 정치 활동에서 거리를 두고 있다”고 빠린야 사무국장은 말했다.
“겨우 손가락 세 개를 폈을 뿐인데”
그러나 조용한 가운데서 쿠데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리 여기저기서 새어 나오고 있다. 빠린야 사무국장은 “일부 중산층, 또는 개인들이 쿠데타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세 손가락 경례’를 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세 손가락 경례’는 영화 ‘헝거게임’에 나온 제스처에서 영감을 받아 평화, 평등, 연대를 상징하는 세 손가락 펴서 군정에 항의를 표시하는 평화적 시위의 방법이다. 태국 시민들은 쇼핑몰 앞 등에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모여 군부에 항의하고 민정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작은 평화 시위도 안전하지 않다. 빠린냐 사무국장은 “지난 주 백여명이 지켜보던 가운데 사복을 한 남성의 무리가 쇼핑몰에서 시위를 하던 여성을 강제로 태워갔다. 이 여성은 경찰서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여성이 한 일은 겨우 손가락 세 개를 펴고 시위를 한 것 뿐이다.”이라고 말했다.
빠린냐 국장은 “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 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가 억압받고 자의적 구금이 이루어 지고 있다”고 전했다.
민간 법정 대신 군사법원
군부와 왕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에게는 가혹한 처벌이 내려질 것이라는 점도 크게 우려된다. 빠린냐 사무국장은 “국가평화질서회의가 왕정에 비판적이거나 국가 안보에 문제가 되는 사람들, 그리고 소환에 응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는 사람을 민간 법정 대신 군사법원에서 다루겠다고 발표했다. 시민들을 군사법원에 회부하겠다며 가혹한 처벌을 경고한 것이다. 게다가 군사법원은 1심 밖에 허용되지 않아 항소할 기회도 없다”고 설명했다.
빠린냐 사무국장은 “최근 전 교육부장관인 차투론 차이생(Chaturon Chaisaeng)이 군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소환에 응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군사법원에 기소되었다. 비상사태에서 민간인이 군사재판에 회부된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문이나 실종 우려도 있어
국가평화질서회의는 정치인이나 활동가, 학자 등 예전에 정치적인 목소리를 활발하게 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소환에 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빠린냐 사무국장은 “소환이 되었을 때 그 곳에서 어떤 것들이 이루어지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다. 현재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보고를 하고, 군부의 논리를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 같다. 그러다가 동의를 하지 않거나 나와서 정치활동을 할 것 같으면 7일까지 구금할 수 있는 권한에 따라 구금이 되기도 한다. 약 300명 정도가 소환에 응할 것을 요구 받았는데, 이들 중 70여 명이 구금 중인 것으로 보인다. 구금이 되면 행방을 알 수 없고, 연락이 불가능해 진다. 구금 후 석방이 되어도 정치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서명을 하거나 허가 없이 여행이 금지 된다”고 설명했다.
정부에 소환을 요구받는 숫자도 지난 주말을 경과 하면서 늘어났다. 지난 주만 하더라도 약 250명 가량 되는 것으로 파악했지만 이번 주 들어 300명까지 늘어 났다. 빠린냐 사무국장은 “매일매일 소환을 요구받는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들 중 적어도 70명이 구금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고 있지만 어디에 얼마나 구금되어 있는지는 확인이 되지 않는다”고 걱정했다.
공식적인 소환이 이루어지지 않는 지방의 경우에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빠린냐 사무국장은 “도시가 아닌 시골의 경우 집에 들이닥쳐서 연행을 해 가는 경우도 있어서 지방의 경우 자의적 구금을 파악하기는 더욱 힘들다. 공식적인 소환이 아닌 경우로 잡혀 가는 경우에는 고문이나 실종의 위험도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국제사회가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방송도 군정에 의해 장악이 됐다. 군정이 허가한 방송을 위주로 내보내고 있다. 빠린냐 국장은 “매 순간 텔레비전에서 군부의 심볼이 방송된다. 소셜미디어도 계속 감시 당하고 있다. 지난 주에는 BBC 방송이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빠린야 사무국장은 “계속해서 태국의 인권 상황에 주목해 달라”고 요청했다. “탄원이나 여러 경로를 통해서 국제 사회가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었으면 좋겠다. 특히 군부 역시 관광산업을 통한 경제 살리기에 관심을 갖고 있어서 좋은 이미지를 주고 싶어 한다. ‘자신의 권력을 사람들을 탄압하고 억누르는데 사용하지 말 것’을 계속 요청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관심과 행동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