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리뷰

어린이들이 앞장서는 ‘차별 없는 별’ 만들기!

1차 인권교육패키지 ‘우리 별 인권 약속’ 교육 후에 두 달 만에 만난 시범학급 어린이들은 한번 만난 저를 놀랍게 기억하고 환영해주었습니다. “어? 어디서 많이 봤는데?” 갸우뚱하는 어린이도 있는가 하면, “오늘도 인권교육하러 오신 거에요?” “어! 선생님 지난번에는 안경 끼고 오지 않으셨어요?”라고 저의 정체를 알아봐 주는 어린이들도 있었습니다. 두 달 전에 잠깐 만난 저를 기억해주는 어린이들을 보면서, 인권교육의 내용이 낱낱이 전달되지는 못하더라도 분명히 각자의 삶에 어딘가에는 뿌리내리고 있을 거라 기대하게 됩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에서 전국의 인권친화교실을 대상으로 발행된 두 번째 인권교육패키지 ‘차별 없는 별’은 생활 속 다양한 차별 상황을 통해 차별 피해 당사자의 입장을 고민해보는 내용입니다. ‘차별 없는 별’ 활동지는 차별에 대한 정의를 비롯해 외모, 인종, 나이, 장애, 성별, 성적에 따른 사례와 교육 후에 생활 속에서 스스로 차별을 점검해볼 수 있는 차별점검표와 일기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활동지를 통해 인권친화교실 어린이들이 일상 속에서 발생하는 차별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스스로 차별을 발견하고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드는 활동에 동참하게 되는 모습을 기대해봅니다.

우선 본격적인 수업에 앞서 1차 인권교육패키지 ‘우리 별 인권 약속’을 복습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2차 세계대전을 겪고 전 세계 대표들이 모여 지구의 평화와 모든 사람의 인권을 위해 만든 약속, 세계인권선언”과 아프가니스탄의 실향민, 나이로비의 슬럼, 격리 수업을 받는 로마족 어린이 등의 이야기를 말풍선 스티커의 권리 항목과 함께 하나하나 되새김질했습니다.

가양초등학교 4-3

서울 가양초등학교 4-3 수업 모습 ⓒAmnesty International

이제 ‘차별 없는 별’을 만들러 떠나볼까요?

활동지 수업을 하기 전, 짧은 클립을 보며 차이와 차별에 대해 상상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회색이 아니면 이상한 건가요?” 부성초등학교 4학년 3반 어린이들과 성곡초등학교 6학년 3반 어린이들은 EBS 딩동댕유치원 <다름을 인정하기> 비디오를 보면서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차별이 발생하는 맥락과 다름을 통해서 우리 세상이 더욱 알록달록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것을 이해했습니다.

EBS 딩동댕유치원 '다름을 인정하기' 동화 ⓒEBS

EBS 딩동댕유치원 ‘다름을 인정하기’ 동화 ⓒEBS

가양초등학교 4학년 3반 어린이들과 도당초등학교 6학년 1반 어린이들은 픽사의 단편 애니메이션을 통해 다르게 생겼다고 함부로 대하는 모습을 통해 차별에 대한 생각과 자신의 경험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PIXAR 단편영화 'For the birds' ⓒDisney-Pixar

PIXAR 단편영화 ‘For the birds’ ⓒDisney-Pixar

# 1_ 차이와 차별 정의해보기

클립을 본 어린이들은 차이와 차별이 무엇인지 각자의 생각을 늘어놓았습니다. 다음은 어린이들이 정리한 차이와 차별의 정의입니다.

“차이는 개성과 같이 서로를 구별할 수 있는 특성”

“차별은 조금 다른 차이를 가지고 합당한 근거 없이 힘이 약한 사람에게 함부로 대하는 것”

# 2_ 6개 별 이야기는 차별일까 아닐까?

이제 활동지를 펼쳤습니다. 활동지 앞면의 6가지의 차별 상황에 몰입한 어린이들은 사례의 주인공들이 겪고 있는 상황이 차별인지 아닌지, 차별이라면 차별이 발생한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을 나눠보았습니다.

