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북부 마그레브 지역에서는 나를 성폭행한 사람과 결혼해야 하는 악몽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성폭행 피해자가 만 18세 미만인 경우, 가해자가 피해자와 결혼하면 처벌을 받지 않을 수 있다.
아미나는 강간범에게, 관습에, 그리고 모로코 형법 제475조에 인권침해 당했다.”
– 활동가 아바딜라(Abadila)가 트위터에 남긴 말

스웨덴 지부 유스활동가들이 마그레브 사례에 대해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Amnesty International
자신을 강간한 사람과 결혼해야 한다
2012년 3월 모로코의 한 소녀 아미나 필라리(Amina Filali, 16)는 자신을 강간한 남성과 결혼해야 했고, 이를 탈출하기 위해 쥐약을 삼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미나의 아버지는 인터뷰에서 딸이 강간당한 것을 알고 고소하자 검사는 아미나와 강간 가해자에게 결혼하도록 부추겼다고 전했다. (관련 뉴스, 영문) 마그레브를 포함해 많은 곳에서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처녀성을 잃는 것이 가문의 명예를 더럽힌다고 여긴다.
여성에 대한 차별적인 법 적용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2012년 9월 튀니지에서 메리엠 벤 모하메드(Meriem Ben Mohamed, 27)는 경찰 두 명에게 강간당했다. 하지만 당국은 이 사건을 조사하고 가해자를 처벌하기보다 되려 메리엠을 음란하다며 고소했다.
마그레브 지역에는 ‘도덕성’과 ‘품위’에 기반을 둔 법을 고수하고 있어 성폭행 생존자들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 성폭행 생존자는 되려 불법적인 행위를 이유로 고발당할 우려가 있어 경찰에 신고하기 어렵다.
모로코 기획부가 여성폭력을 주제로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09년 신고된 강간 사례는 38,000건으로, 평균적으로 하루에 100명 이상의 여성이 폭력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수치는 훨씬 더 높을 수 있다.
피해자가 고통받고, 가해자가 보호받는 법
2014년 1월, 아미나의 죽음 이후 2년이 지났을 무렵 모로코 의회는 강간으로 고발된 남성이 18세 미만인 강간 피해자와 결혼하면 처벌을 면하도록 한 법 개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하지만 아직도 모로코에는 강간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간 생존자의 ‘처녀성’에 기반을 두어 구별하고 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튀니지와 알제리에는 아직도 강간가해자가 강간피해자와 결혼하면 처벌을 받지 않을 수 있는 법이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법이 존재할 수 있는 배경에는 성폭행 생존자에게 필요한 정의실현과 지원에 대해서는 묵살하고는 가문의 명예와 성폭행 생존자의 수치심만 강조하기 때문이다.
‘수치심’이라는 잔인한 폭력으로 수많은 아미나가 고통받고 있다.
우리가 관심과 행동을 미루는 동안 또 다른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정부가 이러한 차별적이고 유해한 법을 즉시 한꺼번에 철폐하고, 성폭행 생존자에게 법적, 사회적, 의료적 필요를 지원해야 한다.
8월 13일 튀니지 국가 여성권리의 날, 9월 모로코, 알제리 새로운 의회 개회를 앞두고 있다. 각 국가가 국제사회와 한 약속, 인권의무를 지키도록 국제사회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이다.
우리의 관심과 행동을 미루는 동안 또 다른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7월 31일까지 유해한 법과 성폭행 생존자에 대한 차별을 종식하기 위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또 다른 아미나를 막기 위해 지금 탄원에 참여하세요.
>>> 탄원서명하기
*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안정아 캠페이너의 허핑턴포스트코리아 기고 글입니다.