사례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어린이들은 자신의 차별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혼자 가면 불친절하게 대하는 가게에서 어른들이랑 가면 친절해져요” “어릴 때 수술을 받았는데 친구들이 놀렸어요” “어제도 친구가 뚱뚱하다고 놀렸어요!” “친구가 저한테 남자 같다고 했어요”

일부 사례에서는 차별의 여부를 두고 열띤 토론의 장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성적은 노력한 만큼 나오는데 땡땡이 사례는 차별이 아닌 거 같아요” “여성용 화장실 줄이 더 긴 게 왜 차별이에요?”

활동지의 사례를 “차별이다”, “차별이 아니다”를 단정 짓기 전에 모둠별로 심층 토론을 통해 상황을 분석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3_ 심층 토론을 통한 차별 상황 몰입하기

[랄랄라 이야기]

  • 나는 다른 친구의 외모를 가지고 놀린 적이 있나요? 다른 친구가 나의 외모에 대해 놀린 적이 있나요? 그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서로 성토하듯이 자신이 놀림당한 이야기를 늘어놓던 어린이들은 “뚱땡이”, “키 작다” 등 외모를 가지고 다른 사람을 놀리는 일에 너무도 익숙해져 있는 자신의 모습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사랑이 이야기]

  •  내가 만약 버스에 탄 외국인이었다면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요? 그때 나는 어떻게 행동했을까요?
  • ‘윈스턴씨와 알라오씨’ 시를 읽고 차별적인 부분을 찾아보세요.

인종차별이 미국의 ‘인종분리정책’에서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태도 속에서도 발견된다는 사실을 돌아보기도 했습니다.

[쿵쿵이 이야기]

  • 도서관 관장님께 “어린이는 일반열람실에 들어갈 수 없다”는 규칙을 없애달라고 요청하는 편지를 써주세요!
  • 학교나 집, 사회에서 나이 때문에 차별받은 경험이 있나요? 혹은 내가 나보다 나이가 어린 동생에게 함부로 대한 적이 있나요?

어린이들은 나이에 따른 차별에 가장 크게 억울한 경험을 성토하였습니다. 형제자매들 간에, 선후배 간에 나이 때문에 받는 부당한 대우가 당연한 거라고만 생각하고 참아야만 했는데, 이 역시 차별일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아직은 어색하기도 했습니다.

[명랑이 이야기]

  • 내가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라면 등하굣길 또는 학교 안에서 어려운 점은 무엇일까요? 학교에서 장애인에게 불편한 공간을 찾아보세요.
  • 장애인을 차별하는 말이나 행동을 한 적이 있나요? 혹은 내가 쓰는 욕이나 나쁜 말 중에 장애인이 들으면 가슴 아픈 말을 찾아보세요.

장애인들의 외출을 가로막는, 비장애인 위주의 생활 환경을 점검해 보았습니다. 나아가 우리가 욕설을 사용하면 안 되는 이유도 토론하였습니다. “강해 보이려고” 사용하는 욕설의 뜻이 장애인이나 사회적 약자를 비하하고 있다는 말에 흠칫 놀라기도 하였습니다. 진짜 용기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작은 언어습관에서부터 사회적 약자를 고려하자고 약속하고, 서로 욕설을 사용하는 습관을 고쳐주기로 하였습니다.

[당당이 이야기]

  • 학교 화장실에 남성용/여성용 화장실 변기 개수는 몇 개인지 조사해보세요. 여성과 남성이 화장실에서 필요한 시간은 똑같을까요?
  •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똑같이’ 대하는 것이 평등일까요? 똑같이 대하면 평등이 아닌 사례는 무엇이 있을까요?
  • ‘과연 남자다’, ‘여성스러움’이라는 것은 무엇인가요? 꼭 그래야 하나요?

당당이 이야기를 토론한 모둠은 ‘여성’으로서, ‘남성’으로서 저마다 가정에서 요구받았던 역할의 억울함을 토로하는 장이 되었습니다. “운동 못 하고 힘없는 남자 무시하지마” “여자들은 머리 길고 온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마”라며 합리적인 이유 없이 당위적으로 요구되었던 역할의 부당함에 대해서 속 시원하게 털어놓았습니다.

[땡땡이 이야기]

  •  내가 가장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친구들에게 소개해주세요.

초등학생이라고 입시경쟁에서 자유롭지는 않았습니다. 이미 학원에서 시험성적을 통한 반편성을 경험한 어린이들은 성적에 따른 차등대우가 당연할 수도 있다고 받아들이기도 했습니다. 오히려 매일 만나는 친구들이 무엇을 잘하는지, 좋아하는지 잘 알지 못했습니다. 교과목을 벗어나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 쑥스러워했지만, 서로의 관심사를 털어놓고 보니 저마다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천차만별이었습니다.

토론이 끝난 후, 모둠별로 자신들이 논의한 이야기를 학급 친구들에게 공유하였습니다. 발표가 끝나자 어린이들은 6개의 사례 모두 차별 상황이라고 공감하였습니다.

차별 사례에 대한 모둠 토론 중인 서산 부성초등학교 4-3 ⓒAmnesty International

차별 사례에 대한 모둠 토론 중인 서산 부성초등학교 4-3 ⓒAmnesty International

활동지 사례에 대한 모둠 토론 중인 서울 가양초등학교 4-3 ⓒAmnesty International

활동지 사례에 대한 모둠 토론 중인 서울 가양초등학교 4-3 ⓒAmnesty International

모둠 토론 중인 성곡초등학교 6-3 ⓒAmnesty International

모둠 토론 중인 성곡초등학교 6-3 ⓒAmnesty International

# 4_ 활동지 차별 상황 분석해보기

발표를 정리하며, 다시 활동지의 사례로 돌아가 각각의 주인공들의 경험이 왜 차별 상황인지 분석해 보았습니다.

가수가 되기 데 필요한 것은 다이어트?

노래 부르기에 탁월한 소질이 있어 가수가 되고 싶은 랄랄라를 친구들은 살을 빼지 않으면 가수가 될 수 없다고 놀립니다. 연예인들의 외모를 두고 “’착한’ 몸매”, “우월한 유전자”라는 수식어에 문제의식을 못 느낄 정도로 외모에 대한 평가에 무뎌진 우리의 모습에서 “가수 되려면 정말 살을 빼야 되나요?”라고 반문해 봅니다.

“한국에 인종차별이 없다고요?”

사랑이가 버스에서 목격한 이야기는 한국의 한 대학원 프로그램에 초청받아 온 인도 출신의 보노짓 후세인 교수가 실제로 겪은 이야기입니다. 사랑이가 목격한 것처럼 후세인 교수와 동행인은 버스에서 낯선 사내에게 10여 분 이상 거친 욕설과 함께 모욕적인 이야기를 들어야 했습니다. 후세인 교수는 심지어 경찰의 태도도 문제적이었다고 지적합니다. 경찰은 사내와 친구에게는 존댓말을 사용했지만, 후세인 교수에게는 다짜고짜 반말을 사용하는가 하면, 신분증을 제시했음에도 교수라는 사실을 믿지 않았고 합의를 종용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후세인 교수에게 욕설한 사내는 재판 끝에 모욕죄로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후세인 교수 사례를 통해 사례는 한국사회에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을 공론화하는 계기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인종차별로 처벌할 수 있는 법률 도입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켰습니다.

“어린이는 모두 소란스럽다고 단정 짓지 마세요”

국가인권위원회는 일반열람실, 자료열람실의 이용자격을 중학생 이상으로 제한하는 공공도서관의 정책에 대해 “초등학생의 이용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행위”라며 어린이의 이용이 가능하도록 개선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어린이 역시 지역사회의 권리 주체이기 때문에 공공시설인 도서관 이용을 최대한으로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도서관 측에서 말하는 안전상의 이유, 어린이가 학습 분위기를 저해하거나 성인용 자료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문제는 보호자나 전문사서의 지원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제도와 형식을 뛰어넘은 공동체에서 더불어 살기

건물마다 장애인 시설 설치가 의무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장애인들은 집의 문턱을 나서는 일부터가 까마득합니다. 서울시의 경우 저상버스 도입 비율이 30%대인데, 이마저도 노선마다 편차가 심할 뿐만 아니라 마을버스는 아예 대상에서 제외돼 있습니다. 저상버스가 있더라도 슬로프가 고장 나 유명무실하거나, 운전자의 서투른 조작에 시간이 지체되기 일쑤라 장애인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다른 승객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은 비장애인 위주의 공공시설은 비장애인들이 외출을 포기하고 고립된 삶을 살 수밖에 없게 만듭니다.

기계적으로 똑같이 한다고 평등인가요?

공중화장실법에 따르면 여성용 변기 수는 남성용의 1.5배 이상이 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여성과 남성을 무조건 똑같이 대우하는 ‘기계적인 평등’이 아닌, 여성이 화장실에 머무는 시간이 남성의 2배 이상 길다는 특성을 반영해 실체적인 평등을 이루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공중화장실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공공화장실에서 여성용의 줄이 더 길게 늘어진 경우는 흔하게 목격됩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아직도 여성화장실 변기 수가 남성화장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곳이 11곳에 달합니다. 뿐만 아니라 강원도교육청의 2013년 ‘학교 화장실 남녀 변기 1개당 사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여학생 5.8명, 남학생 4명으로, 학교에서도 성비 불균형이 존재함이 확인되었습니다.

국영수만 잘하면 ‘우수’한가요?

제도권 교육의 틀 안에서 우리는 “학생의 본분은 공부이기 때문에 성적대로 차등 대우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에 익숙해져 갑니다. 그런데 학교의 목적은 오직 공부이고, 국어∙영어∙수학만 잘하면 만능인인가요? 국가인권위원회는 국어∙영어∙수학 과목만으로 ‘우수반’과 ‘일반반’을 나눈 것은 해당 학교에 학생들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이를 시정할 것을 권고하였습니다. 특정과목의 성적만을 기준으로 관련 수업뿐만 아니라, 기타 교과목 수업은 물론, 조회∙종례, 휴식시간 등 학생들의 모든 학교생활의 분리하고 있는 것은 차별행위입니다.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고 좋은 성적만을 얻기 위한 장이 아니라, 인격적 성장의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사례에는 드러나 있지 않았지만, 실제 해당 학교에서는 ‘우수반’ 설치 과정에서 당사자인 학생들의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은 것도 문제가 되었습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 13조에 따르면 “어린이에게 영향을 주는 문제를 결정할 때 어린이는 의견을 말할 권리가 있으며, 어른들은 어린이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 정책 결정을 할 때는 학생들의 의견 수렴을 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 5_ ‘차별 없는 별’ 만들기에 서명하기

인권 침해는 먼 나라에서 일어나는 무시무시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나와도 관련된 이야기였습니다. ‘차별 없는 별’ 활동이 끝난 후 어린이들은 “나부터 앞장서서 차별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활동지 뒷면에 서명 하였습니다.

활동지에 서명하는 서울 가양초등학교 4-3 어린이 ⓒAmnesty International

활동지에 서명하는 서울 가양초등학교 4-3 어린이 ⓒAmnesty International

# 6_ 나의 차별일기 엿보기

서산 부성초등학교 4-3 어린이의 차별 일기 ⓒAmnesty International

서산 부성초등학교 4-3 어린이의 차별 일기 ⓒAmnesty International

수업이 끝난 후에는 이제 각자의 자리에서 나를 둘러싼 환경의 차별을 발견하고 그 차별을 없애보기로 약속하였습니다. 수업이 끝난 후 어린이들이 쓴 ‘차별점검표’를 보며, ‘차별 없는 별’ 활동을 계기로 어린이들의 차별에 대한 인식 범위가 확장돼 더 많은 차별이 발견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서산 부성초등학교 4-3 ⓒAmnesty International

서산 부성초등학교 4-3 ⓒAmnesty International

☞ 2차 인권교육패키지 ‘차별 없는 별’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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